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주
일정 : 2018.11.13~17일 4박5일
남송의 품위를 간직한 항주 음식을 먹어본다. 북송의 개봉과 달리 송나라 문화, 전성기 때의 중국문화를 곳곳에 간직하고 있는 항주, 음식으로 살펴본다. 아울러 한국음식의 지향도 생각해본다.
항주의 유적은 주로 서호 근처에 집중되어 있다. 서호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걸어서 돌아보려면 사흘은 투자해야 할 거같다. 휭, 한바퀴 돌면 하루면 되겠지만 15키로라는 서호 주변에는 곳곳에 깊이 있는 문화적 침전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절강성박물관을 위시하여 미술관이 몇 군데, 소동파박물관 등 차분히 문화의 향취에 젖어 생각하며 돌아봐야 할 유산이 많아 사실은 사흘로도 부족한 곳이다. 더 많은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아쉽지만 이만큼이라도 어디인가. 이 좋은 곳을 돌아볼 수 있는 인연을 갖는다는 게 말이다. 더구나 두 번째니 말이다.
음식도 그중 하나다. 항주 음식으로는 동파육(동포러우)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돼지비게를 주로 사용하는 탓에 항주음식이 기름지고 느끼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많은 음식이 담백하고 짜지 않아서 오히려 동파육이 특별한 편이다.
북경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마다 짜지 않게 해주세요를 후렴구처럼 외쳤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편안하게 주문하는지, 두 지방 음식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이 난다.
음식의 스펙트럼도 매우 크다. 항주음식으로 주로 거론되는 것은 서호에서 나는 식재료를 사용한 항주초어, 항주새우요리 외에 항주닭요리 등등이지만 이외 다른 음식도 짜지 않고 양념이 대체로 진하지 않다.
소식, 즉 채식요리는 감동적이다. 채식은 영은사의 소면과, 서호가의 채식 요리 국수와 만두를 소개한다.
음식점으로는 를 추천한다. 서호가의 기업형 식당이지만 비교적 합리적인 값에 없는 음식이 없고, 항주 특색 요리도 제대로 먹어볼 수 있으며 맛이 좋다. 주은래와 닉슨이 먹고간 음식점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망호호텔의 8층 음식점이다. 요새 이곳에서는 털게가 제철이다. 알을 품고 있는 털게를 그대로 찐 것을 주문했다. 탄탄하게 차오른 살과 진한 알맛이 일품이다.
남송닭요리, 간이 깊이 배이지 않아 맛이 제대로 나지는 않았지만 맛을 낸 표고의 향이 좋고 담백한 맛이 음식의 품위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유일의 문신 지배 국가라는 문화의 힘이 음식으로 전달되는 기분이다. 서호가의 문화의 힘은 남송의 힘이다.
외사씨 왈, 송나라의 그 기운이 그대로 조선으로 전해지는 것이고, 문신과 백성 위주의 조선 문화가 사실은 송나라와 닿아 있는 것이다.
송의 음식을 조선의 후예가 돌아와 맛보는 느낌, 시원의 맛을 보는 느낌이 이런 걸까. 솜씨는 몰라도 남송의 품격만은 조선을 건너 대한에서 그대로 재현되기를 빈다.
북경의 천외천 음식점 느낌이 난다. 집밖의 집이다. 천외천, 하늘밖의 하늘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주문하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어머어마한 규모의 기업형 식당이지만 특히 관광객에게는 매우 편안한 음식들이다.
서호초어, 요마이차이, 동파육을 주문했다. 초어는 식초를 많이 쓰는 요리여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88원, 제일 싼 생선으로 주문해서인지 가시가 많았다. 맛은 중국의 어느 생선요리나 다 그렇듯이 생선에 간이 배어 있지 않아, 소스에만 의지해서 먹어야 하는 적응이 힘들다. 하지만 소스는 일품이다. 식초의 느낌에 코가 매콤하지만 깊은 맛이 위로가 된다.
채식 식당이다. 서호 가에 있다. 식당의 외양과 내부에 모두 품격이 있다. 실내장식 못지 않게 음식도 격조가 있다. 국수와 만두를 먹었으나 사진을 올리지 못한다. (다른 카메라여서 후일 탑재 예정)
국물과 만두 속 국물 맛의 개운함과 향긋함을 무엇이라 표현할 수 있을지. 오래 숙련된 솜씨와 정성이 배인 솜씨다. 남송의 맛이다.
서호 가에 있는 소동파기념관에 동파육과 오산수유빙의 유래와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동파육 : 항주 태수로 재직중인 동파가 친구가 보내온 돼지고기를 조리해 홍샤오로를 만들어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니 백성들이 태수의 온정에 감격해 이것을 '동파육'이라고 불렀다. 고기가 기름이 있으나 느끼하지 않고 향긋하고 맛이 좋아 홍샤오로의 걸작이 되고, 항주 전통 유명요리 중 제일이 되었다.
수유빙 유래 : 전설에 의하면 동파가 비를 맞으며 오산에서 놀다가 정상에서 한 가게의 유빙(요우빙)을 먹게 되었는데 맛이 좋았다. 가게 주인에게 물으니 유빙일 뿐 특별한 이름이 없다고 하였다. 동파가 이를 보고 유빙이 층층이 가닥가닥, 도롱이와 같구나, 하니 말을 따라 '도롱이떡'(쇠의빙)이라고 하였다. 이와 발음이 같은 '수유'를 빌려 '수유빙'이라 하였는데 항주 명물이 되고 사방에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수유빙은 수빙이라고도 하는 거 같다. 수빙이라는 이름의 과자를 살 수 있다.
식당
항주 본토요리 음식점이라고 했다. 서호가에 있다. 채화요리에 사천고추가 있어도 전체적으로 담백하다. 동파육은 느끼한 것이 부담스러워 1인분만 주문했다. 역시 1인분도 느끼해서 버겁다. 맛조개?요리는 깨끗한 맛이다. 음식으로 항주 인상이 더 좋아진다.
영은사 안에서는 소면을 먹을 수 있다. 저렴한 값에 간단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소면과 죽순, 오이냉채를 주문했다.
옆 테이블에서 승려 한 팀이 먹고 있었다. 화장실을 물어보니 소상히 안내해주었다. 다른 반찬없이 소면만 먹고 있던 스님은 주문하고 나오는 내게 오대산에 돌아가는 길인데 여비 20원만 달라고 하였다.
첨엔 너무 의외여서 되물었다. 중국의 탁발 방식인가 싶었지만, 어렵게 요청한 거라 싶어서 일부러 다시 가서 여비?를 시주?했다. 같은 소면을 먹고 순간 동질감을 느꼈던 스님들, 오대산까지 잘 가셨기를 빈다.
소면은 대만 우육면(뇨로미엔)과 비슷한 맛이었으나 소고기 국물이 아니어서인지 매우 담백하고 개운했다. 죽순은 다른 양념맛이 거의 없이 기름맛만 가미되었다. 절밥으로 그만인 음식이었다.
옥에 티는 같이 파는 음료수에 콜라가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