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올리는 비밀, ‘한자어’를 정복하라
모든 공부의 근간이 되는 어휘력 향상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참고서에 있는 뜻풀이만 보거나 한자 급수를 따기 위해 ‘한자’를 달달 외우는 등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공부하지는 않았는지? 공부의 밑거름이 되는 ‘한자어’의 중요성과 공부법을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취재 최원실 리포터 goody23@naver.com 도움말 전광진 교수(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김종필 교사(충암중학교)·이금수 교사(중대부속고등학교)·조남호 대표(스터디코드) 참고 도서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
“제발 한자어 공부 좀 시키세요.” 현직 수학 교사의 말이다. 수학 과목에서도 문제 풀이 위주였던 과거와 달리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현실. 어휘력 향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현직 교사들의 설명이다. 한글의 60~70퍼센트를 차지하는 한자어의 이해가 따르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암기하는 공부는 능률이 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부에 대한 흥미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아이를 공부시켜본 엄마라면 어떤 식으로 어휘력을 키워줄지 난감한 경험을 해봤을 터. 무조건 독서를 강조하거나 교과서 속 어휘를 물어보는 아이에게 “그냥 외워!”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지문을 이해 못 하는 아이들
중대부속고등학교에서 수학을 담당하는 이금수 교사는 학생들에게 한자어 공부를 하라고 강조한다. 수학 교사가 한자어 공부를 하라는 말이 생소하게 들린다. 최근 수능 문제는 지문이 길어지고 사고를 요하는 문제가 많아 풀이를 못 해서가 아니라 지문에서 뭘 묻는지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아예 풀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 역시 “학력고사 세대인 부모들은 누가 얼마나 더 많은 문제 유형을 접해보느냐가 관건이었지만, 수능 세대에서는 지문이 길이가 길어지면서 깊이 있게 사고하고 적절하게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충암중학교에서 한문과 국어를 담당하는 김종필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단어의 뜻을 모르는 채 자기 생각을 말하거나, 문장으로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지 못한다”고 전한다. 한 예로 학교에서 진로 탐색 테스트를 치르는데, 지문을 이해하지 못해 여기저기서 질문을 하더라는 것. 김 교사는 학생들이 한자 공부에 소홀한 이유는 “우리말의 특성상 한글을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우리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어의 정확한 뜻을 알고 어휘를 익힌다면 글을 읽는 속도나 독해력이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고.
학습 키워드 한자어 알기
성균관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전광진 교수는 학습의 바탕이 되는 한자어를 알기 전에 ‘한문, 한자, 한자어’가 어떻게 다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기성세대부터 마구 혼용하지만 이 세 가지는 확연하게 다르다. “한문은 문장으로 구성된 것을, 한자는 낱글자를 말한다. 우리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한자어, 즉 어휘의 향상이 학습 효과를 증대하는 키워드”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자 급수 1급을 취득하고도 어휘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있다고 전 교수는 전한다. 한자 급수를 따는 데 회의적인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전세영(38)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 공부를 하기에 이참에 한자 급수를 따자는 생각으로 5급까지 취득했다. 하지만 낱글자로 익히다 보니 똑같은 글자가 단어 속에 나오면 모르더라는 것이다. “어휘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괜히 아이한테 스트레스만 주는 것 같아” 계속해서 한자 급수를 따기 위해 공부를 시켜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
<우리말 한자어 속뜻 사전>을 펴낸 전 교수는 요즘 학생들이 학습량은 늘어나는데 학습 능력은 오히려 떨어지는 원인은 한자어의 속뜻을 인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학술 용어는 90퍼센트 가까이 한자어로 되어 있지만, 각종 교재에서는 한글로 적혀 있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뜻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 학력 저하의 원천적인 문제”라는 것. 단어 속의 한자어를 풀어보면 모든 힌트가 그 안에 들어 있는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조건 암기하다 보니 학습에 대한 흥미까지 잃는다.
한자어 어휘 향상, 성적도 쑥쑥
전 교수는 우리 아이를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고 싶으면 먼저 어휘력이 높은 아이로 만들라고 말한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한자어 학습을 해 학습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중학생 엄마를 만났다. 중학교 2학년과 초등 6학년 두 아이를 둔 김정희(42·경기 안양시 관양동)씨. 현재 중학교 2학년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한자를 익히도록 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의 학교에서 매일 아침 자습 시간에 한자 공부를 했는데, 김씨는 이와 별도로 매일 하루 세 자씩 <천자문>을 익히도록 했다. 그 후 <1800 상용 한자>와 교과서 한자 500자를 추가했다. 매일 세 자씩 새로운 글자를 익히면서 전날 배운 글자를 테스트하는 식으로 공부한 것. 매일 테스트할 내용이 많아지는 형태지만, 적절한 동기부여를 위해 테스트는 절대 빠뜨리지 않았다. 그렇게 차근차근 익힌 한자 실력이 어느새 학습 효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아이가 국어와 사회 과목에서 월등히 높은 성취감을 보이더라고 한다. 학습에 재미를 붙인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늘 사전을 곁에 끼고 살 정도다. 김씨는 EBS와 경기도 사이버 가정 학습 ‘다높이’를 활용하고 있다며 “인강으로 학습할 경우 아이들한테만 공부하라 하고 엄마는 다른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가 수업할 동안 꼭 옆에 있어주고 반드시 공부한 내용을 테스트하라”고 노하우를 전한다.
출처 - 내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