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패와 재?

[마음보기]

  인간문화재 박송암 스님의 범패란?
 누구나 죽으면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로 나뉘어 돌아가지만 억울하게 죽은 이들에겐 한이 남는단다. 그런 이들을 모두 다 부처님의 자비와 공덕으로 천도해 나가는 게 불교가 할 일이다. 재를 올릴 땐 재를 원한 사람 뿐 아니라 그 재와 관계 없는 모든 사람에게도 골고루 부처님의 자비가 베풀어지지요. 그것이 우리 불교의 장점이자 바로 대승의 큰 뜻 이다.

​범패가 사용되는 재의 종류에는
상주권공재(常住勸供齋), 시왕각배재(十王各拜齋),  예수재(豫修齋), 영산재(靈山齋)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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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주권공은 죽은 이를 위한 재로 49재나 대상소상 때 주로 하고,  시왕각배는 저승에 있는 시왕(十王)께 행복을 비는 재.  예수재는 죽어서 극락왕생하게 해달라고 생전에 지내는 재, 수륙재는 수중고혼을 위한 재로  규모가 클 때 먼저 절에서 행하고 나중에 강이나 바다로 나가 방생(放生)을 한다. 그래서 수륙방생법회라고 하거나 아니면 수륙천도법회라고도 한다. 마지막으로 영산재는 <일일권공 삼일영산>이란 말이 있듯이 가장 큰 규모의 재. 영산재는 주로 국가의 안녕이나 군인들의 무운장구, 또는 큰 단체를 위해 치르.는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범패의 거의 모든 곡목이 다 포함되어 있어 제대로 되기만 하면 범패를 모두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근래에는 이 재가 국가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아는 이도 별로 없고, 한 번 제대로 치르려면 무척 많은 경비가 들고 해서 똑바른 재가 거의 없다. 1968년 5월에 3일간 봉원사에서 크게 영산재를 지낸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완벽한 것은 아니었고 한 8할 정도 부른 것에 불과하다.

 범패와 재와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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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말하자면 범패란 불가 의식에 쓰이는 성악이라고 할 수 있다. 허나 실제로는 나비춤, 바라춤, 법고춤 등의 소위 작법(作法)도 재를 치루는 데 없어선 안돼고. 그래서 대개 작법은 범패와 한 가지로 얘기되곤 한다. 헌데 범패란 원래 진리의 말씀을 되새기다 그 법열(法悅)에 못이겨 저절로 노래를 부르게 된 것이거든. 춤과 노래가 하나 되어 불보살의 공덕을 찬양하고 자비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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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를 진행할 때 범패나 작법의 쓰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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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먼저 재를 올릴 때 누가 그것을 집행하는가?. 재를 이끌어 나갈 스님들을 정하는 것을 용상방(龍象榜)이라고 하는데 먼저 재의식을 증명하는 증명법사, 설법을 맡는 회주, 의식을 총지휘하는 법주, 범패 작법 및 그 반주를 책임지는 어산(魚山), 그리고 각종  법악기(法樂器)를 다루는 인물 등이 있어요. 이렇게 진용이 갖추어지고 이어 엄숙한 법의를 입은 의식승이 자리에 정좌한 후 한참 경건한 순간이 계속되다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종을울리고. 그러면 승속을 막론하고 모두 합장배례를 하고. 그리고 나서 재의식을 가피해 줄 불보살을 영접하러 절문 밖까지 가마를 메고 나갔다 준비된 설단앞에 이르는 시련(侍輦), 상단 중단 하단에 모신 불보살, 신중, 영가 등에 공권을 올리고(제물을 권하는 것) 각기 소원을 아뢰는 권공의식(勸供儀式), 재를 개설한 사람의 구체적인 소원을 아뢰는 축원문 낭독의 순서로 진행다. 범패와 작법, 그리고 각종 법악기는 재가 진행되는 순간 순간 불보살을 찬양하거나 그 자비를 간구하는 분위기를 장엄하게 만들어 준다. 재는 범패가 없으면 이루어질 수 없다. 허나 거꾸로 범패도 재가 개설되지 않으면 물을 잃은 물고기마냥 생명을 잃고만다 . 근래에는 범패를 마음껏 부를 만한 큰 재가 별로 열리지 않아서 참 큰일이다. 재가 열리지 않으면 범패도 저절로 점차 소멸될 것 아닌가]

 소리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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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음은 청정무구하고 성스럽기 때문에 굳이 그 의미를 상세하게 따진다든가 하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다. 또 인도의 범음과 중국의 범패를 구분없이 받아들인 우리나라 범패는 그 계통을 밝히기가 꽤나 어렵다. 그래서 더욱 대중에게는 어렵고 이해할 수 없는 주문처럼 들리기도 하다. 일단 쉽게 구분해 보면 범어로 되어 있는 진언(眞言), 즉 다라니(陀羅尼)가 있고, 다음에 중국에서 창작되거나 한어로 번역된 게송(偈頌)이 있는데 이는 대개 4언절구나 5언절구 내지 7언절구의 정형시로 되어 있다. 그 다음에 불보살들의 명호를 부르거나 간단한 찬탄위주인 염불(念佛)이 있다. 대개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등의 간단한 염불 외에는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서 범패가 더욱 신비하고 장엄한 음성 공양으로 여겨졌었는데, 요즈음엔 어쩐일인지 그 때문에 일반 대중이 범패를 멀리 하고 있으니 참 범패 신세도 새옹지마인 모양이다. 의식의 시작은 범패소리중 가장먼저 초할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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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일편향(奉獻一片香)
덕용난사의(德用難思議)
근반진사계(根盤塵沙界)
엽복오수미(葉覆五須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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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조각 향이오나 정성으로 바치오니
향의 덕 두루함을 헤아려 아오리까
밑으로 진세사바 거뜬히 바치옵고
위로는 오수미도 그늘에 있아옴을

[범패의 창법에는 안채비소리, 홋소리, 짓소리 그 밖에 화청(和請)이나 회심곡(回心曲) 등이 있다. 안채비소리는 주로 한문으로 된 산문을 촘촘히 읽어나가는 것으로 절 안의 유식한 법주가 요령을 흔들며 낭송하는데 보통 염불이라고 한다. 이 안채비소리의 음계(音階)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 창법속에 스며들어 민요나 화청등에서도 들을 수 있다. 또 오늘날 절에서 독경하는 소리는 거의 모두 안채비소리에 바탕하고 있다. 홋소리나 짓소리는 전문적인 기능을 지닌 범패승들이 부르는 소리로 말하자면 진짜 범패소리라고 할 수 있다. 홋소리는 모두 35곡이 남아 있는데 대개가 한문으로 된 정형시이고 위에 할향이 홋소리의 대표적인 곡이다. 짓소리는 가장 대표적인 범패 소리라고 할 수 있는데, 아직도 인도 가창법의 영향이 발견된다고 한다. 길고 규모가 크며 장엄하여, 마치 범종의 길게 울려퍼지는 우람한 소리인 양 삼천대천세계로 끝없이 뻗어나가는 여래의 설법같다고나 할까, 그 여유와 환희와 묘음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 저절로 성불에의 의지를 북돋운다. 이 짓소리의 특징을 소위 장인(長引)과 다유굴곡(多有屈曲)이라고 하는데. 길고 여유있게 늘여서 소리하고, 또 높낮이나 꾸밈음을 다채롭게 한다는 얘기다. 이 짓소리는 우리나라의 가곡이나 종묘제례악 등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한편 화청(和請)은 쉽게 말해서 국문으로 된 음성공양 모두를 가리킨다. 이것은 음악적으로 보아서 범패와 상대되는 소리인데, 왜냐하면 범패가 대중이 이해하기에 어렵기 때문에 대중 교화의 방편으로 대중이 즐겨부르는 가락에다 불교 교리를 얹어 부른 것이기 때문이다. 화청은 크게보아 원왕가(願往歌), 회심곡(回心曲) 등의 장가(長歌)와 범패성이 아닌 토속적 염불송을 모두 포함한다고 할 수 있는데, 멀리는 신라의 향가로부터 시작해서 조선시대에 발달한 불교가사 등 민속적 정서와 불교를 결합시킨 노력의 흐름에서 파악할 수가 있다. 그러나 불교 음악의 정수는 뭐니뭐니 해도 범패, 그 중에서도 짓소리라고 할 수 있다.]

​ 박송암스님의 본명은 희덕(喜德)으로 1915년 봉원사에서 태어나 거기서 자라다 보통학교와 경성상업 실천과를 졸업하고. 그 후 잠시 사회에서 직장생활을 했으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부처님의 인도로 19살에 다시 불문에 들어갔는데  봉원사에서 월하(月河)스님께서 범패 강습을 하는 것을 자주 듣다 보니 저절로 귀에 익고 입으로 흥얼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몇곡목 정도는 그냥 할 수 있게 되었고월하스님께 한 2년 배워서 범패를 거의 다 익히게 되었다. 타고난 미성(美聲)이고 음악성이 뛰어났다.   월하스님이 타계하신 뒤에 벽해스님에게 많은 것을 다시 배울 수 있었다. 벽해스님은 김운파(金雲波)스님과 더불어 월하스님이 배출해 낸 아주 훌륭한 어장(漁丈)이다.]

[범패 관계의 기록중에는 음율을 표시한 게 하나도 없는데 한시의 경우 한자의 사성(四聲)에 따라 표시한 경우도 있긴 하지만 역시 음율을 표시한 것은 아니다. 단지 일반적인 원칙으로 음정도(音正道) 화아(和雅) 청철(淸徹) 심만(深滿) 주편원문(周偏遠聞)이 청정한 범성의 특성이라는 기록이 있다. 허나 그 어떤 것도 범패를 어떻게 불러야 하는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 세상 어떤 것으로도 범패의 신묘한 성음을 기록할 수는 없을것이다. 오로지 구전심수(口傳心授)일 뿐인데 즉 입으로 소리를 전하고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뿐이기에 근래 범패를 오선악보로 채보하려는 노력이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범패의 제 맛을 도저히 살릴 수 없다. 단지 범패의 뼈대만을 기록할 뿐이기에 제일 좋은 건 재(齋)가 자주 열리고 범패가 대중에게 친근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범패 배우겠다는 젊은 스님도 많이 나타나고, 그래서 범패소리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요지 않겠는가? 그런 집념과 연구가 없으면 금방 잊어버리기 때문에 항시 사바세계 대중의 근처에서 열심히 정진해야 한다]

[강화도 문수사(文殊寺) 주지인 장벽응(張碧應) 스님과 중계동 학도암(鶴到庵) 주지인 김운공(金耘空)스님이 인간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운공스님은 서만월의 제자 이범호에게서 홋소리를, 동만월의 제자 벽봉 전우운(碧峰 田雨雲)에게서 짓소리를 배웠다. 허나 현재는 더 이상 제자를 키우지 못해서 송암스님이 가르친  가르친 범패 이수자로는 김구해, 마일운, 임명원, 오송강, 이수길(기봉), 김형택 등이 있고 학자로는 서울대 국악과의 한만영 교수 같은 이도 있다. 그러나 완벽하게 불러 볼 영산재같은 큰 재가 거의 없으니 참 한심한 노릇이다]

 범패 전수에는 나라 뿐만이 아니라 종단의 적극적이고 제도적인 도움이 필수적인데 왜냐면 현재 절간에서 불려지는 간단한 염불이나 반야심경조차 전혀 통일이 안되어 있다. 최소한 염불이나 반야심경 독경소리 정도는 통일이 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또 정통 범패 소리에 바탕을 두고 작업을 해야 할 거고  포교를 위해서도 그렇고,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렇고, 부처님 경배하는 분위기를 엄숙, 장엄하게 하기 위해서도 범패는 크게 소용되는 바가 많은데 절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들려오는 범패 소리...... 아뭏든 범패 소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거다. 1700여 년 대중의 가슴 깊숙이 자리잡은 범패 소리는 결코 꾾이지 않는 메아리로 영원히 살아남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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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문화의 거칠은 유입으로 거의 모든 전통 문화가 다시 꽃피울 기회를 박탈당한 채 버려진 골동품 취급을 받고 있으니 범패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으리라. 1600여 년 역사속에 고도로 승화된 예술이었던 범패. 그러나 오늘의 범패 현실은 바로 한국 문화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해준다. 한국적인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명제를 잊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