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대학 한시반 이창희 학형 문병가서 응접실에서

소응접실에서, 천정에서 햇빛이 응접실로 들어왔다./ 실내에 있는 화초들이 한데 같은 조건으로 초록이 싱싱하다.
나의 새벽 운동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4시30분이다. 새벽 모닝콜은 클럽 선배님께서 보내온 것이다. 일 년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상나팔 같이 모닝콜을 보낸다.
모닝콜은 지금 당장 일어나라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벨 소리를 듣고 슬슬 기상 준비를 하라는 것일게다. 누운 채로 팔 다리를 흔들고 뻗히며 스트레칭을 한다. 남향 창이 희부윰한 것이 어둠이 걷히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직 운동하러 나기에는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머리맡에 있는 스탠드를 켰다.
어제 저녁에 읽다가 덮어둔 책을 폈다. 물론 누워있는 상태다. 베개를 하나 더 고여서 상체를 높여 독서하기 좋은 자세를 만든다. 때론 독서를 하는 중에 물러가던 졸음이 다시 엄습할 때도 있다. 깜박 졸은 것 같은데, 두 시간을 더 잘 때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욕실로 들어가서 엉클어진 머리에 물을 끼언고 빗질을 하고, 헤어크림을 바른다. 늦가을 무서리 맞고 시든 풀 같던 머리카락에 윤기가 흐른다. 머리에 윤기가 반질거리니 얼굴에도 윤기가 좀 도는 것 같다.
추리닝 차림으로 아파트 일층 현관문을 나선다. 시원한 새벽 공기가 오래 만에 만난 친구인양 전신을 휘감는다. 새벽 공기는 늘 상쾌하다.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서 내 애마를 찾아본다. 그놈이 그놈 같고 헷갈려서, 리모컨을 눌렀다. 저 안쪽에서 왕방울 같은 눈에 섬광이 번쩍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애마를 타고 도로로 나온다. 나지막한 상가 건물들이 도로 양편으로 사열하듯 서있다. 고만고만한 낮은 건물들 오히려 더 정감이 간다. 키 재기 경쟁으로 하늘까지 가리는 위압감도 주지 않고 번쩍 거리는 수입 대리석으로 돈 냄새를 풍기지도 않은 소박한 것이 마음을 푸근하게 해준다. 아직 졸고있는 건물 사이에 24시 영업을 하는 부지런한 가계도 보인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버스 정류장에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름도 모르는 낮선 사람들, 그러나 국가의 틀 안에서는 씨줄 날줄같이 짜여서, 생산하고 납세해서 국가를 지탱하는 국민들이니 나와는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달리던 차 안의 네비게이션이 고가 다리위로 진입하라고 지시를 한다. 뻔히 아는 길인데, 충직하게 직분을 다하는 충복이다. 고가도로 아래는 경인 전철이 덜컹덜컹 오간다. 수많은 승객과 사연을 실어 나르는 전철, 이른 새벽에 타고 있는 승객들은 대개 아침출근길의 젊은 직장인들일 게다. 그들이야 말로 역동적인 한국의 경제를 이끄는 산업 역군 들이다. 그들에게 따뜻한 고마움을 보냈다.
애마를 주차장에 세워 두고 학교로 들어선다. 학교는 신축한지 10년도 안된 산뜻한 건물이다. 붉은 벽돌로 외벽을 쌓고 군데군데 내 쌓기도 하고, 어떤 창은 원형으로 해서 의장 효과를 낸 아름다운 건물이다.
녹지대에는 소나무는 물론 대나무, 세죽들이 빽빽이 들어선 가운데에 싸리나무 두 그루도 끼어 있다. 붉은 싸리꽃이 나비가 알을 슬어 놓은 것 같이 올망졸망 피었다. 수풀 속에서 풀벌레들의 연주가 한창이다. 방해가 될세라,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오케스트라 무대 가까이 닥아선다.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크라니넽의 선율이 화음이 돼서 흐른다. 비발디 사계四季중에서 가을을 연주하는 중이다. 자연의 화음이 인위적인 것보다 더 감흥을 줄 때가 있다. 어린시절 고향집, 밝은 달빛이 처마에 걸려서 창호지를 반쯤 비쳤다. 툇마루 밑에서 노래하는 귀뚜라미의 청아한 세레나데를 들어면서 잠들던 기억이 아련하다.
계단을 오르는데 떠들썩하게 배드민턴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울긋불긋 예뿐 운동복들을 갖추고 남녀 회원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배드민턴은 재미있는 운동이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서틀 콕shuttle cock 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이쪽,저쪽으로 번개 같이 날라 다닌다. NASA의 우주 유인왕복선, 스페이스 서틀space shuttle 처럼 빠르다. 힘차게 때리면 저쪽 코트에 꽂히는 호쾌한 박진감, 강력한 스메싱을 받아낼 때의 그 스릴, 그 재미에 나는 27년을 해오고 있는데 싫증을 모른다. 비슷한 나이의 회원들과 서네게임은 한다. 숨이차고 등에서는 땀이 흘렀다. 체육관을 사용하는 시간은 오전5시30분에서 오전8시까지다.
운동을 마치고 나이든 회원들은 식당으로 간다. 정년을한 회원들이다. 해장국, 된장찌개, 설렁탕, 추어탕을 하는 식당들을 번갈아 이용한다. 식탁에 둘러앉으면 이야기들이 두런두런 실타레처럼 풀리기시작한다. 인생을 살만치 살아온 경험담들이 묵김치 맛이다. 시끔하면서도 짭잘한 간이 미각을 돋아준다. 모두들 사는 것이 홀가분하단다. 자식들 키워서 시집장가 다 보내고 부부가 단둘이 단출하게 살고들 있다. 본인들의 일생에서 지금처럼 한가하고 마음편한 때가 없었다고들 한다. 인생은 년륜의 마디 마디 마다, 쏠쏠한 재미가 있다.
“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더 운동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길어바야 10년 안쪽 일거애요, 빠지지 말고 모두들 매일 나와서 운동해요.”
“ 예, 그래요 옭은 말씀이야요 ”
올해 고희를 맞은 신여사의 말에, 모두 맞장구를 쳤다.
우리집도, 아들 딸 건강하게 키워서 결혼시키고 손자손녀를 다섯이나 얻었다, 부모의 책임을 어느정도 마무리한 지금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퇴역하는 노병 같이 홀가분하고 편안하다
첫댓글 섬세하고 치밀한 관찰 세밀하고 적절한 표현
특히 "싸리나무 두 그루도 끼어 있다. 빨간 싸리 꽃이 나비가 알을 슬어 놓은 것 같이 올망졸망 피었다." 같은 표현이 재미 있군요. 낙관적 인생관도 본받을만 하구요. 사진도 잘 감상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오페라 서양의 아리아를 좋아 했습니다만 지금은 가곡이 너무 마음에 많이 와 닿습니다.왜그런지 저도 모르겠습니다.저명하신 선생님께서 같이 이렇게 모여 않아 계시는 모습을뵈니 아주 좋습니다.^^
봉마에님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