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하 신위의 고장에 빼어난 풍광으로 남은 연못 자하연>
위치 : 서울대 인문대 교정
향유일 : 2018.9.17. /10.1/ 11.5
자하 신위의 고장에 자하를 사랑한 자하 신위의 자취가 그림같은 풍광으로 남아 있다. 서울대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곳, 봄에는 왕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여름이면 버들이 늘어지고, 가을이면 단풍이 기화요초처럼 다채로운 곳, 자하연이 바로 그곳이다.
시서화 삼절이라는 자하 신위는 고향 자하동 이름을 호로 삼았다. 자하동에 자리잡은 서울대는 자하 신위를 곳곳에서 기리고 있다. 자하연에, 자하연식당에, 교수휴게실도 '자하헌'으로 풍류와 예술세계를 기억한다.
자하연은 여름이면 분수를 더해 팔뚝만한 잉어에 얹어 청량한 여름맛을 더한다. 나무를 하늘로 삼지 않은 곳은 분수가 하늘이 된다.
자하연은 인문대 마당에 있다. 인문대 앞마당은 서울대에서 학생들의 이동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다. 구인정보에서 공연홍보까지 갖가지 정보가 이들을 기다린다. 지식과 정보로 어지러운 그 공간에 자하연은 '맑고 깨끗한 경지를 추구하는 예술의 극치'(조동일, 한국문학통사 3권)를 보여주는 신위의 시처럼 우리의 가슴과 머리를 맑게 해 준다.
자하는 자하연처럼 자연으로만 남은 것이 아니다. 문화공간 '자하헌'은 자하를 기리는 현재형 풍류공간이다. 인문대2동 교수휴게실은 '자하헌'이라 이름붙어 있고, 자하의 예술과 풍류를 이어 문학 전공교수들이 한시를 지으며 바둑을 두며 자하의 풍류를 재현했다.
이곳 자하헌에서 조동일 교수가 지은 한시를 번역으로 옮겨본다.(기술상의 문제로 한시 원문을 옮기지 못하는 것은 후일 해결하고자 한다)
누가 알겠나, 관악산 뒤쪽에
별난 곳 자하헌이 있는 줄을
차 향내 그윽한 곳에서 환담하면서
바둑 두며 웃는 소리로 약을 삼네.
창석은 예전의 시를 읊고
향천은 지금 사람을 논하네.
어리석은 듯 세속에서 도피해,
이렇게 양생하는 것이 어떤가?*
창석은 이병한 교수, 향천은 김용직 교수다. 근대문학사에서는 사라진 한시를 지으며 풍류를 이으며 교류를 했다. 자하가 기념물로만 남은 것이 아니라 우리 가슴에도 남은 것이다. 연변대 김병민 교수는 서울대 교수의 이런 풍류를 매우 흠모했다. '대학교수로서 명리를 멀리하고 나라의 일을 근심하는 량심의 호소로 일관되여 있어 한 지성인의 깨끗하고 도고한 지조를 읽'는다고 하였다.**
자하의 동네에 자리잡은 서울대가 연못으로만이 아닌 가슴으로도 자하를 기억해주어 마음이 놓이지만 이것도 옛일, 최근에는 이런 풍류가 사라지고 연구에만 몰두하여 여유를 잊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다행인 것은 이병한 교수가 <서울대 교수들과 즐긴 한시>라는 이름으로 작품을 남겨놓았다는 것이다.
서울대와 자하의 인연은 이것만이 아니다. 영문과 신광현 교수 가족이 가보인 '신위 해서천자문'을 서울대에 기증하기도 했다. 신위와의 인연을 학문으로 풍류로 기념물로 유물로 이어나가며 함께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이 아직도 역사와 문화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자하연을 보며 우리도 자하를 기억해보자.
* 조동일과 75인 제자, 학문에 바친 나날 되돌아보며, 지식산업사, 2004
**김병민, 와룡산일지, 연변인민출판사,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