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언론은 외국인 노동자 희생양 삼는 선동을 멈춰라!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 관련
지난 1월11일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신축아파트의 외벽이 갑자기 붕괴된 사고도 충격적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외국인노동자에게 돌리는 언론보도가 이어지고 있어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당시 현장 노동자 12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6명이 실종돼 9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5명은 구조되지 못한 상태다. 실종자 가족들은 실종자들이 모두 돌아올 때까지 관심을 놓지 말아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어이 없게도 국민일보는 1월18일 ‘단독’을 달고 [미숙련 외국인들이 ‘타설 속도전’...붕괴 직후 잠적]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저숙련 외국인이 대거 투입됐고, 자주 교체된 것이 이번 사고 원인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 건설사가 만드는 초고층 아파트가 외국인 노동자들 때문에 무너졌다는 것으로, 이 기사에서 현대산업개발의 책임은 어디에도 없다.
이보다 앞서 머니투데이는 더 심각한 이주민 차별 보도를 내놨다. 1월14일자 머니투데이 [외국인이 타설하는 1군 브랜드 아파트 만족하시나요?]라는 제목의 기사는 부제목이 [하자투성이 신축 아파트 ’메이드 바이 불법체류자‘]다. 이 기사는 점잖은 척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이라고 단정하는게 아니다”면서도 “의사 소통이 원활치 않고 한국인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책임감이 덜할 수 밖에 없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의해 지어진 아파트 마감 품질이 더 좋아질리는 없다”고 주장한다.
세계일보도 1월19일자(검증 안된 외국인 인부 8명이 ‘묻지마 타설’… 사고 후 종적 감춰)에서 제목만 봐도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책임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를 기사를 냈다.
이 기사들은 붕괴사고의 원인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며 혐오와 차별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 심각한 문제지만, 제대로 된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것을 방해하고 있어 ‘의도’ 자체가 의심된다.
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부실공사의 가장 큰 원인은 건설사가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무리하게 ‘속도전’을 한 것이다. 또한 공사비를 낮추기 위해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저임금 하청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는 것이다.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끊임 없이 발생하는 말도 안되는 중대재해를 없애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하도급, 선분양 제도, 중대재해 처벌 강화, 돈보다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등.
이런 상황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은 붕괴사고 다음날인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를 만나 “중대재해법이 기업에 문제가 많기 때문에 현실에 맞도록 수정해야 한다”는 뻔뻔한 주장을 했다.
언론이 앞장 서 특정 소수집단인 외국인 노동자를 공격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재계도, 정치권도 다문화 사회에 접어든 우리 사회의 비전에 대한 고민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사회의 등불’ 역할을 저버린 특정 언론의 이같은 기사는 사회갈등을 유발하며 공존과 평화를 추구하는 일반 시민들에게 피로를 유발하는 ‘쓰레기’다. 언론들은 외국인 노동자라는 특정한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격하고 대기업의 책임을 가리는 악질적인 선동을 중단하라.
2022년 1월20일
이주노동자평등연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공공운수노조사회복지지부이주여성조합원모임, 노동당,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전선, 녹색당,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성공회 용산나눔의집, 민변노동위원회,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진보연대, 이주노동자노동조합(MTU), (사)이주노동희망센터, 이주노동자운동후원회, 이주민방송(MWTV), 이주민센터 친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지구인의정류장, 필리핀공동체카사마코, 한국비정규노동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