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면에는 이애리수의 노래가 있고 한면에는 강석연의 노래가 있는 일명돌판이다. 이것도 일본 경매로 구매를 했다. 예전에 빈대떡신사...라는 노래가 있다. 돈 없으면 집에가서 빈대떡이나 부쳐먹지 기생집이 왠 말이냐...하는 노래 말이다.
처음에 LP를 즐겨보려고 수집을 시작했는데, 그러다가 소장하고 싶은 것들을 보았고 소장용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 취미도 돈이 없으면 하기 어려운 취미구나...하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듯이...알면 알 수록 점점 더 귀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런 것들은 몇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하지만 매물이 나오지도 잘 않는다.
그리고 경매회사에서 낙찰을 받은 후에 경매수수료에 환율에 대한 불이익에 수입관세에 운반비 포장비 등등을 하고 나면 거의 첫 경매낙찰가격에서 30%는 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 같다. 싸구려들은 상관없지만 고가의 것들은 그것도 장난이 아니다.
바로 위에 돌판이 호가로는 800만원을 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호가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구매자가 나서질 않으면 그냥 판매자의 희망가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경매로 구매를 했지만 그렇게 까지 높은 가격으로 판매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을 운이 좋아서 잘 만난다고 해도 어쩌면 500만원 정도나 가능할까 싶다. 그것도 개인이 아니라 단체에서나 꼭 필요해서 구매를 하는 경우처럼 모든 운이 다 맞아 떨어진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하는 정도로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어쩌면 나는 최고가의 제품시장에서는 빈대떡신사 같은 존재일 것이고, 그냥 보통의 것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에게는 내가 기생집을 드나드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도 300만원, 100만원 넘어가는 것들은 이미 수십장을 소장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대략 호가로만 보면 소장하고 있는 것들의 가치가 5000만원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은 정도 수준이다. 보통의 수집가치고는 많이 가지고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것이 자랑이 아님도 안다.
처음에 수집을 할 때의 순수함을 잃은 후에 수집가가 되었고, 순수하게 청취를 하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것들은 대략 3000장 정도 되는 것 같다. 소장을 위한 것은 대략 200장 정도인것 같고..같은 것도 꽤 여러장 가지고 있기는 하다. 예를 들면 김시스터즈의 7인치 EP는 30장이 넘게 있고, 문킴이라고 한국인 최초로 미국활동을 하였던 최조의 한류스타라고 하는 사람의 EP도 4장을 소장하고 있다. 1956년 것이다.
그리고 최정환(한국에서는 릴리파..라고 하는)의 EP도 10장 정도 가지고 있다.
이런것들 대부분이 가격미정이기는 하다. 한번도 시장에 판매되려고 나온 적이 없는 것들도 많다. 특히 문킴의 것은 헤럴드신문에 기사가 실릴 정도의 것이고, 1956, 1958년 것이라서 현품을 구경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누가 팔겠다고 시장에 내 놓아야 가격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그걸 가지고 있다면 누가 팔겠다고 할 사람이 있겠나.. 아마 없을 것이다. 나 역시도 정말 귀하게 보관중이다.
그리고 그것들을 가끔씩 꺼내서 닦고 듣고 닦은 후에 다시 보관을 하곤 한다. 좋은 것은 그런 음악들은 가지고 있는 나 혼자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이고, 또 그런 고가의 제품들의 특징은 음악을 듣기 시작한지 단 몇초면 마치 그 시절로 나를 데리고 가는 것 같은 착각을 할 정도로 시대성을 품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처음에 생각했던 춘절이 끝났다. 이제는 이 취미에 몰두하는 것은 접을 것이다. 수집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매일 꿈을 꿀 정도로 집착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두려고 한다. 나도 다시 사업을 하는 사업가로 돌아가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매일 매일 싸이트를 뒤지고 소장자를 찾아서 연락해서 협상하고 하는 것은 중단할 것이다. 그리고 가끔 정말 마음에 드는 것이나 나오면 집중해서 구매를 할 생각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내가 늙어서 즐길 것이고, 그런 후에는 아들에게 넘겨줄 것이다. 대부분의 것들이 다 51살인 나보다도 오래된 것들이니 훗날 어느 정도의 가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들어도 좋고 말이다.
오늘 이후에는 다시 한발씩 처음에 순수했던 애호가로 돌아갈 것이다. 솔직히 몇번의 실패를 한 후에나 성공할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결국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많은 공부를 했고, 덕분에 많은 사람을 알게 되었고, 나 스스로도 음악의 역사에 대해서 공부를 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해서 후회는 없다. 나이들어감이 싫은 사람이 한번쯤은 빠졌다가 나와도 좋을 만한 취미이기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