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미식당>
- 신명나라 맛집여행-
*간보기
봉평에 왔으니 메밀 음식을 먹어야 할 거 같다. 메밀막국수와 메밀모둠으로 메밀 음식을 고루 맛본다. 메밀로 유명한 동네다운 솜씨가 음식과 분위기에 고루 배여난다.
1. 식당얼개
1) 상호 : 원미식당
2) 전화 : 033-335-0592
3) 주소 :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효석문학길 63-2
4) 주요 음식 : 메밀음식
2. 맛본음식 : 메밀막국수(7,000원), 메밀모둠(15,000원)
3. 맛보기
1) 전체
쫄깃거리는 메밀을 실컷 먹어본다. 먹어도 살도 찌지 않고 당뇨에도 좋다는데, 밀가루와 색상도 식감도 달라서 별식 기분마저 난다. 보통 때는 메밀소바에서나 접하던 메밀로 식탁을 온통 도배했는데 다행히 맛으로도 받쳐주니 시골 잔치분위기가 흥겹게 난다.
2) 메밀막국수 : 비빔으로 주문하여 상에 놓인 양념은 조금만 넣고, 따라나오는 육수 몇 숟갈을 넣고 비볐다. 맵지 않고 나름 깊은 맛에 제대로 비빔국수 맛을 즐긴다.
평이한 거섶이나 풍부하게 국수와 얼려서 잘 받쳐준다. 농익은 솜씨임을 알 수 있다. 시골의 소박한 맛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유서가 오랜 풍미가 담겨있는 맛이 느껴진다.
3) 메밀모둠 : 도시에서는 먹어보기 힘든 메뉴다. 식재료도 신선하고 원산지 식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메밀묵은 쫄깃거리지 않지만 이에 감기지 않고 부드럽다. 메밀순이라는 순무침에 얹어 먹으니 별미다. 순이 콩나물처럼 길지만 탄력이 있으면서 질기지 않아 메밀묵과 선선히 섞이면서 풍미를 높인다.
메밀전병은 김치등속으로 속을 넣었다. 오랜만에 냉동 아닌 수제 전병을 먹는 것만으로도 좋다. 그러나 조금 더 노릇거리게 굽는다면 한층 더 고소할 텐데 아쉬운 마음도 인다.
대표음식은 배추전이다. 메밀과 배추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몰랐다. 메밀가루에 통으로 찢은 배추 한 가닥을 넣고 부쳤을 뿐인데, 게다가 조금 더 노릇거렸으면 싶기까지 한데, 쫄깃거리고 배추내가 향긋하게 감긴다.
감자떡은 개피한 팥가루를 넣은 간식용 음식이다.
4. 맛본 때 : 2019.6.9.점심
5. 음식값 : 막국수, 비빔국수 등 7,000원 메밀전병 6,000원, 메밀모둠 15,000원, 메밀부침 5,000원 등등
6. 맛본 후
이효석 문학관 코앞에 있어 식전이나 식후에 들러 메밀이 문학이 되었던 현장을 보는 것이 색다르다. 프랑스에서 미식이 중시되면서 다양한 장르와 연계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한 영역이 미식문학이다. 물론 이효석의 작품은 미식문학의 관점에서 나온 것은 아니고 평론도 그런 관점에서의 접근은 거의 보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평창에서도 사라져가던 메밀농사를 살려내고 메밀음식을 지역음식으로 특화해냈으니 음식에서의 공로는 대단하다 하겠다.
20여년 전쯤인가, 이 동네에 왔을 때는 메밀밭도 메밀음식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효석 창작 당시에는 많이 재배했을 것으로 보이나 그 사이 밀처럼 생산이 저조해진 것이다. 생가 근처에서도 메밀전이 안 되면 메밀묵이라도 한 접시 먹을 수 있을까 기대했으나 기대가 엉뚱한 것이 되는 분위기였었다. 그 사이에 문학관이 이처럼 대형화되고, 메밀밭과 음식점까지 일궈냈으니 작가가 알면 엉뚱한 반향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싶다.
사실 메밀은 주로 함경도에서 재배되는 북부지방 추운 고장의 작물이다. 제주와 경북 봉화에서도 생산되나 이효석 작품 덕분에 평창, 그중에서도 봉평의 특산물이 되었으니 문학 내적인 반응은 아니어도 지역 경제와 문화에 끼친 긍정적 영향에 나쁜 기분은 아닐 거 같다.
<메밀꽃 필 무렵>을 위시한 이효석 작품은 향토성 짙은 서정문학이라고 하는데, 창작 당시의 1930년대 일제의 잔혹한 수탈상황을 생각하면 소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의문이 일기도 한다.
더구나 <메밀꽃 필 무렵>의 등장인물 허생원과 동이의 장돌뱅이라는 신분을 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밤새 다음장으로 이동해야 하는 신산하기 그지없는 직업, 거기다 사회상황을 누구보다 폭넓게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상인이라는 직업의 특징까지 고려하면, 아름답게만 묘사되는 두 사람의 밤길이 공감하기 어렵다.
'분위기 소설'로 갈등을 기본축으로 하는 소설의 구조를 이지러뜨렸다는 폐단이 거론되는 문학사의 평가까지 살피면 문학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문학사적 공과까지 긍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메밀의 보급과 음식의 활성화는 아이러니다. 이효석 작품의 '향토성'이라는 특성은 애욕 지향으로 희석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것이 비로소 이렇게 실현되는가 싶어서다. 이효석 덕분에 봉평은 메밀의 고장이 되었고, 메밀음식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 그의 '향토성'이 이렇게 의미를 갖는가 싶어서다.
조선 후기의 미식가로서 안대회 교수 논문(2015)으로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한 심노숭(1762~1837)은 문집 <효전산고>를 통해 엄청난 미식취향을 상세히 기록하였다. 기록에 대한 집착을 가진 그는 당대 정객들의 일화도 매우 객관적이고 세세하게 기록하여 조선 후기의 사회상, 생활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냉면을 엄청 좋아한 그는 금강산 여행 도중 메밀을 먹기 위해 근처 관아와 식당을 뒤져 월정사에 국수틀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님들과 메밀가루로 면을 뽑아 국수를 말아 먹었으나 원하는 맛이 나오지 않았다. "메밀가루가 마치 모래를 씹는 듯하다. 수제비처럼 끊어지는 면을 어떻게 먹겠는가. 메밀의 품질이 관서지방에 미치지 못한다."
관서지방은 평안남북도이니 북쪽에서 나는 메일이 제 맛을 낸다는 말이다. 하지만 메밀묵은 남쪽에서도 창포묵이나 녹두묵에 비해 가격이나 수요양상이 서민 위주여서 널리 먹었던 음식었다. 1960년대 70년대에는 흔히 동네에서 메밀묵 행상이 외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메밀묵 사려~~' 아스라한 추억의 장 속의 그 높은 멜로디와 애수가 서린 톤은 보편화된 서민음식의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다.
메밀이 북쪽만 못해서 봉평서도 한때 적극적으로 심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민적인 메밀음식, 봉평으로서는 향토적인 메밀음식이 이제 이효석 문학과 어울려 문화적인 음식으로 거듭나면서 향토성을 넘어서고 있다.
문학관 전시실 공간도 1/3은 메밀 전시에 활용되고 있다. 덕분에 메밀음식을 먹고 이제 미식문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접근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니 눈에 보이는 것, 입으로 느끼는 것만 다가 아닌 모양이다.
효전 심노숭이 즐겨먹었던 관서지방 메밀국수를 먹을 수 없어서 아쉽다. 그래도 봉평의 메밀국수를 먹으니 반분은 풀리는 것 같다. 창평의 메밀국수가 관서보다 맛이 모자란다 해도, 이효석 덕분에 문화를 더해 먹을 수 있으니 꼭 관서만 못하다고 할 수도 없지 않겠는가.
#원미식당 #메밀막국수 #이효석 #메밀묵 #메밀전병 #심노숭 #효전산고
첫댓글 강원도는 영서 영동 어디를 가나 온통 막국수 가게입니다. 막국수 맛이 천차만별이라 막국수 맛을 제대로 보려면 현지인이 선호하는 데를 찾아가야 하지요. 사진을 보니 국수발이 좋아 보입니다.
그렇지요. 봉평은 메밀의 주산지인데다 이효석으로 음식이 문화가 된 경우라서 좀 특별한 느낌이 올 뿐이지요. 여행은 현지의 특성이 담긴 음식으로 의미가 배가되는데 이 카페가 좋은 음식 안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