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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시조
Ⅱ. 외솔의 시조
1. 단장애곡(斷腸哀曲)(애국시) --- 2수
2. 소 곡(小曲) --------------- 1수
3. 감 우(感遇) --------------- 1수
4. 방어 음풍(方魚吟風) --------- 4수
5. 염포 피서(鹽浦避暑) --------- 6수
6. 한흰샘스승을 생각함 ----------- 12수
7. 고구려(高句麗)의 장안성(長安城) ------- 4수
8. 강서(江西) 세 묻엄 -------------------- 3수
9. 을지문덕 묘(乙支文德 墓) --------------- 5수
10. 가사굴(袈裟窟) ---------------------- 2수
* 모두 40수
* 순서는 연대별로 정리함
단장애곡(斷腸哀曲)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조선 사람이다.
세계는 넓건마는
조선만이 내 땅이다.
삼천 리 강산 위에
곳곳마다 피땀 흔적
4천 년 역사 속에
일일마다 사랑 자국
이 강산 이 역사를
잇고 잇고 다시 이어
2천만 2억만이
엉키엉키 살아 보세.
* 외솔선생이 17세 중학시절에 지은 애국시
소 곡(小曲)
내가 새이었다면
나래가 있었다면
당신의 계신 곳에 날아가
포근한 당신의 가슴에
보금자리를 치련만-
오- 그것은 쓸데없는 생각 !
혼자서 남모르게 울고 있노라.
* 1925. 3. 21. 조선문단. 8호
* 독수리문학 P78 초대시
감 우(感遇)
노 없는 조각배를 한바다에 놓았더니
몹시도 사나웁게 바람 물결 부딪친다.
두어라 물결치는 대로 가 본들 어떠리.
* 묵은 일기장에서
* 1925. 조선문단 제8호
방어 음풍(方魚吟風)
바다에 청풍(淸風)이오 하늘에는 총성(叢星)이라
바다가 넓었으니 청풍(淸風)이 가이없고
하늘이 높앗으니 별애기 깜박인다.
낮에도 맑은 바람 밤에도 맑은 바람
삼복증염(三伏蒸炎) 물리치고도 오히려 남는고나
두어라 남는 청풍(淸風)을랑 님한태로 보내리라.
방어진(方魚津) 바다가에 바독같이 깔힌돌이
모하나 볼수없이 동글동글 맨질맨질
뭇노라 동해파도(東海波濤) 몇만년(萬年)이나 갈아왔노.
우루루 밀어와서 철석부듸쳐 땅을 핧고
솨! 하고 뭃어가서 또다시 밀어오니
아마도 저물결가온대 큰뜻이 계시나봐.
* 띄어쓰기는 원전대로 하였음.
* 세로로 된 시조를 가로로 썼음.
*「 우음(偶吟) 몇 가지」 수필 중에서 뽑음 (방어음풍, 염포피서)
염포 피서(鹽浦避暑)
창파(蒼波)에 몸을실어 둥실둥실 저백구(白鷗)야
뭇노라 이강상(江上)에 몇사람이나 지나갔노?
백구(白鷗)는 말이없고 물결만 절로출렁출렁.
동령(東嶺)에 달오르니 강상(江上)에 바람일다
주인(主人)없는 청풍명월 강상(江上)에 거득차니
세상만사(世上萬事) 잊어버리고 맘겄즐겨 볼거나.
달밝은 오경야(五更夜)에 「어아~」저소리는
후리하는 어부(漁夫)들의 일하는 노래로다
시취(詩趣)도 있다면 있거니와 장엄(莊嚴)하기가 그지없네.
찌고삶던 삼복(三伏)더위 어느듯 갔나보다
시언한 맑은바람 내옷깃을 말리노나
에라 책보를 돌오싸고 집으로 돌아갈거니.
동령(東嶺)에 밝은달이 뜻있는 듯이 돋아날제
거울같은 염포강(鹽浦江)에 맑은바람 일어찬다
산명월(山明月) 강청풍(江淸風)을 어이두고 혼자가리.
칠월(七月)이라 칠석야(七夕夜)에 경파(鏡波)에 편주(扁舟)띄니
은하수(銀河水) 맑은물이 놀밑에 흟어있네
오작교(烏鵲橋) 없드라도 건너갈가 하노라.
한흰샘 스승님을 생각함
- 가신지 열 다섯 해에 -
백두산(白頭山) 앞뒤벌에 단군한배 씨가퍼져
오천년(五千年) 옛적부터 고운소리 울리나니
조선말 조선마음이 여긔에서 일더라.
골잘의 배달겨레 대대(代代)로 닦아내매
아름다운 말소리를 골고로 다가췄네
훌륳 다 동방(東方)의 빛이니 더욱밝아 지이다.
세월(歲月)이 반만년(半萬年)에 인물(人物)인들 적을소냐
고운(孤雲)의 한문(漢文)이요 설총(薛聰)의 이두(吏讀)러라
그러나 내것아니매 내글만을 원(願)터라.
거룩하신 세종대왕(世宗大王) 온백성 원(願)을 일워
이십팔자(二十八字) 기어내니 천하(天下)에도 제일(第一)이라
좋은말 좋은들이니 만복(民福)인가 하노라.
보검(寶劍)도 갈아야만 날이서어 번득이고
양마(良馬)도 달러야만 긔가나서 천리(千里)간다.
좋은말 좋은 글인들 아니닦고 어이리.
애닯을손 사람이라 세상사(世上事) 뜻같잖다
보검(寶劍)에 녹이서고 양마(良馬)는 매혀운다
그럴사 선각자(先覺者)나오니 가만둘줄 있으랴.
님의손에 숫돌들매 녹선보검(寶劍) 날이서고
님의손에 경마들매 섰든 양마(良馬) 천리(千里)닷네
일생(一生)을 하로같이일하니 뉘를 위함이런가.
뜻하심도 크거니와 일우심도 끔찍하다.
예로부터 묵은밭이 고랑마다 일어났네
거기에 좋은씨 뿌리니 길이길이 불으리.
님의부탁 받자옵고 시골가서 길닦을제
뜻밖에 떠났단소리 어린가슴 놀랐어라
북쪽을 바라고울든일 어제런가 하노라.
믿은님이 가섰으니 믿든마음 아득해라
아득한 가운데도 한줄기 빛이난다
님예든 바른길있으니 아니예고 어이리.
어제같은 그날이어 어느덧 열다섯해
세월(歲月)은 살같은데 이어일움 무엇인가
그러니 변(變)챦는 맘있으니 가신님은 도으소.
종(鐘)소리 작고 높아 모이는 이 구름같다
좁던길 차차넓어 예는사람 더욱많다
가신님 넋이계시면 깃버할줄 아노라.
* 신생(新生) 제2권(第二卷) 제9호(第九號) p7.(1929년)
* 내용 제목은 위와 같은나, 목차의 제목은 「한흰샘스승을 그림」
로 되어있음.
* 세로글씨로 된 시조를 가로글씨로 하였음.
* 원문에는 한글토가 없음.
* 띄어쓰기는 원본대로 하였음.
* 모두 12수의 연시조임.
고구려(高句麗)의 장안성(長安城)
하늘은 높다랗고 산빛은 말쑥한데
예런 듯 대동강(大同江)은 밤낮 없이 흐르놋다.
묻노니 우리 옛 서울 잘잇는가 마는가.
세월(歲月)이 반만년(半萬年)에 일고짐이 몇번인가
씩씩한 젊은 학도(學徒) 철마(鐵馬)로 돌아드니
분명(分明)코 고구려(高句麗) 용사(勇士)라 다시인 듯 하여라.
기린굴(麒麟窟)이 어대메며 조천석(朝天石)이 저기런가
절승(絶勝)한 추경(秋景)이 고사(古事)를 어우르니
석양(夕陽)에 지나는 손이 갈줄 몰라 하노라.
여보소 벗님네야 무엇하러 여기 왓나
그림 같은 승경(勝景) 두고 어인걸음 그리 바삐
저해가 아직도 서발이니 쉬어간들 어떠리.
* 연희(延禧) 7호(1931.1)에 발표. 연전학생회 발행
* 1930. 10월 20일에 기행수필(수학여행) 속에「고구려 고지(故地)
를 찾아서」
(고구려 장안성, 강서 세 무덤, 을지문덕묘, 가사굴)
* 세로로 된 시조를 가로로 하였음.
강서(江西) 세 묻엄
세묻엄 들인지가 몇삼추(三秋)나 지낫관대
헐히고 파내혀서 구경감이 되단말가
추풍(秋風)이 풀끝에부니 못내설워 하노라.
네벽에 사신(四神)들이 예런 듯 지켜잇다
지키기는 하건마는 지키는 것 무엇인가
흥망(興亡)이 저승에도 잇으니 낸들어이 하리오.
이 좋은 그림두고 우리님은 어대간고
찾아도 자최없고 불러도 대답없네
백설(白雪)이 산(山)에 오르니 뜻잇는 듯 하여라.
* 1930. 10. 22일에 지은 기행수필 속에 실려있음.
* 강서군(江西郡) 우현리(遇賢里-三墓里) 대묘. 중묘. 소묘.
을지문덕 묘(乙支文德 墓)
현암산(玄岩山) 동록(東麓)에 장군석(將軍石)이 서잇으니
촌민(村民)이 세전(世傳)하되 을지문덕(乙支文德) 묻엄이라
잃엇던 우리님자최 인제 예서 찾앗네.
세월(歲月)이 얼마관대 형적(形跡)조차 아조 없다
거룩한 장군(將軍)묻엄 어이이리 황락(荒落)한고
어즈버 조선(朝鮮)에 일이니 예사인가 하노라.
굽어서 앞을 보니 금인총(今人塚)만 뚜렷하다
멀리온 순례자(巡禮者)가 어대보고 절을할가
두어라 현산(玄山)이 높앗으니 그를 보고 절하리.
묻노니 돌사람아 고금사(古今事)를 네 알리라
두어말 일러내어 이내가슴 틔어주소
여전히 대답 없으니 더욱 답답 하여다.
만고여일(萬古如一) 현암산(玄岩山)아 만고여일(萬古如一) 잘잇거라
거룩한 님의 공덕(功德) 우리 어이 잊을소냐
뒷날에 다시오아서 기념비(紀念碑)를 세우리라.
* 1930. 10. 23. 태평역(太平驛) 하차하여
* 구태평리 을지공(乙支公)의 후예인 돈종각(頓宗珏)님의 안내로 묻
엄을 찾음.
* 세로의 시조를 가로로 옮김.
* 평남 강동군(江東郡) 승호리(勝湖里)에 있음.
가사굴(袈裟窟)
금강산(金剛山) 만물초(萬物草)를 작년(昨年)에 보앗더니
가사굴(袈裟窟) 만물초(萬物草)를 금추(今秋)에 보앗도다
흉중(胸中)에 만물초(萬物草) 둘이니 억물초(億物草)ㄴ가 하노라.
금강산(金剛山) 만물초(萬物草)는 천하(天下)의 기관(奇觀)이요
가사굴(袈裟窟) 만물초(萬物草)는 지하(地下)의 기관(奇觀)이라
일생(一生)에 두기관(奇觀) 다 보앗으니 청복(淸福)인가 하노라.
* 1930. 12. 5. 기행수필 속에 실려있음
* 중화군(中和郡) 풍동면(楓洞面) 가수동(嘉殊洞) 굴봉산(窟峰山)중
턱에 위치함.
옥중 시조
* 모두 36수
* 1943년 8월 13일 함흥 형무소에서 1945년 8월 17일 풀려나올 때
까지의 작품을 한글 제 100호에 발표함
* 제목의 번호는 편집의 편의상 임의로 붙쳤음
11. 함흥 형무소 ---------2수
12. 나날의 살이(日常生活) ------- 4수
13. 기 한(飢寒) --------------------5수
14. 사 철(四時) ----------------------8수
15. 통 신 -------------------------2수
16. 면 회 --------------------------5수
17. 임 생각 --------------------------6수
18. 공부(청년에게 줌) -------------------3수
19. 해 방 -----------------------------1수
함흥 형무소
반룡산(盤龍山) 좋다 하여, 유산차(游山次)로 예 왔는냐 ?
성천강 맑다 하여, 뱃놀이로 예 왔느냐 ?
아니라, 광풍(狂風)이 하 세니, 지향없이 왔노라.
벽돌담에 둘러서, 열 길이나 높아 있고,
겹겹이 닫힌 문에, 낮밤으로 지켜 있다.
지상이 척척(呎尺) 곧 천리(千里)라 저승인가 하노라.
나날의 살이(日常生活)
아랫목은 식당되고, 웃묵은 뒷간이라,
물통을 책상하여, 책으로 벗삼으니,
봄바람 가을비 소리, 창 밖으로 지나다.
앉으니 해가 지고,누우니 밤이 샌다.
보느니 옛글이요, 듣느니 기적이라.
굼굼ㅎ다, 세계사 빛이 어드메로 도는고 ?
벽력 같은 기상 호령, 놀라아 일어나니,
네 벽만 들러 있고, 말동무 하나 없다.
외로운 독방 고생은, 새벽마다 새롭네.
쓸쓸한 감방 속에, 홀로 앉았으니,
창밖에 까치 소리 아침 볕에 분명하다.
오늘이 며칠인고, 기쁜 소식 오려나 ?
* 옥중(獄中)에서 읊음 한글100호 P101에서 옮김.
기 한(飢寒)
하루 세 번 콩밥덩이, 먹고 나니 한둥 만둥,
젓가락 놓자마자, 다음 끼니 기다린다.
겨울밤 춥고 또 길어 아침 되기 정 멀다.
시커먼 수수콩밥, 달기가 꿀 같으며,
바늘 뼈, 소금국도 금보다 소중하다.
사람이 밥먹고 사는 줄, 쉰 살에야 알레라.
주린 배 움켜쥐고, 맥없이 앉았을 제,
고맙다, 어떤 이가 먹을 것 넣어 준다.
이목숨 길이 붙들어, 좋은 일로 갚으리.
입은 옷 뒤지 한 장, 소유의 전체이요.
욕설과 매질하기, 학대의 극한이라.
빈천(貧賤)의 참된 그 뜻을, 인제 겨우 깨쳤네.
얼굴은 젯빛이요, 사지는 거미발이라.
고픈 배 움켜안고, 추워서 벌벌 던다.
게다가 때때로 매맞으니, 생지옥이 예로다.
사 철(四時)
쓸쓸한 철창 밖에, 새소리 요란ㅎ기로,
고단 몸 일으키어, 목 빼어 내다보니,
민들레 고이 피었다. 봄 왔는가 하노라.
때 맞은 좋은 비가, 밤 사이 그치었네.
검은 구름 흩어지고, 푸른 하늘 나타난다.
창 밖에 높은 산 얼굴, 아침 볕에 새롭다.
흰 물결 출렁출렁, 들논에 들어차고,
생생한 새 잎사귀, 가지마다 푸르렀다.
장할손 생명의 힘이, 온 천지에 찼도다.
찌고 볶던 삼복 더위, 어느덧 물러가고,
쌀쌀한 가을 기운, 옥방에 스며든다.
철수는 어김이 없건만, 돌아갈 날 언젠가 ?
저녁 밥 먹고 나서, 구령 따라 누웠으니,
잠은 오지 않고, 버레 소리 요란하다.
가만히 눈을 떠 보니, 밝은 달이 비친다.
반용산(盤龍山) 건들바람, 우짖고 불어오니,
낙엽이 요란하게, 유리창을 두드린다.
알괘라, 모진 추위 앞잡인가 하노라.
차디찬 이부자리, 길이조차 짜르고녀,
긴 밤이 다 새도록,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두어라, 잠이 아니 오니, 꿈꿀 줄이 있으랴 ?
어두운 새벽 일어, 창 밖을 내다보니,
새도록 오는 눈이, 천지에 가득 왔다.
물통에 얼음을 깨어, 수건 싸서 낯 씻다.
통 신
기다린 나머지에, 큰아들 편지 왔다.
종이에 넘친 말뜻, 위안과 소망이라.
그렇다, 이 몸 튼튼함이 최후 승리 된다고.
뜻밖에 차입왔다, 셋째아들 이름일세.
면회는 못 하니까, 왔단 소식 전함이다.
아이야, 무엇하러 또 왔나,
아이야, 무엇하러 또 왔나, 아비 위해 애쓴다.
면 회
잡혀 온 지 한 해 넘어, 처음으로 면회한다.
온갖 상상 그리면서, 끌리어 나가 보니,
아내의 날보고 하는 말, 자식 혼사 어쩌나?
이런 일 당할 줄은 미리부터 짐작이라.
슬픈 빛 별로 없이, 웃는 말로 돌아선다.
그렇지, 지악한 세상이라 큰 맘으로 이기세.
귀여운 막내아들, 그립고 그립더니,
집 떠난 네 해 만에, 면회하러 찾아왔다.
그 몸이 튼튼 자랐으니, 무엇보다 기쁘다.
차 안서 잠 못 자고, 온종일 기다리다,
번개로 만나보고, 훌훌히 돌아선다.
아이야, 몸조심하여 머나먼 길 잘 가라.
몇 마디 말 못 하고, 때 됐다 쫓아낸다.
감방에 돌아와서, 저녁 먹고 누웠으니,
그 얼굴 눈에 삼삼하여, 잠 못 이뤄 하노라.
임 생각
바람 불던 그 어느 날, 우리 임 가고 나니,
산천은 의구(依舊)하나, 쓸쓸하기 그지없다.
동천에 높이 뜬 달도, 임 찾는가 하노라.
임이여 어디 갔노, 어디메로 갔단 말고?
풀나무 봄이 오면, 해마다 푸르건만,
어찧다 우리의 임은, 돌아올 줄 모르나.
임이여 못 살겠소, 임 그리워 못 살겠소,
임 떠난 그날부터, 겪는 이 설움이라,
임이여, 어서 오소서, 기다리다 애타오.
봄맞이 반긴 뜻은, 임 올까 함이러니,
임을랑 오지 않고, 봄이 그만 저물어서,
꽃 지고 나비 날아가니, 더욱 설워하노라.
봄물이 출렁출렁, * 한강에 들어찼다.
돛단 배 올 적마다, 내 가슴 두근두근,
지는 해 서산에 걸리니, 눈물조차 지누나!
강물이 아름아름, 끝간 데를 모르겠고,
버들가지 추렁추렁, 물 속까지 드리웠다
이내 한 길고 또 길어, 그칠 줄이 없어라.
* (한강=큰 강, 온 강)
공 부(청년에게 줌)
학해(學海)가 깊고 넓어, 피안(彼岸)이 아득하다.
목적지 바로 보고, 일심으로 가쟎으면,
*한벌에 헤맬 뿐이니, 닿을 줄이 있으랴.
젊은이 때 많다고, 마음을 놓지 마라.
광음(光陰)이 살과 같아, 마음을 놓지 마라,
흰 서리 머리 위 질 때, 뉘우친들 어이리.
서늘한 가을만이, 공부에 맞을 것가?
봄 여름 겨울철이, 제각기 좋을시고,
젊으이 촌음을 아끼어, 열심히 배우라.
* (한벌=大原)
해 방
백두산 높은 봉에, 서운(瑞雲)이 애두르고,
삼천리 골골마다. 생명 봄 돌아왔다.
삼천만 합심 협력하여, 무궁 나라 터 닦세.
후기 시조
20. 병풍에 쓰인 외솔시조 -------3수
21. 고향 생각 ---------------- 10수
22. 나라 사랑 ------------------3수
23. 한글 노래 -------------------3수
24. 삼일사 노래 ---------------------2수
* 모두 21수
* 모두 합침 97수
병풍에 쓰인 외솔시조
강산이 아름답고 풍월도 빛났는데
말씨가 유창하고 글자가 훌륭하다
그중에 시인이 있어 배달마음 읊더라.
여보게 젊은이들 남의 해만 좋다말고
우리집 곳집속의 묵은 보배 끄어내지
이겨레 마음의 고향 여기런가 하노라.
저녁에 돌아와서 편안히 한번 읊고
아침에 일어나자 또다시 외어본다
고인을 모신 양하여 마음 깊이 느꼈네.
1955년 부산에서(제목은 미상, 병품에 적혀져 있는 외솔의 시조를
옮김)
독수리 문학 제4호 p77 1997년 초대시
고향 생각
내 고향은 병영이다 경상도 좌병영이
날 길러준 이 고장이 언제나 나의 그림
그림을 한 아름 안고 또 다시 들렀세라.
십 칠세 홍안 소년 책보 끼고 떠났더니
칠십 세 흰머리로 못 잊어 다시 왔네
길거리 닫는 아이야 너가 누구 소자인가.
저 집이 국민학교 옛날에 배움털세
서당을 파하고서 옮 아들은 일신학교
양숫자 첨 배우던 일 아직도 선하구나.
삼일사 여기로다 문을 열고 경례하니
기미년 만세운동 어제런 듯 도로생각
왜총에 쓰러진 충혼이 고장을 지키누나.
자갈길 밟으면서 동문으로 가노라니
이 집 저 집 간데 없고 배추밭이 외었구나
어즈버 울산의 신흥도시 어이 이리 처량한고.
고향 온 나그네가 예 살던 집 찾아보니
아랫 채에 살던 사람 어데 가고 비었는데
몸체는 지붕마자 꺼졌으니 한숨에 눈물 진다.
회포를 가득 안고 동문 성터 올라서니
동문루는 간데 없고 가을 바람 소슬하다
산전물 이고 가는 이 없어 더욱 답답하구나.
성곽은 허물어져 평지나 다름없고
이젯 사람 밭을 갈아 고추가 붉어 있다
갈바람 찾아온 손이 못내 설워하노라.
성 위에 둘러섰던 백년 고목 간데 없고
망월루 옛터에 초석조차 안 보인다
좌병영 나라 지키던 일 꿈이런가 하노라.
비석 옆에 노송 하나 굽게 휘어 늙어 있다
우리 엄마 이 남게서 아들 배웅 서울 갔다
이 솔아, 네가 정년 그 솔이어든 말 좀 하여 주렴.
* 1964. 11. 시조문학 10집
나라 사랑
아세아 밝은 동쪽 살기 좋은 땅
한배님 나라 세워 끼쳐주시니
배달의 겨레 살림 반석이 굳다.
백두산 높은 영봉 반공에 솟고
고구려 굳센 얼이 혈관에 뛰니
생기가 넘쳐난다 삼천만 겨레.
바치자 무한 사랑 한배 나라에
이루자 밝은 누리 결의 이상
태백은 인간 복락 근원이란다.
한글 노래
강산도 빼어났다 배달의 나라
긴 역사 오랜 전통 지녀온 겨레
거룩한 세종대왕 한글 펴시니.
새 세상 밝혀주는 해가 돋았다
한글은 우리 자랑 문화의 터전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볼수록 아름다운 스물 넉자는
그 속에 모든 이치 갖추어있고
누구나 쉬 배우며 쓰기 편하니.
세계의 글자 중에 으뜸이도다
한글은 우리자랑 민주의 근본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한겨레 한맘으로 한데 뭉치어
힘차게 일어나는 건설의 일 꾼
바른 길 환한 길로 달려나가자.
희망이 앞에 있다 한글 나라에
한글은 우리자랑 생활의 무기
이 글로 이 나라의 힘을 기르자.
* 작시 - 최현배 작곡 - 나운영
* 악보는 생략함
삼일사(三一祠) 노래
황방산 뻗어 내려 천연성(天然城) 이뤘으니
나라를 지켜오던 좌병영 이 아닌가!
시루성 염포강은 왜란을 내쫓던 곳
삼일사 열사들은 독립을 외쳤도다.
후렴 : 청년아, 청년아, 울산 청년아,
삼일정신 이어받아 나라 위해 일하세.
무룡산 높이 솟아 달빛이 더욱 밝고
산전 샘 맑고 맑아 나라 안 으뜸일세
수려한 이 산수에 전통도 빛나도다
우리들 힘을 다해 낙토를 이룩하자.
후렴 : 청년아, 청년아, 울산 청년아,
삼일정신 이어받아 나라 위해 일하세.
* 작시 - 최현배 작곡 - 박태현
* 악보는 생략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