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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극 진경
제1장 <>
①:001 구천상제님(九天上帝)께서 도력(道曆) 기원전(紀元前) 38년,1871년 9월19일,양력 11월 1일 전라도 고부군 우덕면 객망리 현 전라북도 정읍군 덕천면 신월리에 강세(降世)하시니 성(姓)은 강(姜) 본관은 진주 휘(諱)는 일순(一淳) 자(字)는 사옥(士玉) 호(號)는 증산(甑山)이시니라.
①:002 상제님(上帝)의 신격위(神格位)는 무극주(无極主) 구천응원(九天應元) 뇌성보화(雷聲普化) 천존상제(天尊上帝)시니라.
①:003 객망리는 상제님 강세(降世)전에는 선망리였으나 강세 후에는 객망리로 고쳐지고 화천(化天) 후에는 신기리 또는 신월리로 변경되니라. 고부에는 예로부터 전하여 오는 삼신산이 있으니 이는 방장,영주,봉래의 삼산이며 그 주산인 방장산의 산맥이 동북으로 망제봉을 이루고 다시 그 연맥이 객망리 뒤에서 시루(憎)산을 이루니라. 객망리 근처에 연촌,강동,필동,배장곡과 부정,팔선,용곡,용두 등의 마을이 있느니라.
①:004 상제님께서 현화인신(現化人身,상제님께서 인간의 몸으로 화하여 나타나심)하신 아버지의 휘(諱)는 문회(文會) 자(字)는 흥주(興周) 도호(道號)는 진당대부(震堂大父)시니 용모는 호상이시며 음성은 웅대하시고 기골이 강장(强壯)하시며 성품이 강직하셔서 그 위엄이 인근에 떨쳐 당시에 성행하던 도적들도 두려워 침범하지 못하니라.
①:005 어머니께서는 안동 권씨시고 휘(諱)는 양덕(良德) 도호(道號)는 선정대모(宣政大母)시니 용모와 성품이 단정하시고, 온순하셨으며 친가는 현 정읍군 이평면 팔선리 서산이니라.
①:006 상제님 인신(上帝人身)의 시조는 중국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라 하며 중시조(中始祖)는 고구려의 병마도원수 휘(諱) 이식(以式)이시고 22대조 휘 계용(啓庸)은 고려 국자박사로서 진산부원군에 봉작(封爵)되셨으며 16대조 휘 회중(淮中) 호 통계(通溪)는 조선 태조가 병판으로 명하였으나 불응하시고 14대조 휘 이온(利溫)은 도승지로서 연산조의 혹화(酷禍)를 입으셨다가 중종 반정시에 진천군에 봉작(封爵)되시고 12대조 휘 세의(世義)는 충순위선략장군으로 고부에 낙향하셔서 후손이 한 곳에 사니라. 11대조 휘 우(雨) 10대조 휘 윤상(允常), 9대조 휘 영(穎)은 3대를 연(連)하여 사용(司勇)이셨으며 고조 휘 위거(渭擧), 증조 휘 석장(錫章), 조부 휘 한중(漢重)은 모두 선비로서 고부에서 농업을 경영하셨으며 조모(祖母)는 의성 김씨시니 상제님 인신의 세계(世系)는 13대조 좌랑공 휘 부(父)의 종손이시니라.
①:007 선정대모께서 서산리 친가에 가 계실 때에 하루는 하늘이 남북으로 갈라지며 큰 불덩이가 내려와서 몸을 덮고 천지가 밝아지는 꿈을 꾸셨더니 이로부터 태기가 있으셔서 열석달 만에 상제님을 낳으시니라.
①:008 이때 대부께서 비몽사몽간에 보시니 두 선녀가 하늘로부터 내려와서 산모를 간호하였으며 이상한 향기가 온 집안에 가득하고 서광이 하늘에 뻗쳐서 7일간을 계속하니라.
①:009 상제님께서 차츰 자라시매 성품이 두텁고 넉넉하시며 지혜가 뛰어나시며 재능이 총명하시므로 모든 사람에게 경애를 받으시니라. 더욱 성장하시매 옥안(玉顔,얼굴의 높임말)이 원만,준수하셔서 금산사 미륵불과 흡사하시며 양눈썹사이에 불표(佛表,눈썹사이의 점)가 있으시고 아랫입술 속에는 붉은 점이 있으시며 좌수장(左手掌,왼손바닥)에는 임자문(壬字紋,임자처럼 된 무늬) 우수장(宇手掌,오른 손바닥)에는 무자문(戊字紋,무자처럼 된무늬)이 있으시니라.
①:010 어려서부터 호생(好生)의 덕이 많으셔서 나무심기를 즐기시고 약한 초목이나 미세한 곤충이라도 해치지 아니하시며 위기에 빠진 생물이 있으면 반드시 구하시니라.
①:011 1877년에 농악을 보시고 기뻐하시더니 성장하신 후에도 다른 구경은 아니하셨으나 농악은 자주 구경하시니라.
①:012 이 해에 부친께서 훈장을 구하셔서 상제님께 천자문을 가르치게 하셨는데 하늘 천자(天字)와 따 지지(地字)를 가르칠 때에는 따라 읽으셨으나 검을 현자(玄字)와 누를 황자(黃字)는 따라 읽지 아니하시므로 훈장이 여러방법으로 타일러도 끝내 읽지 아니하셔서 할 수 없이 그만 두니라. 부친께서 상제님께 그 까닭을 물으시니 말씀하시기를 『하늘 천자(天字)에 하늘의 이치와 따 지자(地字)에 땅의 이치를 알았사오니 더 배울 것이 없음이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지 못한 훈장이 가르치는 책임을 감당하지 못하오리니 돌려보내사이다.』 하시므로 부득이 그 훈장을 보내시니라.
①:013 1879년에 부친께 청하여 후원에 별당을 짓고 홀로 거처하시며 다른 사람의 출입을 금하시고 하루건너 까투리 한 마리와 비단 2척반씩을 구하여 들이시더니 두 달 후에 문득 어디로 나가셨는데 방안에는 아무 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으니라. 그 후 집으로 돌아오셔서 자의(自意)로 다른 글방에 다니시며 글을 배우시니라. 이때 유가의 경서(經書)와 불가서(佛家書) 또는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를 두루 섭렵하시니라.
①:014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실 때 훈장으로부터 한 번 들으시면 바로 깨달으시고 학우들과 더불어 글을 겨룰 때는 항상 장원을 하시니라. 하루는 훈장이 다른 학부형에게 미움을 받을까 염려하여 문장이 다음가는 학동에게 장원을 주려는 뜻으로 글을 꼲았으나 또 상제께서 장원하시니 이는 훈장의 마음을 미리 아시고 문체와 글씨를 바꾸어 분간하지 못하게 하신 까닭이니라. 범사(凡事)에 이와 같이 지혜롭고 총명하시므로 사람마다 신기하게 여기니라.
①:015 부친께서 정읍 읍내의 박부자에게 수백냥 빚이 있으셔서 독촉이 심하므로 걱정으로 지내시는데 상제님께서 부친께 청하셔서 우선 50냥을 준비하여 박부자에게 가서 돈을 주신 다음 그 서당에서 학동들과 함께 노시니라. 마침 훈장이 운자(韻字)를 불러 학동들로 하여금 시를 짓게하니 상제님께서도 함께 짓기를 청하셔서 낙운성시(落韻成詩,운자가 나오자 마자 즉시 시를 짓는 것)하시매 시격이 절묘하므로 훈장과 학동들은 물론 박부자도 매우 기이(奇異)히 여기고 집에 머무르며 아들과조카들과 함께 글읽기를 권하니라. 상제님께서 그 권유에 따라 몇일간 머무르시면서 빚을 걱정하시니 박부자가 그 말씀과 행동의 빼어나심에 감탄하여 드디어 빚을 탕감하고 문건을 불사르니라.
①:016 하루는 부친께서 벼를 말리시는데 닭과 새떼가 몰려들므로 심하게 쫓으시니 상제님께서 보시고 만류하시기를 『새짐승이 한 알씩 쪼아 먹는 것도 살려고 함이오니 너무 심히 마옵소서. 짐승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시는 마음이 곧 사람을 구하는 마음이 아니오리까?』하시니라. 부친께서 듣지 않으시고 굳이 쫓으시더니 뜻밖에 대낮에 뇌우(雷雨)가 크게 내려 말리던 벼가 무수히 물에 떠내려가니라.
①:017 1883년에 모친께서 친히 짜신 모시베 60척을 상제님께서 마을사람 유덕안에게 들리시고 정읍 장에 팔러 가셨는데 덕안은 일이 있어 다른 곳에 가고 상제님께서 잠시 모시베를 놓고 옆을 보시는 사이 잃으시니라. 덕안이 이 말을 듣고 찾았으나 날이 저물고 사람이 많아 찾을 길이 없어 귀가하시기를 청하여도 듣지 아니하시고 즉시 고창으로 가시며 말씀하시기를『내일 귀가하리라.』하시므로 덕안이 할 수 없이 혼자 돌아오니라. 이튼날 상제님께서 모시베값을 가지고 돌아오셔서 모친께 올리시므로 온 집안이 이상히 여겨 물으니 『어머님 몸소 부지런히 하셔서 짜신 직물을 잃었으므로 얼마나 애석하실까 생각하고 오늘이 고창 장이라 나올듯 하여 바로 갔더니 다행히 찾아서 팔았나이다.』하시니라.
①:018 상제님께서는 본댁이 가난하셔서 1885년에 학업을 중지하시고 사방으로 주유(周遊)하시다가 정읍군 입압면 거사막에서 보리걷이 할 때에 남의 집 보리 거둠도 하시고 장성군 백양사 부근의 부여곡에서 벌목도 하시니라.
①:019 여러 서당으로 자주 다니시며 글을 읽으시는데 학문이 빼어나시므로 혹 누가 상제님께 글 쓸 일을 부탁드리면 써 주시되 반드시 끝에 한두 자 쓸만한 여백을 남기시니라.
①:020 1887년 어느날 외가에 가셨을 때에 어떤 주정군이 상제님께 이유없이 행패를 하였으나 아무 대항도 아니하시더니 갑작이 어디서 큰 돌절구통이 주정군의 머리 위에 떨어져 덮어씌워 주정군이 그 속에 갇혀 벗어나지 못하매 그 사이에 다른 곳으로 가시니라.
①:021 젊으셨을 때에는 기력이 강장(剛壯)하셔서 힘겨루기 같은 놀이를 좋아 하시더니 아저씨 뻘되는 되는 강성회(姜聖會)도 또한 그러하여 마당에 서서 발로 처마끝을 차기도 하시고 또 한 팔을 뒤로 땅을 짚으시고 발꿈치를 땅에 붙이신 채 장정 열 사람을 시켜 힘껏 허리를 누르게 하셨으나 요동하지 않으시니라. 어느 때에는 여러 사람과 힘겨루기를 하시는데 돌절구를 머리에 쓰시고 상모 돌리듯 하시니라.
①:022 하루는 청도 고개에서 명리를 판단하시니 그 신통하심을 사람마다 감탄하니라. 어떤 사람이 운명을 여쭈매 상제님께서 『복채를 내어놓으라』하시니 그 사람이 돈이 있으면서도 없다고 속이자 『그대가 돈을 아끼는 거나 내가 재주를 아끼는 것은 마찬가지니라』하시며 『사람이 복을 받으려면 먼저 바른 말을 하고 바르게 살아야 하느니라.』하시니라.
①:023 1894년에 금구군 초처면 내주동의 처남 정남기의 집에 서당을 차리시고 아우 영학과 이웃 학도들에게 글을 가르치시니 그 가르침이 탁월하셔서 모든 사람들이 칭송하니라.
①:024 이 해에 고부사람 전봉준이 동학당을 모아 의병을 일으켜 당시의 정치에 반항하니 세상이 어지러우니라. 이 때에 금구사람 김형렬(金亨烈)이 상제님의 명성을 듣고 찾아뵌 후 당시의 소란을 피하여 한적한 곳에 가서 함께 공부하기를 청하므로 서당을 폐지하시고 전주군 우림면 동곡의 구성산 학선암으로 가셨으나 그곳도 번잡하여 다른 곳으로 떠나시니라.
①:025 5월 어느 날 밤 꿈에 한 선인(仙人)이 나타나서 『저는 후천진인(後天眞人)으로서 천지현기(天地玄機,하늘과 땅의 현묘한 틀)와 세계대세를 은밀히 의논하고자 하옵는 바 먼저 무극(无極)의 체(體)를 설하시면 후에 태극(太極)의 용(用)으로 화(化)하리이다.』하니라.
①:027 10월에 태인 동골의 동학 접주(接主) 안윤거(安允擧)를 방문하시니 마침 닥뱀이 안필성(安弼成)이 한 마을의 동학신도 최두연(崔斗淵)과 함께 와서 윤거의 도담(道談)을 듣고 있으니라. 상제님께서 윤거와 성명을 통하시고 말씀하시기를 『동학군이 황토현에서는 승리하였으나 필경 패망(敗亡)을 면하지 못하리니 이곳 동학군의 발원지에 효유하러 왔노라. 그대가 접주라 하니 삼가 전투에 참가하지 않으므로써 무고한 백성을 몰아 전화(戰禍)를 입게 하지 말라. 섣달이 되면 정녕코 전패(全敗)하리라.』하시고 돌아오시니라. 윤거는 이 말씀을 믿어 접주를 사퇴하고 전투에 참가하지 않았으나 두연은 믿지 않고 접주겸 명사장(明査長)이 되어 군마를 인솔하고 출전하니라.
①:028 필성은『남원으로 와서 종군하라.』는 두연의 명령을 받고 20일 남원으로 가던 중 전주 구이면의 정자리에 이르니 상제님께서 길 가에 계시다가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올 줄을 알고 이곳에 기다렸으니 함께 가자.』하시며 데리시고 임실 마군단의 주막에 이르셔서『날씨가 차니 여기서 기다리면 남원에서 만날 사람을 절로 만나게 되리라.』하시니라. 필성이 『노자가 부족하오니 두연을 만나야 하겠나이다.』하고 아뢰니『숙식 걱정은 말라.』하시니라. 두어 시간이 지난 후에 대포소리가 나더니 두연이 많은 군마를 거느리고 지나가며『남원으로 가지 말고 전주로 따라오라.』하니라. 상제님께서 필성에게 『군마의 뒤를 따라감이 불가하니 떨어져 천천히 가자.』하시고 전주 수통목에 이르셔서 『오늘은 전주에서 소란이 일어 살상(殺傷)이 있으리니 여기서 쉬고 내일 감이 옳으리라.』하시며 함께 수통목에서 쉬시니라.
①:029 이튿날 필성과 함께 전주에 이르셔서 조용한 곳에 묵을 곳을 정하시고 저녁에 필성에게 말씀하시기를 『거리에 나가면 볼 것이 있으리라.』하시며 함께 한 곳에 이르시니 세 사람의 머리가 길바닥에 버려져 있으리라. 가르키시며 『저것을 보라. 이렇게 험난한 때에 어찌 경거망동하리요.』하셨으나 필성은 듣지 않고 이곳에서 상제님께 인사드리니라.
①:030 그믐께 동학의 대군이 전주를 떠나 경성으로 향할 때 필성이 종군하여 여산에 이르니 상제님께서 또 기다리셨다가 필성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네가 이제 종군하는 이 길이 크게 불리하니 각별히 조심하라.』하셨으나 필성은 상제님을 다시 동학군을 따라가니라. 진잠을 지나 유성장터에서 쉬고 다음날 새벽에 청주병영을 공격할 때 30리 가량 못 미친 곳에 상제님께서 또 나타나셔서 필성에게 『너희 군중에 한 중이 있느냐?』하시므로『있나이다.』하고 아뢰니 『너는 이 길을 따르지 말라. 저 사람들이 요승(妖僧)의 말을 믿다가 패배하리라.』하시니라 필성이 여쭈기를 『이런 중대한 거사(擧事)를 어찌 불길하게 말씀하시나이까?』하니 『너는 어찌 나의 말을 믿지 않느냐? 내가 저들을 미워함이 아니라 저들의 불리함을 알고 한 사람이라도 화를 면하게 하려 함이니라.』하시니라. 다시 여쭈기를 『그러면 선생님께서는 무슨 일로 험난한 길을 이곳까지 오셨나이까?』하니『나는 동학군에 관여함이 아니라 너희들을 구하러 옴이니라.』하시니라.
①:031 이때 형렬이 상제님께 인사를 드리니 형렬에게도 종군하지 말라고 타이르시니라. 필성과 형렬은 상제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종군하여 청주병영 앞의 산골에 이르니 좌우에서 복병이 일어나 포화(砲火)를 퍼부어 동학군의 죽는 사람이 수를 헤아릴 수 없으니라. 필성과 형렬이 당황하여 숲속으로 도망가니 상제님께서 그곳에 계시다가 『너희들은 잘 도망하여 왔도다. 이곳은 안전하니 안심하라.』하시매 형렬이 비로소 상제님의 지감(知鑑)에 감복하니라. 두 사람이 종일 먹지 못하여 허기를 이기지 못함을 보시고 돈을 내어주시며 『저곳에 가면 떡집이 있으리니 주인이 없을지라도 떡값을 그릇에 넣어두고 가져 오라.』하시므로 필성이 명하신대로 하니 상제님께서 두 사람에게 나누어 먹이시니라.
①:032 상제님께서 두 사람에게 말씀하시기를 『동학군이 후에 쫓겨오리니 우리가 먼저 감이 옳으리라.』하시며 두 사람을 데리시고 진잠에 이르셔서『동학군이 이곳에서 또 많이 죽으리라.』하시니라. 두 사람이 이 말씀을 듣고 심히 불쾌하게 생각하므로 『저희들을 미워함이 아니라 사태의 기미(機微)를 말함이니 비록 듣기 싫을지라도 불쾌하게 여기지말라.』하시고 산중 깊숙한 곳에서 쉬시더니 잠시 후에 총성이 일어나며 격전 끝에 동학군이 많이 죽고 다치니라.
①:033 이곳을 떠나 산길로 드셨는데 목탁소리가 들리므로 찾아가시니 곧 계룡산 갑사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해는 아직 이르나 더 가면 해를 입으리니 이곳에서 자고 감이 옳으리라.』하시고 머무르시니라. 이윽고 승려가 와서 동학군이 진을 치고 도망하는 군사를 붙잡는다 하므로 필성과 형렬이 크게 근심하니 『이곳에서 쉬는 것은 바로 이러한 화를 피하게 함이니 다음 날에 출발하면 사고가 없으리라.』하시니라.
①:034 이튿날 아침에 갑사를 떠나시며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은 이로부터 큰 화가 없으리니 각기 갈려 가도 되리라.』 하셨으나 두 사람은 두려워하여 상제님을 따르기를 원하므로 허락하시니라. 여산근처에 이르셔서 『읍내를 지나면 옷을 빼앗기리라.』하시고 사잇길로 드셔서 고산 인내장터로 향하시니라. 이때 여산읍으로 지나는 동학군은 모두 읍내에서 옷을 빼앗기고 벗은 몸으로 흩어져 가게되니 이는 지난번에 동학군이 북상할 때에 고을주민의 옷을 빼앗은 보복이니라.
①:035 전주에 이르셔서 두 사람을 각기 돌려보내실 때 여비가 없음을 걱정하니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곳에 있으니 염려말고 돌아가라.』하시므로 이에 상제님께 인사를 드리고 형렬은 동곡으로 필성은 닥뱀이로 각기 돌아가니라. 이 후에 동학 전군이 도망하여 와서 12월 13일은 원평에서 15일은 태인에서 계속 패하여 퇴망(退亡)하니라.
①:036 1895년 봄에 고부지방 선비들이 동학난이 평정됨을 축하하여 두승산에서 시회(詩會)를 열매 상제님께서도 참석하셨더니 한 노인이 조용한 곳으로 모셔서 작은 책 한권을 올리므로 상제님께서 받아 읽으시니라.
①:037 하루는 전주 소양면 송광사에 가셔서 여러날 지내시더니 어떤 중이 홀대하므로 상제님께서 크게 노하셔서 꾸짖으시기를 『사망(邪妄)한 무리가 산속에서 불법을 빙자하고 온갖 못된 짓을 행하여 세상에 해독을 끼치니 이 소굴을 뜯어 없애리라.』하시고 법당 기둥을 손으로 잡아 당기시니 기둥이 한자나 물러나니라. 승려들이 대경실색하고 몰려와서 고두사죄하므로 노여움을 그치시고 그대로 두셨더니 그 후에 법당을 여러 번 수리하여도 물러난 기둥은 원래대로 되지 아니 하니라.
①:038 전주에 가셔서 백남신(白南信) 아우의 소실인 기녀의 친정집에 자리를 정하시고 오래 머무르시더니 그 기녀가 상제님의 준일(俊逸)하신 모습을 흠모하여 하룻밤은 침소로 들어 오므로 너그러이 꾸짖어 보내시니라. 그 후에도 여러차례 찾아옴을 더욱 엄히 타일러 돌려보내시니라.
①:039 1897년 초에 다시 남기의 집에 서당을 차리시고 아우 영학과 형렬의 아들 찬문과 이웃 학도들을 가르치시니라. 이때 다시 유불선(儒佛仙), 음양(陰陽), 참위(讖緯)의 경전과 서적을 섭렵하시고 말씀하시기를『이 또한 광구천하(匡救天下)에 도움이 되리로다.』하시니라.
①:040 갑오란(甲午亂) 후에 국정은 더욱 부패하고 인심은 날로 악화하여 관헌은 포학과 토색(討索,금품을 억지로 뺏음)을 일삼고 선비는 허례(虛禮)만 숭상하며 불교는 무민혹세(誣民惑世)만 힘쓰고 동학은 혁명실패 후에 기세가 꺾여 거의 자취를 감추게 되고 서교는 세력확장에 노력하니 백성은 도탄에 빠져 안도하지 못하고 사방의 현혹에 의지 할 곳이 없이 불안해 하고,동요하므로 상제님께서는 개연(慨然)히 광구천하(匡救天下,널리 세상을 구함)의 뜻으로 주유(周遊)의 길을 떠나시니라.
①:041 충청도 연산에 이르셔서 역학자 김일부(金一夫)에게 들리시니 일부는 그 전날 꿈에 하늘로부터 사자(使者)가 내려와서 옥경(玉京,옥황상제님이 계시는 곳)에 올라오라는 상제님의 명을 전하므로 사자를 따라 옥경의 요운전(曜雲殿)이라는 화려한 금궐(金闕)에 가서 상제님을 알현(謁見)한 일이 있었는데 이제 상제님을 뵈니 그 모습이 꿈에 옥경에서 뵈었던 상제님과 같으시므로 매우 신이하게 여기며 공손한 예로 맞아 요운(曜雲)의 호를 드리고 공경하여 우러러 보니라.
①:042 여기서 며칠을 머무르신 후에 다시 길을 떠나셨는데 노자로 인하여 대통교의 한 서당에서 명리를 판단하시니 소문이 공주 부근에 널리 퍼져 운명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 많이 모여 들어 신통하신 판단에 감탄하니라. 또 이 곳 사람들은 8월 명절에 소를 잡아 상제님께 드리니라.
①:043 다시 여러 곳으로 주유하시다가 전주에 이르시니 그 곳 사람들이 신인(神人)으로 우러러 뵈었는데 어떤 사람이 기녀 자매를 자기의 딸이라 속이고 명을 물으니라. 상제님께서 웃으시며 말씀하시기를『왜 나를 속이느뇨?』하셨으나 그 사람이 바른대로 고하지 아니하므로 『이것은 화류(花柳)의 명이라 이러한 천한사람을 딸이라 하니 그대가 실로 천한사람이로다.』하시니 그 사람이 탄복하고 부끄러워하니라.
①:044 이 후로 전라, 경상, 충청, 경기, 강원, 황해, 평안, 함경 8도 각지를 차례로 주유하시니 박학광람(博學廣覽)하시고 타심통(他心通,남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신통력)이신 상제님의 지혜와 지식에 모든 사람이 신인이시라고 칭송하니라.
①:045 3년을 주유하시고 1890년에 북도(北道)로부터 고향에 돌아오셔서 시루산에 조모(祖母) 산소를 옮겨 다시 장사를 지내시니 이때 지관 유서구가 묘자리를 정하니라. 상제님께서 시루산 상봉(上峯)에서 호둔공부(虎遁工夫,범으로 둔감해서 하는 공부)를 하시는데 마침 나무하러 온 사람들이 보니 방금 공부하시던 자리에 큰 호랑이가 도사리고 있으므로 기급하고 쫓겨 와서 부친께『아드님의 공부자리에 큰 범이 앉아 있더이다.』하고 전하니라. 부친께서 당황하여 시루봉에 올라가 보시니 범은 보이지 않고 상제님께서는 태연히 공부하고 계시니라. 고부 경무청에서 상제님께서 요술공부를 한다 하여 포교(捕校)들이 잡으러 오면 상제님께서는 삿갓을 쓰시고 안개를 지으시며 길 곁에 앉아 계셔도 그들의 눈에 보이지 않으시니라.
①:046 전주 이동면 전룡리의 이치안(李治安)이 구혼(求婚)차 충청도로 향하다가 주막에서 상제님을 만나 수인사(修人事)도 없이 하룻밤을 함께 지내고 이날 떠나려 하매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그대가 구혼 차로 길을 떠났으나 반드시 허행이 되리니 집으로 돌아가라. 그러면 전일부터 혼인을 의논하던 매파(媒婆)가 와서 정혼(定婚)을 구하리라. 만일 이를 놓치면 혼사길이 막히리니 빨리 돌아가라.』하시니라. 치안은 상제님께서 자기의 사정을 밝히 아시고 가르치심을 신기하게 여겨 비로소 성명을 고하고 상제님의 처소를 자세히 물은 다음 집으로 돌아가니 과연 말씀하신 바와 같으니라.
①:047 얼마 후에 치안이 상제님의 신성하심을 존경하여 자기 집으로 모셔 오니라. 이 때 치안의 아들 직부는 그 마을 이장으로서 마침 마을 인구를 긴급히 조사할 일이 있는데 상제님께서 영산수법(靈算數法)으로 호수와 남녀인구를 일러 주시고 3일안에 한 사람이 줄것을 말씀하시니라. 직부는 믿지 아니하고 온 마을을 돌아 낱낱이 조사하매 과연 한 가구 한 사람도 틀림이 없었으며 또 3일만에 한 사람이 사망하므로 비로소 상제님의 신이하심에 감복하고 부자가 함께 상제님을 높이어 받드니라.
①:048 1901년 여름에 본댁으로 돌아오셔서 선대(先代)의 공명첩을 불사르시니라. 선경부인(宣敬夫人) 정씨께서 말씀드리기를 『이제는 그만 눌러 앉으셔서 남과 같이 집에서 재미있게 살림에 힘을 쓰사이다.』하시니 『그렇게 소인다운 말이 어디 있느뇨?』하시고 이로부터는 본댁에 자주 들리지 아니하시니라.
①:049 상제님께서 이때에 이르셔서 종전의 경륜(經綸)과 법술(法術)만으로서는 세상을 널리 구할 수 없고 오직 자유자재(自由自在), 무애무구(無碍無拘)한 권능으로라야 함을 깨달으시니라. 이에 전주 모악산의 대원사에 들어가셔서 주지 박금곡(朴錦谷)에게 명하여 칠성각의 조용한 방 한 간을 치우게 하시고 수도하시며 출입문을 밖으로 잠그게 하시고 문틈 조차 밀봉하셔서 사람의 출입을 금하시니 금곡은 상제님께서 너무 오래 아무것도 마시지도 먹지 않으심이 염려되어 초조히 지내니라.
①:050 이와 같이 49일간을 두문수도(杜門修道,문을 닫고 밖에 나가지 않으며 하는 수도)하시더니 7월 5일 자시(子時,밤11시30분에서 새벽1시 30분 사이)에 모든 마(磨)를 극복하시고, 몸소 삼계(三界)의 무극주(无極主)로서 구천상제님(九天上帝)의 당체(當體)이심을 대오(大悟) 자각(自覺)하시니라. 이 때 천궤지축(天軌地軸,하늘의 궤도와 땅의 회전축)이 일시에 진동하는지라 금곡이 놀라 상제님공부실에 올라가 문틈으로 들여다보니 상제님의 얼굴이 일광(日光)같이 빛나고 실내가 대낮처럼 밝으므로 저도 모르게 합장부복하니라.
①:051 밖으로 나오신 상제님께서는 오랬동안 주무시지도 먹지도 않으셨으나 조금도 초췌하지 않으시고 도리어 얼굴은 주옥같이 윤기가 나시고 눈빛은 샛별같이 빛나시니라. 다만 의복이 너무 해져 지저분하시므로 금곡이 급히 본댁으로 사람을 보내어 의복을 가져오게 하니 본댁의 선경부인은 항상 상제님께서 불고가사(不顧家事,집안 일을 돌보지 않음)하심을 불만히 여기던 중이므로 의복을 내어 놓으며 불경한 말을 하시니라. 금곡이 그 의복을 받아 상제님께 올리니 『이 옷에 망령(亡靈)스런 여자의 바르지 못함이 붙었으니 속히 버리라.』하시며 받지 않으시니라. 금곡이 다시 사람을 보내어 그 사유를 전하니 선경부인이 황공하여 참회하고 새로 옷을 보내매 그제야 받으시니라.
①:052 상제님께서 대각(大覺)하신 후에 금곡이 시좌하여 여쭈기를 『선생님께서 제 일을 한 말씀 하교하여 주시기를 원하나이다.』하니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전생에 일광대사(日光大師)인데 그 후신(後身)으로 대원사에 오게 되었으니 그대가 할 일은 이 절을 다시 짓는 것이니라. 그대의 수명이 일찍 죽을 명이나 내 이제 90세가 넘도록 연장하여 주리라.』하시고 이 후에는 복서명리(卜筮命理)의 학술을 말씀하지 아니하시니라.
①:053 이해 겨울에 비로소 본댁에서 삼계공사를 행하시며 창문에는 종이를 바르지 아니하시고 방에 불을 때지 아니하시며 홑옷을 입으시고 음식을 드시지 않으시며 7일간을 지내시는데 벼 말리는 뜰에 새조차 내리지 않고 마을 사람들은 두려워하여 문 앞으로 지나다니기를 꺼려하니라.
제2장 <>
②:001 구천상제님께서 1902년 4월 13일에 금구군 수류면 현 김제군 금산면 원평을 지나시다가 전주군 우림면의 하운동에 사는 형렬을 만나시니 그는 전부터 상제님을 뵌적이 있었는데 성도(成道)하셨다는 소문을 듣고 뵈기를 원하던 차이므로 크게 기뻐하며 자기집에 왕림하시기를 간청하니라. 형렬의 집으로 가셔서 말씀하시기를『그대 집에 이제 삼신(三神)이 들어가니 산기(山氣)가 있을지라 빨리 내실(內室)로 가보라.』하시므로 형렬이 들어가니 과연 그 아내가 세째 아들을 낳으니라.
②:002 형렬의 아내가 전부터 아기를 낳은 후에는 심한 복통으로 몇 개월씩 고통하는 병이 있었는데 이때에도 다시 병이 생겨 형렬이 근심하므로 안심시키시기를 『지금 이후로는 모든 일에 나를 믿고 근심을 놓으라.』하시니라. 형렬이 명하신대로 하니 과연 아내의 복통이 그치고 천촉(喘促,숨이 차는 병)과 기침같은 병도 다 나으니라.
②:003 상제님께서 형렬의 집에 머무시면서 공사(公事)를 행하실때 김자현, 김갑칠, 김보경, 한공숙 등이 차례로 추종(追從)하니라.
②:004 형렬 등에게 말씀하시기를 『시속에 어린 아이에게 개벽장이라고 희롱하느니 이는 개벽장(開闢長)이 날것을 이름이라. 내가 삼계대권(三界大權)을 주재(主宰)하여 천지를 개벽하며 무궁한 선경(仙境)의 운수를 정하고 조화정부(造化政府)를 열어 재겁에 싸인 신명(神明)과 백성을 건지려 하니 너희는 마음을 순수하고 바르게하여 천지공정(天地公庭)에 따르라.』하시고 날마다 명부공사(冥府公事)를 행하시니라. 또 『명부공사의 심리(審理,살펴서 다스림)를 따라 세상의 모든 일이 결정되느니 명부의 혼란으로 세상도 또한 혼란하게 됨이니라. 그러므로 전명숙(全明淑,전봉준)으로 조선명부, 김일부(金一夫)로 청국명부, 최수운(崔水雲,최제우)으로 일본명부를 각기 책임지고 처리하게 명하노라.』하시며 글을 써서 불사르시니라.
②:005 이어 말씀하시기를『이제 선천의 말세를 당하여 앞으로 무극대운(无極大運)을 열으리니 모든 일에 조심하여 남에게 척을 짓지말고 죄를 멀리하여 순수한 마음으로 공정(公庭)에 참여하라. 나는 삼계대권을 주재하여 조화로써 천지를 개벽하고 불로불사(不老不死)의선경을 열어 어려움에 빠진 중생을 건지려 하노라.』하시며 형렬에게 신안(神眼)을 열어주셔서 신명의 회산(會散,모이고 흩어짐)과 청령(聽令,명령을 들음)을 참관하게 하시니라.
②:006 여름을 지나면서 형렬의 집이 가난하여 보잘것 없고 또 채소밭이 메말라서 채소가 잘 자라나지 않아 형렬이 근심하므로 말씀하시기를『산중에는 별다른 맛이 없으니 채소나 잘 되게하여 주리라.』하시니라. 이로부터 조금 심었던 악(惡)마디의 채소가 가꾸지 아니하여도 잘 자라나서 쓰임에 넉넉하게 되니라.
②:007 6월 어느날 형렬에게『서교(西敎)책 한 권을 구하여오라.』하시므로 형렬이 이웃마을 오동정의 김경안에게서 신약전서(新約全書)를 구하여 올리니 상제님께서 받으셔서 불사르시니라. 그 후에 형렬이 상제님을 모시고 오동정에 사는 차윤필의 집에 가니 경안이 와서 빌어간 책을 돌려달라 하므로 형렬이 대답하지 못하는데 상제님께서 대신하여 답하시기를『곧 돌려주리라.』하시니라. 마침 한 붓장수가 지나가므로 불러 들이셔서 술을 주신다음 그 붓상자를 열게 하시니 속에 신약전서 한 권이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그대는 서교신자가 아니니 이 책이 쓸모가 없을테니 내게 전함이 어떠하뇨?』 하시니 붓장수가 승낙하므로 그 책을 받으셔서 경안에게 주시니라.
②:008 그 후에 천수경(千手經), 한자옥편(漢字玉篇), 사요(史要,중국 상고 중세 역사 책) 해동명신록(海東名臣錄,한국의 역사상 유명한 충신을 기록한 책) 강절관매법(康節觀梅法,중국 송나라때 소강절이 지은 역술책), 대학(大學) 등과 형렬의 채권을 기록한 장부를 불사르시니라.
②:009 형렬이 추석에 철정(鐵鼎,쇠솥)을 팔아 명절음식을 마련하려 하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솥이 들썩들썩하니 미륵불이 출세함이로다. 솥의 조화가 더욱 크리라.』하시니라. 형렬에게 쇠꼬리 한 개를 구하여 오게 하셔서 불을 피우고 두어 번 둘러내신 다음 『해를 보라.』하시므로 형렬이 우러러 보매 햇무리가 둘러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이제 천하대세(天下大世)가 큰 종기를 앓음과 같으므로 내가 그 종기를 파(破)하였노라.』하시니라.
②:010 9월에 농가에서 보리갈이로 분주함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이렇게 고 생하여도 수확이 없으리니 어찌 가엾지 않으리요?』하시므로 형렬이 이 말씀을 듣고 보리를 갈지 않으니라. 다음 해 봄에 기후가 좋아서 보리농사가 잘 될 징조이므로 보경 등 종도와 이웃 사람들이 모두 형렬을 비웃으니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 일은 신명공사(神明公事)에서 결정한 것이니 아직 거둘 때도 아닌데 어찌 풍년과 흉년을 속단하리요?』하시니라. 과연 5월 5일 폭우 후에 이삭이 다 말라 수확이 없게 되고 쌀값조차 1두에 7냥으로 오르니 이로부터 모든 사람이 상제님을 더욱 숭배하고 믿고 따르니라.
②:011 상제님께서 병을 다르리는 법을 처음으로 전주 우묵곡의 이경오에게 베푸시니라. 경오는 전부터 친분이 있는 금곡에게 병이 위독함을 말하고 의원을 부탁하니 금곡이 상제님께 고쳐 주시기를 간청하니라. 상제님께서 살펴보시니 그 증세는 왼쪽 발가락의 무명지가 아프고 쑤시며 저녁에는 다리 전부가 기둥과 같이 부었다가 낮에는 부기가 내려 원래의 상태로 되기를 3~4년 계속하여 한 걸음도 옮기지 못 하는 앉은뱅이가 되어 있으니라. 말씀하시기를 『진실로 괴이한 병이로다. 모든 일이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헤아리느니 내가 이 병으로써 본을 삼아 천하의 큰 병을 다스림에 시험하리라.』하시고 손으로 만져 내리신 다음『처마 끝의 떨어지는 물을 받아 씻으라.』하시므로 경오가 명하신대로 하니 며칠이 지나자 나으니라.
②:012 경오의 어린 아이가 배앓이로 몇일간 대소변을 보지 못하여 생명이 위독하므로 고쳐 주시기를 간청하니라. 상제님께서 아이를 눕히시고 손으로 어루만지시니 곧 소변을 통하니라. 소변을 요강에 받아 두셨다가 후에 보시니 바닥에 가루 같은 것이 가라 앉아 있는지라 말씀하시기를『이것은 사탕 가루라, 어린 아이가 사탕을 많이 먹으면 항문이 막히고 이런 병이 나기 쉬우니라.』하시니라.
②:013 겨울 어느날 눈이 크게 오는데 형렬이 여쭈기를『전설에 송우암(宋愚庵,송시열)이 거처하는 지붕에는 눈이 쌓이지 못하고 녹았다 하오니 실로 하늘과 땅의 성스러운 기운을 타고난 사람인가 하나이다.』하니 말씀하시기를『과연 그러하랴, 이제 나 있는 곳을 살펴보라.』하시니라. 형렬이 나가보니 날이 차고 눈이 많이 내려 쌓였으나 오직 그 지붕에는 한 점도 없고 맑은 기운이 하늘에 뻗쳐 구름이 뚫리고 푸른 하늘이 통하여 보이니라. 이로부터 형렬이 항상 조심하여 살펴보니 언제나 상제님께서 머무시는 곳에는 반드시 그러하였으며 큰 비가 오는 때에도 또한 그러하니라.
②:014 항상 다니실 때는 신명에게 내리시는 치도령(治道令,도로를 닦으라는 명령)을 쓰셔서 불사르시면 여름에는 바람이 불어 이슬을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진길이 굳게 얼으니라.
②:015 하운동은 산중(山中)이므로 길이 좁고 숲이 우거져서 이슬이 많을 뿐더러 장마에는 길이 개울을 이루었으나 상제님의 신발은 항상 깨끗하므로 사람들이 모두 신이하게 여기니라.
②:016 또 밖으로 나들이 하실 때는 반드시 동네의 양편에 운주(雲柱,구름이기둥처럼 선것)가 높이서서 팔자 모양을 이루므로 종도들이 그 까닭을 여쭈니 말씀하시기를 『이는 장수가 지키는 문이니라.』하시니라.
②:017 하루는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제갈량(諸葛亮,제갈공명)이 제단(祭壇)에서 7일밤을 공드려 동남풍을 불게 한 것이 우스운 일이라,공들이는 사이에 일이 그릇되면 어찌 하리요?』하시고 즉시 동남풍을 불게 하시니라.
②:018 부평 이선경의 장모가 하운동에 살 때에 상제님께서 그 집에서 공사를 행하시며 그 집 주인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대의 아내가 49일 동안 정성을 드릴 수 있는지 잘 의논하여 보라.』하시니라. 주인이 아내와 의논하니 아내는 진작부터 상제님의 신성하시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므로 굳게 결심하고 응낙하니라. 상제님께서 다시 다짐을 받게 하신 다음 공사를 행하시는데 날마다 목욕 후에 떡 한 시루씩 찌게 하시니라. 여러 날이 지나자 그 아내가 괴로워 불평한 마음을 품었더니 이 날 떡은 불을 아무리 때어도 익지 아니하므로 크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니라.
②:019 상제님께서는 주인에게 이르시기를 『그대 아내의 성심(誠心)이 풀려 떡이 익지 않으므로 걱정하니 내 앞에 나와 사죄하게 하라. 나는 비록 용서하고자 하여도 신명들이 싫어함이니라.』하시므로 아내에게 이 말씀을 전하니 아내가 깜짝 놀라 밖에 나와 사죄한 후 부엌에 가서 시루를 열어보니 떡이 잘 익어 있으니라. 이로부터 한결같이 정성을 들여 45일을 마치므로 상제님께서 그 정성을 칭찬하시니 그 아내가 정성이 한결 같지 못함을 황송하여 하니라. 상제님께서 위로하시기를 『그대의 성심이 신명에게 사무쳤느니 저 증거를 보라.』하시며 하늘에 오색채운(五色彩雲,다섯 색깔의 아름다운 구름)이 달을 끼고 있음을 가리켜 보이시니 부부가 합장하고 예로서 절을 하니라.
②:020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이제 혼란하기 짝이 없는 선천말대의 천지를 뜯어고쳐 새 세상을 열고 위험에 빠진 인간과 신명을 널리 구하여 각기 안정을 누리게 하리니 이것이 곧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 이는 옛 종교의 계소(繼紹,받아서 계승함)도 아니요. 운수(運輸)의 연계(連繫)도 아니며 오직 내가 처음 짓는 일이니라. 비유하건대 부모가 모은 재산이라도 얻어 쓰려면 쓸때마다 그 얼굴을 살펴야 하고 쓰러져 가는 집을 지탱하려면 염려가 있음과 같이 남이 지은 것과 낡은 것을 그대로 쓰려면 불안과 어려움이 따르느니 그러므로 새 배포(排布)를 꾸미는 것이 옳으니라.』하시니라.
②:021 또 『무릇 판 안에 드는 법으로 일을 꾸미려면 세상이 알고 저해를 하느니 그러므로 판 밖에서 모르는 법으로 일을 꾸밈이 온전하니라.』하시니라.
②:022『크고 작은 일을 물론하고 신도(神道)로써 이화(理化)하면 현묘불측(玄妙不測)한 공을 거두느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而化,저절로 이루어짐)니라. 이제 신도를 조화하여 모든 일을 도의(道義)에 맞추어 무궁한 선경의 운수를 정하리니 제 도수에 돌아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하시니라.
②:023『지난 임진왜란에 난을 평정할 책임을 최풍헌(崔風憲)이 맡았으면 3일사(三日事)에 불과하고 진묵(震黙)이 맡았으면 3개월을 넘지 않고 송구봉(宋龜峰)이 맡았으면 8개월이 걸렸으리라 하니 이는 선도(仙道)와 불도(佛道)와 유도(誘導)의 법술이 서로 다름을 이르는 것이니라. 옛적에는 판이 작고 일이 간단하여 한가지만 따로 써도 능히 혼란한 때를 바로 잡았거니와 이제는 판이 넓고 일이 복잡하므로 모든 법을 합하여 쓰지 않고는 혼란을 바로 잡지 못하리라.』하시니라.
②:024『선천에는 상극지리(相剋之理,서로 다투는 이치)가 인간사물(人間事物)을 맡았으므로 모든 인사(人事)가 도의(道義)에 어그러져서 원한이 맺히고 쌓여 삼계에 넘치매 마침내 살기가 터져 나와 세상에 모든 참혹한 재앙을 일으켰느니라. 그러므로 이제 천지도수(天地度數,하늘과 땅의 운도와 운수)를 바르게 다스리고 신도를 조화하여 오랬동안의 원을 풀며 상생(相生)의 도로써 후천선경을 열 조화정부를 세워 무위이화(無爲而化)와 불언지교(不言之敎,말하지 않고 가르치는 것)로 백성을 교화하고 세상을 평정하리라.』하시니라.
②:025『무릇 강령(綱領)을 들면 조리(條理,일의 이루어갈 도리)가 펴임과 같이 인륜기록(人倫記錄,사람이 살아가는데 정해진 질서를 이행한 기록)과 원의 역사의 시작인 요임금의 아들 단주(丹朱)의 깊은 원을 풀면 그 이후 수천년간 쌓여온 모든 원의 결절(結節)이 풀릴지니라. 요임금이 단주를 어질지 못하게 여겨 두 딸을 순임금에게 시집보내고 나라를 넘겨주니 단주는 깊이 원을 품어 그 울분의 충동으로 마침내 순임금이 창오(蒼梧)에서 죽고 두 왕비가 소상(瀟湘)에 빠지는 참혹한 일을 이루었느니라. 이로부터 원의 뿌리가 깊이 박히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든 원이 덧붙어서 더욱 증가하더니 드디어 하늘과 땅에 넘쳐서 세상을 훼파(毁破)함에 이르렀으므로 단주의 원을 풀어줌을 으뜸으로 하느니라. 또 천하를 바르게 하려는 큰 뜻을 품었으나 그 때가 이롭지 못하여 구족(九族)을 멸하는 참혹한 화를 당하고 의탁할 곳이 없어 사무친 한을 머금은 채 중천(中天)에 떠도는 만고역신(萬古逆神,오랜 옛날부터 있어온 역적의 신명)의 원을 풀어 줌을 다음으로 하여 각기 원한과 억울함을 풀고 행위를 심리(審理,살펴 다스림)하여 곡해(曲解,사실과 다르게 잘못 해석)를 바르게 하거나 의지할 곳을 붙여 영원히 안정을 얻게함이 곧 선경건설의 첫 걸음이니라.』하시니라.
②:026『원래 역신(逆神,역적으로 죽은 신명)은 시대와 기회가 지은 바니라. 가슴속에 품은 뜻을 이루지 못한 원한이 하늘에 넘치는데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그들을 미워하여 유례없는 악평(惡評)으로써 일상생활에 쓰이는 말에 원흉(元兇)으로 일컬으니 역신들은 이를 싫어하므로 이제 모든 역신을 만물 중에 시비(是非)없는 성수(星宿,모든 별과 별자리)로 붙여 보내리라. 하늘도 명천(明天)과 노천(老天)의 시비가 있고, 땅도 후함과 메마름의 시비가 있고 날도 홍수와 가뭄의 시비가 있고, 때도 추움과 더움의 시비가 있으나 오직 성수(星宿)는 시비가 없음이니라.』하시니라.
②:027『예로부터 각 지역을 분할하여 그 땅을 차지하고있는 모든 족속들의 싸움은 각 지방신(地方神)과 땅의 기운의 불통일(不統一)에 인함이니라. 그러므로 이제 각 지방신과 땅의 기운을을 통일함이 인류의 평화의 원동(原,움직이는 근원)이 되리라.』하시니라.
②:028『전주의 모악산은 순창의 회문산과 서로 마주 서서 부모산이 되었으니 부모는 한 가족의 장으로서 가족을 양육통솔(養育統率)함과 같이 땅의 기운을 통일하려면 부모산으로 비롯하여야 하느니라. 이제 모악산을 주(主)로 하고 회문산을 응(應)으로 하여 산하(山河)의 기운을 통일하리라. 또 수운가사에『산하대운(山河大運)이 진귀차도(盡歸此道)라.』하고 궁을가에『사명당(四明堂)이 갱생(更生)하니 승평시대(昇平時代) 불원(不遠)이라.』함과 같이 사명당을 응기(應氣)시키되 회문산 오선위기(五仙圍碁,다섯 신선이 바둑을 둠)로 시비를 끄르고 무안의 승달산 호승예불(胡僧禮佛,외국의 중이 부처에게 예를 다함)로 앉은 판이 되며, 태인 배례밧의 군신봉조(群臣奉詔,여러 신하가 임금의 명령을 받듬)로 인군(人君)을 내고 장성 손룡의 선녀직금(仙女織錦,선녀가 비단을 짬)으로 비단 옷을 입히리니 이로써 밑자리를 정하여 산하대운(山河大運)을 돌려 발음(發蔭)하게 하리라.』하시니라.
②:029『모든 족속들은 각양 각색의 생활경험과 전통사상으로 서로 다른 문화를 지어내었으나 이는 본래 무극(无極)과 태극(太極) 체용(體用)의 일부씩에 불과하므로 그 상충(相衝)하는 기회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큰 시비를 이루느니라. 그러므로 각 족속의 모든 문화의 진액(津液)을 원시반본(原始返本,처음의 근본으로 돌아감)으로 뽑아 모아서 후천선경의 기초를 정하리라.』하시니라.
②:030『선도와 불도와 유도와 서도(西道)는 세계 각 족속의 문화의 근원이 되었으니 이제 최수운을 선도의 종장(宗長), 진묵을 불도의 종장, 주회암(朱晦庵)을 유도의 종장, 이마두(李瑪竇,마테오리치)를 서도의 종장으로 명하여 각기 그 진액을 수렴하고 모든 도통신(道統神)과 문명신(文明神)을 거느려 각 족속들 사이에 나타난 여러 갈래 문화의 정수를 모아서 통일하게 하리라.』하시니라.
②:031『이제 하늘도 뜯어 고치고 땅도 뜯어 고쳐 물샐 틈 없이 도수를 짜 놓았으니 제 한도에 돌아닿는 대로 새 기틀이 열리리라. 또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의 뱃속에 출입하게 하여 그 성품을 고쳐 쓰리니 이는 비록 목석(木石)이라도 기운을 붙이면 쓰임이 되는 까닭이니라. 오직 어리석고 가난하고 천하고 약한 것을 편히 하여 심구의(心口意)로 일어나는 모든 죄를 조심하고 남에게 척을 짓지 말지어다. 부유하고, 귀하고, 지혜롭고, 강한 권력을 가진 사람은 모두 척에 걸려서 콩나물 뽑히듯 하리니 묵은 기운이 채워 있는 곳에 대운(大運)을 감당하지 못함이니라. 부자의 집과 고간(庫間)에는 살기와 재앙이 가득차 있느니라.』하시니라.
②:032『선천에는 무력으로 보배를 취해 삼아 복과 영화를 이에서 구하였느니 이것이 상극(相剋)의 이어짐이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쓸모가 없으면 버리고 천한 것이라도 쓸모가 있으면 취하느니라. 이제 서양에서 건너온 무기의 포악한 위세는 상대가 되지 않아 겨룰 수 없으니 전쟁은 장차 끝나리라. 그러므로 모든 무술과 병법을 멀리하고 의통(醫統)을 알아서 사람을 많이 살리면 보은(報恩)줄이 찾아 들어 영원한 복을 누리리라.』하시니라.
②:033『서양사람 이마두가 동양에 와서 천국을 건설하려 하였으나 유교의 근거가 깊어서 폐단을 쉽게 고쳐 이상을 실현하기 어려우므로 역서(曆書)를 고쳐 지어 민시(民時)를 밝힘에 그치더니 죽은 후에 동양의 신명들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돌아가서 문명의 운수를 여니라. 예로부터 천상신(天上神)과 지하신(地下神)이 각기 경계를 지켜 서로 상통(相通)하지 못하더니 이마두가 비로소 그 한계를 개방하여 천상지하의 모든 신명이 서로 내왕(來往)하게 되니라. 이로부터 지하신이 천상에 올라가 모든 기묘한 법을 받아 사람에게 혜두(慧竇,알음귀)를 열어주므로써 모든 학술을 계발하고 정묘한 기계를 발명하여 천국의 모형을 본뜨게 한 것이 현대의 문명이니라. 그러나 이 문명은 다만 물질과 사리(事理)에 정통할 뿐이요. 도리어 인류의 교만과 포악함을 길러내어 하늘에 대항하며 자연을 정복하려는 기세로써 하늘에 오만하고 신명에게 거만하여 극에 달하니 신명의 위엄이 떨어 지고 삼계가 혼란하여 천도(天道)와 인사(人事)가 정상적인 도리를 벗어나 드디어 진멸지경(殄滅之境,전부 죽고 망할 지경)에 이르렀느니라.』하시니라.
②:034『이에 원시(元始)의 신(神), 성(聖), 불(佛) 보살(菩薩)이 모여 이와같은 삼계의 겁액(劫厄)을 상제님 아니면 널리 구할 수 없다고 호소하므로 내가 이에 서천서역(西天西域) 대법국(大法國) 천계탑(天階塔)에 내려와서 삼계를 주시하고 천하를 두루 살피다가 이 땅에 그쳐 승 진표(眞表)가 미륵경(彌勒經)에 의거한 당래(當來,다음 오는 세상)의 숨은 뜻을 깨달아 모악산에 금산사를 건조하여 지극한 마음으로 기도하던 미륵금신(彌勒金身,금산사 미륵 불상의 별명)에 임하여 삼십재(三十載)를 지내면서 최제우에게 천명(天命)과 신교(神敎)를 내려 대도(大道)를 수창(首唱,두목이 되어 주장)하게 하였노라. 그러나 제우가 능히 유교의 옛 형태를 초월하지 못하고 무극, 태극의 참된 법을 겉으로 드러내어 밝혀서 인간과 신명의 표극(表極,극진함을 표함)을 짓고 대도의 참된 빛을 열어 밝히지 못하므로 드디어 1864년에 천명과 신교를 거두고 잠시 모든 나라의 그 당시 임금에게 백성을 거두어 보살피는 명을 붙였다가 그로부터 태극의 팔괘에 응하여 8년이 되는 1871년에 내 몸소 인간의 몸으로 왔노라.』하시니라.
②:035『진묵이 하늘의 묘법(妙法)으로 좋은 세상을 꾸미려 하다가 김봉곡에게 참변 당한 원을 품은채 동양의 문명신을 거느리고 서양으로 건너가 문명개발에 역사(役事)하였느니 이제 그의 원을 풀어 고국으로 돌아오게하여 선경건설에 힘쓰게 하리라.』하시니라.
②:036『이때는 천지의 모든 일이 성공하는 시대니라. 서신(西神)이 사명(司命)하여 우주의 모든 것을 주재하고 통제함으로써 모든 사리(事理)를 집대성하느니 이른바 개벽(開闢)이니라. 만물이 가을바람에 말라 떨어지기도 하고 성숙도 함과 같이 참된 사람은 큰 결실을 얻어 번창할 것이요, 거짓된 사람은 말라 떨어져서 멸망하리라. 그러므로 혹 위엄을 떨쳐 그른 것을 없애며, 혹 어진 사랑을 베풀어 의로운 사람을 돕느니, 삶을 구하는 사람과 복을 구하는 사람은 이에 힘쓸지니라.』하시니라.
②:037원래 인간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면 분통이 터져 큰 병을 이루느니 그러므로 이제 모든 일을 풀어놓아 각기 자유로운 행동에 맡겨 먼저 난법(亂法)을 지은 후에 진법(眞法)을 내리니 모든 일에 마음을 바르게 하라. 거짓된 행위는 모든 죄의 근본이요, 진실은 모든 복의 근원이라. 이제 신명으로 하여금 사람에게 이르러 마음에 먹줄을 잡혀 바르지 못함과 바른 것을 감정하여 번갯불에 달리리니 마음을 바르게 못하고 거짓된 행위를 자행하는 사람은 지극한 기운이 돌 때에 심장이 터지고 뼈마디가 퉁겨나리라. 운수는 좋건마는 목 넘기가 어려우니라.』 하시니라.
②:038『후천에는 모든 가정이 하나가 되어 무력과 형벌을 쓰지 아니하고 조화로써 백성을 이화(理化)할지니 관리는 등급에 따라 화권(化權,조화로운 권한)이 열리므로 분수와 의리에 넘는 폐단이 없고 백성은 원한과 서로 포악함등의 모든 번뇌가 그치므로 얼굴에 조화로운 기운이 넘치고 행동과 말이 도덕에 합하며 쇠병사장(衰病死葬,쇠약하여 병들고 죽어 장사함)을 면하여 불로불사(不老不死)하고 가난함 사람과 부유한 사람의 차별이 얿어져서 의식이 넉넉하게 서랍에 나타나리라. 모든 일은 자유로운 욕구에 응하여 신명이 따르며 운거(雲車,비행기)를 타고 공중 날아 먼 데와 험한 데를 다니며 하늘에 들어가는 문이 나직하여 오르고 내림이 자유롭고 지식과 견문이 투철하여 과거, 현재 ,미래, 온 세계의 모든 일을 깨달아 수화풍(水火風)의 세가지 재앙이 없어지고 복스럽고 길함이 무르녹아 맑고 화창하고 밝은 낙원으로 되게 하리라.』하시니라.
②:039『 후천에는 계급이 많지 않으리니 오직 두 계급이 있으리라. 그러나 식록(食祿,먹을 복록)은 고르리니 만일 급이 낮고 녹(祿)까지 고르지 못하면 또한 원통하지 않으랴.』하시니라.
②:040『앞으로 오는 세상에는 불 때지 않고 밥을 지으며 손에 흙을 묻히지 않고 농사를 하며 도가(道家)마다 등대 하나씩 세워 이로써 온 동네가 대낮같이 밝으리니 이제 전등은 그 표본에 지나지 않느니라. 또 기차도 연료없이 수 만리를 삽시간에 통행하고 문고리와 옷걸이도 황금으로 만들며 신도 금으로 만든 신을 신으리라. 곡식의 종자도 한 번 수확한 후에 해마다 그 뿌리에서 싹이 돋아 다시 수확하여 심고 거두기에 힘들지 않으며 아무리 메마른 땅이라도 기름진 땅이 되리니 이는 땅 3척, 3촌을 태우는 까닭이니라.』하시니라.
②:041『치우(蚩愚)가 난을 일으켜 큰 안개를 지으므로 황제(皇帝,황제헌원)가 지남거(指南車)로써 평정하였느니 난을 일으킨 사람도 조화요, 난을 평정한 사람도 조화니라. 제우는 동세(動世)를 맡았으나 나는 정세(靖世)를 맡았느니 전봉준의 동(動)은 곧 천하의 난(亂)을 동하게 하였느니라.』 하시니라.
②:042 『동학신도들이 안심가(安心歌)를 잘못 해석하여 난을 지었느니라. 일본 사람은 3백년 동안 돈 모으는 공부와 총 쏘는 공부로 부강하게 되는 법을 배워왔으나 너희들은 무엇을 배웠느뇨? 일심(一心)으로 3년을 못배우고 3달을 못배웠으니 무엇으로 저희들을 대항하리요. 저희들을 하나 죽이면 너희들은 백이나 죽으리니 대항할 생각을 말라. 이제 최수운에게 일본명부, 전명숙에게 조선명부, 김일부에게 청국명부를 맡겨 일령지하(一令之下)에 하룻 저녁이면 대세를 돌려잡게 하리라.』하시니라.
②:043『용력술(勇力術)에 배우지 말라. 기차와 배로서 백만근을 운반하리라. 축지술(縮地術)을 배우지말라. 운거(雲車)를 타고 바람을 갈라 만리길을 일순간에 이르리라.』하시니라.
②:044『조선 사람은 비결을 믿고 정씨만 찾느니 아무 것도 배운것 없이 정씨만 찾아서 무엇하리요. 한갖 분란만 될 뿐이므로 정(鄭)씨와 조(趙)씨와 범(范)씨를 다 없이 하였노라. 속언에 그른 일 하는 사람을 방정(訪鄭)맞다 이르고, 옳은 일 하는 사람을 내정(來鄭)이 있다 이르느니라.』하시니라.
②:045『이제 일본 사람이 조선에 와서 천고역신을 거느려 역사(役事)를 시키느니라. 조선이 나라를 세운 후로 벼슬하는 사람들이 모두 정씨를 사모하였으니 이는 두 마음이라. 남의 신하로서 두 마음을 품으면 곧 역신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역신들이 『너희들도 두 마음을 품었거니 어찌 우리를 그다지 학대하느뇨!』하니 이로 인하여 저들이 일본사람을 대하면 죄인처럼 두려워하느니라.』하시니라.
②:046 한 종도가 여쭈기를『조선말에 관리가 일으키는 난이 있으리라 하오니 그러하오리까?』하니 말씀하시기를『손병희가 영웅이라 장차 난을 꾸미리니 그 일을 이름이니라. 손병희는 손진주(損眞主)라, 박절하게 성을 쌓은 돌아래서 턱을 괴고 앉아 일을 꾸미므로 성공하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②:047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현하대세(現下大勢)를 오선위기(五仙圍碁)의 기령(氣靈)으로 돌리느니 두 신선은 판을 대하고 두 신선은 각기 훈수하며 한 신선은 주인이라. 주인은 어느 편도 훈수할 수 없어 수수방관하고 다만 음식만 올리느니 연사(年事)에 큰 흠이 없어 음식을 올리는 예절만 빠지지 아니하면 주인의 책임은 다함이라. 만일 바둑을 마치면 판과 바둑은 주인에게 돌리느니 옛날 한나라 고조는 말위에서 천하를 얻었으나 너희는 앉은 자리 위에서 천하를 얻으리라.』하시니라.
②:048 또『장차 청일전쟁이 두 번 일어나리니 첫 번에는 청국이 패하였으나 두 번째는 10년을 끌다가 끝내 일본은 쫓겨나고 서양의 군대가 들어오리라. 그러나 한강 이남은 범하지 못하리니 그때에 괴병(怪病)이 엄습하는 까닭이니라. 미국은 한 손가락을 퉁기지 아니하여도 쉬이 돌아가게 하리라.』하시니라. 이 말씀을 마치신 뒤에 『동래(東來) 울산(蔚山)이 흐느적 흐느적 사국강산(四國江山)이 콩 튀듯 한다.』하고 노래 부르시니라.
②:049『중국은 동서양의 오고 가는 발길에 채여서 망하게 되리라.』하시니라.
②:050『현하대세가 씨름판과 같으니 아기판과 총각판이 지난 뒤에 상(上)씨름으로 판을 마치리라.』 하시니라.
②:051『현하대세가 가구판 노름과 같으니 같은 끗수면 말수(末手)가 먹느니라.』하시니라.
②:052『동양은 불로 치고 서양은 물로 치리라. 세상을 불로 칠 때에는 산도 붉어지고 들도 붉어져서 자식이 지극히 중하나 손잡고 끌어낼 겨를이 없으리라.』 하시니라. ②:053 상제께서 김병선에게 글 한 장을 써주시니 이러하니라. 『일입유배 해자난분(日入酉配 亥子難分,해가 유시에 져서 귀양가서, 해시와 자시를 분간하기 어려움) 일출인묘진 사부지(日出寅卯辰 事不知,해가 인시,묘시,진시에 떠도 일을 알 수 없음) 일정사오미 개명(日正巳午未 開明,해가 사시,오시,미시에 바로 되어 열려 밝아짐) 일중위시 교역퇴 제출진(日中爲市 交易退 帝出震),해가 가운데 뜨면 사람이 모여 시장을 이루고,물품을 서로 교역하고 물러나고, 상제님이 진방(동방)에서 나오심』
②:054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동서양의 싸움을 붙여 기울어진 판을 바로잡으려 하나 워낙 짝이 틀려 겨루기 어려우므로 병(病)으로써 판을 고르게 하리라.』하시니라.
②:055 또 『바둑도 한 수만 높으면 이기느니 남 모르는 공부를 하여두라. 이제 비록 장량(張良)과 제갈공명이 두름으로 날지라도 어느 틈에 끼인지 모르리라. 선천에는 홍수, 가뭄, 전쟁의 재앙이 서로 번갈아서 그칠사이 없이 세상을 휩쓸었으나 아직 질병으로 인한 재앙은 크게 없었느니 앞으로 병겁이 온 세상을 엄습하여 몸 돌이킬 겨를 없이 홍수 밀리듯 인류를 전멸(全滅)하되 살아날 방법을 얻지 못하리라. 모든 기사묘법(奇事妙法)을 다 버리고 의통(醫統)을 익혀 두라. 내가 삼계공사로써 이 땅의 모든 큰 겁액과 재앙을 물리쳤으나 오직 병겁은 그대로 두고 너희들에게 의통을 전하여 주니 멀리 있는 진귀한 약품을 중히 여기지 말고 순수한 마음으로 의통을 알아두라.』 하시니라.
②:056『앞으로는 괴질이 돌 때에는 자다가도 죽고, 먹다가도 죽고, 오다가다가도 죽어 묶어낼 사람이 없으므로 쇠스랑으로 찍어내되 신발 돌려 신을 정신도 차리지 못하리라.』 하시니라.
②:057『시속에 부녀자들이 비위(脾胃)에 거슬리면 급살(急殺)맞으라 하느니 이는 급살병을 이름이라 하루밤도 자지도 쉬지도 못하고 신발 세 켤레씩 떨어뜨리며 시체를 밟고 넘어 병든 사람을 건지리니 이렇듯 다급할 때 나를 믿으라 하면 안 믿을 사람이 있으리요? 시장이나 집회 중에서라도 저 사람들이 나를 믿으면 살고 잘 되려니 하는 생각을 가지면 그들은 몰라도 너희에게 덕(德)이 있으리라.』 하시니라.
②:058『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편하니 미래일을 아는 사람은 백성의 일을 생각할 때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느니라. 이제 전 인류가 다 죽고 멸망할 지경에 이르렀는데 조금도 깨닫지 못하고 재물과 이익에만 몰두하니 어찌 애석(哀惜)하지 않으리요!』 하시니라.
②:059 하루는 벽을 향하고 누우셨다가 문득 탄식하시며 말씀하시기를『전 인류가 진멸지경에 이르렀는데 아무리 하여도 전부 다 구제하기는 어려우니 어찌 원통하지 않으리요!』하시며 슬퍼하시니라.
②:060 또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에 조선처럼 신명대접을 잘하는 곳이 없으므로 신명들이 그 은혜를 갚기 위하여 각기 소원대로 공궤(供饋)하리니 도인(道人)들은 아무 기탄없이 천하사(天下事)를 전념하게 되리라.』 하시니라.
②:061『내가 출세(出世)할 때에는 하루저녁에 주루보각(珠樓寶閣,구슬로 지은 보배스운 누각) 36만간을 지어 각기 닦은 공의 노력에 따라 좋은 자리에 앉히고 신명들로 의식(衣食)을 받들게 하리니 만일 부당하게 앉은 사람이 있으면 신명들이 끌어 내치리라.』 하시니라.
②:062 하루는 천둥번개를 일으키시며 말씀하시기를『미래에 내가 다시 올 때는 하늘과 땅이 진동하고 천둥소리와 벼락이 더욱 크게 일어나리니 잘 못 닦은 사람은 앉을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넘어지리라. 부디 마음을 올바르게 닦고 행동을 삼가하되 항상 나를 잊지 말라.』하시니라. ②:063 원평을 지나시며 말씀하시기를 『속언에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 이르느니 이 앞 들에 큰 배가 뜨되 길 위에는 올라오지 못하느니라. 이는 곧 까마귀는 날고 배는 떨어진다는 말이니라.』하시니라.
②:064 용암리 앞을 지나시며 말씀하시기를 『지금은 이곳에서 원평이 건너다 보이나 미래에 건너다 보이지 아니 하다가 다시 보일 때가 있으리니 그리되면 세상사(世上事)가 가까운 줄 알지니라.』 하시니라
②:065 또 말씀하시기를 『나의 말은 약이니 말로써 사람의 마음을 위안(慰安)도 하고 병든 사람을 낫게도 하며 죄형(罪刑)에 걸린 사람을 풀기도 하는 까닭이니라. "충언역이이어행(忠言逆耳利於行,참된 말이 귀에 거슬리나 행함에 이로움)하느니 나의 말을 잘 믿을지니라.』 하시니라.
②:066『공부하는 사람들이 방위가 바뀐다고 하나 내가 천지의 도수를 돌려놓았음을 세상이 어찌 알리요.』 하시니라.
②:067『선천에는 하늘만 높이고, 땅은 높이지 아니하였으니 이는 땅의 덕이 큰 것을 모름이라. 앞으로는 하늘과 땅을 하나로 받듬이 옳으니라.』 하시니라.
②:068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남 잘되는 것을 부러워 말고 남은 복이 많으니 남은 복을 구하라. 호한(呼寒,새이름) 신천(信天,물새이름)도 유불사(猶不死)니라.』하시니라.
②:069『봄에 씨뿌림이 없으면 가을에 거둘 것이 없으리라. 농가에서 추수한 뒤에 곡식의 씨를 갈무려 두는 것은 오직 토지를 믿는 까닭이니 이것이 곧 믿는 길(信路)니라.』하시니라.
②:070 한 종도가 연사(年事)를 여쭈니 말씀하시기를『칠산(七山)바다의 조기도 먹을 사람을 정하여 놓고 잡히느니라. 농사도 또한 그와 같이 될 것이므로 굶어 죽지는 않으리라.』하시니라.
②:071 상제님께서는 비록 미천한 사람을 대하여도 반드시 존대하시고 형렬의 종 지남식에게도 늘 존대하시므로 형렬이 여쭈기를 『이 사람은 저의 종이오니 존대하지 마옵소서.』하니 말씀하시기를『이 사람이 그대의 종이지 나에게는 아무 관계도 없느니라.』하시니라. 또『이 고장에서는 어려서부터 몸에 밴 풍습이 되어 바로 말을 고치기 어려울것이나 다른 곳에 가면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다 존대하라. 이 후로는 적자와 서자(嫡庶)의 명분과 양반과 상놈의 구별이 없으리라.』하시니라.
②:072 형렬이 어떤 친족에게 합의하지 못한 일이 있어 모질게 꾸짖음을 보시고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아직 언(言)척이 덜 풀려서 원이 남아 있음이로다. 오장제거무비초(惡將除去無非草,미워하여 장차 제거 하려하면 풀이 아님이 없고)요, 호취간래총시화(好取看來總是花,좋게 보아 취하면 모두가 꽃뿐임)니라. 말은 마음의 소리요 행사(行事)는 마음의 자취라. 말을 선하게 하면 복이 되고 점점 큰 복이 되어 내 몸에 이르고 말을 악하게 하면 재앙이 되고 점점 큰 재앙이 되어 내 몸에 이르느니라.』 하시니라.
제3장 < >
③:001 구천상제님께서 1903년 1월에 전주에 가셔서 서원규의 약방에 계시니 김병욱, 김윤찬 등이 따르니라.
③:002 한 종도가 상제님께 여쭈기를『금년에는 어떤 곡식의 종자를 심음이 좋으리까?』하니 말씀하시기를『일본 사람이 녹(祿)줄 을 띠고 왔으니 일본종을 심으면 녹(祿)줄이 따라 들리라.』하시니라.
③:003 장익모가 어린 자식을 지나치게 사랑함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 복은 위에서 내리는 것이요. 아래에서 치오르지 않느니 자식보다 부모를 잘 공경하여야 하느니라.』 하시니라.
③:004 3월에 전주에 계실 때 장효순의 딸이 어려서부터 회(蛔)배를 앓아 해마다 보름씩 서너번 고생하더니 이해에는 두어 달 동안 생명이 위태하니라. 효순이 고쳐주시기를 애원하니 상제님께서 그 사위를 부르셔서『부부끼리 벽을 끼고 서로 등을 맞추어 서라.』하시니 명하신대로 하매 딸은 낫고 사위가 옮아 앓으므로 상제님께서 그 몸을 손으로 만져 낫게 하시니라.
③:005 상제님께서 형렬과 모든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옛날에는 동서양간에 교통이 없었으므로 신명도 또한 서로 넘나들지 못하니라. 이제는 기차와 배로 수출입하는 화물의 상표를 따라 서로 통하여 다니므로 조선 신명들을 서양으로 보내어 일을 시킬 길을 틔우려면 재주가 있어야 하리니 천거(薦擧)하라.』하시므로 병욱이 전주의 부자인 백남신을 소개하니라.
③:006 상제님께서 남신에게 물으시기를 『그대의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하시니 『삼십만냥은 되나이다.』하고 아뢰니라. 다시 『삼십만냥으로써 그대의 생활을 넉넉히 하겠느냐?』하시니『그러하옵니다.』하고 아뢰므로 『이제 쓸 곳이 있으니 돈 십만냥을 내어놓겠느냐?』하시니라. 남신이 망설이다가 드디어 승낙하니 이에 10일을 위한(爲限)한 증서(證書)를 받으셔서 병욱에게 맡기시니라. 기한이 이르매 남신이 돈을 준비하여 지폐로 12장을 올리니 상제님께서 공사를 행하신 다음 병욱에게 맡기셨던 증서는 불사르시고 지폐는 돌려주시며 말씀하시기를 『돈은 이미 중요하게 공사에 썼으니 다행이로다.』하시니라. 남신이 현금으로 쓰지 않으심이 죄송스러워 다시 여쭈기를 『이 돈으로 무역을 통해서 이익을 늘리는 것이 어떠하나이까?』하니 『그는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일이니 불가하니라.』하시고 또 남신의 일이 용두사미(龍頭蛇尾,용의 머리에 뱀의 꼬리, 처음은 좋으나 끝이 나쁨의 비유)와 같으니라.』하시니라.
③:007 또 말씀하시기를 『이 지방을 지키는 신명들을 서양으로 보내어 큰 난리를 일으키리니 이 후로는 외인(外人)들이 주인 없는 빈집 드나들듯 하리라. 그러나 그 신명들이 일을 다 마치고 돌아오면 제 집 일은 제가 다시 주장하게 하리라.』 하시니라.
③:008 김윤근이 묵은 치질로 수십년 앓다가 이 해에는 더욱 심하여 움직이지 못하고 누웠더니 상제님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아침마다 시천주(侍天呪)를 일곱 번씩 외라.』하시므로 윤근이 그대로 하니 곧 나으니라.
③:009 고부에 사는 이도삼이 간질로 고생하면서 고쳐주시기를 애원하므로 말씀하시기를 『나를 믿으면 나으리라.』하시고 누워서 자지 못하게 하시더니 밥 먹은 뒤에 배가 아프고 대변에 담(痰)이 섞여 나오다가 14일만에 나으니라.
③:010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 때는 해원시대(解寃時代)라, 사람도 이름없는 사람이 기세(氣勢)를 얻고, 땅도 이름없는 땅에 길운(吉運)이 돌아오느니라.』 하시니라.
③:011 또『양반을 찾는 것은 그 조상의 뼈를 깍아내는 것 같아서 망하는 기운이 따르느니 그러므로 양반의 습관을 속히 버리고 천한 사람을 우대하여야 좋은 시대가 빨리 이르리라.』하시니라.
③:012『사람이 몸가짐과 처사(處事)와 말하는 습관을 제 본성대로 할 것이요, 억지로 꾸며서 점잔과 꾸며 내는 것은 그릇된 일이니라.』하시니라.
③:013『보화(寶貨)라는 글자에 낭패라는 패자(貝字)가 붙어 있느니라.』하시니라.
③ 3:014『돈이란 것은 순환지리(循環之理)로 생겨서 쓰는 것이요, 구하여 쓸 것은 못되느니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盡,한 평생 재물을 탐낸 것이 하루 아침에 없어짐)이라 하느니라.』하시니라.
③:015『선천에는 돈이 눈이 어두워서 의롭지 못한 사람을 따랐거니와 이 후로는 그 눈을 틔워 선한 사람을 따르게 하리라.』 하시니라.
③:016『선천 영웅시대에는 죄로써 먹고 살았으나, 후천 성인시대에는 선으로써 먹고 살리니 죄로써 함이 오래가랴, 선으로써 함이 오래가랴. 이제 후천백성으로 하여금 선으로써 살 도수를 짜놓았노라.』하시니라.
③:017『마음을 깨끗이 하여야 복이 이르느니 남의 것을 탐내는 사람은 도적의 기운이 따라들어 복을 이루지 못함이니라.』 하시니라.
③:018『부귀한 사람은 가난하고 천한 것을 즐기지 아니하고 강한 사람은 가냘프고 약함을 즐기지 아니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어리석음을 즐기지 아니하나 나는 그들을 멀리하고 오직 가난하고, 천하고, 병들고, 어리석은 사람을 가까이 하느니 그들이 곧 내 사람이니라.』하시니라.
③:019『부귀한 사람은 자만자족(自滿自足)하며 그 명예와 재물을 늘리기에 몰두하여 딴 생각이 나지 아니 하니 어느 겨를에 나에게 생각이 미치리요. 오직 가난한 사람이라야 제 신세를 생각하여 도성덕립(道成德立)을 기다리며 운수를 조일 때마다 나를 생각하리니 그들이 내 사람이니라.』하시니라.
③:020 안내성에게 말씀하시기를『불의(不義)로써 남의 자식을 유인하지 말며 남의 재산을 탐내지 말고, 남과 싸우지 말며 백정과 무당을 천하게 대하지 말라.』 하시니라.
③:021 또 『마음 지키기가 죽기보다 어려우니라.』 하시니라.
③:022『경도와 위도는 세계가 같으니라.』 하시니라.
③:023『풍역취이식(風亦吹而息,바람도 또한 불다가 잠잠해짐)하느니 남의 핍박에 굽히지 말라. 모든 일의 움직임과 그침이 각기 때가 있느니라.』하시니라.
③:024『한나라 고조는 소하(蕭荷, 중국 한나라의 재상)의 덕으로 천하를 얻었으나 너희들은 베풀 것이 없으니 오직 언덕(言德)을 잘 가지라. 남의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되어 남이 잘되고 그 남은 덕이 밀려서 점점 큰 복이 되어 내게 이르며 남의 말을 나쁘게 하면 해가 되어 남이 망하고 그 남은 해가 밀려서 점점 큰 재앙이 되어 내게 이르느니라.』하시니라.
③:025『밖으로 꾸밈을 버리고 음덕(陰德,남에게 알리지 않고 몰래 베푸는 덕행)을 힘쓰라. 덕은 음덕이 크니라.』 하시니라.
③:026 유찬명에게 말씀하시기를 『훼동도자무동거지로(毁東道者無東去之路,동양의 도를 훼방하는 사람은 동쪽으로 갈 길이 없고) 훼서도자무서거지로(毁西道者無西去之路,서양의 도를 훼방하는 사람은 서쪽으로 갈 길이 없다)니라.』하시니라.
③:027 또『도적도 남에게 나누어 주면 덕이 되어 죄를 면하는 사람이 있느니라.』 하시니라.
③:028『뱀도 인망(人望,사람들이 칭찬하고 우러러보는 덕)을 얻어야 용이 되느니 남의 말을 좋게 하면 덕이 되느니라.』하시니라.
③:029『인망(人望)을 얻어야 신망(神望)에 오르느니라.』하시니라.
③:030『내 밥을 먹는 사람이라야 내 일을 하여 주느니라.』하시니라.
③:031『식불언(食不言,먹으면서 말하지 않음)이라 하였으니 남의 먹는 일을 말하지 말며 침불언(寢不言,누어서는 말하지 않음)이라 하였으니 남의 누행(陋行,더러운 행동)을 말하지 말라.』하시니라.
③:032『우리 일은 남 잘되게 하는 공부니 남이 잘 되고 남은 것만 차지하여도 되느니라. 전명숙이 거사(擧事)할 때에 상인을 양반 만들려는 뜻이 있었으므로 죽어서 조선명부가 되었느니라.』하시니라.
③:033『너희들은 손에 생자(生字)를 쥐고 다니니 득의지추(得意之秋,바라는 뜻을 이루는 좋은 시기)가 아니냐, 또 삼천(三遷,세번 옮김)이라야 일이 이루어지느니라.』 하시니라.
③:034『시속에 길성소조(吉星所照,좋은 일이 있는 곳)를 찾으나 그것이 따로있음이 아니라 덕을 잘 닦고 사람을 잘 대우하는데 비치느니 이 일이 곧 피흉취길((避凶就吉,나쁜 것을 피하고 좋은 것으로 나아감)가는 길이니라.』하시니라.
③:035『시속에 어린 학생들에게 통감(通鑑,중국 사마천이 지은 역사책)을 가르치나 이는 곧 첫 공부를 옳고, 그름부터 가르침이니 어찌 마땅하리요.』하시니라.
③:036『전쟁사를 읽지 말라. 전쟁에 이긴 사람의 신은 춤을 추되 전쟁에 패한 사람의 신은 이를 가느니라. 자고로 도가(道家)에서 글 읽는 소리에 신(神)이 감응(感應)함이니라.』하시니라.
③:037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망하는 세간살이 아낌없이 버리고 새 배포를 꾸미라. 만일 애석하여 놓지 않고 붙들면 몸까지 따라 망하느니라.』하시니라.
③:038 또『속언에 화복(禍福)이라 이르느니 이는 복보다 화를 견디어 잘 받아야 복이 따르느니라.』 하시니라.
③:039『선천에 편안함을 누리는 사람은 후천에 복을 받지 못하리니 고생을 복으로 알고 잘 받으라. 만일 고생을 당하여 이기지 못하면 오는 복을 물리침이니라.』하시니라.
③:040『나는 해마(解魔,마를 풀어줌)로써 위주(爲主)하는 고로 나를 따르는 사람은 먼저 복마(伏魔,숨어있는 마)가 발동하느니 복마의 발동을 잘 받아 이겨야 복이 따르느니라.』 하시니라.
③:041『속언에 "무척 잘 산다." 이르느니 척이 없어야 잘 산다는 말이니라. 남에게 원억(寃抑,원통하고 억울함)을 짓지 말라. 척이 되어 갚느니라. 또 남을 미워하지 말라. 그의 신명이 먼저 알고 척이 되어 갚느니라.』하시니라.
③:042『이웃 사람이 인정으로 주는 음식이 비록 맛이 없거나 먹고 병들지라도 드러내지 말라. 오는 정이 꺽여 척이 되느니라.』 하시니라.
③:043『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마음으로 반겨하면 그 사람은 몰라도 신명은 알아서 갚느니라. 또 "일반지덕필보(一飯之德必報,밥 한끼를 먹여준 덕을 반드시 갚음)하라."는말이 있으나 나는 "반반지은필보(反飯之恩必報,밥 반끼를 먹여준 덕을 반드시 갚음)하라." 하노라.』 하시니라.
③:044『남이 힘들여 말할 때에 설혹 그릇된 점이 있더라도 일에 낭패만 없으면 반박하지 말라. 그도 또한 척이 되느니라.』 하시니라.
③:045『이제 모든 조상신이 발동하여 그 자식과 손자를 척신의 손에서 빼내어 새 운수의 길로 인도하려고 바쁘게 서두르니라.』하시니라.
③:046『큰 군사를 거느리고 적의 진영을 격파함이 영화롭기는 하되 사람을 해치는 일이므로 악(惡)척이 되어 앞을 막느니라.』 하시니라.
③:047 7월에 쌀값이 오르고 농작물에 충재(蟲災,벌레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가 심하여 민심이 불안하므로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연사(年事)도 내가 맡은 일이니 올해 농사를 잘 되게 하여 백성들을 풍족하게 하리라.』하시고 크게 뇌전(雷電)을 일으키시더니 이로부터 충재가 그치고 농사가 풍년이니라.
③:048 가을에 동곡 김성천의 채소밭에 뜨물과 삭음이 일어 채소가 전멸하게 되었음을 보시고 말씀하시기를『죽을 사람에게 기운을 붙여 살아나게 함과 같이 채소를 다시 살리리라.』하시고 곧 비를 내리시니라. 그 후에 출타하셨다가 돌아오셔서 자현에게 물으시기를『성천의 채소가 어찌 되었느냐?』하시므로 자현이『지난 번 비로 다시 살아나서 이 부근에서 으뜸이 되었나이다.』하고 아뢰니『사람의 일도 이와 같이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이라도 기운만 붙이면 일어나느니라.』 하시니라.
③:049 하루는 원평에서 여러 사람을 향하여 큰 소리로『이제 우박이 올 터이니 장독 뚜껑을 덮고 잘 얽어 놓으라. 그렇지 아니하면 깨어지리라.』하셨으나 여러 사람은 무심히 듣고 최명옥만이 가르침대로 행하였더니 과연 두어 시간 후에 큰 우박이 내려 여러 집의 장독이 모두 깨어지니라.
③:050 하운동에 계실 때 영학이 항상 도술 통하기를 상제님께 빌더니 하루는 부채에 학을 그려 주시며『집에 돌아가 이 부채를 부치며 칠성경(七星經)을 무곡파군(武曲破軍)까지 읽고 이어서 대학(大學)을 읽으라. 그러면 도술을 통하리라.』 하시니라. 영학이 부채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남기의 집에 들리니 그 아들이 부채의 아름다움을 탐내어 빼앗고 주지 아니하니라. 영학이 그 까닭을 말하고 돌려주기를 간청하였으나 남기의 아들이 그 말을 듣고 더욱 탐내므로 어쩔 수 없이 빼앗기고 돌아가니라.
③:051 그 후에 남기의 아들이 부채를 부치며 대학을 읽으매 신통력을 얻어 신명을 부리고 물을 뿌려 비가 오게 하니라. 남기가 기뻐하며 아들을 시켜서 상제님의 도력(道力)을 빼앗고자 아들을 데리고 하운동에 이르니 상제님께서 미리 아시고 남기의 의리가 없음을 꾸짖으시며 그 아들의 신통력조차 거두시니라.
③:052 병욱이 관찰사의 심부름으로 남원에서 오랫동안 머물며 세금을 감독하여 받았는데 이때 나라에서는 러시아와 결탁하여 일본을 억제하려고 일본에 망명한 박영효의 일파를 친일파로 지목하여 찾아 처형하니 병욱이 또한 연루되니라. 8월에 서울로 부터 많은 사람의 포교(捕校,지금의 경찰)들이 전주에 와서 병욱을 찾다가 곧 남원으로 향하니라.
③:053 이때 상제님께서 남원으로 가셔서 병욱이 그동안 받은 세금은 주인에게 맡기게 하신 다음 병욱을 데리고 성 밖으로 나가시니 병욱은 그 까닭을 모르니라. 10여리를 가시다가 병욱의 선조의 산소 재실(齋室,묘 옆에 제사용으로 지은집)에 이르셔서 산직(山直)에게 명하여 남원의 형편을 살펴오라 하시므로 산직이 곧 남원에 갔다 와서 포교들이 병욱을 찾는 상황을 아뢰니 병욱이 비로소 크게 두려워하니라.
③:054 이튿날 가마를 준비하여 여자용 가마로 변장하게 하셔서 병욱을 태우시고 전주 원규의 약방으로 가시니라. 원규가 병욱을 보고 크게 놀라 말하기를『그대가 어찌하여 위험한 곳을 벗어 났으며 또 어찌 이러한 위태로운 곳으로 들어 왔느뇨? 너무 급한 일이므로 알릴 겨를이 없어 그대의 집안에서는 어찌할 줄을 모르고 다만 울음으로 지내느니라.』하니라. 병욱이 그 자세한 지난 일을 들으니 포교들이 남원에 도착한 때와 자기가 상제님을 따라 남원을 벗어날 때가 거의 같은 시각이니라. 병욱이 감사하며 아뢰기를『진실로 천신(天神)이시오니 만일 이러한 구원이니었으면 어찌 위험한 곳을 면하였사오리까?』하니라.
③:055 포교들이 남원에 와서 병욱을 수색하다가 다시 전주로 돌아와 군수(郡守)등을 독촉하여 엄밀히 살펴 찾으니라. 병욱이 원규의 약방이 번화한 길에 있어 은신처가 못됨을 근심하니 상제님께서 『모든것은 나를 믿고 근심하지 말라. 내가 앞으로 너의 근심을 풀어주리라.』하시니라. 이로부터 병욱이 원규의 약방에 오랫동안 머무르는데 밤에는 자주 병욱을 데리시고 거리에서 소풍을 하셨으나 병욱은 한 번도 아는 사람의 눈에 뜨이지 아니 하니라.
③:056 병욱에게 물으시기를『러시아와 일본이 나라의 허약함을 틈타 서로 세력을 다투매 조정(朝廷)은 당파(黨派)가 나뉘어 혹은 일본과 친선하려 하고 혹은 러시아와 결탁하려 하니 너는 어떤 주의를 옳게 여기느뇨?』하시니라. 병욱이『인종의 차별과 동서양의 구별로 보아 일본을 친선하고 러시아를 멀리함이 옳을까 하나이다.』하고 아뢰니『네 말이 옳으니라. 이제 만일 서양 사람의 세력을 물리치지 아니하면 동양은 영원히 서양 사람에게 짓밟힌 바 되리라. 그러므로 서양 사람의 세력을 물리치고 동양을 붙잡음이 옳으니 일본 사람을 잠시 일군으로 내세우리라.』하시니라.
③:057 또『내가 너의 화액(禍厄,재앙과 액난)을 풀기 위하여 노일전쟁을 붙이고 일본으로 하여금 러시아를 물리치게 하리라.』 하시니라. 종도들은 그 말씀을 믿지 아니하고 서로 수근거리기를『한 사람의 액을 풀기 위하여 두 나라의 전쟁을 붙인다 하심도 망령이어니와 약소한 일본으로 하여금 막강한 러시아를 물리치게 한다 하심은 더욱 허황된 말씀이라.』하였으나 12월에 노일전쟁이 일어나 일본군이 승리하여 국경을 넘으니 이에 국금(國禁,나라의 법으로 금함)이 풀리고 드디어 병욱의 혐의도 풀리니라.
③:058 이때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서양의 세력을 물리치기 위하여 천지대신문(天地大神門)을 열고 공사를 행하리라.』하시며 49일을 한 도수로 정하시고 동남풍을 불게 하시니라. 그 날짜가 몇일 남았을 때 한 사람이 와서 병을 고쳐 주시기를 애걸하였으나 상제님께서 공사에 전심하셔서 답하지 않으시자 병든 사람이 한을 품고 돌아가더니 문득 동남풍이 그치니라. 상제님께서 그제야 급히 그 병든 사람에게 사람을 보내셔서 공사로 인하여 살피지 못한 까닭을 말하여 안심하게 하시고 병을 고쳐주시며『한 사람이 원한을 품으매 능히 천지기운을 막는다.』하시니라. 그 후에 러시아가 바다와 육지에서 연패(連敗)하니라.
③:059 겨울 어느 날 보경 등의 종도들이 모시고 앉아 있는 자리에서 혼자 말씀으로『내 일이 어찌 이렇게 더디냐.』하시니라. 보경이 여쭈기를 『무엇이 그리 더디나이까?』하니 『내 이제 신명을 시켜 진인(眞人)을 찾아 보니 아직 아홉 살 밖에 되지 않은 지라. 내 일과 때가 이렇듯 더디니 어찌 딱하지 않으리요.』하시니라. 보경이 다시 그러하오면 『저희들은 모두 쓸모없는 사람이요, 또한 지금까지 헛되이 따름이오니까?』하고 아뢰니 상제님께서『체유기체 용유기용(體有其體用有其用,체에는 그 체가 있고,용에는 그 용이 있음)이며 시유기시 인유기인(時有其時人有其人,그때에는 그 때가 있고 사람에는 그 사람이 있음)이니라.』하시니라.
제4장 <>
④:001 구천상제님께서 1904년 초에 전주에 가시는데 남신이 관액(官厄,관청으로부터 받는 액)에 걸려 거처를 감추고 병욱을 통하여 풀어주시기를 청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부자는 돈을 써야 하니 돈 십만냥의 증서를 가져 오라.』하시므로 증서를 올리니 관액이 곧 풀렸으며 증서는 불태우시니라.
④:002 이달 15일에 상제님께서 낮잠을 주무시는 중에 효순이 손자의 급한 병을 알리며 치료를 간청하니 잠결에 『냉수나 먹이라.』하시므로 효순이 돌아가 병든 아이에게 냉수를 먹이매 곧 죽으니라. 효순은 본래 성질이 포악하여 마을 사람들이 천둥(天動)이라 부르더니 아이의 죽음을 당하여 원망하기를『이는 고의적으로 약을 잘못 일러주어 아이가 죽게 된 것이라. 손으로 만져서 죽은 사람을 일으키며 말 한마디로 위급한 병의 고침을 여러번 보았는데 만일 고의가 아니라면 물은 고사하고 흙을 먹였어도 그 신이한 도술로 능히 낫게 하였으리라.』하고 상제님께 와서 심히 행패하니라. 효순이 상제님을 묶어서 장방청(長房廳,관리가 공무를 보는 청사)으로 가다가 문득 뉘우친듯이『이것이 다 나의 잘못이라. 어린 아이가 급증(急症)으로 죽었는데 어찌 선생님을 원망하리요.』하고 예전의 사이로 돌아가기를 청하며 자기 집으로 동행 하시자고 하였으나 상제님께서는 원규의 집에서 지내시고 다음날 직부의 집으로 가시니라. 그러나 효순이 상제님을 장방청에서 놓아드림은 남신에게서 받은 돈 십만냥의 증서가 있음을 알고 돈을 요구하려 함이니라.
④:003 다음날 효순이 원규의 집에 가서 상제님께서 아니 계심을 보고 크게 노하여 살인범이 도피하였다고 고함을 치며 사방으로 찾으니라. 이때 상제님의 가족은 전주군 우전면의 화정리 이경오의 집 작은 방으로 옮기 셨는데 효순의 가족들이 와서 행패를 하였으며 형렬은 화정리에 갔다가 그들로부터 결박을 당하여 원규의 집까지 끌려 가니라. 그들은 상제님의 행방을 물었으나 알려주지 않으므로 더욱 분노하여 형렬과 원규를 수 없이 구타하니 이로써 상제님의 가족은 태인의 굴치로 다시 옮기시고 형렬은 밤중에 도피하였으며 원규는 매일 그들의 행패에 견디지 못하여 약국의 문을 닫은채 가족을 거느리고 익산으로 가서 숨으니라.
④:004 종도들이 여쭈기를『선생님의 권능으로 어찌 효순의 난을 당하셨나이까?』하니『도중(道中)이나 가중(家中)에 분쟁이 일어나면 신명계에서 행하는 정치가 문란하여지느니 그대로 두면 세상에 큰 재앙이 이르게 될 것이므로 내 스스로 그 기운을 받아 해소함이니라.』하시니라.
④:005 하루는 직부의 집에 계시는데 직부의 부친인 치안이 그 해 신수(身數)를 여쭈니 상제님께서 백지에 글을 쓰셔서 한 장은 태우시고 한 장은 밀봉하여 주시며『급한 일이 있거든 떼어보라.』하시므로 치안이 깊이 간수하니라. 연말에 치안이 병으로 위급할 때 직부가 밀봉된 글을 떼어보니『소시호탕(小柴胡湯) 두첩(二貼).』이라 적혀 있으므로 그 약을 쓰매 곧 나으리라.
④:006 2월 어느날 영학에게 대학(大學)을 읽으라고 말씀하셨으나 영학이 듣지 아니하고 술수를 배우는 책에 쏠리므로 『머지 않아 영학을 보지 못하게되리라.』 하시고 도삼을 보내셔서 『골포사장전유초(骨暴沙場纏有草,뼈는 백사장에 햇볕을 쬐게 드러났는데 얽힌 풀이 있고) 혼반고국조무친(魂返故國弔無親,혼은 고국에 돌아왔는데 조상할 친한 사람이 없음)』이라는 시 한 귀를 전하여 영학으로 하여금 살펴 깨우치게 하셨으나 영학이 끝내 깨닫지 못하니라.
④:007 그 후에 영학이 병들어 위독하다는 소식이 있으므로 갑칠을 거느리고 가실 때 중도에 한 곱사등이를 보시고 그 병의 까닭을 물으시니『10여년전부터 곱사등이가 되어 고치지 못하나이다.』하므로 상제님께서 손으로 그 허리를 만지셔서 펴주시고『사금 열 닷 냥을 가져오라.』하시니라. 그 사람이 기뻐하며『진실로 다시 살려주시는 은혜이옵니다. 은혜를 갚자오면 태산이 오히려 가볍사오나 지금 몸에 지닌 돈이 없으니 무엇으로 갚사오리까?』하니『물품도 되느니라.』하시니라. 그 사람이『제가 관재(棺材,널을 만드는 재목)장사를 하오니 관재로 드림이 어떠하옵니까?』하므로『그도 되느니 좋은 것으로 가려두라.』하시고 영학의 집에 도착하시니 영학이 이미 죽은지라 그 관재로 장사를 지내게 하시니라.
④:008 갑칠을 거느리시고 부안,고부 등을 다니시다가 15일 저녁에 고부의 검은바위 주막에 도착하시니라. 이 때 도적이 많아 대낮에도 돌아다니므로 순검(巡檢,현재의 경찰) 한 사람이 사복으로 주막에 들어있음을 보시고 주모에게 말씀하시기를『저 사람에게 술과 음식을 주지 말라. 만일 값을 받지 못하면 궁색한 영업에 손해가 되지 않으랴.』하시니 순검이 분노하여 악언(惡言)을 퍼부었으나 웃으시며『시체에게 당한다고 무엇을 탓하랴.』하시고 밖으로 나가시니라. 주모가 순검에게 말하기를 『저 말씀이 이상하니 반드시 무슨 까닭이 있으리라. 나가서 사과하고 그 까닭을 여쭤보라.』하므로 순검이 그대로 하니『오늘밤에는 업무를 중지하고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라.』하시니라. 순검이 말씀하신대로 하니 이윽고 밤이 깊어 도적들이 몰려와서 주모를 구타하며 순검의 간 곳을 물으니라. 이는 곧 도적들이 순검을 죽이려 계획함이므로 피난한 순검이 상제님께 살려 주신 은혜에 감사하니라.
④:009 5월에 상제님께서 밤재에 계실 때 갑칠이 와서 뵈니 물으시기를『너희 지방의 농사가 어떠하뇨?』하시므로『가뭄이 심하여 모내기를 못하므로 민심(民心)이 동요되옵니다.』하매『네가 비를 빌러 왔도다. 네게 우사(雨師)를 붙이니 곧 돌아가되 길에서 비를 맞더라도 피하지 말라. 이는 네 몸에 공사를 띠고 가는 까닭이니라.』하시니라. 갑칠이 명을 받들고 얼마 안 가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순식간에 냇물이 넘치더니 이로부터 물이 풍족하여 몇일내로 모내기를 마치니라.
④:010 6월에 형렬을 거느리시고 태인의 신배를 지나실 때 어떤 집에 불이 나서 강풍에 불의 세력이 치열함을 보시고 안타깝게 여기시며『저 불을 그대로 두면 이 바람에 온 마을이 재가 되리니 맞불을 놓아 꺼야하리라.』하시고 형렬에게 섶을 가져다 불을 지르게 하시니 고대 바람이 자고 불이 꺼지니라.
④:011 동학신도들이 1894년에 참패한 후로 감히 나타나지 못하고 잠복하다가 노일전쟁의 기회에 일본의 후원을 받아 일진회를 조직하니 사방에서 동조하여 그 세력이 날로 왕성하였으나 백성들은 1894년에 난폭하던 행동을 기억하여 두려워하니라. 상제님께서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저들의 이 번 운동에는 재산을 쓰게 하고 1894년과 같이 백성에게 폐를 끼치지 못하게 하리니 내가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하리라.』하시고 7월에 본댁 살림과 약간의 논과 밭을 팔아 전주에 이르셔서 구걸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시더니 과연 일진회원이 자기 재산을 탕진함을 보시고『저들이 나를 본받으니 살려줌이 옳으니라.』하시니라. 또 갓을 벗고 삿갓을 쓰신 다음 안은 검고 겉은 흰 옷을 입으시며『저들이 검은 옷을 입으니 나도 검은 옷을 입노라.』하시고 하늘을 가리키시며『저 구름이 속은 검고 겉은 희니 곧 나를 본받음이니라.』하시니라.
④:012 8월 27일 익산의 만중리 황사성의 집으로 가시니라. 원래 사성의 아버지 숙경이 전주 용진면 용바위 황참봉에게 빚이 있더니 황참봉이 죽은 후에 그 아들이 사람을 보내어 빚을 독촉하며 만일 갚지 아니하면 경찰에 고소하여 감옥안에 썩이면서 받겠다고 위협하며 노기를 띠고 있으므로 그 마을 정춘심의 집으로 가시니라. 이날 밤에 사성의 부자가 춘심의 집에 와서 상제님께 풀어주시기를 간청하므로 숙경에게 명하셔서 무명베 한 필을 사다가 옷을 짓어 입으시고 말씀하시기를『일이 잘 풀리리니 근심을 놓으라. 무명베는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길을 닦는 것이니라.』 하시니라. 그 후에 순검이 숙경을 체포하려고 오매 함께 채권자의 집에 가서 연기하여 달라고 청하였으나 채권자가 거부하는데 그 어머니가 보고 꾸짖기를『저 어른은 네 아버지의 친구인데 이제 감옥에 가두려 하니 이는 짐승의 행동이라.』하고 그 증거를 빼앗아 불사르니 채권자가 할 수 없어 숙경에게 사과한 후 고소를 취소하고 빚을 없이하니라.
④:013 9월 14일에 함열 회선동의 김보경이 병으로 위독하여 상제님께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므로 상제님께서 그 집으로 가시니라. 이때 개가 사납게 짖으며 달려들므로 엄숙하게 말씀하시기를『주인의 병을 이미 저 개에게 옮겼으니 근심을 놓으라.』하시더니 과연 보경의 병은 고대 낫고 그 개는 3일간을 앓으니라.
④:014 보경이 여쭈기를『이 근처에는 요사이 밤마다 도적이 나타난다 하는데 저의 집이 비록 넉넉하지 못하오나 밖에서는 부자인줄 알므로 두려워 마음을 놓을 수 없사오니 도난을 당하지 않도록 하여 주옵소서.』하니라. 상제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후로는 마음을 놓으라. 도적이 절로 멀리 가리라.』하시더니 과연 그리되니라.
④:015 또 보경에게 말씀하셔서 유불선(儒佛仙) 3자를 쓰게 하신 다음 종도들에게 『뜻 가는 대로 한글자씩 짚으라.』하시므로 보경은 불자를 짚고 또 한 사람은 유자를 짚으니『불(佛)은 노불(老佛)이요, 유(儒)는 부유(腐儒)니라.』하시니라.
④:016 동곡에 계실 때 하루는 황응종이 와서 뵈고 선경부인에게 대한 부친의 명을 아뢰니 상제님께서 형렬,자현,보경,공숙 등에게 말씀하시기를 『가정 일에는 부모의 명대로 처리하리니 너희들이 증인이 되니라.』하시니라.
④:017 11월에 전주로 가시니 마침 백성들의 난이 일어나서 민심이 동하니라. 보경에게 말씀하시기를『병욱이 국가의 중책을 맡았으니 소란한 인심을 잘 진압하여 그 직책을 다하여야 하리라. 그 대책을 어떻게 정하였는지 물어오라.』하시니라. 보경이 병욱에게 명을 전하니 상제님께 와서 뵈고 『무능한 저로서 물끊듯 하는 백성의 소란을 진압할 방법이 없사오니 가르쳐 주옵소서.』하고 아뢰니라. 상제님께서『내가 가름하어 진압하리라.』하시고 이날 저녁부터 큰 눈을 내리시며 날씨를 혹독하게 춥게 하시니 방한장비(防寒裝備)가 없이 모인 군중이 할 수 없이 해산하고 눈이 오고 추운 날씨가 3일간 계속되므로 다시 모이지 못하여 소란이 저절로 진정되니라.
④:018 12월에 원평에 계실 때 어사(御使) 박재빈이 전라북도 칠읍 군수의 직책을 파면하고 전주에 출두하려 하매 군수 권직상의 직위도 위태로우니라. 병욱은 이때 장교로서 직상과 친분이 있을 뿐 아니라 직상이 파면되면 자기도 또한 낭패될 일이 많으므로 근심하여 상제님께 그 대책을 여쭈니『그 일을 무사히 풀어주리니 안심하라.』하시니라. 그 후 박어사의 면관비훈(免官秘訓,관직을 파면하는 비밀 훈령)이 전주에 이르므로써 해결되니라.
④:019 동곡으로 가시니 김갑진이 여러 해 된 나병(癩病)으로 얼굴과 손발에 몸이 붓는 병이 나고 눈썹이 다빠졌는데 상제의 신성하심을 듣고 와서 고쳐주시기를 간청하니라. 상제님께서 갑진으로 하여금 정문 밖에서 방을 향하여 서게 하시고 형렬 등 여러 사람에게 대학(大學) 경일장(經一章) 장하(章下)를 읽히신 후에 돌려 보내시니 갑진의 병이 나으니라. ④:020 동곡 앞의 술장수 전순일이 병으로 오랫동안 앓아누워 상제님께 한 번 뵈기를 원하더니 상제님께서 공숙을 거느리고 이르셔서 말씀하시기를『나 있는 곳에 술과 안주를 차린 상을 차려오라.』하셨으나 상을 차려 오지 않으므로 나가시며『의원이 떠나니 병든 사람은 문 밖에 나와 배웅하라.』하시니라. 순일이 간신히 사람을 붙들고 일어나 문 밖에 나와서 인사를 하매 병이 고대 나았음에도 상을 차려오지 않자『그 사람이 입맛을 회복하지 못하여 고생하리라.』하시더니 과연 입맛으로 두어 달을 고생하니라.
④:021 하루는 종도들을 거느리시고 모악산 용안대에서 여러 날 머무르실때 마침 눈으로 인해 교통은 막히고 식량은 두끼분 밖에 없으므로 종도들이 걱정하니라. 상제님께서 아시고 『그 남은 양식 전부로 식혜를 지으라.』하시므로 종도들이 굶게 됨을 염려하면서도 식혜를 지어 올리매 종도들과 나누어 잡수시니 이와 함께 눈이 그치고 날씨가 따뜻하여 쌓인 눈이 잠시동안 녹아 식량 걱정이 없어지니라.
④:022 순일의 이웃집 술장수 김사명의 17세된 아들 성옥이 갑작스런 병으로 죽으매 반나절이 넘도록 살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하여도 다시 살릴 가망이 없으니라. 사명의 아내가 죽은 아이를 안고 동곡에 이르니 상제님께서 미리 아시고 『약방이 안 되려니 송장을 안고 오는 사람이 있도다.』하시니라. 사명의 아내가 성옥을 눕혀 놓고 살려주시기를 애걸하니 상제님께서 죽은 아이를 무릎 위에 눕히시고 배를 만져 내리시며 허공을 향하여 큰 소리로 『미수(眉수,조선시대 유학자)시켜 우암(愚庵,우암 송시열,조선시대 유학자)부르라.』외치신 다음 침을 죽은 아이의 입에 넣으시니 문득 항문으로 고름이 섞인 피를 쏟으며 큰 울음소리와 함께 살아나니라. 이에 미음(米飮)을 먹으시고 걸어서 돌아가게 하시니라.
④:023 동곡 김창여가 묵은 체증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여 고통하므로 상제님께서 불쌍히 여기시고 마루에 눕히신 다음 배를 어루만지시며 『조래천하팔자곡(調來天下八字曲,천하를 조절하여 오기에 팔자가꼬부라지고) 누류인간삼월우(淚流人間三月雨,인간을 위하여 눈물을 흘림이 삼월의 비와 같음) 규화세침능보곤(葵花細침能補袞,해바라기 꽃같은 세밀한 정성은 능히 곤룡포를 돕지만) 평수부종빈읍결(萍水浮踵頻泣결,부평초 물에 뜬 발꿈치는 자주 구슬을 슬퍼함) 일년월명임술추(一年月明壬戌秋,한해의 달은 임술년 가을에 밝고) 만리운미태을궁(萬里雲迷太乙宮,먼 구름은 태을궁에 희미함) 청음교무이객소(淸音蛟舞二客簫,맑은 소리는 새끼용이 춤추게 한 두 손의 통소이고) 왕겁오비삼국진(往劫烏飛三國塵,지나간 겁액은 까마귀가 날아간 삼국의 풍진임).』이라는 한시(漢詩)를 외게 하시니 곧 나으니라.
④:024 전주의 용머리고개 앉은뱅이 김모(金某)가 가마를 타고 와서 고쳐주시기를 애원하므로 상제님께서 앞에 앉히시고 담뱃대를 천천히 들어 올리시며『이 담뱃대를 따라 일어서라.』하시니 그 사람이 그대로 하여 무릎과 다리를 서서히 펴며 일어서니라. 이에 형렬에게 명하셔서『예고신(曳鼓神) 예팽신(曳彭神) 석란신(石蘭神) 동서남북중앙신장(東西南北中央神將) 조화조화(造化造化) 운오명령훔(云吾命令훔)』이라는 글을 외게 하신 후에 그 사람에게 마당에서 걷게 하시고 광찬에게 명하셔서 회초리로 다리를 때려 달리게 하신 다음 가마를 버리고 걸어서 가게 하시니라. 이 때 사금 30냥을 받으셔서 큰 길가 주막에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음식을 사주시니라.
④:025 금구 수류면의 구밀안 최운익이『죽을 지경에 이른 아들을 살려 주소서.』하고 애원하니 상제님께서 타이르시기를『병든 사람 얼굴이 심히 못나 일생에 한을 품었으므로 그 혼백(魂魄)이 이제 청나라 심양(瀋陽)에 가있어 돌아오기를 싫어하니 어찌할 수 없노라.』하시니라. 운익이 그 아들의 얼굴을 보신듯이 말씀하심을 신기하게 여기고 살지 못하리라는 말씀에 더욱 슬퍼하면서도 굳이 약을 간청하니 사물탕(四物湯) 한 첩을 지으셔서 약의 이름을『구월음(九月飮).』이라 써주시므로 집에 돌아가니 아들이 이미 죽어있으니라. 운익이 돌아간 후에 종도들이 구월음의 뜻을 여쭈니『9월에 장시황어여산하(葬始皇於驪山下,진시황을 여산 아래에 장사함)라 하였으니 살지 못할 뜻을 표시함이니라. 만일 굳이 약을 청하다가 얻지 못하면 한을 품을 것이므로 약을 지어주었노라.』 하시니라.
④:026 동곡 박순여의 60여세된 어머니가 병으로 위독하여 병이 나을 가망이 없으므로 장사를 지낼 물건을 준비하더니 상제님께서 그 집에 이르셔서 순여에게『시장에 가서 장사에 쓸 물건이 쓰이지 않게 하여 달라는 심고(心告,마음으로 빔)을 정성껏하고 돌아오라.』 하셔서 보내시니라. 이어 사물탕 한 첩을 달이신 다음 그 병실 문에서 3간거리의 땅을 직사각형으로 파시고 그 약을 부우시며『병이 이미 장사지낼 시기에 이르렀으니 약을 땅에 써야 되리라.』하시니 병든 사람이 곧 살아나니라. 순여가 시장으로부터 돌아오매 물으시기를『시장에서 누구에게 심고하였느냐?』하시니『선생님께 심고하였나이다.』하니라. 상제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장사에 쓸 술과 안주를 가져오게 하셔서 이웃사람들과 나누어 잡수시니라.
④:027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파리 죽은 귀신이라도 원망이 붙으면 삼계공사가 아니니라.』하시니라.
④:028 또『예로부터 처녀나 과부가 죽인 사생아(私生兒,정식 부부가 아닌 남녀 사이에 태어난 아이)와 그 밖의 모든 불의아(不義兒,의롭지 못한데서 태어난 아이)의 압사신(壓死神,눌려서 죽은 사람의 귀신)과 질사신(窒死神,숨막혀서 죽은 사람의 귀신)이 하늘에 사무친 원을 맺어 탄환(彈丸)과 폭약(爆藥)의 정(精)이 되어 세상을 멸망하게 하느니라.』하시니라.
④:029 『다른 사람이 만일 나를 구타하면 그의 손을 만져 위로하여 줄지니라.』하시니라.
④:030 『원수를 풀어 은인과 같이 사랑하면 덕이 되어 복을 이루느니라.』하시니라.
④:031 『악을 악으로 갚으면 피를 피로 씻는 것과 같으니라.』하시니라.
④:032 『나를 모르는 사람이 나를 헐뜯느니 내가 다시 헐뜯음으로써 갚으면 나는 더욱 어리석은 사람이 되리라.』하시니라.
④:033 『남의 비소(鼻笑,코웃음)를 비수(匕首,날카로운 단도)로 알며 남의 조소(嘲笑,비웃음)를 조수(潮水,밀물과 썰물)로 알라. 대장이 비수를 얻어야 적진을 헤치고 용이 조수를 얻어야 하늘에 오르느니라.』하시니라.
④:034 형렬이 여쭈기를 『세상 사람들이 선생님을 광인(狂人)으로 여기나이다.』하니 말씀하시기를 『지난 날에 거짓말로 행세할 때에는 신인(神人)이라 이르더니 이제 참말을 하니 도리어 광인이라 하도다. 광인은 경륜도 못세우고 일을 다스리지도 못하느니 훗날에 광인으로 여기던 사람이 광인이란 말을 듣던 사람에게 절할 날이 있으리라.』하시니라.
④:035 어떤 종도가 상제님께 따름을 남이 비웃으므로 괴로와 함을 보시고 타이르시기를 『남의 비웃음을 잘 받아 쌓으면 내어 쓸 때에 비수(匕首) 쓰듯 하리라.』하시니라.
④:036 형렬에게 말씀하시기를『이 시대를 지내려면 남에게 폭을 잡히지 말지라. 너는 광인(狂人)이 되지 못하니 농(弄)판으로나 행세(行世)하라.』하시니라.
④:037 한 종도가 남의 일을 비방함을 들으시고 말씀하시기를 『각기 제 노릇을 제가 하는데 어찌 남을 시비(是非)하느뇨?』하시니라.
④:038 종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허물이 있거든 다 풀어버리라. 만일 하나라도 남아 있으면 자신의 몸과 목숨을 그르치니라.』하시니라.
④:039 또 『이 때는 신명시대(神明時代)라 삼가 죄를 짓지 말라. 새 기운이 돌 때 신명들이 불칼을 휘두르며 죄지은 것을 내어놓으라 하면 그때 정신을 잃으리라.』 하시니라.
④:040 보경이 과거의 잘못을 생각하여 근심하므로 말씀하시기를 『일찌기 내 앞에 낱낱이 생각하여 풀어버리라 하였거늘 아직도 남은 것이 있느냐. 이 후로는 다시 생각하지 말라.』하시니라.
④:041 또 『사람이 큰 죄를 지은 것은 천벌(天罰)과 신벌(神罰)을 받고 작은 죄를 지은 사람은 인벌(人罰)과 자벌(自罰)을 받느니라.』하시니라.
④:042 『유부녀를 범하는 것은 하늘과 땅의 근원을 끊는 것과 같아서 워낙 죄가 크므로 내가 간여하지 아니하여도 천리(天理)가 갚느니라.』하시니라.
④:043 『죄는 남의 천륜(天倫)을 끊는 것보다 더 큰 죄가 없느니라.』하시니라.
④:044 『죄중에 노름 죄가 크니라. 다른 죄는 홀로 짓는 것이로되 노름죄는 남까지 끌어들이고 또 서로 속이지 않고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까닭이니라.』하시니라.
④:045 『동학가사에 "난법난도(亂法亂道)하는 사람 날 볼 낯이 무엇인가"하였으니 법을 어지럽히고 도를 어지럽히는 죄를 짓지 말라. 돌이킬 수 없는 천지(天地)의 큰 죄니라.』하시니라.
④:046 『안으로는 불량하고 겉으로만 꾸며대면 누가 능히 분별하리요? 그러나 신명은 아느니라.』하시니라.
④:047 『새 기운이 돌 때 마음이 바르지 못한 사람은 수숫대 꼬이듯 죽고 거짓말한 사람은 쓸개가 터져 죽으리라.』 하시니라.
④:048 『일신수습중천금경각안위재처심(一身收拾重千金頃刻安危在處心,자신을 바로 잡음이 재물보다 소중하고,눈 깜짝할 동안에 생기는 편안함과 위태로움이 마음을 쓰는데에 있음)이니라.』하시니라.
④:049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생겨나고 성장하고 거두고 감춤) 사의(四義)를 쓰느니 곧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하시니라.
④:050 『예로부터 나면서 배우지 않고도 스스로 깨달아 알음을 말하나 이는 그릇된 말이라 천지(天地)의 조화로도 바람과 비를 지으려면 무한한 공부를들이느니 공부않고 아는 법은 없느니라. 정북창(鄭北窓)같은 재주로도 입산(入山) 3일에 시지천하사(始知天下事,비로소 천하의 일을 알음)라 하였느니라.』하시니라.
④:051 『생각에서 생각이 나오느니라.』하시니라.
④:052 『신명의 보답이 사람의 보답만 같지 못하니라.』하시니라.
④:053 『모든 일을 알기만 하고 변통(變通)을 못하면 모르는 것만 못하니 될 일을 못되게 함보다 안될 일을 되게 하여야 하느니라. 손빈(孫빈)의 재주는 방연(龐涓)으로 하여금 모지마릉(募至馬陵,중국 춘추전국 시대의 손빈과 방연의 고사)하게 함이 있었고 제갈량(諸葛亮,제갈공명)의 재주는 조조(曹操)로 하여금 화용도(華容道)에서 만나게 함에 있었느니라.』하시니라.
④:054 『글도 않고 일도 않는 사람은 사농공상(士農工商,사람의 직업을 크게 구분한 네가지,선비,농민,공인,상인)에 벗어난 사람이니 쓸 데가 없느니라.』하시니라.
④:055 『안다는 사람은 다 죽으리니 아는 것도 모르는 체하여 어리석은 사람처럼 행동하라. 남이야 어떻게 알든지 실지(實地)만 있으면 좋으리니 길가에 좋은 꽃을 심어두면 아이도 꺽고 어른도 꺽느니라.』하시니라.
④:056 『가장 두려운 것은 박람박식(博覽博識,널리 보고 많이 알음)이나 한일에 일심(一心)을 쏟으라.』하시니라.
④:057 『마음은 성인의 바탕으로 닦고 일은 영웅의 도략(韜略,중국 고대 강태공이 지은 병법책인 6도3략의 준말,병법)을 취하라.』하시니라.
④:058 『예로부터 상통천문(上通天文,위로 하늘의 이치를 통달함)과 하달지리(下達地理,밑으로 따의 이치를 통달함)는 있었으나 중통인의(中通人義,가운데로 사람의 의의를 통달함)는 없었느니 너희가 비로소 인의(人義)를 통하리라. 위징(魏徵)은 밤이면 상제를 섬기고 낮이면 당태종(唐太宗)을 도왔다 하나 나는 사람의 마음을 뺐다 넣었다 하노라.』 하시니라.
④:059 『도를 잘 닦은 사람은 그 정혼(精魂)이 굳게 뭉쳐 죽은 이후에 하늘에 올라 영원히 흩어지지 아니하나 도를 닦지 않은 사람은 정혼이 흩어져서 연기와 같이 사라지느니라.』 하시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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