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Ⅲ
2016년,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어 그리고 한글
박시균 시인/ 본지 자문위원
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군산대학교 어학교육센터장
서울대 인문대 언어학과 학사, 석사 /
호주 The University of Queensland Department of English 박사
2013 그린문학 통해 시 천료 / 시인 등단
2014 한국을 빛낸 문인 선정(월간 문학세계, 시세계) – 詩 부문
2015 김기림 문학상 본상 수상(계간 착각의 시학) - 詩 부문
2013-2015 새전북신문 정기 칼럼 ‘아침발걸음’ 집필
2016~ 계간 <착각의 시학>에 ‘박시균의 시(詩)와 음성학(音聲學)’이라는 제목의 평론 게재
필자가 대학에서 학부생으로 공부하던 1980년대에는 국어(한국어) 관련 교재에 한자(漢字)가 많이 섞여 있어 한자를 모르면 제대로 공부하기 힘들었었다. 그리고 당시의 신문에도 제목과 본문에 한자가 간간이 섞여 있어 한자를 공부하기 위해 신문기사를 공부하기도 했었다. 그때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찾기는 쉽지 않다. 책자, 신문, 잡지 등의 인쇄매체나 TV, 라디오 등의 방송 매체에서 거의 한자가 사라져서 우리 한국이 한자문화권에 속한다는 말을 하기가 무색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생들에게 한자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모른다는 대답이 대부분의 학생에게서 나온다. 이로써 적어도 글을 읽고 쓰는 문자생활 측면에서 보면 한국은 한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나라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지만, 학교에서 수업을 하다 보면 거의 모든 과목에서 수강 학생 중에 외국학생들이 섞여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현상은 필자가 몸담고 있는 군산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어느 대학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만큼 일반적인 현상이 된 것이다. 이는 여러 나라의 학생들이 한국의 대학에 유학을 와서 한글과 한국어를 대학 부설 어학원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배운 후 정규 과정으로 진입해 대학생으로 수업을 듣는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고 정규과정에 진입하는 외국 학생들 중 특히 중국 출신 학생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한자를 공부해야만 했던 30여 년 전의 현실과 대비되어 아이러니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3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나타나는 이 두 개의 현상은 한국어와 한글의 위상이 얼마나 강해졌고 외국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이는 그 동안의 한국의 경제발전과 함께 한국의 위상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강화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선진공업국들만이 가입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1996년 12월 12일에 가입한 이후 세계에서의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국제 사회에서의 이런 경제적 위상의 강화와 함께 한류(韓流)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의 해외에서의 붐 현상도 한국어와 한글의 세계 진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2년 한국에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끈 드라마 <겨울 연가>가 있다. 이 드라마는 2003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에 수출되어 방영되었고 일본에 상륙한 이 드라마의 인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이때 생겨난 것이 바로 ‘욘사마’와 ‘지우히메’ 현상이었다. 드라마의 남녀 주인공이었던 배용준과 최지우에게 붙여졌던 존칭 수준의 별칭이었던 것이다. 이 드라마의 대성공으로 많은 일본인들(특히 일본 중년여성)이 ‘욘사마’와 ‘지우히메’의 자취를 느끼겠다고 한국으로 몰려와 드라마가 촬영되었던 춘천의 남이섬과 거제의 외도를 초토화 시킨 것은 우리가 다 아는 현실이다. 그 이후 남이섬은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하였다.
이 드라마 이후 <대장금>이 한류의 열기를 이어받았고 이 드라마는 <겨울 연가>의 인기가 폭발적이었던 일본은 물론 중국, 홍콩, 대만,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지로 수출되어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이영애는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국제적인 한류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최근에는 201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에서 방영된 후 중국에 수출되어 인기를 끈 드라마인 <별에서 온 그대>가 그 열기를 이어받았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인 전지현이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라는 대사를 했고 이 대사 한마디에 ‘치맥(치킨과 맥주)’이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재미있는 현실도 우리는 목도했다. 수업을 듣는 중국학생들에게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들인 김수현과 전지현 그리고 치맥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보면 어김없이 “안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을 보면 ‘한류’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또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유시진 신드롬’을 일으키며 송준기와 송혜교를 또다른 ‘한류 스타’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공안부가 공식적으로 ‘<태양의 후예>를 포함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은 이혼 및 가정폭력 등의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를 ‘웨이보(Weibo)’라는 언론매체를 통해 게시했다고 하니 그 영향력이 얼마나 큰 지를 가늠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중국의 최대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iqiyi)’에 국내 드라마 중 최고가인 회당 25만 달러(한화 약 2억 8천만 원)라는 기록적인 금액으로 판권을 판매하였다고 한다. 수출이 어려운 시기에 한국어를 바탕으로 한 문화 콘텐츠인 드라마가 수출에서도 첨병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의 동남아 국가에서는 한류의 열기에 더해 한국에 가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목적이 추가되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기가 대단히 높아져서 한국어 강사가 공공 교육기관에 파견되거나 혹은 자체적으로 한국어 학원이 생겨 성황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는 각 대학들을 중심으로 한국의 높은 경제적 위상, 한류의 영향과 함께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일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한국의 대학들에의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유학 러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경제적 위상의 강화와 한류 열풍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가진 한국어와 한글의 현재와 미래는 장밋빛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계속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이 있듯이 한국어와 한글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한국어 교육과 관련해서도 현행 교육 과정 및 교과 과정에 대해 정밀한 분석 후 개선된 과정을 내어 놓는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런 지속적인 노력이 곁들여 진다면 앞으로도 세계는 한국어와 한글을 즐거운 마음으로 탐구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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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인도네시아 위디야타마 대학에서 열린 한국 유학 관련 한국 대학 설명회를 알리는 플래카드와 환영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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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에 참석한 인도네시아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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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회에서 한국 대학교들에 대해 설명하고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