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첫째 아들이 중2 때는 괴물이었습니다. 게임말고는 아무것도 안했고 게임말고는 아무와도 놀지 않았습니다. 저는 컴퓨터를 몇 대 부쉈고, 핸드폰을 벽돌로 내리쳤습니다. 아들은 며칠동안 울다가 굶다가 잠만 자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들고다니던 교과서에도 공책에도 온통 게임용어밖엔 없었습니다.
그런데요 매일 시를 한번씩 쓰게 했구요.(용돈을 시 한편의 원고료로 지급했습니다~) 시로 자신의 이야기를 쓰라고 했어요.(게임비를 벌려니 열심히 쓰더군요)
사춘기가 걸린 아들을 보는 동안 저도 괴물이 되었고, 집안은 저희 둘의 눈치를 살피느라 쑥대밭이었는데요...
첫째 아들이 시에 엄마 욕도 많이많이 썼구요. 학교불평 불만 학원가기 싫은거... 게임얘기는 한달 내내 썼구요...(어쩜 다양하고 게임은 그리 많은지)
창피하고 부끄럽고 화가 나서 아들의 공책을 몇 번이나 찢고 싶었구요 혼내고 싶었지만 "재밌네~, 오호~ 작가 같아~" 라고만 했어요. 그랬더니 ...
제가 몰랐던 저의 단점과 학교생활의 문제점...아들 자신의 반성문으로 글이 변하더라구요. 그러다가 공부라는 걸 하고 싶다고 쓰기 시작하면서 다시 원래 제 아들로 돌아왔어요.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지금 첫째 아들은 고2가 되었는데요. 열심히 공부를 한답니다.
"엄마,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교과서에 내가 왜 저런 걸 낙서했을까"
"내가 왜 놀았을까"
중3때부터 지금까지 이러고 있습니다. 공부를 1등으로 하지는 못합니다.(그동안 놀아온 시간을 본다면) 하지만, 제 아들이 예의바르고 열심히 공부를 해보려고 애쓰는 지금의 모습에 감동을 느낍니다.
중2병은 늦게 혹은 약하게 올지라도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늦게 혹은 약하게 올지라도 중2병은 반드시 스르르 사라집니다. 부모는 아이를 믿고 기다려주기만 하면 되더라구요. 이론으로는 다 될 것같지만 실제상황은 감당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제 아들이 겪고 나니까 제자들에게 중2병이 찾아와도 걱정이 안되더라구요.
"난 널 믿어, 언제나 너를 기다릴거야~!" 이렇게 말해주면 제자들은 반드시 이겨내고 반듯한 소년으로 돌아오더라구요. 그러니까, 지금 내 아이가 늦고, 힘들어하고 말을 하지 않더라도 걱정하지 마세요. 말을 하지 않으면 글로 쓰면 되구요 저랑 함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면 되니까요. 믿음, 누군가 등불을 들고 따뜻한 얼굴로 바라봐준다는 믿음, 하나로 아이들은 본래의 얼굴을 찾게 됩니다.
엉뚱한 글을 쓰거나 한심한 글을 쓴다고 아이들의 인생을 쉽게 점치는 것은 위험합니다. 아이들은 항상 변하거든요. 밝은 쪽으로 걸어가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요. 우리, 어른들이 함께 아이들을 도와주고, 기다려주자구요. 믿음, 우리가 줄 수 있는 것 중에 최고 같아요. 우리 기다려주자구요. 부모님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많은 인내력으로 아이들을 바라봐주실 분들이니까요. 그리고, 선생님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 많이 기억에 남으니까요. 우리 함께 아이들을 믿어봐주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