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있는 인생
열아홉 살의 비망록 김승현
인생은 매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범한 중산층 부모 아래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특출난 재능이라고 할 것도 없고 그저 꽤 활기찬 아이로 살았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잘 놀고, 잘 다치고... 내 스스로 어느 정도 철이 들었다고 생각할 때즘에는 그나마 점잔은 소년이 되었다. 여전히 그 시절이 남아있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바로 오늘, 내 인생을 돌아보는 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가기는 조금 불안해 하루 전부터라도 고민해 봤다. 여전히 활기찬 아이인 내가 꽤 고뇌에 빠졌다. 내 인생에서 자랑거리라 할 만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내 인생을 말하자면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조금 가혹하게 말하자면 잘난 부분이 없었다. 공부는 싫다며 성적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고 예체능 분야에 강한 흥미라던가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끈기도 부족하여 무언가 한 곳에 열중하여 열심히, 오랜 시간 내본 것도 없었다. 작심삼일의 대표적 예시 중 하나로 나를 지목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별거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나, 김승현에게 누군가 다가와 "그렇다면 네 인생은 별 가치가 없네?"라고 한다면, 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아니, 내 인생은 가치 있다."
가치 있는 삶의 기준을 정하기에는 꽤 어려움이 있겠으나 내 나름의 기준을 정하라고 한다면 누군가에게 거리낌 없이, 자랑스럽게 말할 단 한 가지라도 있다면 그 삶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에게는 별것도 아니고 매우 보잘것없으며 우스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게는 부끄럼 한 점도 없으며 소중한 추억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삶일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한 것이 생길 것이다. "평범하기 짝이 없는 김승현의 삶은 가치 있나?" 라던가, "김승현의 삶에는 단 한 가지의 무언가 존재하는가?" 정도로 말이다. 솔직하게 대답하면 나는 아직 그 한 가지를 찾지 못했다. 인생을 허송세월로 보낸 탓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김승현의 삶이 가치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궁금할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이유를 알고 있다. '인생은 매미와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가끔 여러 매체에서 이러한 표현을 볼지도 모른다. '가공되지 않은 원석'. 이는 가공이 되어야 비로소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원석으로 아직 본 실력을 스스로 꺼내지 못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이것을 보고 나는 다른 표현이 쓰고 싶었다. 진부한 표현보다는 참신한 것이 재미있지 않겠는가. 그게 바로 매미이다. 아실까 모르겠는데, 매미는 성체가 되기 전까지 평균적으로 약 3~7년 정도를 성장하다가, 성체가 되어 드디어 바깥세상에 나와 공기를 마시지만 겨우 2~3주가량만을 산다고 한다. 인간이 보는 매미는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것이 바로 내가 인생을, 원석을 보고 매미를 떠올리게 된 이유이다. 이것들의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바로 언젠가 그 진정한 가치가 빛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내 인생은 가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아직 나는 땅속에서 성장하는 벌레요, 미래에 성체가 되어 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게 될 매미이니, 지금의 나는 언젠가 그 가치 있는 단 한 가지를 찾기 위해 기다리는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아직은 별 볼 일 없는 삶이라도, 매미가 되기 위해 기다리는 당신의 삶은, 가치 있다.
나는 아직 확신한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 귀가 얇아 매체에서 접하는 직업들에 쉽게 눈길이 가기도 하고, 진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인지하지 못한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 부모님께서는 내가 건축 쪽으로 가 건물 설계 같은 일을 하시기를 바라시는 모양이지만, 나는 요리사 같은 직업을 가져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고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부모님은 반대하시지만 말이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기회만 된다면 직업 체험 같은 것으로 이 직업 저 직업 돌면서 하루라도 일해보고 싶은 심정이다. 이럴 것이면 자연고나 갈까 그랬나? 하지만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인데, '직업은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건 당신의 마음이다.' 참 멋진 말이 아닌가? 그래서 난 아직은 조금이라도 더 고민해 보기로 했다. 집에서 요리라도 하면서, 더드림 프로그램으로 목공예 반이라도 하면서, 길이라도 걸으면서, 유튜브라도 보면서, 꿈나라에 빠져 들면서, 진정한 내 마음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어느 직업이든 매미가 될 수 있으니. 그리고 참고로, 어디서 주운 그 말은 사실 내 생각이다.
첫댓글 보고 울었습니다.
꽤 철학적이고 멋지네요👾
좋은글.잘읽었습니다.횐님도.오늘.행복한.하루.보내시라요^^
심도와 깊이를 향유하는 이상은 기다림이 아름답다 느끼기에 충분하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5.26 1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