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이었던, 열아홉
열아홉 살의 비망록
내가 사는 세상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달빛이나 햇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윤슬도 아니었고, 깊은 물속처럼 어두운 것도 아니었다. 딱 나는 바람에 흘러가는 잔물결 정도였다.
고등학교 처음 들어와서 담임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이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2학년 때는 담임 선생님께서 감자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처음 심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셨다. 나는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알았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자주 이야기해주셔서 잔소리로 들린 적도 있었다. 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불태울 만큼 열심히 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게으르게 빈정 되었던 것도 아니었다. 나는 내가 절반의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고 게으른 것도 아닌 절반, 인간관계에서도 깊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은 절반, 성적도 높은 것도 아니고 낮은 것도 아닌 절반이었다. 나는 어쩌면 이 절반을 좋아하는 것 같다. 누구보다 뛰어나지 않고 누구보다 뒤처지지 않은 그 평범함이 좋았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평범함이 나에게 좋은 쪽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고등학교 들어와서 목표도 없었고 원하는 것 없이 그냥 살아가고 있었고 진로도 오뚝이 마냥 매번 바뀌어서 휘청거렸다. 목표가 있더라도 그 목표에 내가 갈 수 없는 실력이라고 판단되어 쉽게 포기했었다. 어쩌면 나는 끈기가 부족했고, 나를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고3이자 10대 마지막인 나이 19세는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과 행복 혹은 누군가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될 수 있다. 누군가는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1학년 때까지 목표가 없었던 내가 고2 2학기 때부터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의 다친 사람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이 만약 내가 간호사였다면, 내가 응급처치를 할 수 있어서 바로 가서 도와준다면 같은 생각이 종종 들었던 적이 있다. 만약 누군가가 다치거나 쓰러진다면 내가 도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간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간호학과는 내신 등급이 높아 불가능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까지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한 것이 많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간호학과는 공부도 빡세고, 실습, 환자를 케어하는 일이 쉽지 않고 힘들어서 부모님이 약간 반대하시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초등학교 때부터 절반을 좋아하던 내가 절반이 아닌 그 선을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지고 있던 절반의 생각을 바꾸지 않고 계속해서 가져간다면 내 미래는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고3의 마지막 1학기를 전보다 더 나아가기 위해 더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공부한 만큼성적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고3 때는 모두가 열심히 하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더 열심히 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래도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좌절하지 않고 남은 기말고사를 더 열심히 해서 내가 원하는 곳에 가 열심히 살아 아픈 사람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
과거처럼 끈기 없고, 못할 것 같고, 나를 과소평가해 쉽게 포기했던 것은 과거로만 남겨두고, 미래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 끈기 있게 살아가고 싶다. 지금 내가 가졌던 생각과 목표가 미래에 이루어진다면 나는 내가 성장했다고 느낄 것 같고, 이 계기로 더 나은 사람이 될 것 같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힘들어도 앞으로 나아가는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좋아했던 절반을 버리고, 완전히 나로서..
첫댓글 이미 너무 멋진 너란 인간❤️🔥
19살 같이 불태워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