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구(未久)'는 '오래지 않아'에 해당하는 한자어입니다.
이 단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존경하는 고(故) 손경석 선생님의 글에서 자주 보였기 때문입니다.
손경석 선생님께서는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미구에.....'라고 말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해서 '미구'는 제 머리속 깊숙히 자리잡은 단어 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글을 읽다 보면 일제 때 교육을 받으신 분들의 글에서 주로 발견되고,
젊은 작가들의 글에서도 언뜻 보입니다.
요즘 세대 중에는 '미구'라는 뜻을 곧바로 알 이가 많을까 싶습니다.
미구를 만날 때마다 손경석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분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지금부터라도 어쩌다 발견되는 미구를 모아보겠습니다.
1) 정지용의 화문행각(花文行脚)
은희가 양력으로 네 살에 나니깐 음력으로 아직도 세 살이다.
그러나 음력 설때에는 양력설 때보다 더 자라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제부터 미구(未久)에 동백나무의 키를 지나고도 훨석 어른이 될 날도 볼 것이 아닌가.
식물에도 무슨 심리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동백나무가 어느때 슬프고 않은 것을 관찰할 수가 없다.
혹은 외광(外光)과 불빛의 관계겠지마는 동백나무가 그저 검풀어 암담한 모습을 할 때와
잎새마다 반짝반짝하는 눈을 뜨듯이 생광(生光)이 되는 적이 있는 것을 본다.
암담한 빝을 짓는 때는 우리는 심기가 완전히 쾌(快)한 날이 아니기도 하야
은희의 현관 옆 양실에 가서 난로에 통나무를 두드룩히 피우고 붉은 불빛에 얼굴을 달리우며
유리창에 나리는 함박눈을 본다.
* 화문행각(조선일보 동아일보 문장 등에 1940년 발표) - 화가 길진섭과 함께 선천, 의주, 평양, 오룡배 등지를 여행하며 그림과 글을 발표한 것
* 글의 출처: '내가 읽은 기행문들'(김윤식)
첫댓글 행각과 미구가 동시에 나오네요.
미구에 '조만간'. '다음에'이라는 뜻도 있지만 (지금 이상황에서는) 더 이상 언급할게 없어요~ 의 완곡한 표현이 아닐까...
글쎄요...이 글에서는 그럴 수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다른 글에서는 '다음에' '조만간'의 뜻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자이크-등산박물관 하하 말은 그렇게하는데...다음에 그런 글을 쓴 경우를 거의 못봐서...
@여름날 ^^ 탁월한 개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