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영화 같이 보고
관객과 대화하고
올해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부산에 또 하나의 영화 축제인 ‘두레라움 음식영화축제’가
탄생했다.
부산 영화의전당에서는 초여름인 6월의 나흘간 ‘두레라움 음식영화축제’가 열렸다. 음식을 소재로
다룬 영화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맛있는 축제였다.
이번 축제에는 모두 8편의 음식 영화가 부산 최초로 소개되었다. 또한 스타 셰프 및 음식 전문가와 함께하는 즐거운 토크, 푸드트럭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먹거리, 음식을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행사까지 마련되어 시각뿐만 아니라 미각까지 자극했다. 새로운 영화 축제 속으로 GO, GO!
'카페 필로소피 코피' '완탕면' '후무스 이야기' '가스톤의 부엌' '무사의 레시피' '아메리칸 초밥왕'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 '노마:뉴 노르딕 퀴진의 비밀' 등 8편이 상영됐다.
먼저 인도네시아의 커피 영화 ‘카페 필로소피 코피’가 음식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커피를 매개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과거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향기 그득한 영화였다.
벤과 조디는 인도네시아 최고의 커피 맛을 자랑하는 커피숍 ‘필로소피 코피’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한 사업가가 ‘완벽한 한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겠느냐고 도전적인 제안을 던진다.
완벽한 커피란 무엇일까?
커피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작품이었다. 영화가 끝나고 시네라운지에서는 스페셜패키지로 ‘커피드포트’의 고대현 대표와 전수진 부부가 초청되어 커피를 마시며 관객과의 만남을 가졌다.
이들 부부를 잘 아는 한 게스트는 “지난해에 결혼한 이 젊은 바리스타 부부는 결혼 답례품으로
자신들이 로스팅한 고소한 커피를 선물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브라씨 부자의 맛있는 가업 잇기’도 상영되었다. 프랑스 남부의 깊은 산골 오브락에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미셸 브라의 레스토랑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의 미식가들이 성지를 순례하듯 다녀가는 이 식당의 주인 미셸은, 15년 동안 함께 요리해 온 아들 세바스티앙에게 가업을 물려주기로 한다. 아버지는 가업을 성공적으로 전수하기 위해, 아들은 아버지의 후광을 넘어 레스토랑의 명성을 잇기 위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삼대를 이어 온 가업의 전통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프랑스 미식 여행을 아우른 영화였다. 이 영화의 게스트로 부산이 고향인 크레아의 양지훈 셰프가 초청되어 프랑스 요리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관객과 나누었다 .
마지막 날에는 ‘노마 뉴노르딕 퀴진의 비밀’이 상영되었다. 코펜하겐의 노마는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 목록의 단골 1위이자 <미쉐린 가이드>에서 별 2개를 받은 레스토랑이다. 노마를 이끄는 셰프 르네 레드제피의 정신 세계를 탐구하는 독창적인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이날은 ‘캐비넷’의 고성호 대표와 함께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의 오창민 셰프가 초청되어 큰 관심을 모았다. 오 셰프는 평소 얼마나 박력 있는 요리를 만드는지 궁금하다.
즐겨라
음식영화축제에서 특히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음식물 반입이 허용되지 않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며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씨어터 F'였다.
씨어터 F는 야외극장에 테이블을 설치해 오후 8시부터 음식을 먹으면서 무료로 음식과 관련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엘리제궁의 요리사' '심야식당' '더셰프' 등 하루 1편씩 상영되었다. 국내 최대의 야외 스크린을 보유한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을 색다르게 변신시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야외극장 주변에는 전국에서 초청된 인기 푸드트럭이 방문객들을 위해 여러 가지 음식을 판매하는 코리아 셰프 행사가 열렸다.
진해티로스, 라임나우, 그릴푸드트럭, 스틸잇, 빵풀와플, 키친파이브, 와래이, 두남자 핫도그, 더치스타일, 소꿉터 등이 야외광장에 푸드트럭으로 참가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맛있는 요리를 간편하면서 비싸지 않은 가격에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게다가 음식을 주문하고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두남자핫도그’의 까만 차량 앞에 '오든가, 말든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보였다. 가까이에서 보니 '제발 와줘'라는 글씨가 작게 적혀 있다. 재미있는 홍보에 웃음이 나온다. ‘두 남자 핫도그’에서 금방 만든 따끈따끈한 핫도그를 한입 베어 물었더니 입안에서 그냥 녹는다.
키친파이브는 다른 푸드트럭에 비해 키가 커서 눈에 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서서 요리를 하는 데도 불편함이 없다. 쉬림프 익스프레스를 주문하니 버터에 튀기듯이 볶아 낸 새우와 소스가 따뜻한 밥 위에 담겨 나온다. 멋진 노천식당에서 맛있는 요리를 먹는 기분이 들었다.
이밖에 음식영화축제 기간에 토요야외콘서트, 로맨틱플로어, 에피토렛츠 등의 신나는 공연과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시네아트페스티벌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열렸다.
음식 영화 축제 관계자는 “부산 출신의 셰프들로 채워진 관객과의 대화를 보면서 음식에 대한 이야기거리가 많은 도시 부산에 가장 잘 맞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내년에는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동시에 음식과 콘텐츠의 결합을 주제로 다양하고 새로움이 가득한 부산다운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