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월이 지나 총살형을 당하게 되었을 때,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문득 아버지를 따라 난생 처음으로 얼음 구경을 갔던 어린 시절의 어느날
오후를 떠올렸다.
당시 마콘도는 흙벽돌로 만든 집이 스무 채쯤 자리잡고 있는 초라한 마을
이었다. 마을을 따라 흐르는 강바닥에는 선사시대 공룡의 알처럼 커다랗고
하얀 돌이 매끄럽게 깔려 있었다. 마을이 생긴 지 오래 지나지 않은 때였으
므로 아직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장소나 물건이 많았던 탓에 그것들을 거론
해야 할 경우 말 대신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여야만 했던 시절이었다.
작은 마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봄이 되면 집시들이 나팔과 큰북을
울리며 찾아들었다. 그들은 마을 근처에 천막을 치고 사람들에게 신기한 물
건을 구경시켰다. 뚱뚱하고 텁석부리인 메르키아데스라는 집시는 자석을 들
고 다니며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재주를 보여 구경꾼들을 감탄시켰다. 그는
자석을 마케도니아의 연금술사들이 여덟 번째로 만들어낸 불가사의한 물건
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불가사의한 물건을 들고 집집마다 찾아다니
며 냄비와 프라이팬, 부젓가락, 화로 따위를 손도 대지 않고 움직이거나 넘
어뜨려 보였으며, 못과 나사못을 굴려 대기도 했다. 심지어 여러 해 전에 잃
어버린 쇠붙이까지 찾아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호기롭게 말했다.
"모든 물건에는 영혼이 있고 이 자석은 그 영혼을 움직이게 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깊이 터득하여 상상력이 초인적 경지에까지 이르렀다고 알
려진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집시의 쇠붙이를 갖게 되면 땅 속에 숨겨
져 있는 황금을 손쉽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정직하기 이를
데 없는 메르키아데스가 그건 불가능하다고 충고했으나 그는 막무가내였다.
그는 집시들이란 본래 거짓말쟁이라고 믿고 있었으므로 자신의 고집대로 나
귀 한 마리와 염소 한 쌍을 주고 그 쇠붙이와 바꾸었다. 그 가축들에 의지해
살림을 꾸려 가던 그의 아내 우르술라 이구아란이 극구 만류했으나 그의 고
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우리는 곧 마루를 가득 덮고도 남을 만큼의 금을 갖게 될 거야."
그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후 몇 달 동안 그는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메르키아데스가 외던 주문을 큰소리로 읊조리며 마을과 인근 지
역은 물론이고 심지어 강바닥까지 훑어 나갔다. 그러나 그가 찾아낸 것이라
고는 자갈이 가득 들어찬 15세기에 사용하던 갑옷 한 벌이 전부였다. 잔뜩
녹이 슨 갑옷에서는 움직일 때마다 자갈 구르는 소리가 울려 나왔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그의 작업을 돕던 조수들이 갑옷을 해체했을 때 안
에서 나온 것은, 여자의 머리카락이 들어 있는 구리상자를 목에 건 해골뿐
이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집시들이 또다시 마을로 찾아들었다. 이번에는 망원경
과 북만큼이나 큰 렌즈를 가지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