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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일시: 2022년 7월 16일 (토)
o 날씨: 맑음 (고온다습)
o 코스경로: 오륙도해맞이공원 - 이기대 - 광안리해수욕장 - 민락교 - 요트경기장 - 동백섬 - 해운대해수욕장 - 미포항
o 코스거리: 18.4km (도상거리 17.6km))
o 소요시간: 4시간 반
o 코스정보 및 주요 여행포인트: 오륙도, 이기대, 용호동, 광안리해수욕장, 동백섬, 해운대해수욕장, 미포항
o 지역: 부산
o 일행: 나홀로
o 트랙:
o 코스지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을까? 아직 산행 버킷리스트도 많이 남았는데. 왜 갑자기 해파랑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뜨거운 여름 바닷가의 낭만이 떠오른 것일까, 아니면 여름 산행이 힘들어 잠시 회피하고 싶어서 였을까? 어쨋거나 생각을 했으니 행동으로 옮겨야지 하면서 모처럼 쉴수 있는 주말아침 일찍 베낭을 메고 나섰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에 도착하니 8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일단 주변을 둘러본다. 오늘이 초복인데 해무까지 짙어 고온다습한 하루를 예견해주고 있다. 오륙도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 코리아둘레길 남파랑길과 해파랑길의 시작지점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일단 인증부터 하고...
주위를 둘러본다. 바다를 향해 삐죽 튀어나온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이곳의 옛지명은 '승두말'인데 말안장처럼 생겼다고 '승두마'라고 부르던 것이 변한 것으로 해녀들과 지역주민들은 '잘록개'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해와 남해의 경계지점이기도 한 이곳 승두말에 2013년 '하늘 위를 걷는다'는 의미를 담아 '오륙도 스카이워크'가 개장하였는데, 35m의 해안절벽 위에 유리판 24개를 말발굽 형태로 이어놓은 모습이다. 9시부터 오픈한다고 하니 오늘은 틀린 셈ㅉ
전망이 좋은 스카이워크 광장에서 사방을 둘러본다. 해맞이공원 방향으로는 해파랑길 안내소와 오륙도SK VIEW아파트가 보이고, 눈을 돌리면 유람선 선착장 뒷편으로 부산항이 해무에 가려 신기루처럼 보이는 듯하다. 바다로 눈을 돌리면 부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륙도가 망망대해에 표류하듯 떠있고...
오륙도는 승두말(말안장처럼 생긴 육지끝이라는 뜻)로부터 남남동쪽으로 가지런히 늘어선 6개의 바위섬 (방패섬, 솔섬, 수리섬, 송곳섬, 굴섬, 등대섬)인데, 동쪽에서 보면 여섯 봉우리가 되고 서쪽에서 보면 다섯봉우리가 된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오륙도를 보고 있자니 조용필님의 대표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 노래가 저절로 흥얼거려지고...
해파랑길안내소에 들러 스템프북을 사서 (두권 15000원), 그 옆에 있는 스템프 보관함에서 1코스 스템프를 찍은 다음 대장정(^^)을 시작한다. 해파랑길은 이곳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약 50개코스, 750km에 이르는 트레일을 말하며,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 삼아 함께 걷는 길이라는 뜻이다. 남해는 남파랑길(1470km), 서해는 서해랑길(1800km), DMZ지역은 평화의 길(524km)이 있으며 이 모두를 합해 약 4544km의 '코리아 둘레길'이라는 트레일이 완성된다.
오륙도 해맞이공원을 지나면 해파랑길은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따라 광안리로 이어진다. 이기대(二妓臺)는 임진왜란 당시 수영성을 함락시킨 왜장이 벌인 잔치에 불려갔던 두 명의 기생이 왜장에게 술을 잔뜩 먹여 취하게 한 후 함께 바다로 뛰어들었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원래 의기대(義妓臺) 였으나 후에 이기대가 되었다고 한다. 논개와 비슷한 스토리가 숨어 있는 곳이다. 그 시대에는 기생조차 이렇게 충절이 깊었는데 현대의 세태를 생각하면 남부끄러울 뿐이다. 광안리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는 바닷가의 절경과 파도소리를 들으며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 부산시민은 물론 외지에서도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이기도 하다.
농(籠)을 포개 놓은 듯한 모습의 농바위는 해안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롱다리의 반대말이 숏다리가 아니고 '농다리'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옛날 농은 다리가 아주 짧거나 아예 없는 것이 특징이었다. 해안길을 따라 나무데크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지난번 왔을 때는 공사구간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무계단은 물론 이기대의 비경을 즐길수 있는 전망포인트와 안내판 등이 군데군데 잘 설치되어 있다.
어울마당을 지나면 바다와 인접하여 걷는다. 건너편으로는 부산해운대의 마천루가 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해무에 휩싸인 모습이 마치 신비의 도시를 보는 듯하다. 광안리 쪽으로는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 광안대교가 장관이다. 길이 약 7.4km의 2층 교량으로 국내 최대의 해상교량이라고 한다. 이것이 건설되면서 광안리 앞바다의 조망을 가리긴 하지만 부산남구와 해운대와의 접근성이 엄청 좋아졌고,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엄청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나온 이기대 해안산책로는 오륙도 해맞이공원에서 동생말까지 약 4.7km의 거리이며, 해파랑길 중에서도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특히 동해의 시작점이자 해돋이의 명소로서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다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동생말(전망대)부터는 도로를 따라 광안리해수욕장으로 이어간다. 예전의 용호동은 부산의 대표적인 외곽 노후지역이었는데 지금은 고층아파트와 정비된 도로를 보면서 격세지감을 실감하게 된다. 해파랑길1코스는 갈맷길 2코스와 정확하게 겹친다. 걷다보면 해파랑길 표식과 갈맷길 표식이 함께 붙어있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때로는 해안누리길, 광안리 수영강변길 등 지자체에서 조성한 다양한 트레일과도 겹치고...
좌측으로 알록달록한 중층아파트단지가 부산 재건축아파트의 대표격인 남천삼익비치아파트이다. 한때는 부산을 대표하는 부촌아파트였고 지금도 그 명성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로 치면 잠실5단지나 대치동 노후아파트와 비견될 것 같다. 매매가격이 서울의 왠만한 아파트보다 비싸다고 하니...
광안리 해수욕장은 여름 바캉스의 성지라고 할 수 있다. 해수욕장의 길이는 약 1.4km, 폭은 20~110m의 질 좋은 모래사장이 있으며 해수욕장과 더불어 인근에는 레스토랑, 카페, 패션상가 등이 즐비하여 볼거리와 먹거리 그리고 피서의 즐거움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밤에는 광안대교의 아름다운 야경이 장관이며 불꽃축제도 유명하다. 해운대가 Global하게 논다면 광안리는 젊음에 좀더 무게를 둘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의 낮고 허름한 난전 같았던 수산시장이 민락 횟집거리로 탈바꿈한 모습이다. 횟집거리를 돌아가면 부산시 수산업협동조합 민락활어위판장을 지나 수영만으로 접근한다. 통상 어시장의 뒷골목은 허름하고 지저분할 것이라는 편견은 민락수변공원을 걸으면서 어김없이 깨져버렸다. 컬러풀하게 재정비된 모습에서 도시의 미래상을 보는 것 같다.
수영만을 따라 간다. 상전백해한 건너편의 해운대센텀시티의 마천루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쪽 민락동에 새로 들어선 고층아파트단지도 Surprise...
어릴적 수영에 살고 계시던 고모집에 놀러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기억으로는 수영비행장이 있었고 바닷가 쪽으로는 동명목재와 바다에 둥둥 떠 있던 통나무들이 전부였던 시골틱한 어촌이었는데 수영비행장이 있던 곳은 지금 초현대식의 센텀시티가 들어섰고 바다쪽으로는 요트장과 마린시티가 들어섰다. 몇십년 사이에 천지가 개벽한 것이다.
부(富)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요트가 정박해있는 요트경기장을 지나간다. 물론 경기(시합)를 위한 요트도 있겠지만 바다에서 남다른 낭만을 즐기기 위한 개인요트도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요트경기장 뒷편으로는 마천루빌딩들이 하늘을 가릴 듯 솟아있다. 언젠가 이곳 부동산을 방문하여 시세를 물어보고 매수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내가 가진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지만 작은 전용면적과 불편해 보이는 집안구조를 핑계삼아 되돌아 나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전용면적이나 구조보다 위치와 뷰의 가치가 훨씬 중요했었는데...ㅎ
마린시티 해안도로를 따라 1.2m 높이로 쌓은 방벽 800m에 영화의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1천만 관객 영화존, 애니메이션존, 해운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존 등으로 꾸며져 있고 포스터와 주요장면을 묘사한 조형물들이 설치되어 있는데 구경하며 걷다보니 예전 추억도 함께 소환된다.
마린시티를 지나 동백섬으로 들어간다. 가수 조용필이 노래했던 동백섬은 여수 오동도, 거제 지심도, 서천 마량리 동백숲, 광양 옥룡사지 동백림과 함께 동백꽃 명소로 알려진 곳이다. 동백섬입구에는 예나 지금이나 웨스틴조선호텔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간의 세월만큼 오래된 호텔인데도 해운대를 대표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백섬 남쪽 끝에는 누리마루APEC하우스가 자리잡고 있다. 누리마루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정자 개념을 도입한 곳으로 2005년 APEC정상회담과 2019년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장소로 이용되었다.
누리마루전망대에 서면 누리마루 뒤편으로는 광안대교가, 건너편으로는 이기대가 한눈에 보이는데, 날씨가 좋을때는 대마도까지 볼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 아래에는 신라말 대학자 최치원 선생이 이곳의 자연경관에 매료되어 대(臺)를 쌓고 바다와 구름, 달과 산을 음미하면서 주변을 거닐다가 큰 바위에 '해운대'라고 새긴 석각이 있다. 해운대라는 지명도 이것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리고 동백섬하면 떠오르는 황옥공주 인어상은 1974년 처음 설치되었으나, 1987년 태풍 셀마때 유실되어 1989년에 높이 2.5m, 무게 4톤의 청동좌상 인어상을 새로 제작하여 다시 설치하였다고 한다. 태풍 셀마때 유실된 원래의 인어상은 상체부분만 회수되어 부산박물관에 보관중이다. 예전 기억으로는 저곳까지 내려갈 수도 있었고 주변에는 바다고동(소라)를 삶아 팔던 상인들도 많았었는데..
부산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피서인파가 넘칠 법한데 고온다습한 날씨 탓인지 오늘은 절정의 모습이 아니다. 국제적인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보니 해변에서 피부를 드러내놓고 썬텐을 즐기는 피서객도 대부분 외국인이고...
해운대해수욕장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는 해운대관광안내소안에 2코스 스템프보관함이 있다. 이뜻은 이곳이 1코스의 끝이며 2코스의 시작점이라는 뜻이다. 해파랑길 안내서나 지도에는 해수욕장 동쪽끝 미포항이 1코스의 끝이라고 되어 있는데 근래에 바뀐 모양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미포항까지 고고~~
미포항은 해운대해수욕장 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와우산 아래에 위치한 조그마한 포구로 도심속 어촌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와우산은 장산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습인데 미포는 그 소의 꼬리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갯가라고 하여 미포(尾浦)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금은 해운대 관광유람선 선착장이 있으며 근래에 동해남부선이 이설된 후 모노레일과 바다열차가 운행되는 곳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각 코스의 스템프 찍는 곳이 시작점에 위치하고 있다. 해당 코스를 완주한 후 또는 중간에 스템프를 찍는 것이 일반적일텐데 시작할때 스템프를 찍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마도 동기부여 차원이 아닐까^^.
갑작스럽게 시작한 해파랑길이지만 할수 있는데 까지 해볼 생각이다. 1코스를 마치고 해운대에 살고있는 친구를 만나 점심먹고 커피한잔 하고 또 남자들의 수다도 떨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