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대상
자정
중앙고등학교 3학년 김혜빈
자정빛 어스름에
내달리던 한 마리의 고라니가
달려오던 빛에 몸을 부딪혔다.
쓰레기통에서 찾았을
곰팡이 가득 낀 빵 한조각을
입안 가득히 물고,
소름끼치게 아름다운
다홍빛 꽃잎들은 쏟아내었다.
아스팔트를 환히 비추던
빛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선명한
빛의 잔해만이 꽃잎들과 섞여
비명 가득한 고라니의
울음 속에 내비춰졌다.
흘러나온 꽃잎들을
고라니는 주워 담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언제적인지 기억조차 희미해진
찬란한 빛 가득한 숲 속을
고라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 속을 내달렸다.
하루의 끝점과 하루의 시작점,
그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자정의 시간 속에서
비명 가득한 고라니의 울음만이
어스름 가득한 자정의 고요함 속에
꽃잎을 잔뜩 뒤집어 쓴
고라니를 배웅한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최우수상
반성문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2학년 나윤서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유도 영문도
아무것도 모른 채
날을 꼬박 새워 꾹꾹 눌러 쓴
글씨의 뜻을 알아차렸을 때
이미 반성이 늦은 것을
알았습니다
수없이 그들의 가슴에 새기고
이리저리 그어 난도질을 하고
날을 뾰족 세운 펜으로 후빈 상처가
종이 한 장 붉게 적시는 줄도 모르고
그제서야
한 칸 한 칸 눈물방울
뚝뚝 흘리며
또박또박 고쳐 적는데
그 너덜너덜 구멍난 가슴으로
어찌 절 안아주십니까?
얼마나 아프셨습니까?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최우수상
저녁별
목포덕인고등학교 2학년 전대진
환하게 세상을 밝히는 가로등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잠들어 버린
새까만 밤이
자꾸 밀려드는 어둠 헤치며 걸어가는
나를 자꾸 따라온다.
-중략-
어둠이 재빨리 다가와
숨겨둔 보따리 챙기는 순간
그림자 같이 머물던 익숙한 몸짓은
어디론지 멀어지고
가로등 불빛 아래 춤추는 낙엽이
한참을 망설이던 작별 인사를 건낸다.
하늘 저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한숨을
가슴 한구석에 모으면
가냘픈 마음으로 먼 하늘 그려보는 눈가에
내민 손 뿌리치고 눈물로 떠나버린
철없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보인다.
바람의 추위에 시린 손 붙잡아주며
아직 낯설지 않은
가녀린 미소 하나
마음 한구석에 떠올릴 때
빛으로 숨져가는 추위에 몸을 숨긴
가슴 벅찬 재회향한
뜨거운 몸부림을 눈물로 다시 만난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최우수상
저녁별
문태고등학교 1학년 서태빈
우리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차가운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날
밝게 빛나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밝은 미래를 꿈꾸었던
18살 아름답고 꽃다운 나이에
당신을 떠나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당신과 함께 지내왔던
모든 순간을 가슴속에 묻어둔채
만날 수 없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위로하고픈
이제는 당신의 행복만을 바라는
따사로운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곁을 평생 지킬
당신의 길을 항상 밝게 비추는
우리는 저녁별이 되었습니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최우수상
축제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2학년 박유나
들었느냐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꽃잎을 타고
이슬이 춤추듯이 미끄러지던
새벽의 소리를
들었느냐
어미와 새끼가 조잘거리는 주둥아리를
맞대고
정다운 지저귐을 나누던
아침의 소리를
들었느냐
정수리에서 아지랑이가 피는 줄도 모르고
울부짖는 매미의 사랑을 갈구하던
한낮의 소리를
들었느냐
벌겋게 익어가는 노을 너머로
태양이 다가올 내일을 기약하며 자취를 감추던 황혼의 소리를
들었느냐
악이 활개치는 깜깜한 암흑을
불꽃놀이처럼 수놓는 별이 쏟아지던
자정의 소리를
들었느냐
정적의 바다에서 파도의 울렁임을 이기고
탄생한 새 생명이 꿀렁이던
태초의 소리를
너는 듣지 못했다
물과 바람과 흙과 나무가
66억의 시간 동안 매일마다 벌이던
축제의 소리를
자동차의 경적소리에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에
두 발의 영장류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고막의 혼을 뺏겨서
너는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최우수상
자정
영흥고등학교 1학년 이예은
집에 돌아오는 길은
가로등 몇 개 밝혀있는
쓸쓸한 밤
힘 없이 고개 숙여도
피곤해 눈이 감겨도
장난치는 내 그림자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는 사람 하나 없다
저어기 정자에 앉아 있는
사람 하나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 하나
손에는 녹고 있는
아이스크림 담긴 검정봉지 들고 있는
사람 하나
내가 언제 올 줄 알고
하염없이 기다리셨나요
나보다 더 고된 하루였을텐데
왜 티 안내고
나를 위로해주시나요
아빠 손 잡고 들어가는 길
엘레베이터가
가로등 하나 있는 길보다 밝은 만큼
서로의 미소가 더욱 밝아 보인다
나는 그 날 밤 자정의 짧은 시간 만큼은
쓸쓸하지 않았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최우수상
저녁별
목포덕인고등학교 1학년 이정민
내 마음 한구석 응어리져있는 기억
그 기억의 가장 깊은 곳을 마신다
이젠 더 이상 주인이 없는 집에
산 자들의 곡소리가 가득 눌러앉은 그 날,
눈물을 참으려 고개를 들었을 때 결국 밤하늘 한 점 수 놓아버린
세상에서 가장 밝은 별에 눈을 찔려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던 그 밤에
아직도 가슴이 저릿할 정도로
어두운 기억속에 흉터처럼 박힌 별을
오늘보다 날이 맑아서 마음까지 개어지는 날에 가만히 꺼내어
밤하늘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놀아 두어야 겠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우수상
재래시장
목포혜인여자고등학교 2학년 장희윤
예전엔 말이다,
기분 좋은 웅성거림이 가득하고
그리운 비린내가 그득 풍기는,
인정이 넘쳐 흘러서
사람들을 포근히 감싸주는
그런 공간이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이 서로 등을 돌려가며
저들만을 생각하게 되면서
그 따스했던 공간은
점점 자취를 감추고
네모반듯한 상자들만이
그의 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했다.
그 상자들 속에서
사람들은 입을 다문 채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만을
주워 담기에 바빴고,
그렇게 이기심으로 피폐해진
이 세상에서
그 따스했던 공간은
울며, 울며
자리를 내 주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그가 다시 돌아와
이 각박해진 세상 속에서
미소를 잃어버린 우리의 얼굴에
따스함을 가득 안겨주었으면,
그리하여
모두가 웃음 짓고 살 수 있었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우수상
단풍숲
목포고등학교 2학년 김아름
어느 한 가을에
나에게 그녀가 떨어졌다
그녀는 단풍숲 속에
언제인가 사라져도 모를
사람의 발자국처럼 사각사각
네게 다가왔다
어느새인가 그녀는
단풍숲 속에 낙엽잎처럼 사르륵
내게서 천천히 떨어져 갔고
결국 스산하고 고요한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잎처럼 서서히
멀어져만 갔다
어느 한 가을에
나에게 그녀가 떨어져 갔다
그녀는 단풍숲 속에
언제인가 사라져도 알게될
우리의 발자국처럼 타박타박
내게서 없어졌다
지금 나는
단풍숲 속에서 길을 잃었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우수상
따뜻했던 그 손
영흥고등학교 1학년 한경도
눈 내리는 차가운 밤
감취하신 아버지는 조용한 새벽에
붕어빵이 들어있는 붕어빵 봉투와
터덜터널 집으로 오셨습니다
어머니의 잔소리를 뒤로 하고
잠에서 깬 내게 건낸
차가워 보이는 붕어빵
겉이 차가운 붕어빵이 싫었던
철이 없는 나는
붕어빵 봉투를 책상에 두고
차가운 아버지의 등을 밀며
내 방에서 내보냈습니다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던
철이 없는 나는
책상에 있는 붕어빵을
한 입 먹었습니다
붕어빵 속의 팥은 아직도 따뜻했습니다
어쩐지 팥도 더욱 달달했습니다
따뜻했던 붕어빵을 먹고
안방에 이불 덮고 누워계신
아버지의 차가운 두 손을
살포시 잡아 보았습니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우수상
저녁별
목포덕인고등학교 2학년 신준섭
이른 봄 쌀쌀한 새벽공기가 등떠밀자 둔탁한 구둣발소리로 현관을 가득 메우자
들려오는 어린자식과 아내의 인기척에 혹여나 자신의 고단함이 단잠을 쫒을까
조심스레 빠져나와 아직 푸르지 못한바다를 야무지게도 검은눈으로 쏘아본다.
일을 마칠때면 땀으로 젖은 옷들이 무겁게 나를 짓누르며
고독함에 나를 사무치고
책임감이 나를 매질하자
치친 몸과 마음이 날 바다로 내던진다.
한몸이된 하늘과 바다는 서로를 친구라고 부르며 모든 것을 품에 안는다.
지친 나의 좁고 왜소한 등을 미리 품아놓았던 샛노란 별도 따사롭게 데워주며
깊은 칠흑을 헤엄쳐 벗어날 용기를 준다.
그제서야 번뜩이며 헤쳐나간 바다는 저녁별을 품어 감동을 주며
바다를 응시하는 나의 검디검는 눈동자 속에는 저녁별이 담겨 형형이 빛난다.
제6회 목포청소년문학대상 백일장 우수상
자정
영흥고등학교 1학년 정서현
오후 열 시
오늘도 불이 꺼진 집으로 향한다.
반겨 주는 이 하나 없는 집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야 할 집이
오늘따라 마냥 이질적이기만 하다.
오후 열한 시
익숙하다.
혼자 듣는 시계 초침 소리가
혼자 보는 밤하늘이
혼자 맞는 하루의 끝이
집이라는 독무대에
아무것도 모른 채 남겨진 기분이다.
오전 열두 시
자정이다.
오늘도 그녀를 눈에 담지 못 하였다.
그녀의 온기는 곧 나의 절망이다.
현관 앞에 앉아
누군가의 혈흔이 묻은 앨범을 펼쳤다 닫기를 반복한다.
곧 두 눈을 감는다.
절망 속의 하루는 어떠한 기억도
새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