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칼마라톤대회참가기 (17. 9. 17. 일) 김무언
9월15일(금) 바이칼마라톤대회가 열리는 이르쿠츠크를 가기 위해 공항열차를 바꿔타고 15:00에 만나기로 한 인천공항에 약 두 시간이 넘게 걸려 공항에 도착하니 너무 이른데도 약속 장소인 A번 자리로 가니 김인호님, 백현태 100회 회원 및 박충근님 등 대전팀이 먼저 와 있고 곧 이어 공회장님 등이 속속 도착하는데 한 무리의 왁자한 소리에 눈을 돌렸더니 원완식회장님이 이끄는 실촌마라톤 클럽 멤버들이다. 11명이 단체 참가를 했단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17:04경에 하늘을 날기 시작한 비행기가 이루쿠츠크 공항에는 거기 시간으로 저녁 9시 15분경(우리나라보다 1시간 늦다)에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바로 이동한다.
밤 10:30 숙소인 북해호텔(northsea hotel)에 여장을 푼다. 공회장님과 합방하는 방이 이외로 넓어 아주 좋아했는데 우리 방인 4425호실이 특급 방(suite)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더불 침대와 소형침대(나는 여기서 잠잔다,옆 사람께 방해를 안 하려고)가 있다.
9/16(토) 오늘은 종일 시내 관광이다. 시청사, 영원의 불꽃 등과 교회 성당을 둘러보는데 다 비슷한 건물, 그림이라 그게 그것이라 별로라 생각했으나 다만 카잔 붉은 카잔성당의 아름다운 모습은 잊을 수 없다. 바이칼호수에서 흘러온 물이 앙가라 강을 이루어 이 강물이 북해로 흐른단다. 호수에서 북해로 흐르는 유일한 강이라고 한다.
중앙시장이라는 재래시장에서 장재연 형님과 함께 손녀들 선물을 사기위해 이곳저곳을 헤매다 겨우 한 곳에서 산다.
“마트료시카matryosyka)”라는 나무인형으로 하나를 벗기면 또 하나가 나오는, 보통 6-7개 많게는 열 개 정도고 많은 것은 스무개 짜리도 있다 한다. 나는 민솔이, 태윤이, 재윤이와 김문기부장의 딸의 것도 산다. 애들이 좋아하겠지. 장재연님은 호두까기 인형이란 러시아병정인 장난감을 사려는데 가이드도 상인들도 잘 몰라 결국 못 구한다.
17일 일요일, 호텔에서 4시 반에 기상하고 6시 반에 대회장으로 이동하는데 거리110km라 2시간 반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다. 가도 가도 자작나무 숲길 사이를 뚫고 달려서 마라톤대회 출발지인 슬루디앙카 역 광장에 내려놓는다.
9시 반에 도착하여 내려 보니 마라톤 참가자가 현지인이나 외국인은 별로 안 보이고 우리 밖에 없는 듯 대회장이 썰렁하여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다가 그나마 대회개막을 알리는 역앞 광장에서 우리 영사님께서 참석하여 축사를 하고, 역사 계단을 중심으로 남녀 학생들이 나열하여 대회분위기를 돋우려 애쓰는 모습이 돋보여 학생들 틈에 끼어 사진도 찍어보고 대회 경비 차 나온 경찰들과도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10시에 출발을 한다.
역앞 광장에서 출발하여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주택 사이로 약 2km를 지날 때까지 흙길을 지나면서 보니 주택이 대부분 목조건물로 소나무가 흔하니 다른 건축자재가 필요 없을 듯하다. 포장도로로 빠져나오니 길거리에는 몇 안 되는 주민과 학생들이 적, 청, 황색의 고무풍선을 흔들며 힘을 불어 넣어주는데 이들은 영어를 전혀 못해 파이팅이라고 외쳐도 그저 웃기만 한다. 그러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아주 순진해 보여 호감이 간다.
김무조, 장재연, 김무언, 공준식회장님 등 걸음이 느린 우리들이 맨 꼴지가 되는데 바로 뒤에는 의무차량, 호송차량이 따라붙으니 마음이 조급해진다.
3km여를 평지에서 달리다 오르막 내리막이 시작되는데 오르막은 보통 속도로, 내리막은 전력질주하기로 하는데 약 5km를 지나서 공회장님을 따라잡아 동반 주를 하는데 오르막은 내가 뒤떨어졌다가 내리막에서는 내가 앞장서기를 주고받는데 장재연형님도 곧장 따라오니 오늘 컨디션이 괜찮은가 보다. 그러나 김무조님은 맨 뒤에서 호송차를 에스코트한다. 그런데 지나가며 오가는 각종 차량들이 달림이에게 힘을 보태주느라 경적을 요란하게 울려주고, 또 승용차도 손을 흔들어 주며 환영하는 모습이 우리나라와는 좀 달라 호감이 간다.
5km여 고개 정상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백현태님 더러 바이칼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한 방을 부탁하여 공회장, 장재연, 김무언 등 셋이 한 방 찍는다. 백현태님과도 한 참을 동반주 하다 그를 뒤로 하며 나가다 저만치서 사진을 찍고 있는 실촌마라톤 고경남님을 만나는데 그녀가 내 뛰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다. 나중에 에스앤비로 보내 준단다. 그러다 그녀 또한 뒤로 하며 앞선다.
주로가 달리는 방향이 바이칼호수를 왼 쪽에 두고 바른 쪽 자작나무가 무성한 산을 끼고 달리다 보니 호수 쪽 상황을 파악할 수없어 궁금하다. 기차 소리는 분명한데 이 기차가 어디로 어떻게 달리는지 알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주로 종앙 선을 넘어 왼쪽으로 건너가 달리는 기차를 보니 주로 화물열차인데 화차의 길이가 엄청 길어 차 칸수가 10-20개가 넘는 것 같다.
이 열차가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으로 가는데 종착지가 어드맬까 궁금함을 안고 달리는데 처음 출발하여 주택지대를 지날 때까지는 아! 참! 좋다! 울창한 숲속의 싱그러운 공기(치톤피스)를 마시며 달리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느꼈으나 이것도 잠시, 2차선의 고속화 산업도로를 달리는데 지나가는 차, 특히 긴 화물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니 깜짝 놀라기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
고속으로 달리는 차에 치이기만 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것이 분명한데 주최 측에서 주로관리를 재대로 안하고 있고 5km마다
있을 급수대도 일정치 않고 거리 표시도 없어 체력안배를 제대로 할 수 없으니 이 또한 답답하다. 10km인가에서 급수하면서 공회장님이 주신 스포츠젤 하나를 먹으며 한 개를 장재연님께 건네주고는 15km 급수 대는 없어 건너뛰고는 20km에 가니 바나나 큰 것을 통째로 건네주기에 사양했더니 초코렛을 하나 주는데 엄청 커서 이것을 먹고 나니 배고품을 못느끼겠다.
시간상으로 약 15km여 쯤에서 박종무님을 만나 내 달리는 모습을 찍어 달라 부탁하기도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20km급수대를 지나서는 그를 앞세우고 외로운 달리기를 계속한다. 주로 옆길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이 우엉인 것 같아 꺾어보니 잎은 우엉인데 줄기는 질기고 강해 우리나라 우엉과는 약간 다르다. 또한 군데군데 깊은 산속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너무 맑아 당장 계곡으로 들어가 돌멩이라도 헤집어 보고 싶은 충동을 받는다. 혹시나 산가재 라도 있을까 하고...
한 동안 오르내리다 평탄한 길이 나타나기에 남은 거리가 10여km가 남았겠구나 생각하면서 저만치 보이는 급수 대에 접근하니 좀 넓은 광장이 있어 여기서 10km 짜리가 출발한 듯 하며 급수 대 봉사자에게 10km가 남았냐고 손짓발짓하니 그렇단다.
남은 거리 10km, 나에게는 언제나 마의 거리다. 여기서부터 걷다 뛰다를 하며 나아가다 5km여 쯤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박충근님을 따라가다가 땅에 떨어져 있는 물병을 주워 보니 오랜지 음료수 인데 뚜껑을 딴 흔적은 있어도 마셔도 될 듯 싶어 마셔보니 별로 맛은 없으나 원기를 회복하기에는 안성맞춤이겠다 싶어 억지로 몇 모금 마시다 앞서가는 박충근님께도 권하니 그도 한모금 마시더니 도로 준다. 버리기에는 아까워 도로안전판위에 얹어놓고 온다.
어느 듯 큰 도로를 벗어나 시골길로 접어드니 골인 점이 가까운 듯한데 2km가 남았다고 손가락 표시를 하는 자원봉사자의 손짓만 믿고 가는데도 거리는 줄지 않으니 가리킨 거리표시가 잘못인가 느끼다가 다시 꺾어 보니 저만치 골인 아치가 보이는데 약
300여m의 거리가 얼마나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SNB 이인효사장이 찍어주는 카메라를 의식하며 골인하니 5시간 23분 59초가 지나가니 이로써 풀코스 오백 쉰한번째(34/551, 배번 021)완주를 끝내고는 곧장 꿈에 그리던 바이칼호수에 발을 담그러 발길을 재촉한다. 내가 언제 다시 올가? 마음껏 발을 담가보자며 물속에 들어가 발을 담근 지 채 2분도 안되어 발이 시리다. 그래도 달리며 고생한 내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려고 차가운 호수 물로 다리를 문질러 주며 머리까지 감고 나니 한기가 몰려온다. 마침 달림이 한 분이 사진을 찍고 있어 좀 찍어 달라며 통성명하니 최재권님이라고 3호차 달림이다.
기다리는 버스 쪽으로 가니 공회장, 장재연님이 골인하는데 이우찬님이 반겨준다. 여기서 바이칼호수를 배경으로 또 사진도 찍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무조님을 맞이하며 점심 식사 자리로 이동하여 배를 채우고는 이루쿠츠크 시내 환영만찬장으로 이동한다.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인데 주말 휴가를 끝내고 귀가하는 차량들로 교통체증이 심하여 상당한 시간이 걸려 도착하니 저녁 8시라 호텔에서 급히 샤워만하고 만찬장으로 이동, 저녁을 먹으며 민속공연을 구경하는데 피곤한 몸이라 환영공연이 오히려 지루한 느낌이 들긴 하나 젊은이들은 이들과 어울려 춤추기를 제법 오랜 시간을 보내다 11시경에 호텔로 돌아온다.
18일(월)은 바이칼호수를 관광하기로 한다. 바이칼로 가는 길목에 딸지 목조박물관을 둘러보는데 이루쿠츠크 주위 여러 부족들의 목조가옥을 한데 모은 곳으로 최근에 관광지로 개발한 듯하다. 점심 간식으로 이들이 먹는 간식인 펜케익과 차를 맛보고 곧바로바이칼호수 이스트비앙카로 이동, 바이칼생태박물관에서 호수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동영상 등으로 확인하게 하고는 점심 후 재래시장을 둘러보는데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똑같다는 것을 느낀다. 특기할 것은 6백원짜리 화장실을 구경 한 것이다. 여기가 관광지라고는 하나 화장실이 많이부족한 것은 러시아 어디나 마찬가지다.
넓디 넓은 바이칼호수를 선상 관광하면서 실촌마라톤 고경남님으로부터 커피를 얻어마시기도 하며 내년에는 여기에서 마라톤대회를 하면 좋겠다고 이인효대표에게 귀뜸한다.
제르스키전망대라 하여 엄청난 곳인가 했는데 리프트를 타고 정상에 올라 바이칼호수를 내려다 보는 관광지로 개발한 듯 하여
허탈하기도 했지만 해가 서산에 기울어지면서 날씨가 추워 모두들 혼났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기록증을 나눠주는데 기록증 표시내용이 문제가 된다. 42km기록증이라 다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고는 식사 자리에서 이곳 특유의 보드카인 과일주(여기서 많이 나는 잣고 붉은 색이 나는 씨앗) 두 병을 공회장과 한 병씩 가지고 온다. 귀국하여 우리 칠마회원들과 한 잔 하려고.
공항에서 고래표 골든보드카 둘과 실버 보드카 하나와 러시아에서 유명한 초코렛을 사서는 귀국 대열에 끼는데 출입국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되어 불만이다.
※김무언; 칠마회 전임회장.1941.9.3.생 2002.4.14.전주군산마라톤첫완주.
최고기록 3시간47분46초. 울트라2회 해외5회. 총633회완주 원로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