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회의 시가 있는 아침, 23/12/22)
버스3/ 박미림
- 이방인
타국에서 살아남는 법을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을 터
교통 카드를 찍고
필사적으로 프레스를 찍었을 어깨 위로
영하 15도 송곳 바람이 터를 잡았다
너무 멀리 왔다고 후회한 순간
공장장의 육두문자는 월급 통장에 꽂힌다
웃자란 손등의 흉터가 순해지고 있다
손톱에는 자잘한 때가 물들어 가고 있다
불량이 유독 많은 날은
새참 대신 모멸감으로 배를 채우고
잔업이 있는 날은 통장을 꼿꼿이 펴
인출 없는 잔액을 확인한다
뻑뻑한 하루가 간다
눈물 스윽,
버스로는 갈 수 없는 고향
핸드폰 속에서 출렁이고 있다
바다 건너가는 길 멀기만 하다
(시감상)
연말, 연초는 사람들이 이동하는 계절이다.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 집으로 가는 사람들, 돌아가는 사람들, 모두 귀소본능이라는 감각을 갖고 태어났는지 돌아가고 있다. 이주 노동자들이 늘어가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늘어가면서, 고향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주변의 성실한 외국인 근로자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다. 타국이라는 곳에서 막연히 고향을 그리워할 그들에게 손 내밀어 보자. 우린 다 같은 사람이다. 따뜻하게 건네는 인사 한마디, 말 한마디가 그들에게 어쩌면 작은 힘이 될지도 모른다. 시인이 버스 정류장에서 본 것은 같이의 가치다. 춥다. 모두가 다 같이 춥다. 서로에게 온기가 되는 한 해가 열리길 소망한다. 자드락자드락 눈이 내리는 성탄절이다. (글/ 김부회 시인, 평론가)
(박미림프로필)
중봉문학상, 김우종 문학상 외 다수 수상, 김포문협 고문, 시집(애기봉 연가) 외 다수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