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생명이 탄생하는데
진관 시인
하나의 생명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땅 위에서는 바람이 일어나고 있었지
바람은 잠시 숨을 고르던 바다 같은
파도를 내려치듯이 세월을 몰고 갔네.
어디에선가 사랑을 속삭이는 나비처럼
날개를 접고 앉아 꿀을 찾아 나서는
일터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울던 이들
그들의 생존 법칙을 세상이야 알소냐
생명이라는 것을 고이 간직하려는 인생
그것은 바로 꿈 같이 여기고 있지마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고 있는 고독한 삶
당당한 마음가짐을 지도에 그리보리.
가을의 언덕에서
진관 시인
가을이 왔다. 험난한 길을 지나서 왔다.
바라보이는 것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존재를
발톱에 숨기면서 다람쥐의 옷색깔로 장엄하고
살아있는 이들의 심장에 남아있는 마지막 불꽃
마른 장작에 불이 붙는 날을 기억하려고
초발심에도 없는 천리향을 깨물면서
고구려 장수들의 말굽소리를 내는 몸으로
청산을 돌아가는 구름을 가라타고 가는
백두의 호랑이 이발 같은 계절이 간다.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길을 향해
바람은 그렇게 왔다가 가는 나룻배
일본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소리
능금나무에서 까치가 노래를 부르는데
알아들을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만
바다를 침략하는 배 같은 물결치는 밤
숨어서 말을 하지 못하는 전설 같은 밤
늙어가는 육신을 이끌고 허둥거리는 날
뱀은 뜰 앞에 앉아 독을 풍기고 있는데
모기 소리만도 못하는 운명의 기침은
피리를 불면서 잠을 청하는 나비였다.
능수와 꽃이 바람에 날리는 슬픈 운명이네
시의 영혼
진관 시인
시인의 눈에서는 이글거리는 불빛이있는데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런 욕망이 없는 빈집
아메리카 양키들이 점령한 국토에 비가 내린다
저렇게 많은 하늘에 별들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려야 하는 황토밭 고랑에 뱀같이
하루 하루 보내는 삶이 너무도 벅차구나
조선을 침략한 일본을 찬양하는 시인들의 수난 시대
한편의 시가 죄인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시인
정지용도 서정주도 삶에 대한 애착이 있었던가보다
날이 저물어 오는 길목에 서있으면 하루도
가을에 고추 말리는 창 같은 하루해가
서산을 말없이 말을 몰고 달리는 구나
국화를 바라보며
진관 시인
국화는 전생에 맺은 배고파 죽은 영혼이 태어났나.
무서리가 내리는 추운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 꽃을 피우고
뜨겁게 타는 석양 노을 속으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오지 않는 잠을 이루려는 무지개 옷을 입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는 망부석 같은 계절을
그렇게 기다리고 있는 슬픈 계절에 떠나간 사람을
보내고 슬퍼하는 바람 같은 겨울을 기다린다.
담장 밑으로 흐르는 강물 같은 세월을 보낸다.
가거라. 어서 가거라. 담장이 넝쿨에 걸려 넘어진
청포도 익어가는 그리움을 보내고 우는 새 같은
세월을 보내야 하는 설움을 달래는 국화여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이별을 생각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낮설게만 달려와서
무덤 터에 옷으로 장식한 조화가 된다.
이름 없는 이들에게는 위안이 된다.
아무도 없는 길 바닥에 쓰러진 몸이여
무너진 성터에 피어있는 너의 모습은
지조를 지키던 춘양이 옷자락 같은 색깔로
낙엽이 날리는 들판에도 미소 지으며
눈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꽃이여
바람이 불어오는 산모퉁이에 살고 싶어
탑이 무너진 터를 걸으며
진관 시인
탑이 무너졌다. 누가 탑을 무너트렸나
온몸에 난 상처 같은 몸을 하고 바라보았다
처음에 탑을 조성하는데 바위를 쪼개는 아픔 같은
그날에 보았던 바위의 모습을 다듬던 것은 세월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할 운명 같은 바위를
눈물 흘리면서 흙덩어리는 주물러 붙인 이끼는
오래도록 잠에서 깨어나는 역사를 안고 살았다.
아 아 무너지는 구나 한국불교가 무너져
누가 다시 일으켜 새워야 하는지를
무너진 탑을 본래 그 모습으로
백년은 더 걸릴 일이라고 말하기도
천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선언한 이들
그들에 마음을 바르게 세울 서원이 있어야
무너진 탑을 본래의 탑의 영혼으로
이러한 시대에 잠을 이룰 수 없네.
가야 불교의 역사를 왜곡한 역사를 다시
김수로왕과 허황후의 불교사 서기.48년 시대
이러한 역사를 기록하지 못한 시대를 넘어
오늘에 불교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석굴암에 부처님이 통곡하고 있는 오늘이다.
진관 시 : 수다사 만추
수다사에 왔다. 수다사는 임진왜란 시기에 사명 스님이
농사를 지어 군량미를 마련하는데 나섰던 수다사
지금은 역사를 회복할 수 없는 분단의 끝자락
수다사 법당 앞에 있는 은행나무는 절망의
아픔을 씻어야 하는 병든 불교를 치유할 약은
그 어디에도 없는 스스로 참회해 해결해야 하는
절망의 노래를 불러야 하는 동학 난에 덕을 본 불교
조선 조정에서 승려들에게 도성 출입을 금지한 이후
전봉준 녹두장군이 주살당한 날을 기억해야지
불교는 자주적으로 해결한번 하지 못하고
타인을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것을 낙으로
지금도 그렇게 사는 것을 최의 가치로
병든 숫캐도 자력을 생각하면서 일어난다.
죽을 자리를 찾아서 떠나는 바람이여
수다사 산등에는 노을이 찾아오고 있는데
갈기를 재촉하는 까마귀는 집을 찾아 나선다.
아픔이 있는 이들에게는 아픔을 모르지만
아픔을 제어할 줄 아는 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내일을 분간하지 못하고 사는 인생의 삶이여
진관 시 : 수다사 가는 길
수다사 가는 길에는 별이 내려와
내가 걷는 길을 지켜주고 있네.
그날에 나를 위해 기도해 주던
다정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쓸쓸히 지켜주고 있는 소나무가
너무도 다정히 나를 반겨 주고 있구나.
잊으려고 하면 잊을 수 없는 것이
추억처럼 떠오르고 있는 수다사
하늘에는 달이 내려와 나를 반겨준
진실로 사랑이라는 기억을 하게 하니
이처럼 잊지 못한 숲길에 소나무
이별이 맺어준 그날을 기억하게 하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름다운 사랑
꽃피고 새우는 날을 기억하게 하는데
그날에 맺었던 사연은 어디로 갔는지
수다사 가는 길에는 붉게 물든 단풍
세월이 지난 후에는 무엇이 되려하니
그리움을 안고 사는 영혼의 노래여
진관 시: 수다사 단풍
수다사 단풍 숲이 나의 길을 지켜주니
전생에 맺은 인연 그림이라도 그릴 시고
내영혼 숨을 쉬면서 노래를 부르는 구나
바람이 불어와서 옷길을 여민 숲길
걸음을 옮길 적마다 물감을 칠한 듯이
산하나 들고 어디로 나비처럼 날아가네
볏이여 그대의 눈에서도 이별의 눈물
내 가슴에 적시는 다정한 눈물이고자
떠나는 마음 한 사발 담아주고 싶구나.
길가에 나비도 없고
길가에 나는 나비는 어디가고 없나
낙엽을 이불삼아 잠을 청하는 먹새
내 몸도 여기 와서는 벗이 될 수 없네
모든 것이 다 푸름에 잠든 꿈속 같은
세상에 내가 와서 잠을 청하는 오후
수다사 부처님 미소 천상을 행해가네
솔 바람 불어오는 서산을 넘어가는 쪽배
가다가 멈추어서 나를 반겨 보려느냐
노을이 숲을 들고서 춤을 추고 있구나
진관 시인 : 연극 어머님 전상서를 보고
국회의원회관에서 연극 어머님 전 상서를 보았다.
광주의 거리에서는 평화의 시민들이 장사를 하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독서실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이것을 야학이라고 해 가난한 아이들의
눈을 뜨게 하는 책을 가까이 해
배우지 못한 한을 풀고자 했다.
가난이라는 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민주주의에 대하여
책을 통해 알았던 젊은이들이 민주주의를 외쳤다.
도청을 사수하려고 했던 이들은 모두 전사했고
돌아오지 않았던 이들은 행방불명되었고
일본 식민지 시대보다도 더 잔인했다.
무등산에 태양이 솟아오르는 그날 같이
광주는 너무도 조용했고 행복한 도시였다.
그러한 도시에 군부는 총을 민간인들에게
무차별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난사했다.
그날에 진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그날에 집나간 이들도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