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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 일정한 선에서 만족하고 멈춰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더 큰 충족을 위해 끝없이 욕망의 날개를 편다. 그래서 간혹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의 휴양지 다바오에선 마음껏 욕심을 부려도 괜찮다. 진정한 쉼을 위한 모든 것이 예비된 곳으로 여행객들의 바람을 속시원하게 풀어준다. 마음의 갈피에 쌓인 일상의 먼지가 말끔히 씻겨내려간다.
◆휴양과 생태관광의 진수를 맛보다!
다바오는 쉴 만한 물가와 놀 만한 리조트가 즐비하다. 두리안과 망고스틴, 필리핀 독수리와 야생란, 다채로운 소수부족 문화 등 먹을거리와 볼거리도 풍부하다. 일상에 지친 심신을 맑고 투명하게 정화시켜준다. 아늑하고 쾌적하며 흥미진진한 곳이다.
다바오는 필리핀의 여느 섬, 여느 도시와 다르다. 도심 거리에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연임으로 선출된 현 시장이 매우 강력한 금연법과 공공질서 캠페인을 추진해온 덕분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살 만하고, 특히 아이들을 위한 환경이 잘 조성된 도시라는 명성을 얻고 있다. 깨끗한 것은 거리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의 표정 또한 해맑다. 적도의 더위와 남루한 일상에 지친 피곤을 찾아보기 힘들다. 마르코 폴로(Marco Polo) 호텔 인근에서 코코넛 주스를 팔던 포장마차 주인 부부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볼 때마다 얼굴 가득 함박웃음이다. 도시와 사람 모두에게 달콤한 평화가 깃들어 있다는 느낌이다.
무엇이 다바오 사람들에게 평안을 주는지 이방인의 눈으로는 속속들이 알 수 없다. 다만 그 여유와 안식을 찾아 다바오로 향하는 여행객의 발길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필리핀 현지는 물론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미국 등에서 허니문과 개별여행객들이 평온의 도시로 찾아들고 있다.
다바오를 찾는 여행객들은 생태관광(Eco Tourism)의 진수를 맛보게 된다. 필리핀 최고봉인 아포산(Mt. Apo, 2954m)이 다바오 서쪽에 우뚝 솟아 있다. 이미 1930년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아포산의 세력권 안으로 들어서면 필리핀의 고유한 열대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다.
아포산은 등산과 트레킹, 사파리와 탐조활동을 통해 멸종 위기 동식물을 만나는 기회를 준다. 운이 좋으면 19세기 독일 식물학자가 아포산에서 발견했다는 야생란 왈링왈링(Waling Waling)도 볼 수 있다. 또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자연 속에서 래프팅, 암벽 등반, 승마, 카약 등 다채로운 레저를 즐길 수도 있다. 특히 화산 분화구와 수많은 폭포가 볼거리를 더해준다.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 속을 누비다 보면 몸 안에 생명력이 약동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경이로운 바다 속 탐험
다바오 도심 동남쪽 사말 제도(Samal Islands)에는 일본의 진주 브랜드 미키모토와 인연이 닿는 리조트가 위치해 있다. 펄팜 비치 리조트(Pearl Farm Beach Resort)이다. 한 세대 전 미키모토 사가 필리핀 술루해(Sulu Sea)에서 채취한 진주를 이곳에서 가공했다.
펄팜 리조트에 입성하기 위해선 보트를 타야 한다. 다바오 펄팜 마리나에서 리조트가 위치한 사말 제도까지 약 45분 소요된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온 몸을 내맡기면 일상의 묵은 때가 씻기우는 느낌이다. 펄팜 리조트는 한적한 해안 마을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야자수와 열대 식물이 우거진 섬 한편에 수상 방갈로가 길게 늘어서 있다. 굵은 대나무로 엮은 방갈로 맞배지붕의 측면이 바다를 향한다. 객실 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바다 건너 멀리 아포산 봉우리가 구름 사이로 어른거린다.
동남아 여느 휴양지처럼 펄팜 리조트도 다채로운 해양 레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리조트 북쪽 끝에 위치한 해양레포츠숍 아쿠아스포츠(Aqua Sports)에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카약, 스쿠버다이빙, 아일랜드 호핑, 윈드서핑, 웨이크보드, 제트스키, 스노클링 등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스쿠버다이빙은 펄팜 리조트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즐거움이다. 사말 제도는 필리핀에서 내로라하는 다이빙 포인트를 품고 있다. 해양 동식물의 서식 환경이 뛰어나 이미 오래 전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특히 산호초 지대가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어 황홀한 수중산책이 가능하다. 바다가 늘 잔잔하고 수심이 깊지 않아 초보 다이버에게도 안성맞춤이다.
체험 다이빙 장소는 펄팜 리조트 인근에 흩어져 있다. 가까운 곳은 보트로 약 15분, 먼 곳은 약 1시간이 소요된다. 해변에서 산소마스크 사용법, 물속에서의 수신호와 주의점을 익힌 후 곧바로 배에 올라 산호초 지대로 이동한다.
다이빙은 스노클링과는 또 다른 매력을 안겨준다. 해양 생태계에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TV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바다 밑 수중세계의 황홀한 비경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다. 물론 수트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으면 날카로운 산호에 생채기를 입거나 해파리에게 온 몸이 쏘일 수도 있다. 또 너무 깊은 곳까지 내려갈 경우, 수압으로 인한 체력소모도 크다.
펄팜 리조트의 베테랑 다이버들은 능숙하고 세밀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산소통을 짊어진 초보 다이버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수중산책을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입수 전 바다 위에서 다시 한 번 점검과 리허설을 반복했다. 그리고 충분한 설렘 끝에 만난 바다 속 세상은 더 없이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펄팜 비치 리조트
객실은 스위트를 비롯해 70개가 갖춰져 있다. 일반 객실은 해변의 수상 방갈로인 사말 하우스(Samal House)와 언덕 위 빌라 형태인 힐탑룸(Hiltop Room) 중 선택할 수 있다. 리조트 중앙에 자리한 마라나오(Maranao) 레스토랑에선 신선한 해산물 요리와 이국적인 과일, 필리핀 전통 요리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선착장 입구에는 3층 목조 누각인 파롤라 바(Parola Bar)가 세워져 있다. 주변 섬들과 아름다운 해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음료를 즐기기에 좋다. 허니문 여행객이라면 해변에서의 낭만적인 선셋디너(Sunset Dinner)도 이용할 만하다. 스파, 수영장, 자쿠지, 테니스코트, 농구장, 비치발리볼 시설이 운영되며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 체크아웃 시간은 정오이다. www.pearlfarmresort.com, 63 82 221 9970.
협찬|필리핀관광청 한국지사(www.wowphilippines.or.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TRAVEL FEATURE
필리핀 다바오②
푸른 눈의 독수리, 날개를 펴다!
다바오는 민다나오 섬 남동부 해안에 자리한다. 바다가 내륙으로 움푹 들어간 곳으로 열대기후 지역에 속한다. 다바오라는 지명은 바고보(Bagobo) 부족이 이 지역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강에 붙인 이름에서 유래했다.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는 스페인 세력이 머물렀으며, 20세기 초에는 일본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플랜테이션 농장을 비롯해 벌목업, 수산업, 무역업과 관련된 많은 일본인이 거주해 리틀 재팬(Little Japan)으로 불리었다. 인구는 2007년 기준으로 약 139만 명이며 대부분 가톨릭 신자이다.
◆가볼 만한 곳
필리핀 이글 센터(Philippine Eagle Center)
필리핀 독수리(Pithecophaga jefferyi)는 세계에서 가장 큰 독수리이다. 파란색 눈을 가진 유일한 맹금류로 다 자라면 키가 1m 이상이고, 날개를 활짝 펴면 너비가 2m가 넘는다. 원숭이도 잡아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필리핀의 국조이자 보호조류이다.
야생 상태의 필리핀 독수리는 현재 약 500쌍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무분별한 열대림 개발로 인해 계속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2년마다 단 1개의 알을 낳아 식구도 단출하다. 이로 인해 필리핀 정부가 발벗고 나서서 개체 수 증가와 보호를 위해 노력 중이다.
필리핀 이글 센터는 다바오 도심 북서쪽 말라고스(Malagos)에 위치해 있다. 아포 산 기슭에 필리핀 독수리에 대한 연구와 교육, 번식을 목적으로 세워졌다. 현재 약 30마리의 필리핀 독수리들이 철망 새장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독수리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횃대 위에서 보내는데, 관람객이 철망 가까이 다가가도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운이 좋으면 크게 기지개를 켜는 독수리를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형형한 눈빛과 커다란 부리, 순백의 깃털로 뒤덮인 가슴, 끝 부분으로 갈수록 회색이 짙어지는 두 날개가 예사롭지 않다. 다리 근육은 배흘림기둥처럼 맵시가 있고 3개의 발톱은 쇠갈고리처럼 강인해 보인다. 필리핀 하늘의 제왕다운 늠름한 자태를 뽐낸다.
필리핀 이글 센터는 다바오 도심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소요된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입장료는 50페소(18세 이하 30페소)이다. www.philippineeagle.org
피플스 파크(People's Park)
다바오 시정부가 크고 작은 스포츠 행사가 열리던 PTA 운동장을 재개발해 시민들의 휴식공원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두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필리핀 독수리 조각상이 공원의 상징으로 통한다.
피플스 파크는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다. 평일에도 다바오 시민들이 즐겨 찾는다. 휴일이면 나들이 나온 가족들로 공원의 나무그늘 아래와 잔디밭이 모두 점령된다. 피크닉을 즐기면서 필리핀은 물론 호주, 아프리카, 중남미가 원산지인 1천여 종류의 열대 식물을 둘러볼 수 있다.
피플스 파크에선 다바오 사람들의 옛 생활상도 확인할 수 있다. 다바오 지역의 소수부족들이 오랜 세월 동안 살아온 모습을 조각작품으로 빚어 곳곳에 세워 놓았다. 그물로 물고기를 잡는 사람들, 물소 등에 올라타 수레를 끄는 농부, 긴 장대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의 모습 등이 채색 조각품으로 구현돼 있다.
에덴 네이처 파크 & 리조트(Eden Nature Park & Resort)
다바오 북쪽 탈로모산(Mt. Talomo)에 자리잡은 리조트이다. 다바오의 풍부한 식생과 레저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는 에코-어드벤처(Eco-adventure) 리조트이다. 열대기후 지역에선 보기 드물게 소나무 군락도 있으며, 다바오 시내와 바다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와 훌륭한 전망대 역할도 한다. 레스토랑에선 신선한 유기농 채소와 허브를 재료로 만든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 아름다운 꽃으로 물든 여러 개의 정원과 산책로, 수영장과 하이킹 코스, 캠프시설 등이 갖춰져 있어 가족 여행객의 호응이 높다. '사진과 추억만 가져가고, 발자국만 남겨 놓으라'는 격언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www.edennature park.com.ph
아포산(Mt. Apo)
필리핀 최고봉으로 정상부는 거의 연중 구름에 가려져 있다. 3~5월과 10~11월이 등반의 최적기로 알려져 있다. 어느 등반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볼거리와 소요시간이 결정된다.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각 등산로마다 하루 입산 가능한 등산객 수를 제한하고 있다.
◆다바오 여행정보
항공편
현재 한국와 다바오를 잇는 직항편은 없다. 마닐라, 세부 등을 경유해 다바오로 들어가야 한다. 마닐라 공항에서는 에어필리핀을 비롯해 여러 항공사가 노선을 운항하며 약 1시간 45분이 소요된다. 세부에서는 약 50분이 소요된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서도 직항편이 운항된다.
기후, 시차, 환율
다바오는 뚜렷한 건기나 우기 없이 연중 쾌적한 열대성 기후를 보인다. 태풍도 지나가지 않는다. 월 평균기온은 20.8~32℃, 연강수량은 약 2천㎜이다. 시차는 필리핀이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화폐단위는 페소이며 6월 하순 기준으로 1페소는 약 25원이다.
과일
다바오는 '필리핀의 과일 바구니'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 최대의 과일 생산지로 그 종류가 다양하고 맛도 뛰어나다. 과일 노점상에서 100페소면 열대과일을 실컷 맛볼 수 있다. 과일의 제왕으로 통하는 두리안도 그 중 하나다. 두리안의 맛과 향기는 '천국 같은 맛, 지옥 같은 냄새'로 표현된다. 뾰족한 돌기로 뒤덮인 껍질 속에 열량이 높고 향이 강력한 과육을 품고 있다. 다바오에선 두리안으로 만든 아이스크림, 사탕, 과자, 커피 등도 쉽게 맛볼 수 있다.
카다야완 사 다보(Kadayawan sa Dabaw)
다바오에서 매년 8월 세 번째 주에 열리는 성대한 추수감사제이다. 민다나오 섬에서 열리는 축제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민다나오 섬에 사는 여러 부족들의 전통음악과 춤, 놀이, 민속, 예술품 등을 경험할 수 있다. 다바오 전체가 거대한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마지막 날 벌어지는 선박 퍼레이드가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다. 다바오에서 생산되는 꽃과 과일로 장식된 배들이 도심을 수놓는다.
마르코 폴로 호텔(Marco Polo Davao)
다바오 상업 중심지에 위치한 특급호텔이다. 필리핀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수많은 명사들이 묵었다. 로비 한 벽면에 호텔을 다녀간 국내외 유명인사들의 친필 사인과 소감이 새겨져 있다. 245개의 객실에선 전망에 따라 아포 산과 다바오 만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바오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20분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