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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은 모든 노드가 동일한 기록을 저장하는 수평적인 분산 원장 네트워크이다. 블록체인은 특정한 합의 알고리즘에 기반하여 새로운 블록을 생성하는데,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성장하면 할수록 이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채굴과 시간 자원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합의 알고리즘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현시점의 블록체인은 아직 실험과 보완이 진행 중인 'Evoloving Technology'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지면에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블록 용량의 한계’, 그리고 블록체인 밖의 데이터를 내부로 가져올 때 생기는 ‘오라클 문제’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지금까지 앞서 언급한 블록체인의 문제를 해소하고자 논의되어온 다양한 접근 방식과 이론들, 그리고 그 한계도 살펴보려 한다.
Contents Contributor : 최유리(인벤션랩 PD)
1. 블록 용량 한계로 인한 대용량 데이터 저장 및 전송 불가
대용량 데이터를 비교적 손쉽게 업로드할 수 있는 중앙집중형 서버와 달리, 블록체인은 블록 하나 당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각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용도에 맞게 어떤 데이터를 얼마만큼 저장할 것인지를 신중히 결정해야한다. 주로 타임스탬프, 이전 블록의 해시값, 거래 내역 등의 데이터가 블록에 담긴다.
저장 가능한 데이터의 양은 한정되어 있는데 담아야할 데이터의 양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이러한 확장성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은 온체인(On-Chain)과 오프체인(Off-Chain), 두 가지로 나뉜다.
1) 블록체인 자체를 확장하는 방식, ‘On-chain Scaling(온체인 스케일링)’
온체인(On-Chain)이란 블록체인 위에 거래 내역(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확장성 문제에 접근하는 관점도 ‘블록체인 그 자체를 확장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1) 빅블록(Big Block)
빅블록이란 말 그대로 블록의 크기를 늘리는 것을 의미한다. 빅블록으로의 전환은 일부 코드만 수정하면 될 정도로 아주 간단한 작업이다. 블록의 크기가 늘어나면 수수료가 줄어들고 더 많은 거래 내역을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빅블록을 생성하는 노드는 최상위급 램(32GB 이상)을 보유해야한다. 개인이 아닌 전문 채굴업체만이 채굴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최상위급 채굴 자원을 보유한 소수의 노드만이 살아남을 것임으로, 채굴이 중앙집권화될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코드를 수정하는 작업은 쉽지만, 블록체인 네트워크 구성원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빅블록으로 전환하려면 하드포크가 필수적인데, 만일 모든 네트워트 구성원들이 구버전에서 신버전으로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면 네트워크가 분리된다.
참조로 비트코인도 과거에는 블록당 1MB의 데이터만을 저장할 수 있었다. 당시 ‘빅블록으로 전환하여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비트코인 개발팀은 세그윗(SegWit)을 통해 비트코인 거래정보와 전자서명정보(거래 데이터의 평균 75%의 공간을 차지)를 분리하는 제 3의 길을 선택하여 블록당 저장용량을 2MB로 늘렸다.
2) 블록체인 외부에 데이터를 기록하는 방식, ‘오프체인(Off-Chain)’
오프체인(Off-chain)이란 블록체인 밖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프체인적 관점에서 제시하는 확장성 솔루션은, 블록의 크기를 늘리지 않고 블록체인 외부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블록에 입력되는 거래내역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한다.
(1) 분산 파일 시스템(Distributed file system, DFS)
분산 파일 시스템이란 P2P로 모든 컴퓨터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파일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파일을 여러 개로 쪼개어 다수의 서버에 저장하는데 각각의 파일 조각들은 고유한 해시(Hash)값으로 표현된다. 쉽게 말해 각각의 파일에 접근할 수 있는 주소(링크)라고 이해하면 된다.
어떤 파일을 필요로하는 사용자는 해시(Hash)값을 통해 다른 노드에 파일을 요청할 수 있다. 그러면 파일 조각을 가진 노들이 파일을 사용자에게 전달한다. 쉽게 비유하자면 ‘토렌트(Torrent)’와 비슷한 방식이다. 분산 파일 시스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오늘은 그중에서도 블록체인과 자주 거론되는‘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 솔루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IPFS는 사실 블록체인에 적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토콜은 아니다. 데이터의 탈중앙화를 위한 웹 분산화 프로토콜이며, 각각의 컴퓨터(노드)에 해시 파일을 저장하고 이를 P2P 통신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IPFS 프로토콜은 이미지, 동영상 등의 용량이 큰 파일을 해시값으로 변환해주는데, 이러한 해시값은 용량이 아주 작아서 블록에 직접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성을 살려, 블록에 ‘거래내역’과 ‘데이터 해시값’을 같이 입력한다면 ‘해당 거래에서 어떤 데이터가 전송되었고 이에 대한 대가로 얼마만큼의 코인을 지불했는지’처럼 구체적인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에 기록할 수 있다.
IPFS는 파일을 전달받을 때 파일 조각끼리 중복(같은 내용의 파일조각)이 발견될 경우 이를 인지할 수 있어서, 대용량 파일도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다만 IPFS 솔루션이 원활하게 운영되려면 다수의 노드가 파일을 저장하고, 다른 노드에게 해당 파일을 제공해주어야 한다. 노드가 데이터를 저장하지 않고 파일을 전달받기만을 원한다면 IPFS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노드가 파일 데이터를 저장하도록 장려하고자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근래에 IPFS 개발팀은 ‘파일 코인(Filecoin)’이라는 탈중앙화 저장소 네트워크를 만들어 IPFS 파일 저장을 장려하고 있다.
하나 더 주의할 점은 보안 이슈다. 모든 사람이 파일의 해시값을 얻을 수 있어서 쉽게 파일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특성은 분명히 편의성 측면에서는 장점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파일이 공유될 수 있으므로 민감한 정보가 담긴 파일은 IPFS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점을 보완하고자 애초에 IPFS에 파일을 올리기 전에 파일을 암호화하는 방법이 등장했다. 파일을 암호화하면 악의적인 사용자가 파일을 전달받더라도 복호화 키가 없으니 파일을 열람할 수 없다.
(2)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란 같은 거래 당사자가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에서 수 차례의 거래를 진행할 시, 이 모든 내역이 블록체인에 입력되어 블록의 용량을 차지하고, 사용자들이 높은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제시된 솔루션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거래 당사자들의 동의 하에 비트코인 블록체인 외부에 새로운 거래 채널을 열어 여러 번의 거래를 진행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래 내역이 모이면 채널을 닫고 최종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 상에 기록한다. 즉 여러 번의 거래를 진행하더라도 두 번의 거래로 인정되어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블록체인 상에 거래 내역을 기록할 때 이를 암호화해서 당사자 외에는 거래 기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조치할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소규모 결제 및 다수 간의 거래도 가능하며, 당사자 모두가 승인(서명)을 해야만 거래가 인정된다. 만약 일정 시간이 지나도 블록체인에 거래가 기록되지 않으면 해당 거래를 무효화하고 거래되었던 코인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다만 일회적인 거래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상에서 거래를 진행하는 것보다 시간과 수수료를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려면 일정량의 암호화폐를 채널 안에 미리 예치해두어야 한다. 아직까지 사람들은 암호화폐보다 명목화폐를 더 선호하므로, 코인을 현금화하기 위해 채널을 닫아버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암호화폐 거래가 보편적이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2. 스마트 계약을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 한 조각, ‘오라클(Oracle)’
‘블록체인 확장성 문제’ 외에도 중요한 이슈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외부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내부로 어떻게 들여와야 하는가?’에 대한 이슈다. 그럼 블록체인 상에 외부 데이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 사건(외부 데이터)을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참조로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란, 중개자 없이 거래 당사자끼리 디지털 명령어로 계약을 작성해서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계약 내용이 자동으로 이행되는 계약 자동화 시스템이다. 스마트 컨트랙트의 등장을 계기로, Dapp들이 이더리움(Ethereum) 블록체인 플랫폼 위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록체인 2.0의 시작이라고도 평가된다.
블록체인 기반이라 계약 내용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개되기에 함부로 악의적인 행위를 하기 어렵고, 계약 조건만 충족되면 무조건 시행되기 때문에 계약 사항이 불이행 될 위험도 없다.
이처럼 중개인 수수료 없이, 개인과 개인이 수평적으로, 계약 불이행 위험 없이, 투명하고 강제적으로 이행되는 계약 시스템이라.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마트 컨트랙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외부 세계의 데이터가 꼭 필요하다. 기존의 중앙집중형 플랫폼의 경우에는 거래 당사자들의 거래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보증해주는 ‘중개인’이 있었지만, 분산화된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은 중개인(Middle Man)에게 의존하지 않고 계약 이행 조건이 충족되었음을 스스로 인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 미세먼지가 많으니 마스크를 쓰라고 사용자에게 알림을 띄우는 것’, ‘보험 가입자가 병에 걸렸으니 보험 약관에 의해 보험금을 지불하는 것’, ‘기상악화로 비행기가 연착되어서 소비자에게 비행기표를 환불해주거나, 다른 비행기의 빈 좌석을 대신 제공하는 것’ 등, 이 모든 것은 현실 세계에 대한 데이터 없이 진행할 수 없는 프로세스들이다. 외부 데이터를 가져오지 못하는 Dapp은 극히 1차원적인 솔루션만을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 외부(Off-Chain)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게 왜 어려울까? 외부에서 데이터를 불러오는 경우 다음과 같은 이슈(Oracle problem)가 생기기 때문이다.
1) 어떤 채널에서, 어떤 주체로부터,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가?
중앙집중형 플랫폼의 경우 신뢰할 수 있는 제 3자가 존재한다. 즉 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계약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계약 당사자들이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행하는지를 감시하고 보증하는 중개인이 있다. 이들은 계약 이행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며, 문제가 발생할 시에도 이를 중재한다.
그러나 스마트 계약은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특정 행위가 자동으로 이행된다.’라는 깰 수 없는 약속일 뿐, 실제로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보증해주는 제 3자가 없다. 무슨 채널을 통해 누구로부터 어떤 형식의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가 불명확한 것이다.
2)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위변조 가능성이 있는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해킹하려면 어마어마한 채굴 자원이 필요하다. 사실상 해킹에 성공할만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설령 확보하더라도 얻게 되는 이득에 비해 잃게 되는 시간/채굴 자원이 더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블록체인은 결과적으로 보안성이 우수하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전송하는 과정에서 해커가 개입하여 데이터를 위조한다면 어떨까? 전송된 데이터가 전송 도중 위변조된 데이터인지를 골라낼 수 있는 판단 근거가 없다면, 악의적인 행위에 의해 계약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진행될 수 있다.
3) 외부에서 가져온 데이터를 신뢰할 수 있는가? (데이터의 무결성)
애초에 외부 채널에서 가져온 데이터 자체에 오류가 있다면 어떨까? 다시 말해, 신뢰할 만한 채널을 통해 데이터를 가져오더라도 이조차도 사실과 무관한 데이터라면 어떨까? 단순한 기록 누락, 통계의 오류, 하드웨어 센서를 조작하여 데이터를 바꾸는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데이터 자체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해당 데이터가 ‘사실’인지 아닌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잘못된 데이터가 입력된다 하더라도 계약은 그대로 이행되며, 블록체인의 비가역적인 특성(한 번 블록체인에 입력된 기록은 변경할 수 없다) 때문에 한 번 이행된 스마트 컨트랙트는 되돌릴 수 없다. 이와 같은 이유로 Dapp이 제기능을 못하거나 큰 문제를 일으키면, 자연스레 Dapp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 내부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라고 부른다.
3. 블록체인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 오라클(Oracle)의 유형
오라클은 외부 세계의 데이터를 블록체인 네트워크 내로 들여오는 기술이다. 즉,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찾아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이 정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제출하는 역할을 한다. 만약 스마트 컨트랙트으로 1차원적인 솔루션을 구현하는 데에서 나아가, 더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자 한다면 오라클은 필수적이다.
오라클의 유형은 크게 하드웨어 오라클(Hardware Oracle)과 소프트웨어 오라클(Software Oracle)로 나뉜다.
1) 하드웨어 오라클
먼저 하드웨어 오라클이란 외부 변화를 감지해서 데이터를 송신하는 센서(sensor)를 의미한다. 센서는 온도, 음식의 부패 정도, 특정 물품의 파손율, 온실가스 배출량 등, 현실 세계의 다양한 정보들을 데이터화하여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회사 휴게실에 센서가 탑재된 커피 자판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자판기 내부에 센서가 있으니 커피 원두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자판기 관리자가 ‘자판기 내에 남은 원두의 양이 100g 이하가 되면 A업체에서 자동으로 새로운 원두 5KG를 주문한다’라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셋팅할 수 있다. 즉, 센서가 현실 세계의 사건을 블록체인에 보고하게 함으로써 거래/구매 프로세스를 자동화할 수 있다.
2) 소프트웨어 오라클
두번째로 소프트웨어 오라클이란 온라인 상의 신뢰할 수 있는 채널(ex.기상청, 중앙은행, 항공사 홈페이지 등)로부터 데이터를 가져오는 것을 의미한다. 환율, 상품의 가격, 비행기 또는 기차의 연착 정보, 선거 결과 등, 웹 사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모아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정 업체 주식의 주가가 0000원에 도달하면 해당 주식을 10주 구매한다.’ 또는 ‘미국 달러와 한국 원화 사이의 외환율이 00% 이하가 되면 USD 달러를 00000원 어치 자동으로 환전한다. ’등의 스마트 컨트랙트를 셋팅할 수있다.
소프트웨어 오라클, 하드웨어 오라클 유형 외의 오라클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블록체인 상에서 발생한 거래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는 ‘아웃바운드 오라클(Outbound Oracles)’ 이다. 적용 예시로는 ‘A가 자전거를 빌리는 대가로 B에게 코인을 지불하면, 스마트 컨트랙트가 B의 자전거 IOT 자물쇠 잠금장치를 일정시간 동안 해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4. 오라클 문제(Oracle problem)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재까지 대부분의 Dapp이 적절한 오라클 모델을 구현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도 그럴게 오라클은 복잡한 현실 세계의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취하고, 이를 데이터화 해서, 스마트 컨트랙트까지 안전하게 전송하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 컨트랙트와 제대로 상호작용하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들여 세밀하게 실험을 진행하고, 논리의 허점을 점차 보완해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단계에서 오라클 문제를 극복하고자 제시되고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 까? 이번 지면에서는 ‘미들웨어(Middleware)’와 ‘지분 증명(PoS)’을 활용한 방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미들웨어(Middleware)
먼저 오라클 전문 미들웨어란, Dapp이 자체적으로 오라클 모델을 만들지 않아도 검증된 외부 데이터를 가져올 수 있게 타업체로부터 솔루션을 제공받는 것이다. 미들웨어는 스마트 컨트랙트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각종 측정 데이터를 API 형태로 제공한다.
그러나 미들웨어란 -기존 중앙집중형 플랫폼이 ‘중개인 수수료’를 부과해왔던 것처럼- 신뢰할 수 있는 제 3자가 스마트 컨트랙트에 필요한 판단 근거(데이터)를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따라서 미들웨어 사용이 보편화될 경우 또다른 ‘중개자’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미들웨어가 제공하는 데이터 역시 무결성이 100%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매한가지이다.
2) 지분 증명(PoS)
두 번째는 지분 증명(PoS)을 통해 오라클 모델을 구성하는 방법으로, Dapp에 일정 지분을 보유한 노드를 통해 오라클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다.
여기서 지분 증명(PoS)이란 합의 알고리즘으로, 특정 블록체인에 해당하는 지분(Stake)을 보유한 노드에 새로운 블록을 생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지분이 많을수록 블록을 생성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높은 확률로 주어진다. 과반수(51%) 이상의 지분이 동의한 블록이 더 빠르고 길게 다음 블록을 형성한다.
만약 둘 이상의 (Dapp의 일정 지분을 보유한) 노드들로 하여금 외부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보고하게 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토큰을 제공하면 어떨까? 이때 보고된 데이터들 중에서 가장 많은 지분이 걸린 데이터를 ‘참’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나머지 노드가 보고한 데이터는 ‘거짓’으로 판정 된다. 그리고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거짓 데이터를 보고한 노드에게서 토큰(지분)의 일부를 회수한다. 이렇게 걸러진 무결한 데이터는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행하는데 필요한 추론의 근거로 사용된다. 즉, 보상과 패널티 구조를 세밀히 설계한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만으로도 오라클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셈이다.
PoS에 의한 오라클 모델을 조작하려면 공격자가 막대한 자금을 지불해서 Dapp의 지분을 과반수 이상 사들여야 한다. 따라서 Dapp을 공격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기대 이익은 아주 적을 것이다. 만약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공격자가 데이터 조작에 성공하더라도, 스마트 컨트랙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 Dapp은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따라서 Dapp을 이탈하는 노드가 많아질 것이며 그럴수록 해당 Dapp의 사용성은 근본적으로 무너질 것이다. 토큰의 가치가 하락하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사들였던 공격자도 큰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된다.
즉, 노드가 Dapp의 가치를 훼손할 의향이 없고, 거짓 데이터 보고로 인한 패널티를 물지 않으려면, 사실에 근거한 데이터를 보고하고 리워드를 받는 편이 더 유리하다.
PoS를 응용한 오라클 모델을 적용한 Dapp의 사례로는 미래예측시장 플랫폼 ‘Augur(어거)’가 있다.
[참조] 집단지성으로 만드는 미래 예측 시장, Augur(어거)
Augur의 유저들은 미래 사건의 결과에 대해 코인을 걸고 베팅한다. 그리고 미래에 이벤트의 결과가 확정되면 예측에 걸었던 베팅금을 잃거나(잘못된 예측), 리워드와 함께 걸었던 베팅금을 돌려 받는다(올바른 예측). 그럼 유저들의 베팅금을 배분하는 기준인 ‘실제 이벤트의 결과’를 보고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바로 ‘REP(평판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Reporter(보고자)들이다. 이들은 예측 시장에 생성된 베팅의 실제 결과를 입력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만약 Augur 플랫폼에 ‘00지역의 0000년도 00월 강수량은 000mm 이상이다.’라는 예측시장이 형성되면 Reporter(보고자)가 일정 기간 내에 ‘00지역의 0000년도 00월의 실제 강수량은 000mm였다.’라는 데이터를 스마트 컨트랙트에 보고한다.
Augur에 가짜 데이터를 보고한 Reporter는 패널티로 토큰을 지불해야하며, 사실 데이터를 보고한 Reporter는 REP 토큰과 예측시장에서 배팅되었던 금액의 일부를 수고료로 얻는다.
그러나 PoS에 의한 오라클 모델도 한계점이 있다. 첫번째, 스마트 컨트랙트가 어떤 형식으로 데이터를 보고받을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사전에 지정해야 한다. 같은 데이터라도 그것을 보고할 수 있는 방식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ex. ‘1,2,3’과 같은 아라비아 숫자, ‘일, 이, 삼’과 같은 특정 언어로 표현한 숫자, ‘금주의 로또번호는 1,2,3이다.’과 같은 문장형 답변, 이밖에도 O/X 또는 YES/NO 중 하나 선택 등)
두 번째, 무결한 데이터를 입력하기 위해 매번 다수로부터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보고받으려면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현실 세계에서 이미 스마트 컨트랙트 이행 조건에 준하는 결과가 발생했어도, 이를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지막으로, 노드가 올바른 데이터를 보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선 매번 일정 수준의 보상(수수료)을 제공해야 한다. 만약 가짜 데이터를 보고함으로써 얻게되는 이득이 사실을 보고해서 얻게되는 보상보다 크면 노드가 제출한 데이터의 무결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러한 수수료의 부담을 덜고자 부분적으로 PoS에 의한 오라클 모델을 사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오라클을 사용하되, 오라클이 보고한 데이터에서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보고한 노드에게 보상(현상금)을 제공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완전한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여기까지 살펴보았듯이, 오라클은 스마트 컨트랙트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논의된 방식과 이론들이 복잡한 현실세계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적용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여지가 많다. 블록체인마다 서로 다른 합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도 제각각이다. 더 효율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오라클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차 보완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