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과 꽃 향기가 아름다운 날, 새벽 공기를 가르며 성전으로 가는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낮게 내려앉은 짙은 회색구름만 없었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상쾌하였을 날이었지만 미풍과 꽃향기가 모든 것을 압도하여 좋은 날이었습니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성전으로 가는 길은 두 길, 하나는 차량길 가장자리에 줄을 뛰어 인도로 구분해 놓은 길과 석재로 마감해 놓은 계단 길이 공존해 있습니다. 선택은 계단 길, 오름의 끝 계단에 서자 저만치 앞에 서계신 성모님을 마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잠시 서서 기도를 드린 후 천천히 성전 로비에 당도하였습니다. 계단을 다시 오르자 계단 참바닥 벽 앞에서 반겨 주시는 성가정 상 앞에 당도하였습니다. 두 손을 모아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렸습니다. - 마리아와 요셉에게 순종하시며 가정생활을 거룩하게 하신 예수님, 저희 가정을 거룩하게 하시고 저희가 성가정을 본받아 주님의 뜻 따라 살게 하소서. 가정생활의 자랑이며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 집안을 위하여 빌어주시어 모든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시며 언제나 주님을 섬기고 이웃을 사랑하며 살다가 주님의 은총으로 영원한 천상 가정에 들게 하소서. 아멘- 기도를 드린 후. 슬쩍 아기 예수님 손가락 끝 마디를 움켜 잡았습니다. 성 가정의 평심을 전이 받으려는 꾀였습니다. 그런 후 남은 계단을 올라 층바닥에 오른 후 성수를 손에 적셔 성호를 긋고 입당하며 절을 올린 후 장의자에 앉아 심신을 평정으로 고르게 하려 눈을 감았습니다.
정심과 분심이 교차하며 혼란이 이어졌지만 긴 호흡으로 간극을 늘려 나가자 서서히 요동들이 잔잔해져 갔습니다. 오늘 요일을 확인 후 당일 성무일도 오전 기도서를 펼쳤습니다. 한 줄 또 한 줄씩 낭독하여 끝낸 후 매일미사 오늘 화면을 고정한 후 미사참례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신부님의 입당과 함께 미사참례를 갖고 새벽미사 참례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성당 직접 조명등이 대부분 꺼지고 간접조명등이 켜진 불빛 아래 조용히 숨을 죽이고 생각해 두었던 묵상의 시간을 갖었습니다. - 자신에게 묻고 있었습니다. 너는 지금 어디 즈음에서 무엇 때문에 존재하며 그 존재에 대한 가치는 무엇이라 확신하는가? 그리고 확신 후 너는 어디로 무엇 때문에 가려고 하는 것이냐? 라고 묻고 있었습니다.긴 침묵 끝에 내린 답은 묵언이었습니다. 묵언이 뜻하는 바는 바로 다음에 였습니다. 참 요즈음 마음은 궁색합니다. 이 묵상의 시간을 정리한 후 사제관과 연결되어 있는 통로 중앙으로 나와 성모상 앞으로 다가섰습니다. 모자를 벗고 허리를 굽혀 참배에 대한 예의를 갖춘 후 성모성월 기도드리고 물러서서 십자가의 길이 아름답게 펼쳐진 길 따라 걷다 다시 성가정 상으로 다가섰습니다.
그리고 나무 계단으로 오른 후 철쭉동산 원형 안부를 돌아 동산 정상 팔각정에 서서 며칠사이 심어 놓은 꽃밭을 바라보며 새삼 꽃밭의 정겨움을 느꼈습니다. 어느 화원처럼 질서 정연한 풍경은 아니지만 들쑥날쑥한 꽃 줄, 종, 횡열이 자연의 마음을 닮았다는 생각에 젖게 만들어 주어 편안했습니다. 동산은 성전과 양로원 사이 모퉁이 동산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숲은 아침에 느끼는 고요가 풍성한 생태의 숲이었습니다. 눈을 바로 들어 하늘을 보자 나뭇잎 사이로 드러난 하늘빛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후드득후드득 맺혔던 이슬방울들이 바람에 흔들려 떨어지는 소리인가 하였더니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털어내며 쏟아지며 내는 비 소리였습니다. 서두르고 재촉하며 발 길을 돌려 비가 내리는 숲을 빠져나와 집으로 달렸습니다. 저에 본 당으로 가고 오는 길은 늘 평화가 가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