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기 전에.
여기에 올리는 저희 가족의 유학생활 경험담은 작년말부터 올초까지 네이버의 말레이시아 관련 모 카페에 써서 올렸던 글을 다시 정리해서 옮기는 것입니다.
읽으시기 전에 아래에 언급한 몇 가지만 감안해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한 가족이 겪은 경험담이기 때문에 모든 글의 내용은 절대적으로 주관적이며 일반화될 수 없습니다.
2. 기억과 경험에 의해서 적어가는 글이기에 정확한 정보, 확실한데이터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정서적으로만 받아들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 가족의 말레이시아 경험이 조금이라도 이곳 회원분들에게 도움이 되거나 약간의 응원이 된다면 그것으로 대만족입니다.
2012년.
말레이사로 올 당시에 저희는 용인시 수지에 살았습니다. 2002년에 서울에서 수지로 왔으니 딱 10년을 그곳에서 살았습니다.
2012년. 큰아이 아들고1, 작은아이 딸 중1에 막 진학했을 때입니다.
당시엔 수지가 한국에서 몇 안되는 고교 비평준화 지역이었습니다.
이 말은, 큰아이가 중학시절, 특히중3 시간을 엄청난 입시 스트레스로 보냈다는 것을 반증하는 거지요. 게다가 둘째 아이에게도 서서히 닥치는 검은 그림자이구요.
몇 년 안에 평준화가 된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당장 겪어야 할 일이라는 현실이 꽤 갑갑했습니다.
당시 수지의 고교 입시는 특별히 뛰어난 아이들 빼곤 눈치 작전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듯 싶습니다.
내신 걱정에 고등학교 하향 지원… 등등.
그렇게 그나마 가깝고 평판이 좋은 신생 학교에 큰아이가 진학을 하고 학교를 다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학원에서 심야 수업을 못하는 조치 같은 게 있었습니다.
학교 수업, 학교 숙제, 시험, 학원, 학원 숙제, 주말에도 편법으로 학원에 가야 무한 뺑뺑이 반복. 친구가 친구이기 전에
경쟁자가 되는 현실.
어느 날 문득,
“애들을 왜 이렇게 쫘야 하나?, 뭐지? 이런 무력감은 뭔가?!”
고민을 아내와 상의했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하구요. 뭐, 별다른 뽀족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하죠.
그러던 중, 어느 날 퇴근하고 집앞 치킨집에서 우연히 동네 아빠를만났습니다. 간만에 뵌 지라 인사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집 아이(당시 중3, )랑 어머니랑 곧 말레이시아로 간다고 하더라구요. 공부하러. 가서 영어라도 제대로 하고 오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순간 저도 솔깃했습니다.
이렇게 여기서 진빠지게 공부하고 암울한 경쟁의 바닥으로 아이들이 빨려들어가는 거보다 어디 딴 나라가서 그냥 인터네셜하게아이들이 살 수만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 확 들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 교육 때문에 다들 한국을 떠나오셨거나 떠나시려고 준비하시는 부모님들이 대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해야죠.
그래서 아내와 생각을 정리해봤습니다. 굳이 말레이시아로 가야 하는 이유를 찾아보자.
1. 여기서 입시에 시달리는 거 아이나 부모나 숨막힌다. 더이상 못버티겠다.여유 있는 집들(제 친구들이나 지인들 중에서)은 미국, 캐나나, 호주 등으로 가지만 우리는 형편이 안 된다.
2. 말레이시아 정도라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뭐 그리 큰 부담이 될까. 한국서 사교육비 쓰는 돈으로 거기서 저렴한 국제학교 다니면 된다.
3. 큰 욕심 없다. 아이들 영어와 친해지고 말레시아에는 트위닝제도라는 게 있으니 그런 거라도 이용해서 대학을 가든지 말든지 하자.
4. 그리고 엄마랑 아이들 먼저 가면 기러기 생활 오래 하지 말고 곧 여기 정리하고 따라가서같이 그곳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
지금 이곳서 이주나 아이의 유학을 결심하시거나 아이들을 보내신 부모님들이 판단하시기에 정말 어처구니 없이 순식간에 말레이시아로 넘어갔습니다.
코엑스에서 하는 말레이시아 유학 설명회 1회 참석.
먼저 가는 (앞서 언급한 가족) 아는 가족이 있어서 나름 용기 지참.
현지 답사 스킵, 현지 물정 전혀 모름.
현지 물정은 시중에서 파는 말레이시아 여행책 두 권 읽고 공부.
유학원에서 준비하라는 준비물과 시티은행 통장.
대략 3월 말에 맘 먹고 이것저것 알아보고 그로부터 두달이 채 안 된 5월 15일자 비행기 티켓팅.
그곳서 최대한 살림살이에 들어가는 돈 아끼려고 집에 있는 살림살이 약 50박스 꾸리기.
나머지 대형가전, 가구 등은 헐값이 처분 또는 아는 분들께 투척.
가고자 결심하니 모든 일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더군요.
큰아이든 작은 아이든 당시 학교 성적은 최상위권은 절대 아니었고, 그럭저럭 상위권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모두가 다 그럭저럭 상위권인 현실이 무서운 거죠.
저희 가족(어머니, 형, 누나네)들은 모두가 반대를 했습니다.
“말레이, 거기에 가지 말레이!! 가지 말레이!”
딱 이런 거였죠.
더욱이 주변의 아는 동네 학부형들이나 제 친구들도 겉으론 잘가라고 하면서도 약간은 의아한 반응을 하고 있음도 감지를 했죠
(아, 말레이시아? 거길 왜 가? 호주, 캐나다, 미국이 아닌…거기 동남아시아로 가면 우짤라고?!)
굳이 아이들 친구 학부형들께는 집사람이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어려웠던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싶네요.
구글에서 검색한 말레이시아의 이미지는 막연한 선입관을 허물어버렸습니다. 실제 겪어보는 쿠알라룸푸르는 첨단의 오늘과 구태의연한 과거의 모습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더군요.
/to be continued/
첫댓글 용기만 있으면 된다는걸~ 용기를 주세요~~~
우리가족에겐 용기가 다른말로 무모함이 아나었을까요 ㅎㅎ
하지만 이제는 용기가 필요한이에게 손잡아 끌어줄 수 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