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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에 대한 요약 및 견해
사유할 수 있는 인간은 언제나 우월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도구를 사용하여 불모지를 개간하면서 농업생산력 확대를 이루었고, 화폐를 만들어 물건이 서로의 합의 하에 유통되도록 만들었다. 증기기관의 발명은 산업혁명을 이끌어내고, 석유와 같은 자원개발은 이동수단의 발달, 여러 유용한 제품 개발 등에 활용되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발전을 거듭해 온 우월한 존재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자본이 중요한 세상이 되니 이제 기업 등 생산활동과 이익창출이 중요한 집단에서는 인간이 인간을 여러 재화 중 하나로 여기기 시작했다. 기계라는 재화에 비교하면 기능이 떨어지니 인간의 자리는 기계로 대체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가까운 미래에는 기계가 ‘인공지능’까지 갖게 된다고 한다. 사유한다는 것은 인간의 고유영역이자 우월하다고 주장할 수 있었던 유일한 근거였는데, 그것마저 뺏긴 것이다. 한가지 아이러니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인간이 자초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재진행중인 이 상황에 대해 많은 논란과 여러 논점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각계에서 이루어지는 중이다. 이러한 과도기 속에 필자가 스스로 던진 첫 번째 질문은 ‘이 지구상에서 인간이 정말 가장 우월한 존재인가?’였다. 이 세상의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가? 인간 이외 동물들은 인간의 먹이가 되기 위한 운명을 갖고 태어났나? 의학의 눈부신 발전을 이용하여 백세시대를 이뤄냈지만 감기라는 바이러스에 꼼짝없이 생명을 위협받는 이 존재가 정말 우월하다고 할 수 있는가? 많은 질문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지금 이 생각을 하고 있는 나조차도 인간이기에 다른 존재들에 대한 이해 없이 답을 구하기는 어려웠다.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이 땅의 다른 존재들을 먼저 들여다보아야했다. <숲 생태학 강의>라는 책은 그런 의미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자연’이라는 존재, 그 중에서도 ‘숲’을 알게 해 준 소중한 책이다.
2000년대부터 자연, 특히 생태공간이 파괴되면 인간도 멸종하게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태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생태학’은 자연을 총체적으로 다뤄야 하기 때문에 그 복잡한 관계성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생태학 중에서 육지 생태학에 속하는 ‘숲’을 중심으로 얘기를 풀어내면서, 생태적 용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생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책은 ‘왜 나무가 아닌 숲인가’라는 소제목으로 시작한다. 인문학 서적도 아닌데 왜 이런 시작을 했는지 의아할 수도 있지만, 필자는 이 책이 궁극적으로 얘기하고자 하는, 생태가 추구하는 바가 이 질문에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개체는 홀로 살아갈 수 없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내어주기도 하고 필요한 만큼만 탐내야 한다. 이렇게 각각의 개체들이 상호연관성을 이루며 숲을 구성하다보니 이러한 생태계가 또 하나의 생명으로 독립적인 탐구대상이 된다. 먼저, 생태계의 구성요소를 생물과 비생물로 구분하여 들여다보고, 생태계의 특성인 ‘순환성과 재생성’, ‘저항성과 회복성’, ‘피드백’에 대해 언급하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숲은 물과 비료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깊어지고 생물군집이 변화한다. 이 변화과정을 ‘생태적 천이'라 일컫는데, 이 구조와 함께 숲의 다양성을 떨어뜨리는 ‘교란’에 대해 설명한다. 생태계 내 생물간 관계성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생물다양성의 중요성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며 자세히 말해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숲이 주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세계 숲 자원의 파괴되고 있는 현상을 얘기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생태 보존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
무거울 수도, 복잡할 수도 있는 ‘생태학’, 그리고 ‘숲’에 대해 200페이지만으로 단순화하여 전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두 명의 저자에 대해 문득 궁금해졌다. 농학박사인 두 저자는 부부이다. 이 책보다 10년이나 앞서 펴낸 <신갈나무 투쟁기>라는 책에서 한 나무의 일대기를 통해 식물에 대한 전문지식을 대중의 눈높이로 전달하면서 이미 실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 현재 경원대학교 교수로 재직중인 전승훈씨는 환경생태학회 이사, 한국환경생태학회 이사, 세계자연보존연맹(IUCN) 종보전위원회(SSC) 산하 한국식물전문가그룹(KPSG) 위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산림생태학자인 차윤정씨는 숲탐방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면서 <열려라 꽃나라>, <식물은 왜 바흐를 좋아할까>, <숲의 생활사>, <나무의 죽음>, <다시 걷고 싶은 우리 숲> 등 여러 저술활동을 해왔다.
그런데 차윤정씨에 대한 불편한 기사들이 눈에 띈다. 현재 기생충 창궐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4대강 추진본부의 환경부본부장을 맡아 4대강사업을 도왔다는 것이다. 자연이 만든 강보다 더 아름다운 강을 어떻게 만들 수 있냐고 주장했던 그가 노후화된 강의 변화를 위해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게 이해되지 않는다. 논란 많은 4대강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었을까.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갈 곳을 잃어 어둠 속에 갇힌 박쥐라고 표현한 부분은 그동안의 고뇌를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필자는 학자의 역할을 단순지식전달로만 보진 않는다. 어느 정도 이뤄낸 학식을 스스로의 삶에도 녹여내어 경험으로도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머릿속 생각과 행동이 불일치한 삶은 스스로도 불행할뿐더러 남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그런 지식은 죽은 지식일 뿐이다. 저자도 아마 그 때문에 고통받고 있기에 박쥐라고 스스로를 칭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인간이란 존재 이외 다른 존재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선사해주었다. 더 나아가 인간의 삶을 숲, 그리고 그 안의 다양한 생물들과 비견해볼 수 있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 2016. 03. 20. 19:42 수정 (사유 : 작가 정보 수정)
2. 나를 확장시킬 책 속의 내용들
p. 5
오랫동안 저자들은 생태학을 듣는 학생들에게 생태나 자연과학 분야의 다큐멘터리에서 사용된 생태적 용어를 모니터링하고, 나아가 수업 시간에 배운 생태적 용어들을 사용하여 한 편의 다큐멘터리 시나리오를 써 보라고 말해 왔다. 이 책을 쉽게 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생태적 용어를 정리하는 것이다.
p. 6
생태학은 이처럼 자연의 이해를 넘어 감동을 경험하게 하는 훌륭한 안내자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생태계란 인간이 알든 모르든 스스로의 법칙에 의해 가장 이상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진행되니까, 우리는 이것을 ‘자연의 희망’이라 부르자.
p. 14
빛을 받고 대지에 홀로 서 있는 나무는 과연 완전히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나무가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영양물질이 공급되어야 한다. 잎은 지상의 물질을, 뿌리는 지하의 물질을 조달하는 각각의 장치이다. 지하의 물질이란 곧 다른 생물들의 사체가 분해된 것으로써 나무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물질은 소비되어 사라지는 것이기에 어디선가 공급이 지속되어야 한다. 결국 나무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다른 생물들이 만들어 내는 물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런 도움이 없다면 나무의 생장은 곧 한계에 이른다.
나무는 숲으로 성장한다. 또한 숲은 더 많은 나무를 탄생, 성장시킨다. 나무를 숲의 한 개체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나무의 개체적인 성질을 배제한 채 숲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무로 대변되는 생물의 성질과 숲으로 대변되는 생태계의 성질은 가장 정의하기 힘든 것들이다.
p. 15
'계(system)'라 함은 범위를 한정할 수 있는 경계 내에서 상호의존적 구성 요소들의 집합체를 가리킨다. 생태계는 생물들이 살고 있는 환경과 상호의존적인 생물들이 모인 공동체(군집)로서 주변의 생물 집단이나 환경과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게 된다. 고전적인 육상 생태학의 최소 생태 단위는 숲에서의 임분(forest stand) 혹은 유역(water shed)이 대표적이다. 임분은 우점식생으로 구분되는 식생 단위를 구성해 공동의 에너지와 물질순환 체계를 가진다. 유역은 분수령에서 갈라진 물길이 모이는 지역으로 동일한 물의 작용을 받는다.
p. 16
자연을 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환원주의(reductionism) 또는 물질론적 방식이다. 이것은 모든 대상들을 물리, 화학적으로 분해함으로써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전체주의(holism) 또는 통합주의(interdisciplinary)로, 부분의 합과 전체의 합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여러분은 어디에 동의하는가. 생태학은 후자, 즉 전체주의를 따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생태계에서 물질이나 관계들은 단순히 열거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관계 속에서 변형되고 증폭되고 복잡해진다. 결국 생태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적 맥락에서 다양한 과정들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 16
오늘날의 생태학은 자연 그 자체를 일으키는 과정, 즉 자연의 흐름을 중시하게 되었다. 결국 ‘무엇인가’와 더불어 ‘왜’ 혹은 ‘어떻게’를 동시에 이해할 수 있어야 하며, 이로 인해 생태학의 외연이 확장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자연의 흐름 혹은 본연이 바로 ‘생태’, 즉 ‘생겨 먹은 꼴’ 정도가 된다.
p. 17
간벌은 임분 내 생육 상태가 상대적으로 불량한 나무를 베어 내, 살아남은 나무들에게 보다 나은 공간을 제공해서 목재생산을 증가시키는 가장 일반적인 임문 관리 방법이다. 그러나 한때 목재생산으로 대표되는 임업 자체가 자연의 보존을 중시하는 고전적 생태학에 반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면서 간벌 역시 인간의 간섭이라는 부정적 눈총을 받았다. 그러나 자연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시각으로 보면, 간벌은 다양한 간접효과를 나타냄으로써 숲의 주요한 과정을 이끌어 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 간벌은 인간의 간섭을 보는 시각에 다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졌다. 간벌 자체는 인간이 행한 것이지만 그 이후에 발생되는 일련의 과정은 지극히 자연적인 것이다. 무엇보다 숲 자체가 산불이나 폭풍과 같은 교란에 의해 간벌의 결과와 똑같은 숲틈을 발생시키면서 이에 따른 일련의 생태적 과정들을 파생시킨다.
p. 18
생태학자들은 빈번하게 발생하는 작은 산불이 과도한 연료물질, 즉 울창한 식생을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숲의 건전도를 높이고 산불의 대형화를 막는다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이후 산림 정책은 인간이 간섭하여 조절된 산불(prescribed burning)을 시행함으로써 대형 산불을 막는 쪽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산불 억제로 자연을 보존하고자 하는 시각이 산불이 행하는 자연적인 생태 과정을 중시하는 시각으로 바뀐 것이다.
p. 18
산불과 싸우던 인부들이 결국 산불의 공격을 피해 폐탄광 갱도의 웅덩이로 뛰어들어 담요를 뒤집어 쓴 채 불길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불길이 지난 후 담요를 걷어 낸 인부들은 그들의 동료 중에는 미국 흑곰도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Greeley, 1951).
… 자연의 재앙 앞에 모든 생물은 똑같은 고통을 받는다. 우리가 생태학을 타구하고 이해하면서 느끼게 되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이 하나는 바로 모든 자연과 생물에 대한 ‘측은지심’이다.
p. 20, 21
생태학은 결국 모든 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 생겨 먹은 방식이니 거기에는 우리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그대로 들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라는 정말 소중한 생태학적 본보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살아가는 방법, 하고 싶은 바람, 내가 해야 할 바, 이런 것들이 바로 생태학의 기본이다. 생태학은 자연스런 삶의 방식을 대표한다.
생태학을 연구하는 목적은 생태계를 건강하고 ‘자연스럽게’ 관리하기 위함이다. 그 중에서도 숲 생태계를 연구해야 하는 이유는, 숲이야말로 거의 유일하게 남은 육지 생태계의 원생지이며 많은 생물종들이 살아가고 있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숲은 단순히 자연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인류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환경에 대한 핵심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숲은 생명으로 풍성하고 관계들르 아름답다. 우리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이기에 이 아름다운 생태적 관계 속으로 돌아가 행복해지는 꿈을 꾸어본다.
p. 25
생태학은 ‘생물과 그 생물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내린 것을 발견할 수 있다.
p. 27
식물은 동물이나 미생물과 달리 필요한 유기물질을 스스로 생산하여 획득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산소가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물질이 생산되는 만큼 산소도 생산된다. 산소는 물론 식물의 호흡에도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식물은 육지생물(대부분의 지구생물이라 해야 옳다)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질을 생산하고 또 산소를 생산한다.
… 식물이 생산 활동을 하는 것은 스스로를 먹여 살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생산자인 식물을 자가영양합성체(autotrophs)라고 한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는 고착생물이다.
p. 29
생태학에서 생산은 광합성 작용에 의한 탄수화물의 생산으로 한정한다. 그렇게 볼 때 육지에서 유일한 생산자는 광합성생물이고 주 광합성생물은 식물들이다. 결국 육지 생태계 생산자의 절대자는 식물이다. 그래서 식물을 일차생산자(primary producer)라고 한다.
생산이란 공기 중의 기체 상태인 탄소가 식물의 이파리라는 유형이 탄수화물로 전환되는 것이다.
p 31
숲을 어느 단계로 유지할 것인가는 그 관리 목표를 연생장량과 현존량 중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단순히 빠른 생산을 통해 많은 물질을 얻고자 한다면, 예를 들어 연료를 위한 숲이나 혹은 바이오연료와 같은 물질을 얻기 위해서는 매년 성장속도가 빠른 어린나무를 마치 밭작물처럼 생산하는 숲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문제가 되고 있는 탄소의 제거나 목재생산과 같은 목표로 숲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숲, 즉 현존량이 많은 숲으로 관리해야 한다. 물론 생물종 관리의 목표가 세워진다면 목표종의 생태적 요구에 따른 숲 관리 수준이 설정되어야 한다.
p. 36
생산량의 극히 일부만이 소비자에게 직접 소비되고 나머지는 대부분 사체, 즉 죽은 물질로 생태계 먹이사슬의 다른 축을 형성한다. 식물의 사체로 연결되는 먹이사슬을 가리켜 일부 생태학자들은 분해자 먹이사슬 혹은 부니질 먹이사슬이라고 한다.
p. 41
생물 사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바로 생태계의 분해자들이다. 분해자들 역시 다른 생물, 특히 식물이 생산한 조직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지만, 이들은 살아 있는 조직이 아닌 죽은 조직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사물영양섭식체(saprotrophs)라고 한다.
… 생태학에서 분해란 모든 유기물질을 일차생산자인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상태로 잘게 쪼개는 활동이다.
… 극단적으로 생산자와 분해자만 있어도 생태계는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 생태계의 물질은 훨씬 단순해진다. 복잡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에 의해 생태계의 물질은 훨씬 복잡해지고 연쇄적으로 분해 작업도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우리의 자연은 애벌레, 애벌레에서 탄생한 나비, 그 곁을 나는 새들로 인해 더욱 흥미롭고 경이로운 곳임을 알고 있다.
p. 46
대개 초원의 풀들은 지상부에 생장점을 가지고 있어 영양이나 들소 떼와 같은 초식도울이 지나치게 자란 풀잎을 제거하면 비로소 햇빛을 받아 성장하게 된다. … 생각해 보라! 뜯어 먹히는데 생장이 좋아진다니, 햇빛만으로 설명되기에는 부족하다.
p. 52
낙엽이 바람에 찢기든 지렁이에게 먹히든 혹은 미생물에게 녹아내리든 그 과정은 순전히 임의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정해진 규칙이 없이 일단 일어나고 보는 일, 그래서 생태계는 훨씬 흥미롭고 또한 안정적이다. 만약 모든 과정이 정해진 순서대로만 일어나야 한다면, 지렁이가 없는 낙엽층은 그 다음 과정이 결코 일어날 수 없다.
그러나 분해의 정도나 순서, 속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따. 각 생물마다 선호하는 먹잇감의 성질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기준은 낙엽의 질이다. 맛있는 낙엽이 빨리 소비된다.
p. 57∼59
단순한 수에 의한 피라미드의 부적합성은 각 영양단계의 생체량으로 표시하면 그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즉 나무의 생체량은 곤충의 생체량에 비해 훨씬 많아 기저부가 넓은 피라미드꼴을 이룬다. 그러나 바다 생태계의 생체량 피라미드는 일차생산자인 식물성플랑크톤의 생체량에 비하면 일차소비자인 물고기의 생체량이 훨씬 많아 일반적인 피라미드 모양으로는 나타낼 수 없다.
… 각 생물 수준의 피라미드 크기는 상대적인 차이를 보일 뿐 절대적인 차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 이제는 피라미드가 개체수를 그려 내는지, 혹은 생물체량을 그려 내는지, 혹은 어떤 생태계를 그려 내는지 잘 표현해야 한다. 이렇게 학문은 세분화되고 정확해지고 그러므로 발전한다.
p. 59
환경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 이외의 모든 요소의 총칭이다. 환경 요소는 생태게의 종류(예: 해양 생태계, 논경지 생태계, 사막 생태계, 하천 생태계 등)에 따라 다르다. 각각의 생물들은 주어진 환경조건에 따라 결정되며, 때로 이 생물 요소에 의해 환경이 변화되거나 유지된다. 결국 생태학이란 이런 생물요소와 비생물요소 즉 생물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학문이다.
P. 66
물이야말로 생물을 선택하는 가장 강력한 환경요인이다. 수 생태계와 육지 생태게는 기본적으로 물의 영향력에 따른 구분이다. 물은 생물체 내 거의 모든 생화학적 반응의 기질이 되며, 생체물질의 이동을 담당한다. 물이 없음은 곧 생명 활동이 없음을 나타내니 물이야말로 생명이다. 생물들은 물의 양과 질에 따라 다양한 형태변이와 생리적 적응력을 발달시켜 왔다.
P. 67, 68
수분포텐셜에 의한 수분의 이동은 식물의 기공이 닫히는 야간에 재미있는 현상을 나타낸다. 즉 기공이 열린 낮 동안에는 잎으로 끌어올려진 수분이 대기 중으로 증산될 수 있지만, 야간에는 기공이 닫혀있기 때문에 수분의 이동이 막힌다. 이때는 상대적으로 수분포텐셜이 낮은 지표면으로 식물의 뿌리조직으로부터 수분이 방출된다. 결국 나무는 토양 깊은 곳의 물을 끌어올려 토양표면에 풀어놓음으로써 뿌리가 얕은 초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놀라운 숲의 공동체라고 볼 수밖에 없다.
P. 69, 70, 75, 76
식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간다. 그것도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물과 빛만 이용해서. 그런데 다음과 같은 질문은 종종 우리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스스로 양분을 합성하는 식물에게 왜 비료가 필요하냐고. 식물의 광합성 작용에는 전체적으로 산소와 탄소와 수소만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을 일으키는 복잡한 화학반응은 각각의 효소나 기질 등을 필요로 한다. 당장에 광합성이 일어나는 엽록체를 만드는 골격에는 마그네슘이라는 원소가 필요하다. 또한 광합성산물에 여러 가지 물질을 첨가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야 한다.
… 우리는 숲에 질소비료를 챙겨주지 않는다. 그러나 경작지에서는 끊임없이 질소비료를 준다. 왜 그런 현상이 되풀이될까.
… pH가 높은 경작지에서는 식물에게 유효한 질산태질소가 많이 생성되지만 또한 많은 양이 그대로 유실된다. 자 이제 사람이 행하는 농업에서 왜 끊임없이 질소비료를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왔다.
그럼 숲의 식물들은 이 부족한 질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 바로 균과의 공생을 통해 해결한다. 균근이다. 균류의 균사는 암모늄태를 직접 흡수할 수 있다. 뿌리와 균사가 결합한 균근은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제공하면서 숲의 열악한 환경을 이겨 나간다. 결국 식물은 균에게 광합성산물을 제공하고, 균류는 식물에게 필요한 양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해 준다. 육지식물 90% 이상이 이런 균류와 공생한다.
균근은 질소의 이용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인산의 흡수에 사실상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p. 88
생태계는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그리 쉽게 망가지지 않는다. 또한 망가지더라도 스스로 복구한다. 이것이야말로 생태계의 가장 경이로운 작용이며, 생태계를 위협하는 우리 인간이 좀 느긋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p. 94
피드백은 음성적 피드백(negative feedback)과 양성적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 있다. 음성적 피드백은 출력(output)의 결과가 전단계 과정, 즉 입력(input)을 통제함으로써 적절한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으로 항상성의 기본 장치이다. 대체로 생물체 수준에서 피드백은 항상성을 유지시키기 위한 중요한 음성적(negative) 기작을 가진다. 양성적 피드백은 출력이 입력을 자극함으로써 더욱 많은 출력을 만들어 내는 결과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계의 평형을 깨뜨리고 붕괴되도록 이끈다.
p. 98
식물이 침입하고 풀밭이 만들어지는 과정이야말로 지구를 늘 푸른 행성으로, 그리고 동물이 뛰어노는 풍성한 곳으로 만드는 기본 힘이다. 지금 당장 인간이 사라진다면 인간이 ㅈ멀ㅇ했던 공간은 거의 절대적으로 식물로 가득 채워지게 도리 것이다. 식물은 유기물과 에너지의 축적이므로 곧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들면서 복잡한 생태계가 조직될 것이다. 지구는 훨씬 아름답고 안정적이며, 행복한 곳이 될지도 모른다.
p. 100
천이가 일어나는 원인은 식생의 침입으로 인해 야기되는 환경조건의 변화 때문이다. 이 변화에 맞추어 다양한 전략을 가진 종들이 생태적 질서를 이루는데, 이 변화는 물리적 환경과 생물종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이루어진다. 즉 생물들, 주로 식물들이 정착, 생장하면서 자신들이 들어온 환경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환경이 이에 적응된 생물종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p. 104
천이의 기작은 생물학적 유산들이 어떻게 행사하는가에 달려 있다. 종의 침입은 선구종의 침입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 어떻게? 촉진(facilitation) 혹은 억제(inhibition)를 통해서, 우선 촉진은 자신들에게는 불리하고 다른 종들에게는 유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 억제효과는 일반적인 과정으로 초기에 침입, 정착한 식물이 공간을 장악함으로써 다음 식생이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다.
p. 111, 112
나무들이 열매를 만들 때에는 열매를 먹을 동물을 염두에 둔다는 점이다. 깊게 들여다보면 나무들이 생산해 내는 열매의 양은 자신이 동물에게 먹힐 양과 살아남을 양을 계산한 결과이며, 나아가 주기적으로 열매양을 조절함으로써 열매를 먹는 동물의 개체수를 조절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사람이 열매를 먹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만일 식물이 생산하는 모든 열매가 다음 어린나무로 자란다고 상상해 보라. 거리의 벚나무가 생산해 내는 버찌열매를 보고 있으면 사방이 온통 벚나무로 채워지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지 않은가. 열매란 무엇보다 전파가 목적이다. 먹히는 것은 일종의 의도이자 목적이다. 그 목적을 달성해 준다면, 새든 사람이든 식물은 가리지 않는다. 간혹 산행 중에 만난 열매를 따 먹은 일에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다면 이러한 사실은 다소 위안이 된다.
p. 117
일부 생태학자들은 침엽수의 높은 송진(레진)함량이 산불의 민감도를 높여 독성 물질이 축적된 임상을 태우고 발아에 필요한 빛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고 보기도 한다.
p. 126
특히 참나무는 가지가 잘린 곳에서 움이 잘 돋아나는데, 일단 참나무가 자라던 숲에 산불이 나거나 벌채를 하게 되면 재빠르게 돋아나는 움에 의해 참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게 된다. 아주 강력한 생물학적 유산인 셈이다.
p. 128
지구상 곳곳에 생명이 없는 곳은 없다. 하다못해 박테리아라도 살아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심해의 열수분출구에서 살아가는 박테리아가 발견되어 생명의 생명성에 대한 찬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 지구상에는 오로지 인간의 눈으로 볼 때 볼모지가 있고 척박한 곳이 있을 뿐이다.
p. 135
같은 자원을 공유하는 종들 간에는 분명 지위의 중복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동일한 서식지 내에서 공유되는 특정 지위를 생태학자들은 종종 ‘길드’로 표현한다. 길드는 원래 유럽의 중세 상인들의 일종의 노동조합 같은 개념이었다. 생태학에서 말하는 길드는 ‘주어진 군집 내에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종들의 집합’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길드는 주로 동물 군집의 지위에 대한 논의에서 사용된다.
… 결국 길드는 생태적으로 강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하나 혹은 그 이상의 생태적 지위를 공유하는 그룹을 가리킨다.
p. 139, 140
중립은 말 그대로 두 종이 서로 아무런 영향을 주고받지 않는 경우, 즉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하는 관계이다. 중립 관계에서 두 종이 서로 경쟁하지 않기 위해서는 상대 종을 완전히 배제하거나 회피, 조절함으로써 가능한데, 자연계에서 그다지 일반적인 관계는 아니다.
p. 140
종간의 경쟁은 다양한 서식지를 분할하고 자원을 분할하는 등, 생태계의 공간적, 시간적, 구조적 복잡성을 만들어 내고, 나아가 종을 발전시키거나 퇴출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경쟁은 종종 환경의 조건이나 자원의 수준이 생물체의 최적 범위를 벗어나도록 강요하는데, 이때 생물은 생리적인 압박, 즉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종은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생리적인 내성을 발달시키거나 형태적 저항성을 갖추어야 한다. 결국 경쟁이나 복잡한 환경변이들의 특정 추세에 대응하여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의 획독은 장기간에 걸친 진화적 변화를 일으킨다.
p. 140, 141
잡아먹는 포식자에게는 이익이 되고 잡아먹히는 피식자(먹이)에게는 해가 되는 생물 관계를 포식이라 한다.
… 포식자가 없는 생태계에서 특정 개체군의 성장은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 반대로 과도한 포식은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생태계에서 포식자는 피식자의 밀도 변화에 반응하거나 포식자와 피식자는 종종 공진화한다. 산림 내 수목들의 종자결실주기에 반응하는 포식자 집단수는 좋은 예가 된다.
일부 생태학자들은 포식의 결과가 일부 피식자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p. 146
공생은 경쟁과의 대척점에 있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관계이다. 일반적으로 공생만으로 서로의 우호적인 관계를 설명하지만, 종종 학자들은 공생을 절대적인 관계인 상리공생과 임의적인 관계인 협동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p. 150, 151
과연 종 다양성은 단순히 종수만을 의미할까. 무엇보다 종수가 많은 것이 무조건 바람직한 것인가.
… 결국 종 다양성이 군집의 안정성 등과 같은 어떤 평가의 기준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종수와 개체수를 동시에 포함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결국 종 다양성은 군집의 구조적인 속성의 표현방법으로 얼마나 다양한 종들이 얼마나 고르게 분포하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p. 153
무엇보다 어떤 개체군의 안정적인 유지 정도가 고려되어야 한다. 흔히 도시 생태계의 모니터링은 출현하는 종수를 그 테마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외부나 주변으로부터 종의 출입이 비교적 흔한 도시 생태계와 같은 불안정한 군집은 종수와 더불어 종의 생태적 특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p. 154
어떤 지역의 생물종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어느 한 지역에 존재하는 종들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 적응해 온 고유종들로 구성되므로 생물종의 상실은 결국 고유종의 상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p. 155, 156
일반적으로 종 다양성 혹은 생물종의 보존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종의 고유한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
둘째, 생물다양성은 생태계의 안전성을 위해 필요하다.
셋째, 생물종은 잠재적 자원이다.
p. 155
일단 모든 생물종은 인간과 동일하게 고유한 생명성을 갖는다.
… 오늘날에는 생태계 관리의 효율성과 생태적 기능의 유지와 관련하여 보편성보다는 특이성과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기능 혹은 지위 중심적 생물다양성 유지 방법은, 자칫 아직 드러나지 않았거나 생태적 기능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종, 혹은 특수한 환경에 적응되어 위기에 처한 종들이 관리의 그물망을 빠져나가 영원히 사라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생태계 종의 관리는 생태계 접근 방법과 별개로 종 생태적 접근을 통해 관리되어야 한다. 특히 진화적 범주에서 생물다양성의 현재 양상은 과거에 존재했던 종들에 작용한 생태적, 진화적 과정의 산물이다.
p. 155
대체로 단순한 종 구성을 가지는 생태계에 비해 복잡한 종들로 구성된 생태계가 외부의 교란에 대한 저항성이나 회복성이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p. 157
생물종의 자원적 가치는 그동안 세계적으로 주요한 소유권 문제를 발생시키는 등, 불평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세계적인 생물종 거래에 대한 협약이 체결됨으로써 이런 불평등은 완화되었다.
p. 157
생태계 안전성을 위해 얼마만큼의 다양성이 필요한가. … 생태게란 종수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생태적 기능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생태계의 관리나 유지를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종만큼이나 생태적 기능종들의 효율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p. 158
왜 자연은 각 영양단계마다 절대적 우점종을 만들지 않았을까. 과연 어떻게 다양성이 유지될까. 산림 군집을 예로 들면 동일 수종들이 모여 있을 경우, 즉 어느 한 종으로 우점될 경우는 기존의 병원성미생물이나 섭식자들에게 공격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많은 나무들이 흩어져서 분포하게 되고, 이를 위해 종자를 멀리 이동시켜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을 탈출 가설(Escape hypothesis)이라 한다. 그러나 곤충의 입장에서 볼 때는 흩어진 먹이를 찾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해야 하고, 그 과정에 또한 적의 공격에 노출되기 쉽다. 식물들이 미생물이나 섭식자들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는 순간에도 자신들에게 필요한 이웃을 잃어서는 안 된다. 즉 수문 매개 동물이나 특정한 균근균을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생물들은 적에게는 방어물질을, 이웃(친구)에게는 친화물질(예: 페로몬)을 방출하도록 진화했다. 생물다양성은 이런 적과 동지와의 관계로부터 파생되어 복잡하게 유지된다.
p. 159
생물종의 고유한 생명성에 대한 중요성은 인정하더라도 생태게의 효율적 관리 측면에서는 생물종이 동등하지 않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p. 165
풀을 뜯어먹는 동물들이 풀의 적이라 생각될지 모르나 풀은 오히려 그들을 먹는 동물에 의해 생장이 촉진된다. 초원지대의 들풀들은 지면으로 뻗는 수평줄기로 번식하는데, 들불과 섭식에 의해 지상부가 적절히 제거되어 초본들의 세력이 지속적으로 유지된다.
p. 167
생태게란 오랫동안 고유한 생명들에 의해 유지되어 온 질서가 중요하다.
p. 169
흔히 생태적 재앙들은 잘 짜인 생물 그물망의 그물코 하나에 구멍이 나면서, 서로의 통제력을 잃어버린 먹이망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생태계 관리는 이런 그물망을 잘 이해하고 그물코를 이루는 생물종을 보존함으로써 더욱 안정적으로 될 수 있다.
p. 171
지구에서의 멸종 사건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공룡의 멸종에 따라 포유동물이 지구상을 점거하면서 오늘날 인류 탄생의 토대가 만들어졌으니, 현생인류가 사라지면 어떤 생물이 탄생할지도 궁금하다. 비록 종류의 차이는 있지만, 궁극적으로 지구는 많은 생물들을 반복적으로 탄생시키고 키워 냈던 것이다.
p. 174
산림 내 생물다양성 관리의 문제는 경영 목적에 따라서 적절한 해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p. 180
오래된 숲은 비록 천이 초기의 다양한 생물종을 이끄는 힘은 약하지만, 특정 지역에 오랫동안 적응해 온 고유한 생물종의 절대적 서식지를 제공한다.
p. 199, 200
문자로 기록된 지구 최초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길가메시가 자신의 도시국가 우루크를 건설하기 위해 광활한 남부 메소포타미아의 숲을 점령하는 과정을 그린 대서사시 <The Forest Journey>에는 인간에게 내려진 오래된 생태적 저주가 실려있다. 결국 숲은 인간에게 길과 대지를 내주게 되었다. 이에 죽음에 임박한 사제 엔릴은 길가메시와 그의 군대에게 다음과 같은 저주를 내린다. “너희가 먹는 음식, 너희가 마시는 물, 모두 불이 삼키리라” 이 저주를 곱씹어 보면 오늘날 지구가 처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류가 지구의 숲을 파괴하면서 이 저주는 더욱 강력해졌으며, 우리는 이제 이 저주를 풀어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p. 216
물론 세계적으로 숲의 절대적인 면적과 더불어 숲의 질도 중요하다. 숲의 질이란 생산성으로 설명한다. … 숲을 전문으로 다루는 임업에서 숲의 질이란 곧 임목 축적량을 의미한다. … 우리나라의 임목 축적은 단위면적당 82.3m3(2006년 말)로 10년 동안 2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지구 숲의 면적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의 향상만으로 오늘날 위기의 상황을 모면할 수는 없다.
p. 217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뿐이다.
… 이제 지구의 인간과 생물은 그 어느 때보다 하나의 운명으로 연결되어 있다.
p. 217
숲은 인간의 방식이 아닌 자신들의 방식으로 관리되고 발전한다. 우리는 숲에 물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비료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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