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최진자: 시낭송가(진주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교수)
그리운 바다 성산포1 /글: 이생진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도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피운다
태양은 수 만 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이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말을 하고 바다는 제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든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운다
그래도 할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 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을 감으면 보일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있는 것처럼 보일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거다
밤으로도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거다
【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이삭빛시낭송가 (리애드코리아 詩문화경영창작원 컨설턴트 원장)
가을 동행/ 글: 박시균시인, 교수
단풍잎 안에서 우주의 빗방울이 나부끼고
詩의 영롱함이 선명함으로 詩의 육체를 드러낼 때
풍경 속에서 또 하나의 씨앗으로 남아 있음을 찬탄하리.
물방울이 흔들릴 수 있음은 무언의 언어가
잎새에 단내 나는 입술과 작은 산짐승과 벌레
하늘소리가 숲에 고여 정적 안으로 들어 갈 때 마다
침묵이 아닌 산의 조각들로 발맞춰 춤추리.
뜨겁게 먹은 밥처럼 산그릇에 노래를 담으면
나무는 부드러움으로 가득 차 붉게 물들어가리.
인생을 편지처럼 가슴으로 써내려간 사람들
첫 꽃 필 때 백년의 떨림을 풍경이 주는 종소리에
꽃잎 떨어지는 소리로 깨닫고 투명한 울림이 바람이 되면
가장 아프게 떨어진 꽃잎과 가장 먼저 열매 맺은 마음으로
숭고한 그리움을 맞으려가는 계단을 밟으리.
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는 삶은 아름답지 못함이여,
바람에 나부끼며 바람을 품은 잎새는 상처마저도
고귀하고 사랑스러우리.
가을 물방울이 말을 걸면 죽은 영혼들도 촉촉이 눈가에 눈물을 적시며
가장 밑바닥, 그 깊은 곳에서 가슴을 찔러 되살아나는
마음이 부유한 사람들의 뜨거운 입맞춤으로 찬란한 동행이 되리.
【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김민영 판소리시낭송가(전수시립단원 수석: 전북대 겸임교수, 논개시낭송대회 대상)
양은냄비 연가 /글: 이미영(이삭빛) -출처 한국네티즌본부 카페지기 최신형 -
누구나 만만하게 그를 대했다
늘 그 얼굴에 그 키
몽당 연릴처럼 때론 버려지기도 했고
다른 삶에 끼워져 겨우살이를 하기도 했다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그는 일만 했다
세상에 그보다 못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구부리면 휘어지는 만만한 손
그의 인생은 심한 관절통처럼 굴곡져 있었다
그는 겨자씨만한 힘으로 살아갔다
노랗게 떠서 숨마저 쉬지 않은 채
하늘도 그를 푸른 손가락으로
휘저었다
그런 그가 갈라지지 않고 버티며 살아온 힘은
아무도 몰래 달구어진 고통 때문이었다
울퉁불퉁 구부러져도 끝내 놓지 않는 자존심 때문이다
불길에 놓이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연극 배우
그의 본 태생은 배우였다
세상사람 모두가 그를 그릇만도 취급하지 않았지만
그는 세상의 밥이 되었다
그의 비밀은 꿈처럼 아름다웠다
노란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그는
마지막 여행길에서 조차 추억의 풍경이 되었다
뜨겁도록 처절하게 숨을 멈출 때까지도
【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김성주시낭송가 :시인, 한국그린문학 시낭송 대상
서울로 가는 전봉준 /글: 안도현
눈 내리는 만경(萬頃) 들 건너가네
해진 짚신에 상투 하나 떠가네
가는 길 그리운 이 아무도 없네
녹두꽃 자지러지게 피면 돌아올거나
울며 울지 않으며 가는
우리 봉준이
풀잎들이 북향하여 일제히 성긴 머리를 푸네
그 누가 알기나 하리
처음에는 우리 모두 이름 없는 들꽃이었더니
들꽃 중에서도 저 하늘 보기 두려워
그늘 깊은 땅속으로 젖은 발 내리고 싶어 하던
잔뿌리였더니
그대 떠나기 전에 우리는
목 쉰 그대의 칼집도 찾아 주지 못하고
조선 호랑이처럼 모여 울어 주지도 못하였네
그보다도 더운 국밥 한 그릇 말아 주지 못하였네
못다 한 그 사랑 원망이라도 하듯
속절없이 눈발은 그치지 않고
한 자 세 치 눈 쌓이는 소리까지 들려오나니
그 누가 알기나 하리
겨울이라 꽁꽁 숨어 우는 우리나라 풀뿌리들이
입춘 경칩 지나 수군거리며 봄바람 찾아오면
수천 개의 푸른 기상나팔을 불어 제낄 것을
지금은 손발 묶인 저 얼음장 강줄기가
옥빛 대님을 홀연 풀어 헤치고
서해로 출렁거리며 쳐들어갈 것을
우리 성상(聖上) 계옵신 곳 가까이 가서
녹두알 같은 눈물 흘리며 한 목숨 타오르겠네
봉준이 이 사람아
그대 갈 때 누군가 찍은 한 장 사진 속에서
기억하라고 타는 눈빛으로 건네던 말
오늘 나는 알겠네
들꽃들아
그날이 오면 닭 울 때
흰 무명 띠 머리에 두르고 동진강 어귀에 모여
척왜척화 척왜척화 물결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
【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이윤정 시낭송가 :시인, 한국그린문학 시낭송 최우수상
사회사업가
논개 생가에서
-코스모스- /글 이희두시인
세월이 흘러도
죽지 않고 피어나는
저 곱디고운 가냘픈 여인이여
겨레의 가슴 속 등불로
활활 타올라
첫사랑처럼 빛나는 그리움이
맨 가슴을 파고 들 듯
바람이 부는데
의기인들 어떠하며
부실인들 어떠하리.
조국의 부름 받고
뜨겁게 목숨 받친 내 사랑이여
그대의 숨결에
뜨겁게 안기는 날,
밤인들 어떠하며
낮인들 어떠하리
이미 그대는 구국의 여신
아리다운 호국의 성녀로
천도만도 더 넘게
붉은 무궁화로 춤추는데
진실로, 진실로
의롭게 죽어간 당신은
소리 없이 빛나는 꽃이요,
가을 햇살에 찾아드는 드높은 하늘이라.
【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이보라 시낭송가 :한국그린문학 시낭송 최우수상
TV조선 일러스트, ㈜리애드코리아 미술감독
논개사당에서 /글 오무웅시인
열가락지처럼
구멍난 한이
풍경에 매달려 울고 있다.
붉은 동백꽃
더 뜨겁게 종소리로 피어나고
겨레의 가슴 가슴마다 백만송이로
가까운 듯 품에 안기는 향기
춤을 추듯 동백 길 따라
초등달에 가 닿으니
앵두같은 그 입술
가늘게 떨리며
그 뜨거운 피
원수를 껴안고 남강으로
투신한 가녀린 삭신이 달빛에 애처롭다.
마지막 목숨
죽어서도 죽지 않고 타오르는
님의 불꽃
의기인들 어떠하며
부실인들 어떠하랴.
바람 불면 향기되고
햇빛 들면 꽃이거늘.
아, 님 가신 그 길에서
조용히 들려오는 종소리
가락지를 타고 향기로운 여인이 다가선다.
【시낭송가가 좋아하는 시】
이삭빛 시낭송가 : 시낭송 대상
후회/ 글 오세영시인, 교수
능금이
그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지느느
가을은 황홀하다.
매달리지 않고
왜 미련 없이 떠나가는가
태양이
그 스스로의 무게로 떨어지는
황혼은 아름답다
식지 않고
왜 바다 속으로 잠기는가
지상에 떨어져
꺼지지 않고 잠드는 불꽃이여
우리도 능금처럼 태양처럼
스스로 떨날 수는 없는 것인가
가장 찬란하게 잠드는 별빛처럼
잊을 수는 없는 것인가
버릴 수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