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화려하게 개막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도
어느덧 폐회식 날이 다가왔다.
그래도 개최국 국민으로써 한번쯤은 경기장을 찾아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던 중에
우연히 티켓을 구할 수 있어 마지막 날에 경기장을 찾게 되는 행운이 생겼다.
현장에서 09시부터 경기가 시작되므로 서울에서 새벽 6시에 버스가 출발한다는 문자를
두 번 받았다. 다섯 시에 알람을 맞추어 놓고 잠을 잤는데, 일찍 일어나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깊은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간단한 아침을 먹고 택시를 타고 집합장소로 향했다.
때맞춤 일요일이라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달려온 가족, 청년 아들과 함께온 아버지,
시니어 부부 등, 이른 새벽이었지만 올림픽 경기를 보려는 열정은 그들을 막지 못했다.
우리들의 목적지는 평창 스켈레톤 경기가 진행됐던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였다.
대단히 큰 임시주차장에 노선 안내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형 셔틀버스가 줄지어 대기하고 있고 봉사자들은 연신 관람객들을 경기장별로 분류
안내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차량 정렬 및 탑승 안내를 해주고 있는 봉사자들의 한결같이 밝은 표정을
볼 수 있어 마음이 가벼웠다.
우리 일행은 대관령올림픽 주차장에 주차 후, 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셔틀을 탔다.
우리가 오늘 관람할 종목은 봅슬레이 4인승 3,4차 경기였다. 셔틀을 타고 10여분 이상을
달려 봅슬레이 경기장에 도착했다. 전국에서 속속 도착하는 엄청난 관람객들이 경기장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보안대에서는 엄격하게 티켓 확인 및 보안검사를 실시하였다.
마치 공항 출입국 관리대처럼 보안검사를 실시하였다.
검색대를 통과해서 들어가다 보니 요즘 엄청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수호랑’ 조형물이
있었다. 수호랑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향했다.
입장 수속이 늦어지는 바람에 경기장 안에 들어서니 이미 3차 경기는 진행되고 있었다.
봅슬레이 트랙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썰매를 구경하기 위해 벽에 붙어 있었지만,
트랙 일부분만 구간구간에 개방이 되어 있어 쉽게 볼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미 휘니시 라인까지 미끄러져 내려온 썰매는 그 속도감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 들어왔다가 사라져 버렸다.
좋은 사진을 찍겠노라고 잔뜩 벼르고 갔는데, 여간 실망스러운 게 아니었다.
하는 수 없이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스타트 포인트까지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스타트 포인트는 꽤나 높고 멀었다. 아마도 1Km 이상 걸어서 올라가야 했는데,
장단지가 뻐근할 정도로 꾸역꾸역 올라가다 보니 스타트 라인이 보였다.
이미 사람들이 관람석에 꽉 차있어 좌석관람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석 관람석 입장을 위해
또 한 번 길게 줄을 서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3차 경기는 이미 끝났고 4차경기를 위해 잠시 공백 기간이었다.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몇 번인가 포기하려다가 인내를 가지고 기다린 끝에
입장을 하게 되었다. 이미 스타트 라인에는 각국 응원단들의 그룹이 몰려서 있었다.
드디어 4차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국의 선수들이 나올 때마다 엄청나게 큰 함성을 지르며 응원을 했다.
출전하는 선수들도 긴장감 때문인지 연신 가슴을 치고 헬멧을 치면서 결전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었다.
한국의 4인승 봅슬레이는 3차 경기까지 2위 성적을 내고 있으니 마지막 4차에서 조금만
힘을 낸다면 금메달까지 가능하다고 하였다.
봅슬레이 경기는 시속 150~160km의 속도로 썰매를 타고 달리는 스포츠로 동계 스포츠
종목에서 가장 빠르면서도 박진감이 넘치는 경기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비인기 종목으로 1990년대까지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워낙 생소한 종목이라서 큰 주목은 받지 못하였으나, 2008년 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08 아메리카컵 2차 대회 4인승 경기에서 3위에 오르는 기적을 이루어낸 후로
국내에 차츰 알려졌다.
드디어 마지막에서 두 번째 순위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색 타이즈로 출발선에 선 선수들의 모습은 서양선수들의 건장한 모습과는 조금은
대조적으로 왜소해 보였다.
드디어 출발하는 모습을 카메라 ‘고속연속촬영’모드에 맞추어 놓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스타트 출발이 다소 늦어 중간쯤에서 1위팀보다는 약 0.055초 늦은 속도를 보여
손에 땀을 쥐게 하더니 0.002초로 따라붙다가 휘니시 라인에서 3분16초38로 공동 1위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환성을 질렀다. 마지막 한 팀인 독일 팀을 남겨두고 금메달이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독일 팀이 결국 기록을 앞당겨 우리나라 팀은 종합적으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하지만, 얼마나 장한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장하다, 우리의 건아들!”
집에서 고생 안하고 TV로 경기를 시청하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경기장에서 느끼는 감동은
아마도 열배정도는 더 될 듯싶다.
어찌되었든, 자국에서 열리는 세계인의 축제 평창동계올림픽 현장에서
선수들과 함께 즐기고 응원했다는 점에서 무한 행복했다. 끝.
첫댓글 즐거운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저도 가볼걸 ... 후회가 됩니다. ^^
현장감 생생하게 기록해오셔서 눈으로나마 감상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멋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