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조촐하게나마 "정모" 형태를 갖춘 팜파티 이야기를 꺼내자
아버지께서 대뜸 "어 ? 이렇게 형편 없이 어떻게 사람들을 초대한다고 하냐 ?" 하십니다
순간 노파심이 가득 찬 아버지의 눈빛이 날아와 박혔어요
그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버지는 휙~ 하우스 안을 둘러보시면서
꽃들 사이 웃자란 풀들을 뽑으십니다 ㅠ.ㅠ
아버지의 근심을 존중합니다..
정리정돈이나 청소엔 병적일 만큼~ 재주가 없는 탓에
하우스 안에 도구들은 정렬이나 정리가 된 지 까마득하게 널부러져 있고요
하우스 제작 일정에 떠밀려 간척지 땅 위에 급하게 복토도 제대로 못했고
더구나... 흙을 균일하게 일구는 작업조차 제대로 하질 못했어요
안에 공중 구조물을 설치해야 했지만 자금 조달력도 부족하니 중구난방~
땅에 심은 것 따로 낡은 중고 파렛트 위에 얼기설기 올려진 화분들하며
이렇다 할 만큼 정돈 된 게 하나도 없지요
그뿐인가요 ? 절대농지라서 건축물을 지을 수 없으니 상수도도 들어오지 못하고요
관정을 뚫으려고 해도~ 암반을 뚫어도 짠물이 나온다는 간척지라
관정 전문가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곳이라... 지하수 뚫는 것도 불가했어요
결국 선택한 것이 농수로 쓰이는 삽교천 물을 모터로 끓어와서 여과기를 연결하는 것뿐인데요
전봇대에서 전선을 끌어와야 하고 관을 묻어야 하고 대형물탱크가 있어야 하니
이것 또한 보통일은 아니더라고요..
모든 게~ 자본만 있었다면 아주 일사천리로 간단하게 끝날 것이였을지 모르겠어요
이중 하우스와 복토비용까지 합친 것이 1천만원이 소요 되었고요
미니 하우스지만 집을 짓는 비용(이것도 대부분 빚이였네요)이 들어가는 바람에
더 이상의 여윳돈이 없이 시작한 꽃섬은 그야말로 허술하기 짝이 없지요
하우스 짓고 몇 달은 그냥 큰 고무다라에 모터로 일일이 물을 받아 하루 2번씩 채우고 주고를 반복해야 했어요
그땐~ 물을 뿌려주는 살수기가 없어서... 일일이 조루에 담아 수십 차례 하우스 안을 종횡무진 뛰어다녀야 했답니다
그래도 하우스가 생겼다는 기쁨에 힘든 것도 몰랐는데
가중된 조루 물주기로 인해 손목에 파스가 마를 날이 없었고요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손목의 상태가 악화될 무렵 아버지가 수소문해 물탱크를 저렴한 가격에 구해오셨어요
모터도 사고~ 중고 여과기도 연결하고~ 전선도 깔고~ 아버지 노동력 다 빼고도 지금처럼 물탱크에 물 받아 살수기로 물을 주는 데
금세 100만원이란 돈이 빠져 나가더라고요 ㅠㅠ
간척지 짠 땅이라 꽃들의 이식 후 몸살을 앓는 기간이 엄청 오래 걸리고요
간혹은 몸살만 하다 타버리고 가는 아이들도 생겨났어요
삽교천 물을 끌어온다고 해도 여과에는 한계가 있고
무엇보다 삽교천 물에도 있는 간기(짠기)는 상토로 트레이, 포트, 화분에서 키우는 꽃들에도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는 듯 했어요
지하수를 사용하는 하우스에 비해 여러 가지 악조건을 갖춘 꽃섬인 것이지요 ㅠㅠ
이뿐인가요 ?
꽃섬엔~ 예쁜 꽃들만 있는 게 절대 아닙니다
시들어 가는 꽃, 시든 꽃, 마른 꽃, 병든 꽃, 벌레 먹은 꽃 등
꽃씨의 발아에서부터 꽃의 성장, 그리고 가장 화려한 개화기, 씨앗 맺기를 지나
누렇게~ 사그라들 때까지...꽃의 일대기를 한 곳에 모아 놓았으니
꽃섬엔 꽃이 예쁜 시절의 모습만 허용하고 갈아치우는 "테마형 농원"은 절대 아니지요
그러니 사람들이 보러 온다면 혀끝을 차게 되는 아버지의 심정도 참으로 지당하실만 하지요
누군가 내다버린 것, 죽었다고 버려둔 것들, 포기한 꽃들을
다시 살게 했을 때의 그 짜릿함! 그 가슴 떨리는 생명의 부활 앞에서
몇 번이고 탄성을 질렀던 꽃섬지기는
다소 아둔하고, 멍청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아버지의 노파심 가득찬 눈빛에게
"아부지~ 여긴 예쁜 꽃만 파는 곳이 절대 아니예요!
도리어 남들이 못났다고 하는 꽃까지도 예뻐하는 곳이예요!"라며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뜨려야만 했답니다
차마 입밖으론 말할 용기가 없어 혼자 속으로만 그렇게 내뱉고 있었어요 ㅎ ㅎ;
제가 읽었던 동화 속에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꽃을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시든 꽃도 사랑해야 해!"라는 .
그래요~ 이젠 말할 수 있어요 !!!
꽃들을 위한 최고의 자리가 아니라서 꽃들에게 미안하고 미안하지만
온몸과 온맘으로 꽃들의 일대기를~ 전부 다 품으려고 노력하는 곳, 그곳이 바로 꽃섬이라고 말예요!
아픈 꽃도 시든 꽃도 못난이 풀꽃까지도...
귀족대접을 해주고 싶은 꽃섬지기의 마음을~ 알아보실 분들이
울 꽃섬 카페에는 분명히 계시겠지요 ??
그치만~ 부족한 것은 계속해서 공부하고 반성하고 고쳐나가려고 노력할 거예요 !
장황하게 변명을 쏟아내고 말았네요 ㅎ ㅎ;
꽃섬에 오실 분들~!!!
기대를 한껏 낮추고 오셔야 하는 이유~~~에 대한 변명으로
그럴싸했는지요 ??? (((긁적긁적)))
멀리서 와주시는 분들을 위해
잘보이고 싶은 맘~ 왜 제게라고 없겠나요 +_+?
그치만 먼저 선수를 쳐 봅니다~!!!
"왜 이렇게 볼품이 없나요?" 하고 물어보신다면 ???
"시든 꽃도 사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 드리겠어요 ~ !!!
- 게으름을 어떻게든 포장해보고픈 꽃섬지기 드림 -
첫댓글 이게 무슨 칼럼이야아~~~애교구먼~~~
딱딱하게 포즈 잡지 않을거예유~!!!
꽃을 가꾸기 시작하면서 맨날 흙만지고 풀뽑고 코팅장갑 엄지검지부분이 뚫어져라 씨름해도 일이 아닌 흙놀이하러 간다~ 꽃놀이 하러간다~ 얘기하게 되더라구요^^ 흙만지며 손마디가 생기고 손톱도 바짝자르면서 매니큐어칠한 예쁜손은 볼수없지만 그보다 더 귀한 꽃들을보며 백배천배 기쁨을 느낀답니다. 지기님 변명이라 하시지만 소신을 소리높여 외치시는듯^^*~
흐흐 깊이 읽으셨는데유~~~~ ♡
@꽃섬지기 ㅋㅋ편밤되세요~~~^^
우리 카페 회원님들은 꽃만 보는 분들이 아님!을 아시지요?
따듯한 마음과 땀흘린 수고를 헤아리시는 분들이니 반갑고 즐거운 모임, 파아뤼~~~ 되시길 멀리서 못가고 응원 합니다!
언젠가 꼬옥~~~ 뵙고픈 분 : )
제게 위로와 힘을 주시는~!!!♡
다른 꽃지기님들도 그러지 않을까요?
내집에 초대한다면 신경쓸일이 태산일테지만 다른이의 집에 간다면 홀가분하게 가지 않을까요?
그만큼 손님 초대가 쉽지 않는 일이지요
저도 멀리서 응원 드립니다.^^
그 응원~~~ 몽땅 털어갑니다 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맞아유~~~~~~ 그래주실거예요
우린 꽃을 사치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거니까요 : )
시든꽃을 따야 다음해 싱그너운꽃을 만날수 있답니다.~~~~~~~~~^~
명언이네요 ~^ ^
마음과 마음들이 모이는 곳
꽃섬!
보이는 것 에 연연않고
서로 보듣고 나누려는 좋은사람들이 들랑이는 곳
입니다 ^^~
들길님의 넉넉한 마음이 들랑거려 좋아유^ ^~
애쓰신 모습이 보여요.꽃들은 예쁜건 당연하고요 전 지기님 노력이 더 예쁩니다~~~
느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
다들 그렇게 살죠 ㅋㅋ
괜찮아요
씨~~~ 익~!!!
예쁜 율님 정원이 부러워요 ♡
항상 응원합니다~^^
별앙 아프지마로ㅜㅜ
글을 읽으면서 공감버튼있으면 천만번이라도 더 누르고 싶었어요^^
지님님도 화이팅~~♡♡♡
쑥섬님 어쩜~~~~
저두 그랬거든요ㅜㅜ
전 쑥섬님 발톱도 못 따라가지만요^ ^;
위댓글님들 모두모두 내가 하고픈 말씀들을 대신해주셨네요
울지기님 아자아자 파이팅! ^^
~^ ^/
글을 차아암 잘 쓰신다... 맘에 쏙 와서 닿도록....
일을 그만두면 마당있는 시골집에 살리라 희망하다가 조금 일찍 촌집으로 이사를 했네요
덕분에 왕복 두시간여를 운전하고 출퇴근하느라
늙어가는 내 몸이 좀 힘들어해요 ^^
그래도 아침저녁 예쁘게 피어주는 꽃들을 보며 행복해하지요.
내게 매일의 행복을 주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신 우리 지기님!
늘 응원합니다~~~
참고로 울 집은 더 가관이에요
억지로 만든 꽃밭은 엉성하기만 하지요
여기 저기 흩어져있는 연장들은 날 지치게해요 ㅎ
청소도 정리도 요리도 젬병이지만 뻔치만은 수준급이라
이런 집에도 사람들 불러모아 맨날 자랑질입니다.ㅋ
뭐, 어때요?? 우리끼린데......
맞음맞음요 어때요 어때
우리끼린뎃~~!!!!!! 몸은 고되도 이만한 즐거움이 있을까 싶어요 ~~~~ ♡♡♡
사람 사는게 다 그렇지요

오히려 편할것같은데요.

겁고 행복한 모임가지세요


^^

^^
저도 늘 항상 응원할께요
담엔 꼭~~~~ 뵈어요
미스코리아 진~~~김~~미~~~ 숙~!!!님이이이님 ^~^
번지르하게 꾸며진곳보다는 사람냄새나는듯 하네요..
한곳한곳 정성이 들어가 있을거에요...
보람도 클거고 애착도 크겠죠..그런곳에서 정이나오고 따뜻함이 나옵니다..
너무 무리하지마시고 건강챙기세요..
자꾸 이렇게 자랑질을 늘어 놓으시면 그 너저분한(?) 꽃섬에 가고 싶어 지겠어요
가서 여그저그 풀도 뽑아주고 (댑따 빠르거덩요)
매인몸이니 어쩔수 읍고 다음을 기약해야쥬
가슴이 서늘해지네요 ....그 용기에 아버님 가슴이 그러했을지도 .....하지만 새 희망으로 나날이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지화자~~♡
시작이 반이랍니다.
아자!!
같이 힘내요~~~~🥰🥰🥰🥰🥰🥰
아~ 저도 하우스가 로망이었는데 하우스 짓고 나니
상수도도 없고 짠물 나온다 해서 지하수도 못파고
그래서 빗물을 받기 위해 컨테이너 위에 지붕을 하고 물받이 시설을 해서
5톤 물탱크에 받아서 쓰고 있어요
제맘하고 똑같아서 안타깝네요
에고 저런 ㅠㅠ 😭
가장 피해야 하는 게 염해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