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회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가장 단순하고 보편적인 의미는 돌고 돈다는 것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차원에서 좀 더 자세히 보자면 불교적인 의미로는 현세에서 내가 쌓은 업으로 인해서 내세에 여섯가지의 세상(육도윤회ㅡ 지옥도에서 천도)에
다시 태어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반면 힌두교의 윤회는 '나'라는 존재가 다른 형태(카스트에 의한 지위가 달라지거나 짐승의 모습)로 다시 태어남을 말하는 것으로
불교에서만큼 힌두에서도 윤회사상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의 관점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다른 점은 불교는 현세의 업으로 인해 어떠한 세상에든 반드시 다시 태어나는 필연적인 윤회를 말하고 있다면 힌두에서의 윤회는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서 다음 세상에는 태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윤회의 단절에 있다.
인도를 대표하는 도시인 바라나시를 가면 갠지스강(현지에서는 강가 - Gang ga라고 함)에 몸을 씻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자신의 죄를 정화시키는 동시에 현세의 삶을 단절시키고자하는 그들의 간절함이 담겨져 있다.
이는 지금 가난한 현실의 삶에 대한 고통과 함께 절대 넘어설 수 없는 카스트제도로 인한 신분 상승에 대한 절망적인 기대감 등이 차라리 다음 생애에도 같은 고통을 겪을 바에는
어떠한 형태로든 다시 태어나기보다는 윤회의 단절을 통한 자기 자신의 소멸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부 카스트제도의 최상층의 소수인들을 제외하면 최하층 계급인 노예계층에도 들지 못하는 3억명에 이르는 불가촉천민의 삶은 지금 현재가 아수라의 지옥처럼 느껴질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비록 이방인의 시선으로 이들의 삶을 관망할지라도 그들이 지금 현재 감당하고 견뎌내야만하는 가난과 고통스러운 절망감을 조금이라도 수긍할 수 있다면
그들이 바라는 윤회의 단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힌두에서 또 다른 윤회를 보는 관점으로는 몸이 불편하거나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이 정상인과 악수를 나누면 다음 생애에는 서로 몸이 바뀌어서 태어난다는 속설이 있다.
이는 윤회의 단절에 앞서서 단 한번이라도 정상인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보고자하는 간절함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그래서 인도인들끼리는 육체적인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정상인들과는 절대 악수를 나누지 않는다.
이러한 행동은 자칫 몰매를 맞는다거나 폭력적인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그 누구인들 다음 세상에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런 이유로 간혹 몸이 불편한 인도인들이 힌두의 윤회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는 외국 여행자들에게 악수를 청하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얼마전 마두라이에서 간디 박물관을 관람하고자 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몸이 불편해 보이는 듯한 인도 청년이 불쑥 내게 악수를 청해 왔다.
그것도 하루에 두번이나...
이들의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충분히 이해하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웃으면서 그들의 손을 잡아 주었다.
첫번째 이유는 나와 손을 잡는 것만으로 그나마 다음 세상에서는 정상적인 육체를 가진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지금의 삶을 견뎌낼 수 있었으면 하는
긍적적인 메세지를 전달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몸이 불편한 것과 정신적인 피폐함을 놓고 서로 비교했을 때 과연 어떤 것이 더 큰 장애일 것인가하는 고민때문이었다.
비록 몸은 불편해 보였지만(당시 그들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듯 보였다.) 수줍은듯, 미안한듯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와서 손을 내미는 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었던
맑은 영혼은 비록 몸은 멀쩡하지만 내가 가진 온갖 시기, 분노, 질투와 욕망으로 가득 찬 내면적인 장애는 그들이 내게 손을 내 밀기 이전에
내가 먼저 손을 내밀었어야 하는 훨씬 심각한 장애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지금껏 살면서 윤회에 대해서 고민해 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나 또한 다음 세상에 필연적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면 영혼이 맑은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
그래서 다음에 또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도 난 기꺼이 그들의 손을 잡아 줄 것이다.
2016년 겨울 남인도 마두라이 여행 중에서
윤회에 대한 생각
PHOTO : 윤회란 자동차의 바퀴와도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또 그 위에는 우리가 짊어지고 감당 해야할 삶의 무게가 있다.
2017년 1월 인도 뉴델리에서 사이클릭샤 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