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ㅡ 한밤마을의 봄 1
지은이 ㅡ 서원자
한밤마을 가던 날
경칩도 한참 지나
햇빛이 따사롭다
팔공산 머리에는 아직도 흰 눈
동산계곡 타고 오는
바람은 매포하다
고만고만한 돌로 쌓은
이어진 돌담길
이끼 끼어 푸르고,,,.
종택 솟을대문 앞에는
줄 지어 피어나는
노오란 산수유꽃
문안 인사 드리려는
노랑 저고리의 새댁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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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ㅡ 한밤마을의 봄 2
지은이 ㅡ 서원자
한밤마을 가던 날
산수유 나무 꼭대기에
마중나온 까치소리
야트막한 돌담
틈으로 속삭이는
때때옷 입은 유년의 기억들
팽이 돌리기 널뛰기 자치기
까르륵 까르륵 웃음소리
고샅길에 흐르는
따사로운 햇살
넉넉한 종부의 품
우뚝 선 양산서원 앞
환하게 밝힌 벗꽃
도포 입은 어른들의 헛기침소리
저절로 옷깃 여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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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ㅡ 모란 이야기 1
지은이 ㅡ 서원자
서른에 장만한 마당 있는 첫 집에
친정의 모란 한 그루 들고 와
심어주고 가신 아버지
모란은 아이들과 키맞춤 하듯 자라
송이송이 얼굴만한
붉은 꽃들을 피웠고
아이들은 꽃그늘에서
엄마 아빠되어
짙푸른 잎과 붉은 꽃잎으로
밥도 짓고 국도 끓여
또래들과 소꿉장난을 했다
모란이 환하게 필 때
막내딸이
ㅡ 아부지예 ㅡ 부르면
ㅡ오야 오야ㅡ하시던
아버지가 꽃 속에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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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ㅡ모란 이야기 2
지은이 ㅡ 서원자
큰 딸을 보러 바다 건너 갔을 때
아장아장 걷는 손자들을 데리고
동네 한바퀴
집집마다 풍성하게 가꾼 정원
아가들은 꽃밭에 기어다니는 달팽이가 신기하고
나는 처음 보는 파스텔톤의 큰 꽃이 신비롭다.
어느날 산책할 때 보니 그만 없어져 버렸네
서성이는 나를 본 집주인이
화병에 담긴 그 꽃을 가져와 보여주었다.
수입해 키우고 있다는
이국에서 처음 본 화려한
또 다른 이국의 모란.
화원마다 발품 팔아 뜰에 심어두고
모란꽃이 피면
아장아장 걸음마 떼던 손자들의 발뒤꿈치가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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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ㅡ모란 이야기 3
지은이 ㅡ 서원자
송화가루 날리는 사월에
마시리에도 모란은 피어난다
과수원에서 늦게 일 하다가
보름달 아래 모란꽃을 보며
ㅡ 마카 느거 얼굴 같더라 ㅡ
하시던 어머니
꿈을 찾아 대처로 나간 남매들
함께 꽃을 볼 자식들은 곁에 없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ㅡ 마음이 예뻐 머릿결이 명주실타래 같네 ㅡ
하지만 아버지 보다 더 엄했던 어머니
음력 사월 보름
달빛도 교교한데
살뜰한 모성의 노란 꽃심
붉은 모란이 지고 있네
프로필
영천 출생, 효령면 거주
영남일보, 매일신문 기자 역임
서양화가ㅡ2021년 경북미술대전 입선, 개인전 5회
꽃술은 황금빛 노랑[중국 茶文化를 찾아서] (출판사 삶과꿈)2000년 발간 - 서원자 지음
시화전
제목 ㅡ 예쁜 돈
지은이 ㅡ 서원자
집에 왔다가 가는 손녀와 손자에게 용돈을 준다.
초등학생 누나는 파란 배추잎
세살 손자는 주황색
세살 손자는 누나의 돈을 보며 고개를 도리도리
입으로는 ㅡ 아니아니ㅡ
아는 걸까?
ㅡ 나도 예쁜 돈 주세요 ㅡ
할아버지 지갑이 또 열리고
나가는 파란 배추잎
ㅡ 할아버지 예쁜 돈 주셔 감사합니다 ㅡ
떠나면서 차창 열고
돈 흔들며 인사하네
아가 너희들은
그 종이의 가치를 늦게 알았으면,,,.
그것의 무게에 눌리지 않기를 기도한다.
첫댓글 옥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