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곡유고 서(潛谷遺稿序)
해평 윤신지尹新之
음(音)은 마음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정(情)은 마음 속에서 동하여서 성(聲)으로 형용되는 것이며, 성(聲)이 문장(文章)을 이룬 것을 음(音)이라고 한다. 그러니 여기에서 성음(聲音)의 도(道)가 정치와 더불어 통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므로 다스려진 세상의 음은 편안하면서도 즐겁고, 혼란한 세상의 음은 원망하면서 노한 기운을 띠고 있으며, 망한 나라의 음은 슬프면서도 근심스러운 것이다.
나는 백후(伯厚 )가 지은 《조천록(朝天錄)》의 시와 문이 어떤 세상의 음인지는 모른다. 지금까지 요해(遼海)를 건너서 폐백을 받들고 사신의 명을 띠고 간 것이 몇 차례나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많았으나, 일대에 추앙되는 바는 오직 오 상국(吳相國 ), 김청음(金淸陰 ), 김백후(金伯厚) 등 겨우 몇 사람에 그칠 뿐이다.
백후의 조행(操行)과 경술(經術)은 이 세상의 모범이 되니, 문장이야 그에게 있어서는 여사(餘事)일 뿐이다. 절구(絶句)와 근체시(近體詩)를 지으면서 정경(情景)을 그려냄에 있어서는 꾸밈이 없이 자연스럽게 지었는데도 저절로 읽는 이를 감동케 하는 아름다움이 있는바, 마음을 깎아내고 내장을 도려내듯 수고롭게 하지 않고, 꽃을 아로새기고 옥돌을 다듬듯이 공교롭게 하지 않으면서 감정을 드러내기를 힘써서 맑은 운(韻)을 잃지 않았다. 이에 지나치게 부박하거나 화려한 태가 전혀 없다.
오언시와 칠언시 및 장편시는 기력이 혼후하고 서술함에 법도가 있어서 옛날 시인들의 풍모가 있다. 등해교부(登海嶠賦)는 초사(楚辭)와 아주 흡사하여 굴원(屈原)이나 송옥(宋玉)의 풍모가 있고, 상진홍범서(上陳弘範書)는 제(齊) 나라 장수 노중련(魯仲連)이 연(燕) 나라 장수에게 보낸 편지와 나란히 견줄 만하며, 건제체(建除體)로 지은 동환후시(東還後詩)는 당 나라의 시인 원 도주(元道州 )의 적퇴후시관리(賊退後示官吏)나 용릉행(췍陵行) 등의 여러 작품들과 서로 우열을 견줄 만하며, 바다를 지나면서 해신(海神)에게 제사한 글 10여 장은 글자를 놓은 것이 정백(精白)하여 한결같이 성의(誠意)에서 나와 귀신과 사람을 감동시킬 만하다.
이는 대부분 모두가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항상 가슴 속에 간직하여 잊지 않음에 정성이 아련하게 피어 오르고 단어를 쓴 것이 진실하고 분명한바 참으로 도(道)가 있는 자의 말로, 시를 짓는 도와 글을 쓰는 체모가 이에 이르러서 더할 것이 없다.
공이 당하였던 처지로 논하면, 먼 이역 땅에 지체되어 있을 적에 종국(宗國)이 병화에 휩쓸리게 되어 간간이 걱정이 깊고 염려가 크며 충분(忠憤)이 솟구치고 감정이 격한 말이 있는바, 그 소리가 의당 애절하여서 급하고 근심스러워 슬픔을 면치 못함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부드럽고 화창하기가 이와 같으니, 이는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이미 확고하여 사물을 보고 느낌에 있어서 성정의 바름을 잃지 않은 것이다. 만리장성(萬里長城)과 갈석산(碣石山)은 수륙(水陸)으로 만리나 떨어진 곳에 있는데도 백후는 그것을 마음껏 취해서 장쾌한 유람거리로 삼았으니, 이는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서도 능히 다스려진 세상의 음을 만든 것이다.
백후가 나에게 한 마디 해주기를 요구하기에 내가 이렇게 써서 보내주었다. 그러자 백후는 내가 지나치게 추켜 세우는 말을 하였다고 화를 내었다. 나는 말을 아는 자가 아니니, 나의 말이 경중(輕重)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 말을 써주기를 바란다면 그런 말을 해줄 사람에게 써주기를 요구하지 않고 어째서 나에게 써달라고 한단 말인가. 이는 바로 허물을 지적하고 반론을 제기하여 서로 도와서 발전해 나가고자 하는 것이 그 뜻인 것이다.
비록 그러나 깨끗한 옥(玉)이라서 티를 찾을 수가 없고, 수후(隋侯)의 야광주(夜光珠)라서 빛을 가리우기가 어렵기에, 끝내 나의 말을 고치지 못하고 우선은 참람하고 망녕스러운 견해를 기록하여 후세의 말을 아는 자가 바로잡아 주기를 기다린다.
정해년(1647,인조25) 늦은 봄에 해평 후인(海平後人) 윤신지(尹新之)는 쓰다.
潛谷先生遺稿序[尹新之]
音。生於心者也。情。動於中而形於聲。聲成文謂之音。是知聲音之道與政通矣。故治世之音。安以樂。亂世之音。怨而怒。亡國之音。哀以思。余未知伯厚朝天錄詩若文。是何世音也。自遼海塡游。玉帛梯航。不知其幾度。而一代所推。唯吳相國,金淸陰,金伯厚僅若而人而止耳。伯厚操行經術。爲世模楷。文章。是其餘事。絶句近體。寫出情境。天然去飾而自有金玉聲。勞不劌心鉥腎。巧不雕花刻玉。務長於情。而不失其淸韻。絶無浮靡流艶之態。五七言長篇。氣力渾厚。敍事有法。有古作者體。其曰登海嶠賦。逼近楚騷。有屈宋之風。其曰上陳弘範書。與魯連遺燕將書竝驅。其曰東還後建除體。與元道州賦退後。示官吏舂陵諸作。相上下。其曰過海祭神文十數章。致詞精白。一於誠意。有可以感動神人者。大都忠君憂國惓惓不忘。誠悃藹然。遣辭眞的。其眞有道者之言哉。詩道文體。至是而無以加矣。以公所遭者論之。迹滯異域。宗國被兵。間有憂深慮遠忠憤激切之言。其聲宜未免噍而殺戚以悲矣。而乃能嘽緩舒暢如此。惟其存乎中者旣確。感於物而不失其性情之正。長城碣石水陸萬里。恣伯厚取以資其壯遊。此其所以遭亂世而能爲治世之音者歟。伯厚要余一言。余以是復之。伯厚怒余以稱道太過。余非知言者。言之不足爲輕重明矣。如以言也。不于其人乎求之而于余哉。正欲指瑕阻塹。交益相長者。其志也。雖然。荊玉不可覓玼。隋珠難以掩光。余實心服。終不得變其說。姑記僣妄之見。以竢夫後之知言者正焉。歲丁亥暮春。海平後人尹新之。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