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불량써클 개다리파의 리더였던 내가 중학교 3학년 때 일이다.
내일은 전 학년 때 검사가 있는 날.
먼 거리에서 통학하는 아이들은 집에서 물을 데워 고무다라에서 목간할 테지만, 읍내에 사는 나는 학교를 파하고 군내 유일했던 목욕탕으로 향했다.
탈의실에는 이미 많은 빡빡머리 아이가 옷을 벗고 있다가, 나의 출현에 앞다투어 인사를 건넨다.
"음~ 음~" 고개를 굽신거리는 아이들에게 다소 거들먹거리며 손을 한번 들어주고 김 서린 문을 밀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으로 들어서서도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고개 숙여 인사한다.
"음~"
그 상황을 한번 쓰윽 훑어보다 자연스럽게 탕 쪽에 시선이 멈췄다.
너덧 명이 물에 뜬 바가지처럼 빡빡머리를 내밀고 앉았다가 마찬가지로 인사를 건넨다.
그런데, 한 놈이 실눈을 지그시 뜨고 미동도 없이 내 출현에 반응이 없다.
(뭐야? 아직도 나를 모르는 놈이 있다니, 전학 온 놈인가?)
생각을 마치기 무섭게 그 건방진 놈의 정체를 묻는다.
"넌, 뭐야 인마!"
"중 2인데요!"
"얀마, 난 중 3인데 선배를 보고 왜 인사 안 하는 겨!"
"중2라고요..."
얼추 사십 년전에 내 동생이 이 유머를 건네며 혼자 낄낄거리며 웃는데, 내 반응은 "당최 이 이야기가 뭐가 웃겨서 혼나 실성한 것처럼 웃지?"라는 것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 "옵빠, 이해 못 하는구나. 잘 생각해 봐~"라며 돌아섰는데, 돌아서는 동생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다시 곱씹어 보고야 유머의 정체를 이해했다.
나는 요즘도 가끔 그때의 상황을 생각하며, "동생의 유머를 이해 못 했던 내가 웃겨" 혼자 실성한 놈처럼 낄낄거리고는 한다.
[뽀나스}
나무가 화가 난 이유는?
-매일 나무래서~ㅋㅋㅋ
첫댓글 저도 Chat GPT가 이렇게 그려주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