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한약학(韓藥學)과 서양의학(西洋醫學)으로 이루어져있다. 한약학(韓藥學)은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온 전통의학으로 치료에는 침(鍼), 뜸(灸), 한약 처방 등이 이용되고 있다. 특히 한약 처방은 우리나라의 산과 들에서 나는 약초(藥草)로 구성이 되어 익숙하고 친숙하다. 이에 반해 서양의학(西洋醫學)은 조선 후기에 도입된 이후 과학적 진단과 표준화된 처방을 통해 의료 점유율을 높이며 확장을 하고 있다. 두 의학은 공존하면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향상에 큰 이바지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약학과 서양의학이 이론체계와 치료법이 달라 비교가 많이 된다. 서양의학은 질병에 의해 변화한 인체의 상태를 촬영 또는 과학적 수치를 통해 접근하여 객관성이 보장이 된다 이에 반해 한약학은 동양철학의 핵심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중심으로 발전하여 형이상적이고 추상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어 환자의 상태를 판단함에 있어 개인적 주관이 많이 들어가고 객관화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을 많이 받고 있다.
그렇다면 한약학에서 개인적 주관을 배제하고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처방을 통해 한약학을 이해하는 것이다. 즉, 질병을 판단하는 시각이 아닌 처방을 선택하는 시각으로 한약학을 바라보는 것이다.
한약학은 음양오행을 통해 인간의 생명현상과 질병을 밝혔으며 그에 따라 처방을 발명하였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인간의 생명현상과 질병이 처방을 통해 구체화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상한론(傷寒論)』에서 ‘질병은 다 한약 처방과 더불어 상응하므로 이에 복용한다.(病皆與方相應者, 乃服之)’라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즉, 한약 처방은 인간내에서 음양오행이 변화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을 처방으로 구체화시킨 것이다. 따라서 음양오행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여 질병이 발생하는 과정에 따라 처방을 배치시키면 한약학을 보다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인간의 생명현상과 질병을 판단하는 과정까지는 철학이지만, 질병을 판단하여 처방을 선택하는 과정은 의학이므로 한약 처방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개인적 주관 개입을 최소할 수 있다. 철학에서 의학으로 변화하는 과정에 한약 처방이 있다.
한약학의 역사에서 인간의 질병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처방들을 선별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한약학의 역사와 연관이 된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처방들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수많은 연구와 임상경험을 통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처방들과 학파들 사이에서는 우열(愚劣)이 있을 수 없으며, 서로 대립되지도 않는다. 모두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므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약학 역사에서 어떠한 처방들이 핵심을 이루고 있을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처방들이 바로 정부가 정한 처방들이다. 법규 또는 고시를 통해 정해놓은 『한약조제지침서』에 수록되어 있는 100처방, 건강보험급여 56처방, 식약처 한약제제 처방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지므로 가감(加減)이 중요하다고 반론할 수도 있지만 가감(加減)은 원방(原方)에서 부가적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 가해지는 행위이므로 원방의 본질에는 영향을 미치지는 않다. 즉, 한약 처방 선택에서 가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한약학의 질병관과 서양의학에서 질병관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양의학 관점에서 한약학을 바라본다는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정한 의미의 의료협진 또는 한방의 과학화는 두 의학을 모두 이해한 후 가장 잘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진단은 서양의학으로 하고 치료는 한약 처방으로 하는 경우일지라도 환자의 상태를 한방원리(韓方原理)에 기반하여 바라본 후 처방을 선택해야한다.
한약학 역사를 통틀어 인간의 질병을 가장 잘 나타내는 처방들을 선별하고 배치시키는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 이러한 처방들이 현재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알아보고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