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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도르프학교에서의 노작교육
-발도르프교육과정 중 노작교육의 한 형태인 수공예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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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다양한 예술활동과 더불어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손을 통하여 몸을 움직여무엇인가 의미있는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919년 루돌프 슈타이너(R. Steiner)의 인지학을 바탕으로 시작된 발도르프학교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사고하기와 느끼기, 그리고 행동하기가 조화롭게 발달된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이 손놀림, 몸동작을 통하여 사고하는 힘만을 발달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또는 맹목적인 전진형의 인간이 아닌,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인격형성과 성장발달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감성교육 실현에 그 의의를 두고 있다.
노작교육은 소근육을 발달시키는 손의 놀림을 통해서 뿐 아니라 밭을 일구고 곡식을 재배하는 농사짓기와 함께 숲의 나무를 베어 삶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등 자연소재에서 다양한 교육과정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다.
발도르프학교 1학년에 입학한 어린이들은 12학년에 이르기까지 손을 통하여 모든 것을 할수 있다는 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도록 교육받는다. 1학년 수공예 시간을 시작으로 각 학년별로 어린이들의 정신적 육체적 발달단계에 맞추어 각각 다른 주제와 재료로 작업을 하게 되며 궁긍적으로 12학년에 이르게 되면 학생들은 졸업작품을 통하여 그 결실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한 근간이 되는 각 시기의 발달특성에 적합하도록 진행되고 있는 노작교육의 한 형태인 수공예 수업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학년:
학령기를 즈음하여 간니(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난다는 의미는 어린이들에게 있어서 아주 큰 변화를 보여준다. 어린이의 내면에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며 이것은 학교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외형적인 표시이다. 즉 외부세계로부터 어린이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어린이의 내면에 준비됨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힘은 하루아침에 생기고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생겨나고 또 점진적으로 변화해 나가며 완성된다.
1학년에 입학한 어린이들은 아직 동화의 나라에 살고 있으며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서서히 양손으로 의미있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
학령기에 손의 미세근육을 발달시키는 것은 뇌의 발달을 촉진시키며 긍극적으로는 사고의 힘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
처음 시작하는 수공예과정으로는 손가락으로 코뜨기를 이용하여 긴 사슬을 짜기 시작한다. 코뜨기에 다양한 동화속의 주인공, 작은 새가 모이를 쪼아 먹는 모습을 묘사하고, 음율을 넣는 등...다양한 방법으로 교사는 어린이의 손작업을 고무시킬 수 있다.
코뜨기를 시작한 어린이들은 그 과정에 익숙해지면 대바늘 2개로 간단한 뜨게질을 시작한다. 일주일에 매 2시간씩 진행되며 이것은 단순히 기능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능력도 함께 키우기 위한 준비이다. 그러나 예술의 전제는 기술이라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아름답고 쓰임새가 있는 공예품으로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2학년:
이 시기의 어린이들은 여전히 동화의 나라에서 왕자와 공주, 그리고 일곱난장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한한 상상 속에서 학교생활을 한다. 그러므로 교사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단어보다는 상상할 수 있는 생생한 그림으로 또는 우화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 함께 기본 코뜨기를 익숙하게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은 코바늘을 이용하여 작은 일상용품을 만들게 된다. 예를 들어서 매일 학교에서 아침시간에 사용하는 악기인 리코더 주머니, 작은 동전지갑, 또는 손가락 인형을 만들어 함께 인형극을 준비하기도 한다.
3학년:
만 9세에서 10세의 나이는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있어서 매우 큰 획을 긋는 중요한 시기이다. 하나의 상징적 의미로 ≪루비콘 강을 건넌다≫라고도 표현한다.
즉,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세계는 새롭게 다가오고 그 세계로 들어간다는 의미라 할 수 있는데 이때에 대체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엄마!! 나 어디서 낳았어요?
이렇게 서서히 자신이 속한 주위 환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 갑자기 두려움이 많아지며, 한편으로는 의지가 싹트기 시작한다. 즉 그동안 상상의 세계에서 새로운 현실세계를 내면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시기가 된 것이다.
학교에서는 이러한 시기에 적절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교육과정의 예를 들어 구약성서의 하느님이 천지를 창조한 이야기, 아담과 하와가 파라다이스에서 쫓겨난 이야기, 그리하여 농사를 짓기 시작하는 사건, 가인과 아벨의 성격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는 1년에 걸쳐 직접 땅을 일구고 밀농사를 짓고 빵을 굽기까지의 전 과정을 경험하게 되는 시기이다. 자신이 매일 먹는 빵이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얻어지는가를 실제로 체험하면서 보다 현실에 발을 딛게 한다. 또한 농사짓는 과정에서 쓰여지는 농기구를 대장간에서 직접 풀무질을 하여 만들고, 다양한 직업의 세계도 경험하게 된다. 아이들은 이 시기를 통하여 서서히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현실 세상에 발을 내 딛게 된다.
이때 이루어지는 수공예는 코바늘뜨기를 이용하여 조금 복잡하고 큰 일상용품, 예를 들어서 모자나 조끼 등을 만드는데, 색상과 모양을 고려하여 아름답고 숙련된 솜씨로 완성하게 하는데 주력하며 자신의 모자를 직접 짜게된다.
4학년: 이때의 어린이들은 존경할 만한 대상을 찾게 되고 그 권위를 보면서 양심, 습관, 성향을 내면에 형성해 가는 시기로 자신의 안목을 갖고 세상을 관찰하게 된다. 이 시기에 누군가 무한한 존경의 대상을 찾지 못했다면, 먼 훗날의 삶에서 그것을 반드시 채워야 하며, 이러한 존경심이 부족할 때 의지의 힘이 위축되기 때문이다.
이때에는 정확하고 정밀한 바느질을 배우게 되며 이를 이용하여 의미 있고 독창적인 수놓기를 익힌다. 특별히 십자수를 익히게 되며 이때부터는 학생 각자가 스스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도안을 갖고 작업을 하게 된다. 작은 소품을 셈세하게 완성하는 기술을 익힌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해서 작품을 완성해 낼 수 있다.
5학년:
이 즈음의 어린이들이 정신적으로 받아들이는 권위감은 두려움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사랑받는 권위'로 나타난다.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 본받을 만한 행적이 있는 위인들의 이야기는 이 시기이의 아이들에게 큰 정신적인 바탕이 된다.
수공예 시간에 이루어지는 작업은 자신들이 직접 일상에서 사용할 물건을 만들게 된다. 손뜨게를 이용하여 양말이나 장갑 등을 짜거나 인형이나 동물의 옷을 독창적으로 디자인하여 만들게 된다. 최대한 완성도가 높게 정성껏 만들도록 한다. 이 시기에는 최초로 입체형태의 작품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점과 평면의 세계에서 입체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6학년:
6학년부터는 수공예시간과 별도로 예술작업시간(Kunstwerkunterricht)이 있어 좀더 다양한 재료를 통하여 예술체험활동을 하게 한다. 이는 수공예에서 부족되기 쉬운 예술성을 보완하는 과정으로 예술과 기술의 조화로움을 경험하게 하는 시간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자연의 비밀이나 삶의 법칙성을 무미건조한 개념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상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가르친다. 추상적인 철학적 내용을 비유와 은유로 설명해야 한다. 7세의 이갈이 이후 아이들이 계속해서 형성시켜온 기억력을 이 시기에는 올바른 이해를 통해서 기억창고에 쌓아 두게 하여야 한다.
dl 시기에는 양털을 이용하여 각자의 실내화를 만들거나 장난감 인형을 연구해서 만든다. 반드시 자신의 신발을 스스로 만들어 신도록 하는데, 아이들의 발달단계로 볼 때, 이 시기는 세상과 나와의 경계를 규명하는 의미로서 신발의 의미가 크다.
나무를 이용하여 작은 소품을 만들되 이때 나무를 다루며 사용되는 여러 공법을 함께 배우며 예술적으로 조화롭게 완성하도록 이끌게 된다. 움직이는 나무장난감의 원리를 이해하고기술적으로 해결해 가며 제작한다.
7학년:
이 연령대부터 21세까지는 관념적인 사고가 형성되고 세계와 인류에 관한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분석력과 논리적 사고, 또 판단하는 힘이 생김과 동시에 ‘자신과 사회와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질문하게 된다. 섬세한 바느질을 이용하여 와이셔츠 혹은 조끼 등을 독창적으로 디자인하여 만든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직물을 직접 구입하여 의복을 만드는데, 남학생들은 운동복을 만들기도 한다.
8학년:
예술적이고 실용적인 일상용품을 비롯하여 움직이는 장난감을 고안하여 만든다.
7학년 때의 의복 만들기를 시작한 학생들은 이시기에 재봉틀을 이용하여 보다 정교한 의복을 자신이 원하는 옷감을 직접 구입, 재단하여 스커트나 블라우스를 만들어 본다. 또한 의복손질 하는 기술과 함께 각 섬유의 특성에 관하여 배우게 된다. 섬세한 바느질과 함께 큰 힘이 소요되는 금속공예작품을 만든다. 구리와 주석을 두드리고 형태를 구상하여 정성을 들여 작품을 만든다. 섬세한 힘과 큰 힘을 함께 조절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게 되며 작업과정을 통한 인내심도 향상 시킬 수 있다.
9학년, 10학년: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작품을 만든다. 물론 재료도 자유롭게 선택하게 된다. 이때에 배운 기술로 12학년 졸업연극을 할 때 학생들이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게 된다. 수채화를 이용하여 스타일화도 함께 그리며 의상을 디자인하는 연습을 한다.
이제는 단순히 수공예나 바느질의 개념이 아니라 모든 재료와 기술을 종합적으로 사용하여 학생들의 독특한 개성이 표현되는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재료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나무는 다양한 생활용품인 의자, 책상, 작은 상자를 예술과 기술의 조화라는 시도를 통하여 배워나간다. 같은 측면에서 금속재료를 통하여 농기구, 장신구 촛대 등을 직접 불에 달구어 만들기도 한다.
다양한 섬유를 재료로 예술적이고 독창적인 디자인의 큐션이나 지갑, 가방, 혹은 테이블 덮게, 이불덮개 등을 만들기도 한다. 또한 등나무 줄기를 이용하여 바구니짜기와 물레와 베틀을 이용한 직물짜기를 배운다. 씨실과 날실을 서로 엮어가는 의미는 인간의 운명과 깊이를 체험하는 과정이라 한다. 공예를 보다 더 예술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높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11학년, 12학년:
학생들은 포장지나 책 표지를 디자인하여 판화를 이용한 대량생산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책을 묶는 과정도 포함하여 책 편집기술도 익히게 된다.
그간의 경험을 기초로 하여 졸업작품으로 피아노나 자동차 등을 만들기도 한다. 좀 더 큰 가구를 디자인하여 제작하기도 하는데, 단순한 소품이나 취미로써가 아닌 목공예전문가로서의 수준으로 비단 목공예 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재료를 이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대작을 졸업작품이라는 하나의 과제로 제작하게 된다.
맺음말:
위에 제시된 각 학년별 작품제작내용은 각각의 발도르프학교가 위치한 주변의 사회적, 지리적 상황과 학교의 특성 등에 의하여 다양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위에 제시한 품목은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학교의 수공예수업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이다. (aus E.A.Karl Stockmeyer : Angaben Rudolf Steiners für den Waldorfschulunterricht, Stuttgart, 6. Afulage 2001)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있다면 가르치는 교사는 아이들의 발달단계와 수준을 고려하여 과제를 제시하고 수행하도록 배려한다. 획일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의 개별적 발달 수준을 바탕으로 과제를 제시하고 운영한다는 것이다.
발도르프학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다양한 노작교육은 실제로 학생들의 학교생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며 초등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까지 예술활동을 통해서 심장을 중심으로 한 리듬적인 시스템을, 그 이후인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감각 두뇌시스템을 통한 사고력과 분석력을 활성화 시키는데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R.Steiner 인간발달론)
노작교육은 이러한 감각을 발달시키고 내면화 하는 과정으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필자가 경험한 수공예 수업시간은 정서적으로 안정된 아이건, 주위력 결핍으로 인하여 산만한 아이건 자신과 그 대상(과제물)이 일체를 이루는 시간이었다.
또한 야외 노작활동으로 학교 뒷산을 이용하여 나무를 베고 그것을 쓰러뜨리는 과정은 초등학교 2학년의 작은 아이들이 나무에 밧줄을 묶고 힘을 합하여 한쪽으로 땡기고 쓰러드리며 함께 탄성을 올리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의 얼굴에는 송알송알 구슬땀이 흐르고 만족감이 넘쳐 각자의 내면에 스며드는 시간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협동을 배우고 자신들의 능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실내에서의 수공예 뜨게질 시간에는 셈세한 작은 근육 움질임에 몰입하며 선생님이 들려준 동화이야기, ‘작은새가 먹이를 쪼아 물고 둥지로 돌아가는 하나의 그림’을 머릿속에 새기며 진행되는 수업이었다. 자신이 만든 작은 결과물을 소중히 여겨 평생을 간직하며 두고두고 그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된다.
발도르프 학교의 아이들은 그렇게 서서히 지상에 한 걸음 한걸음 힘차게 발을 내딪으며 자신들의 의지를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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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배워서 남주자' 1월호에 기고했던 것이다.
첫댓글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