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의정부로 들어갔다. 집방향쪽 콜을 기대하고 민락동으로 갔지만 삥바리콜을 세개정도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핸드폰을 뚜러지게 처다보고 있는데 500m 에서 자동콜이 들어온다. 35k 청평<<< 이렇게....사실 시간이 10시 30분정도라서 청평에 들어간다고 해도 12시 이전에는 충분히 들어가고도 남는다. 청평시내도 아닌 청평......그리고 1330-4번이 청평에서 막차가 12시니깐 충분히 타고 나와 금곡에서 10번타면 집으로 들어 올 수있다.
그러나 뚫어지게 쳐다보고 잡지 않았다. 금액도 똥콜이라고 볼 수있지만 작년 봄 청평에서의 악몽때문에 잡을 수가 없었다. 그 악몽을 이야기하고 싶다.
작년 3월쯤...대리시작한지 대략 3~4개월정도의 초보시절이다. 그날은 토요일 남양주에서 차를 대기시켜놓고 첫콜을 평소와 다름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비가 부슬부슬내리고....투잡인 나에게 토요일에 늦게까지 할 수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고 아다리만 잘 맞으면 15k정도는 새벽2~3시까지는 찍는다.
그날 가족과 식사를 하고 좀 늦은 8시에 남양주 수석동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수석동 풍속마을에서 꽤 단가 괜찮은 콜이 나오기 때문이다. 8시 30분쯤 핸드폰이 딩동소리로 울어 제낀다. 자동이 들어 오고 있었다. 그때는 착지는 보지 않고 가격만 보기때문에 가격먼저보니 55k....그냥 지져 버렸다. 그리고 착지를 보니 "청평" 이었다.
청평이라.....가는데 길어야 1시간 30분정도로 보면 도착시간이 10시면 춘천에서 오는 버스가 많을 것이라 생각하고 콜을 부른 소님과 통화를 하니.....아주 엣된 여자 목소리다. 자기도 이곳 지리를 모른다며 네비에 표시된 걸보니 "수석교"라고 한다. 수석교면 토평IC 바로 밑이다. 그냥 내리달려가니 강변북로 토평IC 밑에 비상등을 켜고 있었다.
이곳은 일반기사는 못오고 2인1조만이 가능한 장소....내차를 뒤에다 주차하고 손에게 가니 아줌마와 딸이 타고 있었다. 일단 승차하고 보니 술먹은 사람은 하나도 없고 아줌마가 운전초보라서 이렇게 비가 부슬부슬내리고 밤에는 운전을 한번도 안해봤다고 자기 남편에게 전화하니 대리를 부르라고 해서 대리를 불렀단다.
일단 출발을 하고 보니 그날 토요일에 가족들과 청평쪽 팬션에 모여서 놀기로 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퇴근후 좀 늦게 온다며 부인과 딸에게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지금 만약에 "청평쪽 팬션" 그러면 등짝에 땀줄기가 흘렀겠지만 당시는 대리운전 초보라서 천진난만(?)하게 차를 몰고 들어갔다. 그게 그날 나에게 악몽이라는 것을 모른체 말이다.
그렇게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신이나서 들어갔다. 청평시내에 들어가니 여기가 아니란다. 그래서 어디냐고 물었더니 임초리 팬션이란다. 그때서야 흠칫 놀랐다. 아무리 초보라지만 가면 죽을(?) 수도 있다는 대리기사의 본능이 꿈틀거리기에 일단 팬션에 위치 좀 물어 보자며 전화를 했다.
위치를 물으니 임초리로 들어와서 좌회전...쪽 직진해서....우회전.....다리건너....산 모퉁이 돌아서.....어쩌구 저쩌구....이건 아니다 싶어 거기에서 어떻게 나오냐고 팬션주인에게 물으니 청평콜택시 부르면 된단다. 요금은 7천원선.....옆에 아줌마가 눈치를 깟는지 자기는 55K 에 서울에서 청평 임초리까지 충분히 들어오는 금액이란다. 내가 그래도....라고 말을 흐리자 아줌마가 그럼 5천원 더 줄테니 들어 가잔다.
그 5천원이 대리기사들에게는 힘이 떨어져서 걷지 못해도 산골짝도 들어가게하는 특효약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일단 들어가자고 하여 5천원 더준다는 말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갔다. 들어가는데 혼자서 "어휴....여길 어떻게 걸어나와?" 라며 나는 택시를 타고 나올 생각에 별생각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팬션에 도착했다.
청평에서 임초리까지 그리고 임초리에서 팬션 산중턱으로 10분정도 차로 올라와야 하는 거리....비는 계속 내리고....팬션주인에게 택시를 불러달랬더니 명함을 준다. 청평콜택시연합 이라는 명함을 보고 전화를 한다. 그러나....그러나....전화를 안받는다. 아차차....오늘은 토요일....그리고 지방택시들 황금시간대....계속 전화를 하니 아예 전화를 안받는다. 팬션주인에게 물으니 토요일은 택시 부르기가 좀 어렵단다. 이 할망구가 청평에서 전화할때 미리 말해줘야지.....비는 계속 내리고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시간은 벌써 10시 10분이 지나가고....안되겠다 싶어 그냥 걸어내려가기로 결심하고 걸어갔다.
지금같으면 팬션주인에게 나 못간다며 드러 누웠을텐데 당시는 내일이 일요일이라서 쉬야 하기에 오로지 마누라와 자식이 있는 집으로 간다라는 생각으로 산중턱에서 내려가기로 한집안의 가장다운 아주 큰 결심(?)을 하고 걷기 시작했다. 비는 계속내리고....불빛하나 없는 산길....핸드폰으로 손전등을 키고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하면서도 혹시 몰라 청평콜택시에 전화를 하지만 이 존만이들은 전화를 계속 안받고....간간히 팬션으로 올라오는 차들은 보이지만 내려가는 차는 하나도 없다.
컴컴하여 발이 물에 빠지고 구두속으로 물에 젖은 신발을 신고 계속 내려간다. 원래 담력이 있어서 별 두려움은 없었으나 비가 내리고 옆에 묘지라도있는 곳을 지나면 왠지 뒤를 자꾸 돌아보게되고.....한 30분정도 걸어가니 아까 콜을 부른 아줌마가 전화가 온다. 와서 같이 자자(?)라는 말이 아닌 그냥 걱정되서 전화했단다. 그래도 양심은 있나보다. 걱정하지 말라며 전화를 끊고 계속 걸어가기를 1시간째.....
시간은 11시를 넘어간다. 바람도 분다. 비오고 바람불고 늦은시간과 시골 컴컴한 구석에....아주 대리기사가 좋아할 조건은 다 갖췄다. 중간쯤 내려오니 간간히 과수원과 아주멀리에 설치된 전봇대가 보인다. 전봇대가 이렇게 반갑고 눈물날때가 있는가? 그런데....그런데.....뒤에 차 불빛이 비춘다. 아~~~차가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세워야 한다는 정신으로 길가 옆으로 붙지 않고 차에 쳐도 좋다는 생각으로 중간에서 약간 나와서 차가 못지나갈 공간을 두고 무조건 손을 흔들었다. 차는 세웠고 대리기사라고 말하고 어디까지 나가냐고 물으니 일단 타란다. 이렇게 고마울때가...정말로 3대가 복을 받아도 시원치 않을 사람이다.
자기는 현리로 간다며 임초리 초입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11시에 현리에서 떠나는 막차(청량리와 현리)가 있을지도 모르니 가보잔다. 앞으로 1시간 걸어갈길을 15분만에 초스피드로 주파하는 슈퍼봉고차....11시20여분 다 되어가고 정류장앞에 내려줬다. 바닥에 물만 없었다면 큰절을 올리고 싶었다.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하니 웃으면서 간다. 시골 정류장....그때는 초보라서 버스시간어플이 있는지도 모르는 때라서 버스도착시간도 모르고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버스어플이 있어 도착시간과 버스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있지만 말이다. 마침 정류장앞에 편의점이 하나 있길래 마지막버스 떠났냐고 물으니 지금시간이긴 한데 갔는지 오는지 모른다고 퉁명스럽게 이야기 하며 아깐 뭐가 지나가긴 갔는데......갑자기 힘이 빠지며 이제 집사람과 아들에게 전하지도 못하고 여기서 장렬하게 죽는구나...라고 생각하고 출출하여 자유시간같은 초코바를 하나사서 주머니에 넣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불빛이....혹시나하고 보니 버스좌측에 있는 행선지 표지판에 불이 들어온 상태로 버스가 오고 있는 것이다. 후다닥 편의점 문을 열고 뛰어나가는데 편의점 바깥문이 한계단 아래 더 있는 것을 모르고 그냥 길바닥에 철퍼덕......상의,하의 모두 빗물에 젖어서 그지꼴......저 멀리 버스기사가 그 넘어지는 꼴을 보고 바로 내앞에 버스를 세운다. 생각해 보라. 자빠져 있는데 바로 앞에서 차문을 여는 광경을....통증을 느낄 사이도 없이 허겁지겁 버스에 오르니 앞에있는 승객들이 쳐다 본다. 쪽팔린다는 생각보다는 이 마지막버스를 탓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순간 온몸이 물에 젖었고 넘어지면서 까진 무릎과 온몸에 통증이 몰려온다.
그때 처음 현리에서 청량리까지 나가는 광역버스(1330-4)가 있다는 것을 알았고 청평에 12시에 도착하여 청량리고 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버스가 출발하여 가는데 반대편에서 같은 회사 소속버스가 획 지나간다. 하기야 이 버스가 마지막버스니 새벽2시까지 현리로 들어가는 버스가 있는 것이다. 잠시 숨을 돌리고 정류장에 버스는 정차하고 승객들이 내린다.
근데....근데.....이게 서울로 가는 버스라면 승객들이 타야 정상 아닌가? .....아뿔사.......정류장 반대편에서 타야 하는데 나는 지금 현리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까 반대편에서 획 지나간 버스는 서울로가는 마지막 버스.......김구선생이 나라를 잃은 표정도 지금의 내표정보다 덜 아쉬울 것이다. 현리로 들어가는 이버스를 타려고 빗물고인 길바닥에 엎어지는 생주접까지 떨면서 탓다는 말인가?
버스기사에게 물으니 아주 다정다감하고 짱친절한 목소리로 현리로 들어가는 버스란다. 결국 현리로 들어갔다. 그리고 현리터미날에서 혹시 나가는 콜이 있지 않을까하며 젓은 옷을 입고 바들바들떨기를 한시간....콜이 뜨기는..... 무슨 개뿔이나 콜이 뜨겠는가? 혹시 일요일이면 모를까.....결국 춥고 졸리고 저체온증으로 진짜로 죽을까봐 모텔로 들어갔다.
주말이라서 4만원.....옷을 벗어서 말리고 속옷까지 다벗고 오랜만에 딸한번 치고 아침까지 자는 수밖에....이후 나는 "청평"이라고 떠있는 콜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아무리 가격을 많이 주더라도....청평시내 <<<< 요런거는 잡지만....그냥 청평과 청평시내라는 차이를 그때서야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다. 아마도 이얘기는 왠만한 기사들 초보기사 시절에 다 겪었을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그날 60k 하나타고 그날 조져버렸다. 그후 모르는 오지는 절대 들어가지 않을 것과 지금 제 이야기는 절대 소설이 아닌 처절한 실화임을 경건하게 태극기앞에 맹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