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광명에 발령받은지 약 8개월만에 구름산으로 학교를 옮길까 고민했다.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긴 구구절절하여 어렵겠지만, 학교 문화가 나와 안 맞는 부분이 참 많았었다.
회의 때 의견을 내면 의견을 냈다고 뭐라고 하고, 메신저로 의견을 내면 메신저를 보냈다고 뭐라고 하고, 그리고 높은 분이 대놓고 협박에 괴롭히시니, 게다가 애들한테 교육 예산도 제대로 못 써, 교육과정 운영할 틈도 안줘, 행사는 왜 이렇게 많아~
일반학교가 어떻다더라, 대략적인 소문들은 알고 들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이야...
뭐 보통 학교에서도 혀를 내두를만하다고는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전 학교는 2년만에 떠나게 되었다.
3점의 점수대로 과연 구름산으로 옮길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주변의 선생님들은 '구름산 쓰면 다 가~'라며 나의 걱정을 잠재워주었다. 구름산초등학교는 선생님들이 아주 기피하는 학교라고들 하셨다. 혁신학교고, 재구성해야하고, 선생님들 일도 많고, 회의도 많다고 항상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선생님들이 없는 학교라 한다.
음, 그런데 혁신학교면 선생님들이 모여서 민주적으로 회의를 많이 해야하고, 자발적으로 일하다 보면 일이 많아 퇴근을 늦게 하는 경우도 잦을테고, 재구성도 다 함께 한다고 하니, 내 기준에서 괜찮은 혁신학교의 전형이다. 게다가 들어가기도 쉽다고 하니!! 나는 구름산에 꼭 들어가고 싶어졌다. 분위기가 어떤지 대강 예상할 수 있었다.
다행히 이번해에 구름산 초등학교에는 관외에서 오신 선생님들도 많이 들어오실만큼 자리가 텅텅 비었다.
당연히 나는 골인~!
그런데 관내에서 학급수가 줄어 기존 학교에서 튕기신 분이 구름산을 썼는데, 관외 내신자도 구름산에 들어왔는데, 그 선생님은 관내 선생님인데도 구름산 발령을 못 받았다 한다. 광명 교육청에 민원을 넣었다고까지 들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 인사이동이 참 이상하게 되었다. 저번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하더니만...
아무튼
구름산의 첫 인상은 '놀라움! 놀라움! 놀라움!' 이다.
먼저, 교무실과 교장실이 도서관과 함께 있었다. 교사들이 잘 가지 않는 건물 1층 별관이다. 나는 2년동안 일 처리를 할려면 늘 교장실에서 대면 결재를 받아야하는 학교에서 왔기 때문에, 교장실과 교무실의 배치가 환상적으로 마음에 들었다. 도서실 옆이라니~ 도서실 옆이라니!! 책 빌리러 오는 겸, 교무실 들리라는 동선인걸까?
.. 별 의미 없더라도 그냥 다 좋아보였다.^^
첫날, 전입교사 환영 워크숍을 한다.
본격적인 워크숍은 이 학교가 처음이다. 첫 학교, 두번째 학교에서는 전입교사 워크숍은 크지 않았던 것 같다. 첫 학교는 며칠씩 했었던가?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해져 생각이 안난다.
무튼간, 구름산초 환영 워크숍은 생각보다 길고 알찼다.
"진진가 게임, 옷에 표현하는 나, 신이 나를 만들 때"를 활용하여 자기 소개를 아주 충~분히 하였고,
pdc 약속 세우기(가치 찾기 / 이렇게 말해요, 이렇게 행동해요)를 하며 학년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이것들은 학년초에 교실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이다. 학기초 활동을 하라고 교사 전체 연수를 해준듯하다.
이 중에서 함께 골라 첫 주 주간학습을 짠다면, 정말 마음도 편하고 아이들과 만나는 시간도 알차게 보낼 수 있겠다.
pdc에서 심리 테스트 방법인 것 같은데, 독수리-사자-거북이-카멜레온 중에서 하루동안 되고 싶은 동물을 골라 같은 동물을 고른 선생님들끼리 만나 자신이 왜 이 동물이 마음에 들었는지, 다른 동물들이 마음에 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했다.
나는 독수리를 골라 독수리 선생님들과 이야기했다. 사자를 고를까도 고민했었는데, 독수리가 하늘에서 나는 느낌이 참 좋을 것 같아 독수리를 골랐다. 선생님들이 각 동물을 고른 이유와 고르지 않은 이유들은 제각각이었다.
진행 선생님 : "내가 고른 동물을 다른 사람이 안 좋게 말한다면, 기분이 나빠지나요?"
나 : '기분 안 나쁠 것 같은데...'
진행 선생님 : "내가 고른 동물을 안 좋게 말할수도, 내가 다른 사람이 고른 동물을 나쁘게 말할 수도 있어요. 이건 의견이 다른 것이지, 틀렸다던가 기분이 나쁠 일은 아닙니다. 의견이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라는 말, 아이들과 함께 하실 수 있겠죠~"
아하. 그래서 이 활동을 하는 것이로구나!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상대방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좀 나쁘게 말했다, 또는 내 생각과 달리 말했다 하여 교사에게 재판을 해달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재판은 양반이고, 자기들끼리 싸우거나 반대 의견 아이를 나쁜 아이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그럴 때, 교사는 싸운 아이에게 서로 의견이 다를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안 좋아할 수도 있다는 말을 하지만, 가끔 그런 말을 하면 '선생님이 나보다 쟤 편을 들어.'라고 생각하고 시무룩하게 오해하는 아이도 있다. 그럴때, 이 이야기를 해주면 참 좋겠다 싶었다. 학기초에 활동을 하여 아이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겸, 서로 다름의 차이도 알려주어 그런 일이 발생할 때 틈틈히 상기시키며 이야기해주면 아이들도 내 말을 오해하지 않겠지. 참 좋은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