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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ele - My Same
까칠한 연구실
w. 뭉뭉달
“안녕하세요~”
“응. 여주왔네.”
“네. 어? 이거 뭐에요?”
“교수님이 두고가셨어. 우리 먹으라고.”
“오 맛있겠다.”
“응 먹어. 다 먹어도 돼.”
교수님이 나 찾으면 EM실 갔다고 전해줘~ 우희언니는 들고 있던 글러브에 바람을 후후 넣어 손에 끼워넣으며 랩실을 나갔다.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오믈렛 하나를 크게 베어 물었다. 곧장 달달한 크림맛이 입안에 퍼졌고 나는 흐흥- 하는 콧노래를 부르며 나머지 반도 입에 넣고는 손을 탈탈 털었다.
아, 오늘 워터베스 닦아놓으라고 했는데. 수업 가기 전에 닦아놓을까. 누가 쓰고 있으려나. 안쓰고있으면 닦아놓고 수업가야겠다. 나는 입 안에 가득 들어찬 오믈렛을 냠냠 씹으며 겉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두었다. 아, 하나 더 먹을까. 짱맛있,
“다 어디갔어.”
“켁, 깜ㅉ…! 안, 안녕하세요.”
“왜 너만 있어.”
“…우희언니는 방금 EM실 내려가셨고,”
..나머지 분들은 저도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뒤에서 나타난 민석선배는 왠지 모르게 화가 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잔뜩 쫄아 티가 나지 않게 입가를 쓱쓱 닦고는 눈만 굴리며 눈치를 보았다.
“하…”
대학원을 가겠다고 인턴을 신청하고 이 연구실에 출석도장을 찍은지가 벌써 두 달이 넘어가는데도 민석선배와는 인사빼고는 제대로 말을 나눠본 적이 없었다. 매일 얼굴을 보면서도 여적지 번호조차 물어보지 못했을 정도였다. 사실 나보다 오래된 선배들도 민석선배와는 많이 친하지 않다고 했다. 예민하고 까칠한데다 틈도 없고… 한마디로 그냥 좀 어려운 사람이랄까.
나는 우물쭈물 민석선배의 눈치를 보며 손을 뒤로 돌려 손가락에 묻은 가루를 솔솔 털어내었다. …가뜩이나 눈꼬리도 매서운 사람이 왜 인상까지 쓰고 그래… 안그래도 무서운데 더 무섭게…
“…하.”
“…….”
“너 수업 언제야?”
“10시 반이요.”
“A동?”
“아뇨. B동이요.”
“그럼 알코올 들고 따라와.”
“네? 아, 넵!”
글러브랑 마스크도. 민석선배는 짤막히 할말만 하고 뒤를 돌았다. 나는 입 안에 남은 오믈렛을 한번에 꿀꺽 삼키고는 서둘러 민석선배를 뒤쫓아갔다.
*
나는 민석선배를 따라 랩실 옆에 붙어있는 작은 실험방으로 들어갔다. 민석선배는 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장 글러브에 알코올을 뿌려 소독을 하고는 인큐베이터를 열었다.
“…어, 이게 무슨 냄새....”
“이거 다 버려.”
“…이걸 다요?!”
“싹 다 컨탐이야.”
1층부터 3층까지. 전층 다 비워.
(*컨탐;Contamination: 오염을 뜻하는 말)
인큐베이터를 열자마자 그 안에서는 정체모를 이상한 냄새가 훅 끼쳐나왔다. 내가 당황해서 민석선배를 바라보자, 민석선배는 내게 건네받은 마스크를 쓰고는 인큐베이터 안의 디시와 플라스크들을 모조리 꺼내 쓰레기통에 처박기 시작했다. 가득 차 있던 인큐베이터는 민석선배의 손길에 사정없이 비워졌고, 나는 어쩔 줄 모르고 그것을 바라보다 뭐하냐는 민석선배의 눈초리에 허겁지겁 글러브에 알코올을 칙칙 뿌리고는 민석선배를 따라 인큐베이터를 비워나갔다.
인큐베이터가 거의 텅 비어가고 반대로 큰 쓰레기통이 거의 반 이상이 차갈 즈음, 방 밖으로 소란스러운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민석선배는 손을 멈추고는 곧장 방을 나가 랩실로 들어갔고, 나는 곧 좋지 않은 일이 터질 것이 직감되었다. 빨리 비우자. 비우고 저 사람들이 들어오기 전에 이곳을 떠나자. 나는 바삐 손을 움직이며 인큐베이터의 디시를 쓸어내렸다. 하지만 다 비우기도 전에 실험방 문이 열리더니 민석선배와 랩실선배들이 우루루 실험실 안으로 들어왔다.
“헐 인큐베이터 전체가 컨탐됐다고?”
“말이 돼? 선배 이거 진짜 다 컨탐이에요? 어떻게 전층이 다 컨탐이야?”
“야 근데 냄새 졸라 이상해. 뭐야, 곰팡이야? 효모?”
“뭔데? 헐, 컨탐이라고?”
선배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쓰레기통과 인큐베이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걸 진짜 다 버린다고? 말도 안돼… 나 어제 실험 해놓은거 그냥 날라간거? 그럼 그냥 나 이번주 날아간건…
“야 강철수.”
민석선배의 말에 소란스럽던 실험방 안이 순식간에 쥐죽은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뒤에서 김밥을 먹으며 실험방 안으로 들어오고 있던 강철수선배가 뭐, 나? 왜? 하며 고개를 쭉 내밀었다.
“너 어제 마지막으로 인큐베이터 썼지.”
“그랬을걸?”
“인큐베이터 층 구분 안하고 아무데나 니꺼 넣어뒀고.”
“아. 그거 그냥 자리가 없길래. 왜.”
“왜?”
민석선배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던 플라스크 하나를 강철수 선배에게 던지듯이 밀었다. 달그닥하며 플라스틱이 책상 위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방 안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 플라스크로 쏠렸다.
“지금 너 때문에 싹 다 컨탐된 거 안보여?”
“뭐?”
“나한테 묻지말고 니가 한번 보라고.”
버젓이 강철수 선배의 이름이 적힌 플라스크 안으로는 붉은색이어야 할 메디아는 컨탐으로 인해 노랗게 변해있었고, 맑아야 할 플라스크 겉면은 무언가 끼인듯 뿌옇게 보였다. 굳이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진 않았지만 육안으로도 저 플라스크 안에 문제가 생겼음은 확실해 보였다.
(* 메디아; 일종의 세포 배양액)
강철수 선배는 당황한 듯 자기 플라스크와 민석 선배를 번갈아 바라보았고, 민석 선배는 그런 강철수 선배를 보며 끼고 있던 글러브를 벗었다.
“야”
“……아, 아니. 이게 왜…,”
“내가 뭐 쳐먹으면서 실험하지 말라 그랬지.”
“……야.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한거 아니냐? 쳐먹으면서라니.”
“이게 심해? 그럼 뭐라고 그래?”
“…….”
“고상하게 벤치 앞에서 칼질했다고 할까?”
“야.”
“이번주 랩실 실험 다 통으로 날아갔는데.”
“…….”
“고작 쳐먹는단 말이 심하다 이거지.”
순식간에 살벌해진 분위기에 선배들은 입을 다문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나는 인큐베이터에서 꺼내던 플라스크만 손에 쥔 채로 눈만 굴리며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크를 놓쳐버렸고, 그게 달그닥 하는 큰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버렸다.
“아…!”
“…….”
“아…아이고… 죄…죄송…”
“그만하고 나가.”
“네?”
“수업가. B동수업이라며.”
“…….”
“칼질하신 분이 나머진 처리하신대잖아.”
그것도 아주 고상하게.
민석선배는 벗은 글러브를 쓰레기통에 쳐박아 넣고는 거칠게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강철수 선배는 들고 있던 김밥을 손으로 짓이기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눈치를 보다 얼른 수업 가봐, 하는 다른 선배의 말에 겨우겨우 실험방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
실험하던 모든 디시를 다 버렸으니 당연스럽게도 오늘은 실험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업을 갔다다시 랩실에 돌아왔을 땐 우희언니가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어도 된다며 내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이런 날 쉬어야지 또 언제 쉬겠어.”
“……아, 네.”
“들어가서 쉬고. 다음주에 보자.”
나는 그 말에 꾸벅 인사를 하며 랩실을 나왔다. 그때까지도 철수선배와 민석선배는 보이지 않았다.
*
연구실에서 나와 기숙사를 올라가려다 혹시나 싶어 백현이에게 전화를 하니, 과방에 있던 백현이가 기다렸다는 듯 튀어나왔고, 우리는 학교 근처 치킨집으로 향했다. 나는 치킨을 먹으며 오늘 랩실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와… 진짜 살얼음판이었다니까.”
“원래 랩실이라는 곳이 전쟁터란다, 아가야.”
“지는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가봐야 아냐.”
“뭐래.”
“그리고. 강철수 선배에 김민석 선배래매.”
그걸로도 말 다한거지.
백현이는 내 말에 몸서리를 치며 포크로 치킨을 쿡 찔렀다. 으, 생각만해도 소름.
“둘이 학부때부터 사이 안좋았잖아.”
“진짜? 왜?”
“사람 자체가 극상성이잖냐.”
“그건 그렇...지.”
“한명은 존나 완벽주의자에, 한명은 모든게 대충대충.”
한명은 조오오온나 까칠한데 다른 한명은 조오오오오오온나 쎈척하고. 어으. 둘을 누가 붙여놨냐고. 운명의 장난이라면 그만둬달라고. 백현이는 그렇게 말하며 치킨을 입에 쑤셔넣었다.
“하필이면 왜 그런 랩실에 들어갔냐.”
“내가 알고 들어갔냐.”
“대학원은 딴 실험실 가 그럼.”
“그래도 교수님은 좋으신데.”
“하긴. 조교수님이 좋긴 하지.”
“…일단 뭐, 좀 더 버텨보고.”
안되면… 그냥 다른데 가야지 뭐.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맥주를 한모금 마셨다. 사실 오늘이 아니라면 분위기도 거의 항상 좋은 편이고, 연구비도 넉넉해서 딱이긴 한데.
“내일이 토요일인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내일도 랩실을 나가야 했으면 난 차라리 죽은 척을 했을거야.
*
“어, 야. 나 기숙사 열쇠 랩실에 두고왔다.”
“어… 같이가줘?”
“아니 됐어. 너 찬열이한테 가봐야 한다며.”
“어 그새끼 지금 완전 꽐라.”
“가봐. 나는 랩실 들렸다가 기숙사 올라갈게.”
“알았어. 들어가서 전화해.”
“응.”
백현이와 인사를 하고는 나는 다시 랩실로 향했다. 시간을 보니 거의 11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됐대. 나는 약간 걸음을 빨리하며 실험실로 올라갔다. 얼른 기숙사 들어가서 씻고 자야지. 내일 완전 늦잠잘꺼야. 12시에 일어나야지. 아 근데 술 좀 오르는 것 같다.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랩실로 올라갔다. 아, 그러고보니 문이 잠겼을건데. 다시 경비실에 갔다와야하나. 나는 돌아서 내려가려다 혹시나 싶어 랩실문고리를 돌려보았는데 놀랍게도 문고리가 부드럽게 돌아갔다. 어, 뭐야 아직 누구 안갔나? 나는 조심스럽게 랩실 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누구 계세요.”
나는 조심조심 랩실 안으로 들어갔다. 랩실에는 불도 켜져 있었지만 그 누구도 대답하는 사람이없었다. 뭐지, 누가 불 끄는거 까먹고 갔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상서랍을 열고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는 다시 나가려는데 문득 어디선가 색색하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숨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발을 옮기니,
“…….”
“엄마야!”
왠 고양이 한마리가 민석 선배의 책상 위에서 몸을 말고는 도롱도롱 자고 있었다. 뭐야, 왠 고양이? 아니 그것보다, 고양이가 여길 어떻게 들어왔대?
흐트러진 각종 페이퍼들과 펼쳐진 전공서적 위에서 제집처럼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는 고양이를 보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야옹아. 자?”
“…….”
“…너 여기서 자면 안되는데.”
나는 고민을 하다 조심스럽게 고양이의 머리를 다독다독 쓰다듬어 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길에 잠에서 깬건지 고양이가 고개를 들고 나를 보다 놀랐는지 펄쩍 뛰며 뒤로 물러났다.
“냥!”
“놀랐어? 미안. 근데 너 여기서 자면 안돼.”
“……그릉.”
“얼른 집에 가서 자. 나 여기 문 잠글거야”
“…….”
“너 못봤다고 할 테니까 얼른 가.”
내 말에도 꿈쩍을 않고 있던 고양이는 내가 엉덩이 부근을 두드리자 질색을 하며 뒤로 물러서더니 제 털을 바짝 세웠다. 그러더니 고양이는 폴짝 책상에서 뛰어내려 문쪽으로 걸어갔다. 뭐야, 쬐끄만게 고거 되게 앙칼지네.
“또 오면 안된다. 알았지?”
“…….”
“모르는구나. 여기 주인 되게 무서워.”
“…….”
“너 컨탐이 뭔지 알아 컨탐?”
그거 되잖아? 그럼 너 칼질했다고 혼나.
내 말에 고양이가 슥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고양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잘가.”
“…….”
“지금까지 즐거웠고, 다시는 컨탐되지 말자.”
“…….”
가만히 나를 보던 고양이는 곧 어디론가 가버렸다. 나는 천천히 고양이가 간 길을 쫓아 랩실을 나왔다.
…근데 민석선배는 가방도 두고 퇴근하셨네. 내일도 출근하시려고 하나. 아 몰라. 나 너무 추워. 졸려. 가서 자야지.
민서기 최소 인간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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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업..! 까칠한 밍서기라니..! 그것도 고양이 라니 너무 좋자나여ㅕ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