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책마을 카페 오픈 기념 공연: 창작 판소리 <전봉준> (1)
삼례 책마을이 개관을 한 것은 몇 달 전 일이다. 아주 큰 헌 책방, 혹은 희귀 도서도 다수 소장하고 있는 고급 고서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박관장은 영월에 있던 책박물관을 여기로 옮긴 데 이어 인사동에 있던 고서점 호산방을 옮겨온 것이다. 나는 신주필의 소개로 박관장과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박관장은 삼례 사람들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것들을 여기로 옮겨왔다고 하였다. 고서 수집을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냐고 물었더니 고등학교 때부터라고 대답하더라. 박관장은 고등학교 때부터 모아온 그것들, 정말로 자기의 모든 것이라고 할 만한 그것들을 삼례로 옮겨온 것이다. 이제는 아예 삼례에서 산다고 한다.
지난 번에 염교수와 들렀을 때만 해도 카페는 오픈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 ‘삼례 책마을 카페’의 ‘카페’는 진짜 카페다. 인터넷 카페가 아니다. 커피를 판다. 커피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다. 책에 둘러쌓인 커피 가게! 환상적이지 아니한가? 책마을의 건물은 삼례문화예술촌의 다른 코너들처럼 일제 시대의 양곡 창고로, 널찍하고 높아 시원한 느낌을 준다.
몇 해 전 삼례문화예술촌이 개관한 이후 다양한 전시와 공연히 꾸준히 어어져왔지만, 내가 구경을 간 것은 몇 번 되지 않는다. “같이 갈 사람이 있어야 말이지.” ‘가페 오픈 기념 공연’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우리 아파트 앞 6거리에 걸렸을 때도 나는 그 공연은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다. K교수가 동행을 제안하였기 때문이다. K교수는 부인과 같이 나왔는데, 이 부부는 문화, 예술을 각별히 사랑하는 사람들로, 공연이나 전시의 소문만 들리면 찾아가서 즐긴다.
사회자가 인사를 시키자 박관장이 나와 한 마디 하였다. 첫 마디가 “이런 공연장에는 원래 관객이 별로 들지 않는 거예요.”였다. 이 양반, 관객이 너무 없으면 어떻게 하나 하고 노심초사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료공연이었다. 따로 공연장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카페에서 공연을 하였는데, 그래도 열 개 남짓한 테이블은 다 찼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도 있었고, 노인들을 모시고 나온 젊은이도 있었다. 군청에서 나온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다. 박관장은 “이번 공연을 지원해 준 완주군청에 감사드린다.”는 말도 했다.
나는 K교수에게, 나는 공연장의 입구 쪽에 앉겠다고 말하면서, 예전의 경험을 한 가지 들려주었다. 대학생 때 이야기니 정말로 오래 전 이야기지만, 딱 한 번 판소리 공연장을 찾은 적이 있다. 장소는 서울역 맞은편의 뿌리깊은나무 사옥이었고 출연자는 바로 박동진 명창이었다. 관객에게 해대는, 그 유명한 상소리는 정말로 통쾌하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공연 시간이 무려 다섯 시간이었다. 상소리와 재담이 끝나자 나는 지루함을 느끼기 시작하였으며, 집중력이 떨어지자 지금 어느 대목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게 되어, 나는 한층 더 지루해졌다. 두어 시간 가까이 견디다가 슬며시 일어나 살짝 빠져나왔다.
이 공연이 설마 다섯 시간을 끌지는 않겠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걱정이 없지 않았다. 무대는 카페 한 쪽에 소박하게 설치되었다. 공연단은 세 명의 젊은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어떤 경연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는 남자 고수, 25현 개량 가야금을 들고 나온 여자 가야금 연주자, 그리고 주인공인 듯한 여자 판소리꾼. 이들은 나 같은 촛자들을 배려해주었다. 공연 시간은 단 한 시간. 고부군수 조병갑을 풍자하는 대목만 한 것이다. 금수저가(歌) 등 현대적인 감각을 도입한 노래도 많이 나왔다. 판소리꾼은 관객들을 공연에 참여시키기 위해 추임새 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으며, 아예 관객들로부터 한 가지 약조를 받아내었다. 소리꾼이 오른손을 슬쩍 들면 관객들은 ‘얼씨구!’하고 추임새를 넣기로 하였으며, 왼손 신호에는 ‘절씨구!’, 또 무슨 신호에는 ‘좋다!’, ‘이쁘다!’를 넣기로 하였다. 우리는 소리꾼의 리드를 따라 연습까지 하였다.
약조하고 연습한 대로 잘 되었냐구? 아무래도 한 편 더 써야하겠다. 공연이 끝난 후 박관장은 우리 테이블로 와서 책마을과 문화예술 등에 관하여 한참이나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이야기도 해야겠다. (계속)
첫댓글 제주에서 다시 2차수 수업을 와서 이 곳`소식을 접했습니다. 교수님께서도 소개를 해 주시니 꼭 다녀와야겠어요.
글 감사합니다. 교수님께서 읽어주시는 듯 합니다. 새해에도 무탈하시고 늘 건강한 소식 올려주십시요!
멋있는 공간에서 근사한 시간을 보내기에 훌륭한 곳이네요...
대학원 올 적마다 들러보려 합니다 ^^
다녀오셨군요. 커피맛도 좋아요. 문화예술촌 안의 커피숍도 괜찮고요.
며칠전에 이곳에서 전공 과목 수업을 했어요. 커피마시면서 교수님과 수업하니 좋더라구요..
교수님 강의도 이런 곳에서 편히 얘기 하듯이 듯고 싶어집니다..
아이와 주말에 다시 가보려구요.. 이런 멋진 곳이 삼례에 있다는걸 몰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