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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입김
탁동철 글
양철북|2017.8.2.|336쪽|14,000원|교사학부모
강원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탁동철 선생 교실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여느 학교 교실과 다르지 않다. 실내화를 잃어버리고 화분의 싹이 뽑혀 있고 괴롭힘 당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탁동철 선생이 있는 교실에서는 이 꼬인 일들을 풀어가는 방법이 다르다. 학교에 버려진 실내화를 모두 모아 빨고, 새싹이 뽑힌 화분의 범인을 찾기 위해 새싹을 그리고 시를 쓰게 한다. 사랑이 없는 시를 쓰는 사람이 범인이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를 위해 반 아이들의 눈은 모두 CCTV가 된다.
크고 넓은 세상에서 살아갈 아이들에게 탁동철 선생이 전하는 가르침은 작고 작은 것을 사랑하는 법이다. 사람과 동물에게 친절한 사람, 가치 있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모두가 주인이 되게 하는 것. 눈길이 닿고 마음이 피어나는 자리가 빛난다는 걸 일깨워 주고 아이들이 하는 일에 뜻을 심어 주어 아이들을 반짝거리게 해 주는 훌륭한 선생이다. 그런 탁동철 선생과 잘 노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김남희)
○경국대전을 펼쳐라!
손주현 글|오승민 그림|강문식 감수
책과함께어린이|2017.8.7.|172쪽|12,000원|역사|초고
대한민국 헌법과도 같은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을 이야기 형식으로 소개한 책이다. 주인공 치국이와 해박이가 갑자기 총명함을 잃은 사또를 대신해 고을에서 일어난 사건이나 문제를 경국대전 법 조항을 찾아 해결하여 곤란한 백성을 돕는 과정이 담겨 있다.
신분제도가 있던 조선시대에 노비에게도 출산 전후로 80일간의 휴가가 있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남편에게도 출산 뒤 15일의 휴가를 주었다고 한다. 죄인에게도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세 번에 걸쳐 조사하는 삼복 제도가 있었고 뇌물을 주다 걸리면 볼기짝을 100대나 맞았다는 대목은 오늘날 공직자의 청렴의무를 예전에도 중요하게 다뤘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각 장의 마지막에서는 대한민국의 법과 경국대전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여 설명해 준다. 그러면서 경국대전은 어렵고 무서운 법전이 아니라 백성들의 삶을 품고 있으며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기준이라고 재미나게 들려준다.(장경아)
◎아트를 봤나요?
존 셰스카 글|레인 스미스 그림|엄혜숙 옮김
밝은미래|2017.9.20.|52쪽|12,000원|미술|초저
뉴욕 현대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현대 미술 작품을 분야별로 보여 주고 짧은 대화로 다양한 감상을 들려주는 예술그림책이다.
아이는 친구 ‘아트’를 찾는데 어른들은 아트를 줄곧 보여 주고 알려 주려 애쓴다. 어떤 어른은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을, 다른 어른은 생소한 팝아트, 추상화를 보면서 구성, 감정, 색채 등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다른 어른은 그림뿐 아니라 조각, 비디오, 영화, 사진도 아트라고 소개해 준다. 어른들과 함께 많은 예술 작품을 만났지만 아트를 못 찾은 아이는 혼자 찾아 나선다. 설치 작품인 의자에 앉았다가 관계자에게 안 된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미술관에서 간식도 먹고 정원에 있는 조각들도 만난다. 그러면서 미술관을 친숙하고 다양하게 즐길 수 있게 된다.
모네의 수련은 가로로 길게, 천장에 설치된 헬리콥터는 세로로 길게 배치하는 등 작품을 여러 방식으로 보여 주어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임윤희)
○지진
지진 일상 프로젝트 글|요리후지 분페이 그림|고향옥 옮김
다림|2017.5.26.|56쪽|11,000원|생활과과학|초중
최근 우리나라에 지진이 여러 번 발생하여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일본 대지진을 겪은 167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의 단계별 상황을 알려 주고 평소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생각하게 한다.
지진이 일어난 순간, 사람들은 너무 놀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장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미리 대비해 두는 지혜가 중요하다.
가구는 한 줄로 나란히 두고 넘어지지 않게 고정시키고, 유리는 보호필름이나 커튼으로 피해를 줄인다. 각종 살림살이들은 날아다니지 않도록 미리 여러 방법을 짜내어 본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평소에 하지 않던 일을 갑자기 하기는 어렵다. 지진을 경험한 사람들은 평소에 이웃과 인사하며 관계를 돈독히 하고, 가끔씩 가족과 캠핑하고, 주변에 있는 것을 잘 활용하여 알뜰하게 쓰는 습관들이 지진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 주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만일’이 아닌 ‘일상’ 속에서 지진에 대비하는 방법을 그림으로 잘 나타내어 가정이나 학교에 비치해 두고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책이다.(추정화)
◎박쥐-하늘을 나는 포유류
팰린 코크 글, 그림|이충호 옮김|최병진 감수
길벗어린이|2017.6.26.|130쪽|11,000원|자연의세계|초고
박쥐는 어떤 동물일까? 밤에 무리지어 다니면서 흡혈귀처럼 사람이나 다른 동물들의 피를 빨아먹는 무시무시한 녀석들일까? 아니면 광견병 같이 무서운 전염병을 사람들에게 옮기는 위험한 동물일까?
이 책은 사람들의 실수로 다쳐서 야생동물병원으로 오게 된 작은갈색박쥐가 다양한 박쥐들과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내용을 만화로 담았다. 꽃꿀박쥐는 밤에 피는 꽃의 꿀을 먹으며 식물의 수분을 돕는다. 숲이 없어지는 곳에는 과일박쥐가 바나나, 망고 같은 과일을 먹고 날아가면서 씨가 들어 있는 배설물을 뿌려 숲을 되살린다. 작은갈색박쥐는 한 끼 식사로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벌레를 잡아먹어 사람에게 성가신 해충을 없애기도 한다. 작은갈색박쥐가 다른 박쥐를 알아가는 이야기가 어린이들이 다른 친구들을 사귈 때 서로 알아가며 오해를 푸는 과정과 닮아 있어 아이들 눈높이에도 맞고 읽는 재미도 있다.(변병숙)
○늑대를 지키는 밤
하네스 크루그 글|전은경 옮김
푸른숲주니어|2017.7.28.|192쪽|9,800원|외국동화|초고
빅터는 폐쇄된 화물역에서 어린 늑대를 만난다. 늑대에게 떠돌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사람에게 위험한 동물인 늑대는 도시에서 살 수 없다. 늑대는 야생 동물 보호소에 갇히게 된다. 빅터는 떠돌이와 친해지고 싶어 그곳을 찾아다니고, 야생 늑대가 어떻게 도시에서 떠돌게 되었는지도 추적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잡아 밀매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빅터는 팔이 물리기도 하지만 떠돌이와 친구가 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인다. 이야기는 빅터와 늑대의 시점에서 교차로 진행된다. 영문도 모른 채 위험한 동물로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늑대는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어린 늑대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자신을 지켜보는 빅터가 자신을 길들이려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빅터와 떠돌이 늑대가 손끝으로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장면은 놀랍고도 감동적이다.(권현희)
○한밤의 왕국
막스 뒤코스 글, 그림|류재화 옮김
국민서관|2017.10.31.|64쪽|14,000원|그림책|초고
‘아쉴’과 ‘마시모’는 넓은 숲 한가운데 있는 숲속 학교에 다닌다. 아쉴은 장난이 너무 심해 빈 교실에 격리되어 있다가 한밤중까지 학교에 남게 됐다. 하지만 아쉴은 이런 상황이 신나기만 하다. 조용한 성격의 모범생인 마시모는 교장선생님 아들이라 학교에 산다. 우연히 마주친 두 친구는 학교 곳곳을 돌아다닌다.
사감실에서는 학생들 압수품인 드론과 게임기를 꺼내서 놀고 과학실에 있는 해골과는 결투를 벌인다. 체육관에서는 왕국을 건설하고, 중세 시대의 왕과 충직한 신하가 되어 한바탕 논다. 아무도 없는 한밤의 학교가 두 친구의 왕국이 되었다. 탐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학교 밖 으스스한 숲속까지 이어진다. 그날 밤 이후 둘은 서로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다.
늘 다니던 학교 내부가 몇 가지 물건들로 순식간에 중세의 성으로 변했다. 왕관과 망토만 걸쳤을 뿐인데 왕이 되는 이들의 모험이 실제처럼 느껴진다. 학교 내부를 보여 주면서 깜깜한 숲속 풍경을 함께 묘사해 이들의 모험에 신비로움이 더해졌다.
(김현정)
○좋아해
노석미 글, 그림
사계절|2017.9.25.|36쪽|13,000원|그림책|초저
‘좋아해’라는 말의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면지부터 환한 노란색으로 따뜻하게 시작하고 있다. 화면을 펼치면 흰 여백에 ‘좋아해’ 글자만 있고 다른 쪽은 주인공이 좋아하는 것을 투박하지만 경쾌한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 좋아하는 동물들과 함께 있는 모습, 새로운 동물이나 곤충을 만났을 때 모습, 동물들과 관계를 맺을 때 좋아하는 모습들이 잘 보인다. 장면마다 좋아하는 동물이 크게 보이면서 누군가가 보일 듯 말 듯, 같이 있는 것도 보인다.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벌레 잡을 때 다른 나무 아래에 엎드려 있기도 하고, 소 먹이 주는 옆에서 먹이를 주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에 화면 가득 주인공과 친구가 환하게 웃고 있다. 다른 것과 더불어 친구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그 느낌이 전달된다.(정영화)
○알레나의 채소밭
소피 비시에르 글, 그림|김미정 옮김
단추|2017.9.11.|56쪽|14,000원|그림책|초저
아이가 학교 가는 길에 밭이 있다. 어느 날 그 밭의 우거진 잡초가 뽑혔다. 줄무늬가 생기고 새싹이 돋았나 싶더니 토마토, 당근, 양상추가 열렸다. 그리고 사라졌다. 토요일 장에서 다시 만난 것들, 알레나 아줌마가 정성껏 키운 채소들이다. 이른 봄부터 여름까지 밭의 풍경이 변할 수 있었던 것은 알레나 아줌마가 잡초를 뽑고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고, 바람과 비를 맞으며 기다린 덕분이다. 이 책은 자연의 경이로움, 누군가의 수고와 노력의 가치를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이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단순한 색과 형태로 표현한다. 알레나의 작업복, 아이와 엄마의 옷, 밭의 색 등은 주로 청록과 빨강인데, 이는 보색이라 경쾌하고 산뜻하다. 그 결과 이야기는 진중하고 무겁게 다가오기 보다는 간결하고 쉽게 전달된다. 이른 봄에서 여름으로 시간이 흐르며 소소하게 변한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이다.(노은정)
○선생님, 기억하세요?
데보라 홉킨슨 글|낸시 카펜터 그림|길상효 옮김
씨드북|2017.9.15.|40쪽|12,000원|그림책|초저
이 책은 장난꾸러기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그 아이의 삶을 바꾼 선생님의 관계를 감동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은 학교에 가기 싫어했다. 책 읽기도 서투르고 수학이나 일기 쓰기도 서툴렀던 아이에게 학교는 자신이 못하는 것만 시키는 곳이었다. 물웅덩이에서 첨벙거리다 등교한 새 학년 첫날, 교실 바닥에 물을 뚝뚝 흘리며 선 아이는 선생님과 마주섰다. 처음 본 선생님은 혼나리라 주눅 들어 있는 아이에게 용감한 탐험가 같다며 보듬어 준다. 그 이후로도 아이의 돌발적인 행동으로 인한 사건, 사고가 계속될 때마다 아이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고 아이가 두려워하거나 움츠러들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선생님. 그로 인해 아이는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된다.
이제 성인이 된 주인공은 교사로서 첫 출근을 앞두고 그 선생님께 편지를 쓴다. 편지에는 자신의 선생님이 되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선생님처럼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박은경)
○한밤중에 아무도 몰래
사카이 고마코 글, 그림│김숙 옮김
북뱅크│2017.10.20.│32쪽│12,000원│그림책│6세
한나는 한밤중에 우연히 잠에서 깬다. 언니를 깨워 보지만 일어나지 않자 고양이 치로와 화장실에 간다. 한나는 치로에게 우유를 따라 주고 냉장고에서 체리도 꺼내 먹는다. 방으로 돌아와 언니의 인형과 물건들을 가지고 놀아도 언니는 자고 있다.
혼자만의 비밀의 시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비둘기의 발견으로 끝이 난다. 한나가 내다 본 창밖엔 이미 날이 밝아 있다. 그제야 한나는 언니의 발치에 ‘콕 쓰러져’ 잠든다. 새로운 시간을 경험하는 한나 곁엔 고양이 치로가 있다.
겹겹이 덧칠해진 회색과 파란색이 고요한 밤의 분위기를 살려 준다. 가장자리가 둥글게 처리된 화면은 독자가 비밀스러운 한나의 시간을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것 같은 효과를 준다. 두렵고 낯선 한밤의 시간을 새롭게 경험하는 아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김미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