병아리를 품는 어미닭처럼...
적지 않은 논란과 우려 속에 돌봄교실의 확대 운영이 시작되었다. 수요에 비하여 부족한 시설과 예산 문제, 학교 본연의 업무가 아니라는 주장과 돌봄 교사의 처우 요구도 일부 존재하고 있다. 돌봄교실 운영의 목적과 기능은 시대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 교육적 요구 등 여러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출산과 보육으로 제한받는 여성들의 사회활동 확대 지원과 인력의 효과적 활용, 방과후 보육과 교육을 통한 학부모의 사교육비 경감, 어린이의 안전한 보호와 지도로 바람직한 성장 발달 지원 등의 돌봄교실 운영 효과는 이미 입증되고 있다. 때문에 돌봄교실 운영에 대한 반대 주장은 논리의 근거를 찾지 못하고, 주로 시설과 예산, 사전준비 소홀을 내세웠던 것이다. 이제 돌봄교실의 확대 운영이 시작된 만큼, 시설과 예산, 프로그램 개발, 적용으로 운영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소수이면서도,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하여 노벨상 수상자의 3분의 1을 배출한 민족이 유대인이다. 칼 막스, 프로이드, 샤갈, 아인슈타인, 번스타인, 키신저, 스필버그 등 인류역사상 가장 창조적이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유대인의 힘의 원천을, 사람들은 그들의 교육관에서 찾는다.
북쪽 마을의 시찰 임무를 띠고 파견된 두 사람의 랍비가 마을에 도착하여 말했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알아볼 일이 있소.”
잠시 후 마을의 치안을 담당한 사람이 나오자 랍비가 말했다.
“아니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오.”
이번에는 수비대장이 나왔다. 그러자 두 랍비가 말했다.
“우리가 만나려는 사람은 치안담당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의 선생님이란 말이오. 경관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할 뿐이오. 진정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은 교육을 맡고 있는 선생님이란 말이오.”
이 탈무드 이야기는 마을을 지키는 진정한 힘은 교육이라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교육이란 단순히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처럼 넒은 안목으로 생각한다면, 학교의 보육기능 확대를 거부하거나 주저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 사회와 국가를 지키기 위해, 학교의 역할과 기능을 다방면으로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학교마다 돌봄교실 확대에 필요한 시설과 예산, 프로그램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와 어려움이 있음은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가 돌봄교실 운영 확대에 소홀하거나 주저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완벽한 준비나 여건 위에 실시할 수 있는 제도나 정책이란,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제도나 정책이란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에서 비롯되고, 인간의 생각과 욕구는 일정하지 않아 끊임없는 개선과 보완을 요구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부족하고 미흡하다는 상황에 매달리지 말고, 사랑하는 자녀들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는 부모들을 생각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자질과 최고 수준의 학력을 가진 우리나라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문제로 배우고 익힌 재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샘솟는 열정과 참신한 아이디어를 발휘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와 성취감을 느껴야할 시기를, 육아와 가사에 묻혀 보내야 하는 현실은, 개인의 자아실현에 커다란 장벽임은 물론 국가적 손실이다. 관련기관들은 소요예산 마련의 어려움을 주장하기에 앞서 각 가정의 보육 경비와, 그로 인한 여성들의 사회활동 제약 등으로 야기되는 사회적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돌봄교실 확대 운영은 초등학생 자녀를 가진 부모나 학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보육과 교육 문화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이제 돌봄 지원은 저소득층이나 맞벌이 가정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미래와 전 국민의 복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오늘 우리 사회에는 학교보다 넓은 가슴을 가진 시설이 없다. 아이들에게 학교처럼 믿음직하고 따뜻한 품 또한 없다. 부족하거나 미흡한 부분은 관심과 열정으로 개선하고 보완할 문제이다.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기고, 여성들도 자신의 능력과 취향에 맞는 일을 통한 사회활동 참여와, 자아실현을 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복지일 것이다.
이제 학교의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 모두를 따뜻한 가슴으로 품고 감싸는 마음으로, 두 팔을 더 넓게 벌려야할 때이다. 학교마저 가슴을 움츠리고 손을 내밀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인 아이들은 과연 누가 돌볼 것인가?
김정제 교장
김정제 인천구월서초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