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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월산을 만나러 갔다가 자신을 만났다네. ▣
▲하산하면서 돌아본 일월산 풍경.
Ⅰ. ( Prologue )
이름에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는 산이 있지요.
해와 달을 상징하는 日字峰·月字峰을 거느리고,
해와 달을 동시에 품은 산, 일월산이 그러합니다.
굿판에서 가장 먼저 불러내는 산신이 있지요.
영험한, 으뜸 기도처로 알려진, 接神의 땅.
무속인들 고정 레퍼토리 1번이 ‘일월산신’이라지요.
월자봉은 무속신앙의 성지로 꽤 알려진 곳이고,
일자봉 아래는, 통고·백암·청량산이 조아리는 곳.
그 일월산을 대장으로 품은 산줄기를 찾아갑니다.
Ⅱ. 산행 얼개
1. 언제 : 2024년 7월 28일 (일요일).
2. 누구랑 : 뫼또메 종주클럽 여러분과 함께.
3. 어디를 : 일월지맥 첫째 마디
〔일월재~분기봉~(황씨부인당)~일월산~당리고개~수고넘이재〕
Ⅲ. 산행 지도
Ⅳ. 산행 흔적 및 느낌표 버무리기
▲여기는 일월산 기슭, 덕산지맥 마루금입니다.
마음에 점찍어 두었던 일월(동천)지맥을 걷기 위해,
해발 960m를 그저 날로 먹고서, 산행 출발선에 섰습니다.
▲출발선에서 돌아보다가 잠시 착시현상에 빠졌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덕산지맥의 1062m봉을 분기봉으로 착각,
저기 올랐다가 돌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기소침했지요.
▲(현재위치).
정신줄 붙잡고 찬찬히 등고선을 살펴보았답니다.
이리저리 해골을 굴려서 찾아낸 결론은,
일월지맥 분기봉은 월자봉 오르는 중간에 있다는 것.
▲걸음걸음에 두근거림을 얹고서 월자봉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여름날은 아침부터 푹푹 찌면서 엄포를 놓고 있네요.
▲두리번두리번, 이쯤이 분기봉일 텐데.
분명 선답자가 매달아 놓은 산패가 있을 텐데.
▲월자봉 오름길은 다양한 풍경을 선보입니다.
산이라는 학교에서 만나는 수많은 풍경들은,
산 아래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만큼이나 소중하지요.
▲만나는 풍경들의 표정을 읽으려고 눈을 크게 뜹니다.
풍경 속에 밴 세월의 긴 이야기를 들으려고 귀도 쫑긋합니다.
▲잔잔한 능선을 걸어갑니다.
차분하게 밀월을 즐기는 기분으로 걸어갑니다.
▲동자꽃이 천지 삐까리로 산자락을 덮고 있네요.
혹여나, 목을 길게 늘이고 기다리던 황씨부인의 넋이런가.
▲풍경이 담고 있는 긴 이야기를 들으려고,
풍경 한 조각, 허투루 대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답니다.
▲무더위 속에 서 있는 거목이 비장해 보입니다.
어쩜, 절제된 아름다움 같은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지형적인 영향 탓일까요.
햇살과 안개의 합작품인 신비감이 유탄처럼 날아들었습니다.
▲(월자봉 풍경 1). 일월산은 해·달로 상징되는,
음양의 정기가 조화롭게 모이는 산이라고 정평이 나 있습니다.
▲(월자봉 풍경 2). 일자봉은 해를 보도록 동쪽에 배치했고,
월자봉은 달을 보도록 서쪽 황씨부인당 위에 배치했다고들 합니다.
▲일월산 산령각을 지나치면 산꾼의 자세가 아니지요.
KBS중계소 가는 산길, 그 우측에 희미한 길 흔적이 있습니다.
▲(황씨부인당 풍경 1).
맑은 산공기가 산꾼의 살을 비집고 들어오는 듯한 인상을 주었네요.
▲(황씨부인당 풍경 2).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꽹과리 소리와 물 흐르는 듯한 무속인들 목소리.
▲(황씨부인당 풍경 3).
거기에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시원한 바람소리까지 합세하니,
일월산 산신각 주변은 가히 '소리들의 천국'이라 할 만하였네요.
▲(황씨부인당 풍경 4).
산신각 오르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는 미륵당 돌할머니.
▲(황씨부인당 풍경 5).
꼭대기에서 서낭나무를 거느리고 산천을 호령하고 있는 山靈閣.
▲(황씨부인당 풍경 6).
메인 타이틀답게 황씨부인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네요.
올라오는 측면에 ‘부인당’이라는 문패가 있었지만,
황씨부인의 내밀한 공간인 듯하여 일부러 저어했답니다.
▲(황씨부인당 풍경 7). 무속인들이 기도처를 찾는 이유는,
자신들이 모시는 신의 소리를 듣기 위함이라고 언뜻 들었습니다.
▲(황씨부인당 풍경 8).
일월산 산령각 옆에 서서 아랫세상을 굽어봅니다.
맑고 밝은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 어디 무속인들뿐이겠습니까.
▲일자봉을 향해 타박타박 걸어가면서
심금을 울렸던 클라이머 한 사람을 생각했습니다.
영국의 알피니스트인 Frank.s.Smythe는
「The spirit of the Hills (산의 영혼)」에서 갈파했지요.
등산은 운동·도전이 아니라, 명상을 위한 산책이라고.
산에는 평지보다 더 큰 것, 즉 영혼이 존재한다고.
높이란 거의 의미가 없고 중요한 것은 산 그 자체라고.
▲KBS중계소 앞에서 길은 두 갈래로 갈립니다.
일자봉 고스락은 국가시설이 독점하고 있어서 ,
일반인은 밟을 수가 없다는 슬픈 현실에 직면했네요.
▲좌측을 선택하고, 8~9부 능선길을 따라갑니다.
누군가의 염원을 담은 케언이 아쉬움을 달래주었네요.
▲햐얀 빛이 사실은 여러 빛깔로 이루어졌듯이,
햇빛에 드러난 풍경도 많은 시간과 흔적으로 엮어졌을 테지요.
▲우회하는 산길이 참 참하게 뚫려 있습니다.
국가시설이 초를 치거나 재를 뿌리는 경우가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우회로 전망대 풍경 1).
좌측에서 특급 바위 전망대가 유혹을 하고 있네요.
▲(우회로 전망대 풍경 2).
산보다도 더 맑고 큰 영혼을 가진 분입니다.
▲(우회로 전망대 풍경 3).
산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과분한 존재입니다.
▲(우회로 전망대 조망 1).
흔히들 ‘일월산 장군봉’이라 말하는 걸 보니,
장군봉(1136.5m)도 일월산의 한 지릉에 속하나 봅니다.
▲(우회로 전망대 조망 2).
통고산이 외치고 있는 듯합니다.
“낙동정맥의 터줏대감은 바로 나야 나.”
▲곱게 청태를 걸치고 있는 나무의 자태, 수더분해서 아름답네요.
▲연한 색깔의 노루오줌꽃이 길을 밝히고 있습니다.
▲일월산 야생화의 대세는 산수국과 동자꽃인 듯.
곳곳에 함초롬히 피어 산을 풍성하고 돋보이게 합니다.
▲(일자봉 풍경 1).
일월산 정상을 막아놓아서 산사람들에게 미안했는지,
제법 멋을 내어 정상석과 해돋이 시설을 마련해 놓았군요.
▲(일자봉 풍경 2). 푹푹 찌는 한증막 더위 속에서도,
시원한 바람이 해돋이광장의 표지석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일자봉 풍경 3).
바람이 퍼뜨린 더위에 대한 대증요법이
막걸리로 인해 그 탁월한 효과가 배가되었지요.
▲(일자봉 풍경 4).
여기서 낙동정맥 위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영접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겠는데요.
▲머리도 식힐 겸, 대동여지도에서 일월지맥을 찾아봅니다.
일월산, 흥림산, 작약산으로 연결되는 맥을 확인할 수 있고,
동쪽 大川(반변천)과 서쪽 靑杞川(동천)의 분수령임을 확인할 수 있네요.
▲(일자봉 조망 1).
통고산과 대령산 사이에는 왕피천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겠지요.
▲(일자봉 조망 2).
아직 미답지인 금장지맥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일자봉 조망 3).
낙동정맥할 때 일월산을 바라보던 기억을 되살려주신,
바랑 님의 추억창고에 더 많은 산그림이 그려지길 소망합니다.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슴의 떨림을 안고 즐겁게 산길을 걸어갑니다.
▲(쿵쿵목이). 이 근처가 광산지대였을까요.
“땅 속이 빈 것 같이 쿵쿵거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산나물로 유명한 산이라서 그런지,
산나물 채취의 흔적이 도처에서 발견됩니다.
▲전례가 없다는 기상청의 예보에 덜미를 잡혀서인지,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힘들어하네요.
▲일월산의 엄청난 매력에 홀딱 반해서,
자빠지고 찢어지고 하면서도 헤헤거리며 즐거워합니다.
▲(베틀바우).
옛 물건의 이름이 들어간 지명을 마주할 때마다,
선인들과 시간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베틀바우 조망 1). 청량산 육육봉은 여전하겠죠?
김생굴에서 바라보던 청량사의 야경이 죽여주었는데.
▲(베틀바우 조망 2).
베틀바우는 일월산의 너른 품새를 실감할 수 있는 풍경맛집이네요.
▲(베틀바우 조망 3). 참 좋은 세상입니다.
이리도 높고 큰 일월산을 올라갈 때는 날로 먹었으니....
▲일상의 찌든 때로 인해 거칠어졌던 감정이
녹색의 산길을 거치면서 아름답게 다듬어지기를 희망합니다.
자연에서 새롭게 배우고, 새롭게 사랑하고 새롭게 생각하렵니다.
▲(방아목).
▲일자봉 이후 대체적인 흐름은 내리막이지만,
지맥의 특성상 가끔씩 강짜를 부리며 가풀막이 제공되곤 합니다.
▲이장된 묘지 위에 원추리가 외롭게 피어있습니다.
꽃말이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걸 증명하려는 걸까요.
▲무엇인가를 향해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고 계시는 산벗님.
카메라를 통해 마음속에 전달되는 메시지가 담백했으면 좋겠습니다.
▲산벗님의 카메라 방향을 따라갔더니,
거기 가늠할 수 없이 아득한 하늘금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바람조차 통과하기 힘들 만큼 촘촘한 솔숲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에서 서늘한 바람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472.4m봉)
▲(당리고개).
그늘에서 산벗님들과 산중방담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운치있는 수림 속 임도를 사브작사브작 걸어가는데,
문득 가슴을 쳤던, 어느 자전적 소설의 경구가 떠올랐지요.
‘싱거운 일로 시간을 낭비할 만큼, 우리의 생애는 풍부하지 못하다.’
전쟁을 치르듯 오르고 내리는 우리의 맥산행도 과연 싱거운 축에 들까요.
▲범산은 여지없이 부끄러워지고 말았지요.
맨땅 님의 산에 대한 진지함과 뜨거운 열정 앞에서.
진지함과 열정을 가진 당신은 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500.9m봉)
별다른 특징없이 지루한 숲길을 반항하듯이 걸어갑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지요. 저항의 상대는 바로 자신임을.
▲우리의 가장 큰 명제가 건강이라면,
우리는 그걸 산행에 얼마나 비벼넣고 있을까요.
▲(수고넘이재 풍경 1). 날머리 911도로가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오늘 산에서의 하루도, 사람이 되어가는 숙성의 시간으로 생각해야겠지요.
▲(수고넘이재 풍경 2). 오늘 하루도 폭염을 뚫고 열심히 걸었네요.
산의 영혼에 합당한, 어떤 내재율에 도달하기 위해 계속 힘쓰야겠죠.
▲(수고넘이재 풍경 3).
아직 미답지로 남은 산줄기는, 갈아보고 싶은 원광석입니다.
Ⅴ. 산행 기록
Ⅵ. ( Epilogue )
일상은 등을 떠밀었고, 산자락은 손을 끌었지요.
산은 지친 일상에서 늘 희망의 등대가 되어주고
생존의 전장터에서 내재화의 알찬 대상이 됩니다.
무슨 수로 산에 떠도는 맑은 기를 잡아챌까나?
전쟁 치르는 기분으로 한여름 산을 올랐습니다.
가지런히 펼쳐진 능선들에 시선이 머물렀고,
지평선엔 햇살이 빗줄기처럼 떨어져 내렸습니다.
안티테제 없이 발전하는 테제가 있었던가요?
빛이 빛 노릇 하자면 어둠이 있어야 하는 법이죠.
망원경으로 내부의 자신을 멀리서 찾았던 걸까요.
산으로 인해, 저항의 상대는 자신임을 알았습니다.
---산행기를 읽어주신 귀한 당신, 더 행복하세요.---
첫댓글 멋진산행기잘봤슴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산을 향한 맨땅 님의 열정에 부러움을 느낍니다.
저희 산파고파 산행클럽과
함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