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밥갑습니다〕 교육학과 윤민종 교수님 인터뷰

Q. 반갑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먼저 교수님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중앙대학교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교육사회를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미국의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 뉴져지 주립대학교에서 약 5년간 교수로 재직해 교육정책 관련 연구와 강의를 맡았습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건 2년 전입니다. 한국 청소년정책 연구원이라는 정부 출연 기금 연구원에서 1년 11개월간 있다가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이번 학기에 처음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Q. 처음 사회학이나 교육학이라는 분야 자체에 흥미를 가지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유년시절을 칠레에서 보냈습니다. 칠레는 빈부격차가 심한 곳이었기 때문에 같은 학급에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과 흔히 부르주아라고 말하는 부잣집아이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처음은 저 아이들은 왜 저렇게 가난할까에 대해 고민했어요. 한 어른은 저에게 그건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주었고 전 그 답에 의문을 가졌습니다. 과연 저 가난한 아이들이 쉽게 공부를 할 수 있을까. 공부할 책상은 물론 아이 혼자 있을만한 공간조차 없으며 따뜻한 수돗물조차 나오지 않은 환경에서 과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현재 아이가 처한 단순한 현상 안에 분명 사회적인 더 큰 맥락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처음 사회학적 의문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교수님께서 사회학이나 교육사회학을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개, 사람들은 어떤 만남이나 사건을 마주쳤을 때 그것이 운명적인 어떤 것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이나 현상 자체엔 그보다 더 치열한 사회적 관계가 숨어있어요. 예를 들어 어떠한 한 사람을 만나는 일에는 그 개인이 어떤 지역에서 태어나고 어떤 대학을 나왔는가 등의 여러 요소, 즉 어떤 사회적 관계에서 살아왔는가가 큰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 관계를 통해 내가 처한 상황을 알 수 있고 나를 통해 사회를 파악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개인과 사회의 역동적 관계는 각자가 아닌 하나의 덩어리로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종류의 것입니다. 즉 사회학을 공부하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사회와의 역학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됩니다. 이는 스스로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방식입니다.
Q 맡으신 과목인 교육사회학과 관련하여 사범 대학생들에게 강조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인가요?
삶에서 교사가 될 본인이나 현재 사회에서 여러 교사들이 가지는 고충을 개인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구조적으로 또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지게 하고 싶습니다. 또 많은 현상들을 비판적으로 사고하도록 격려하고 싶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이런 시각을 가지는 것을 선택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물론 학생들의 탓은 아닙니다.
고대 그리스에선 이성적인 사고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겐 투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때 말하는 이성이란 부정적인 사회체제나 현상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이성이었습니다. 불합리한 사고와 체제를 전복해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인간이 존엄성을 가지기 위한 기본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이죠.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은 학생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고 삶의 여러 요소들을 이해하게 하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런 자세를 가져 주었으면 합니다.
Q. 그렇다면 교수님이 맡으신 교육사회학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계신가요?
사실 교육사회 강의가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모든 학생들이 교육사회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론서만 중심으로 가르친다면 학생들이 이 과목을 어떻게 삶에 적용할 지에 대한 현실감이 없이 너무 어렵게 느껴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수업은 학생들이 비판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 교육사회학과 관련된 텍스트를 읽고 글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시간에는 『학교는 죽었다.』 라는 서적을 첫 읽게 했습니다. 물론 이런 비판적 사고를 가지기 위해서 이론은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개론서의 이론을 기초로 한 발표를 학생들에게 준비해오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바라는 이상향을 정해놓고 학생들을 끌고 가려 하진 않습니다. 단지 학생들이 이번 학기 수업을 듣고 현 체계에 대한 비판적 안목과 함께 미래의 이상향을 꿈꿀 수 있는 힘을 가져주었으면 합니다.
Q. 마지막으로 부산대 사범대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의 사회가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고 심지어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에 학생들이 생활하는데 있어 많이 힘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가 소위 말해 팍팍해지는 것은 한계이자 기회일 수 있습니다. 학생들 스스로도 이전에는 단순히 개인을 탓하던 화살을 돌려 세상을 관통하는 안목을 기르며 의식화 되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도 개인의 노력을 탓하기보다는 구조적으로 무엇이 바뀌어야 할 지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죠. 이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여러분의 세대에 좀더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현재의 사회에 저항하는 용기가 필요해요. 정말 작은 용기나 저항이라도 이는 학생들의 삶에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단순히 수업시간에 본인의 의견을 발언해주는 것이라도 좋습니다. 학생들이 좀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