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보림사와 무위사를 다녀오며
각시가 깨웠다. 어제 모임이 있어서 숙취에다가 술을 먹은 날에는 3시경 눈이 떠지는 습관 때문에 잠을 설쳤는데, 일어나기가 버겁다. 하지만 서둘러 채비를 하고 차 뒷좌석을 확인했다. 전날 장성 내수면연구소에서 가져 온 잉어와 붕어 치어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의 방생을 기다린다는 듯이 요동을 치는 모습에 안도했다.
광주불교방송 앞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방송국 앞에 다다르니, 이미 차량 두 대가 대기하고 단장과 국장 등 임원진들이 저마다 준비한 물품들을 차에 싣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끔 자문한다. 종교 활동을 하면서 이러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이들을 저렇게 움직이는 힘은 무얼까? 그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화두처럼 이 뭤고?라는 명제만큼이나, 지금도 자신을 붙드는 숙제이다
이렇게 준비한 차량이 7시 조금 넘어 출발하고, 우리 차는 2호차라서 월산동 소원 정사 앞으로 갔다. 주로 보살 분들이었는데 20여명이 탑승하여, 곧 바로 백운동을 거쳐 강진 방향의 국도로 나섰다. 차가 백운동을 벗어나자 차량 입제식을 실시하고, 오늘 일정을 설명한 후에 오늘 둘러 볼 장흥 보림사와 강진 시방사 ․ 무위사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중간에 신북휴게소에 들러 1호차 불자들과 합류하여 아침공양을 함께 하였다.
다시 출발하여 오늘 방생지인 강진 군동 탑교천에 9시경 도착하였다. 이곳에서
1시간에 걸쳐 도계스님과 시방사 성목스님의 주제하에 방생법회를 하였는데 바람이 불고 날씨가 차가운 가운데에서도 흐트러지지 않고 무사히 방생까지 마치었다.
방생은 자라와 잉어․붕어 치어를 방류하였는데, 특히 잉어와 붕어 치어는 장성 내수면연구소의 협찬으로 500여 마리를 자라와 함께 방할 수 있어 보다 의미가 있었다.
방생법회를 마치고 보림사에 도착하니 11시 30분경이어서, 곧 바로 이곳 문화 관광 해설사의 안내를 받았다. 임원진들은 법당에 들러 주지 일선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입제식 준비를 하였다. 점심 공양을 마치고 1시경 불교방송 사장 이하 국장과 부장이 도착하여, 보림사 대웅보전에서 입제식을 실시하였다. 입제식은 이경미 단장의 인사에 이어 불교방송 사장과 산악회 회장, 불자공연단장의 축사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보림사 주지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주지스님은 내 안에 부처가 있다는 마음으로 자기만의 수행법을 찾아 열심히 정진하라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다. 입제식을 마치고 강진 군동면의 시방사에 들렀는데, 양지바른 곳에 단아하게 자리 잡아, 더욱 정감있게 다가왔다.
그런데 이곳에서 불보살 세분을 만났다. 연세가 제일 적은 분이 87세, 나머지 두분은 91세, 93세의 고령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들고 있는 손가방이 버거워 힘들게 움직이면서도, 그 모습은 부처님의 미소만큼이나 자애롭고 편안하여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머금게 하였다.
지금도 그 분들 모습을 떠올리면, 비록 왜소한 체구에 움직이는 자체도 힘들어 보이지만 우리 어릴 적, 책에서 본 큰바위 얼굴만큼이나 커 보이고 닮고 싶은 모습 이었다. 우리가 떠나려 하자 차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어 하였지만, 일정이 있어 모두들 아쉬움을 뒤로 한 체, 강진 보림사로 향했다.
보림사에서 전각을 둘러보고 저마다 공을 들인 후에, 이곳 문화관광해설사의 해 설을 듣고 인접한 성전 녹차밭 휴게소에서 저녁 공양을 하였다. 전면에 펼쳐진 녹차 밭이 군인들의 열병식 마냥 깔끔하게 단장되어 줄지어 있고, 석양 무렵이라서 햇살도 따갑지 않아 소풍 온 기분이었다. 자리를 정리하고 광주에는 예정보다 이른 7시 조금 넘어 도착하여, 오늘의 여정을 마무리 하였다.
이번 사찰순례를 마치면서, 고마움을 표시해야할 분들이 있다. 이번 순례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차량 1대를 그것도 리무진으로 후원해 주신 소원정사 도계스님, 그리고 예술단장 이정훈님이 보리수 뿌리로 만든 단주, 지금 각시랑 함께 차고 있네요. 또한, 무엇보다도 이번 입제식 ․ 방생행사 공양물과 필요한 자제 모두를 보시하고, 복주머니에 칼칼한 천원짜리 넣어 상단에 올려 준 복돈, 파일 첩에 넣어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순례행사를 치르면서, 자신으로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 처음 본 순례단의 임원 제의가 들어 왔을 때 망설여졌다. 자신은 그동안 다른 불교 단체에서 15년 이상 임직원으로 있으면서 보람도 있었지만 상처도 있었고, 그만큼 초심도 예전 같지 않아 모든 걸 내려놓고 그냥 뒤따라가고 싶은 심경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들 임원들의 열정과 순수함이 예전의 자신을 들여다보는 거 같아, 마냥 지켜 볼 수만은 없었다. 이왕 붙든 거, 이경미 단장의 금년 말까지는 차량 4대 꼭 갈 겁니다 라는 일갈만큼이나 본 순례단이 잘 되었 으면 좋겠다. 어느 단체나 조직이든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간의 갈등과 반목은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는 것은, 저마다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순례단이 차량으로 이동하는 내내, 커다란 덩치에 나는 차순이라면서 차드실 분!!! 외치던 모습.. 이런 분이 있기에, 세상은 살맛나고 일 맛도 나더라고요. 지금의 순례 단이 있기까지 힘들고 마음고생 많았을 임원들, 이번 행사 처음 치르면서 고생 많았 네요. 그러면서 복짓는 겁니다. 힘내고 화이팅하게요.. ㅎ
첫댓글 108산사순례 입재및방생법회 너무 좋았습니다..
천년고찰을 들어서면서
편안하고 뭔가 잘될것 같은
부드럽고 따뜻한 기운에
행복했습니다
동참하신 우리 순례단 회원님들께 감사드리며...
우리 집행부 위원님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금은 힘든 시방사에 들려 지갑을 털고 기분도 뿌듯 하고 좋았습니다 😄😄
참석해 주신 불자 회원분들께 감사를 드리며,
우리 순례단이 보다 회원 여러분께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으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유익하고 즐건 사찰순례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