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으로 새 삶을 시작.
지금 밖의 사위는 칠흑같은 어둠이 감싸고 있고, 방안의 조그만 스탠드 불빛과 가끔
울리는 메신저 소음만 빼면 나의 공간은 진공상태로 빨려 들어가고있다.
언제 써 보았는지도 모르는 글 쓰기를 위해서 정성껏 연필을 깍으며 정신을 가다듬어 본다.
코끝을 스치는 연필의 나무향이 다시 학창시절로 되돌아간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글쓰기의 워밍업이 끝나가는듯 하다.시동을 걸어 본론으로 들어간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것이 마라톤을 시작한 것 입니다" 라고
지인들에게 말한다.
두번째는 수원마라톤클럽과 칠마회에 가입한 것이라고 한다.
평소 건강을 위해 등산을 많이 다녀 보았지만 건강이 눈에 띠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수원마라톤클럽 전회장이신 윤상현선배의 권유로 2007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해 9월에 철원 DMZ마라톤대회에 처음 풀코스를 도전하여 4시간50분에 완주했다.
훈련부족상태로 겁도 없이 도전한 첫풀은 코스 내내 다리근육의 쥐로 힘들게 겨우
골인지점을 통과하엿다.
첫풀에서의 쓰라린 경험은 그이후 오기가 발동하여 2015년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43분의
최고기록으로 화답하게 되었다.
이러한 자신감에 날개를 달아서 지방대회에서는 연령별 시상대에도 자주 오르게 되었고
경기도육상연합회 주최대회에 수원시 대표로 출전도 하고 나아가 도쿄,이브스키,호치민,
블라디보스톡등 많은 해외대회에도 기웃거리게되었다.
(자랑이 넘 심하쥬!?)
한번만 경험삼아 달리려던 풀코스를 13년만에 풀코스 100회를 완주하게 되었고
여기에 가끔씩 +100회를 헤아리며 장난삼아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해 보기도 한다.
마라톤동호회 선배님들과 전국을 다니면서 달리고 나서 맛집도 가고 관광도 하는
1석3조의 달리기 묘미에 빠지다 보니 세월이 어떻게 빨리 지나 가는지도 모를 지경이 되었다.
심장병과 고혈압, 당뇨로 약을 달고 살았던 몸은 어느 사이에 당뇨약만 최소치로 약하게 복용해도
되는 몸으로 바뀌게 되었고 생활에 활력을 되찾으면서 삶의 질도 완전히 달라졌다.
마라톤을 통해서 역경을 이겨낸 과정은 2021년9월24일 MBN의 '천기누설'에서 방영되기도 했다.
경남 합천의 소도시에서 태어난 내가 마라톤으로 해서 전국티비방송에 출연도 하고 전세계의
수도를 뛰어 다니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라톤 덕분에 촌X 출세했고 방송이후 내고향 합천에서는 지인들 사이에 유명인이 되었다.
(계속 자랑질~ ㅋㅋㅋ)
칠마회선배님들과의 만남은 내 인생을 마무리하는 길목에서 또 한번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살아온 발자취가 완벽하게 검증된 인생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마라톤뿐만 아니라 많은
경륜과 지혜를 공유하게 되었고 내 인생의 발자취도 뒤돌아 보게 만들고 도움도 받고있다.
칠마회에서는 글쓰는 기회까지 주셨으니 나는 이제부터 작가반열의 공인수준으로 업 그레이드
되는 기분이다.(ㅎ ㅎ ㅎ)
처음 써보는 글이라서 생각이 왔다리 갔다리 하고,행간에 모순이 있을 수 있고,내용이
흐리멍텅 할 수도 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불변의 법칙에도 불구하고 두서없는 글의 책임은 전적으로 칠마회
선배들에게 있다.(난 암껏두 몰러유~)
그래도 평생 처음 글을 쓰는 영광을 주신 칠마회선배님들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야심한 시간에 책상에 홀로 앉아 또박또박 연필로 써내려 가는 순간순간에 손가락 관절마디에
통증이 오고,글을 썼다 지웠다 하다 보면 뇌근육에 수시로 쥐가 오르락내리락 한다.
칠마회를 통해 등단하여 작가반열의 공인이 되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에효~ 그래도 해피 투나잇.
마라톤은 참으로 묘미가 깊은 스포츠다.
체코의 마라톤 영웅인 에밀 자토벡이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고 햇듯이
100회 달성 이후부터 마라톤은 내게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매회마다 30K라는 마라톤 벽에 다가가면 "내가 왜 이고생을 사서하지?" 라고 한탄하면서
쓰러질듯이 결승선을 통과하고나서 쏘맥 한잔에 온몸이 녹아 내리면 조금까지의
고생을 잊어버리고 이틀만 지나면 어느새 다음대회는 어디로 갈까하면서 마온을 뒤지게 된다.
다시 200회 도전을 마음속에 새기면서 기록욕심을 털어 내던 중에 복병을 만났다.
산이 있으면 골짜기가 있듯이 코로나19 이후부터 나의 달리기 일상은 멈추어 버렸다.
자빠진 김에 누워 간다고 그이후로는 강원도 횡성에 마련한 전원주택에서 텃밭을 가꾸는
재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대부분 도시에서 내려와서 주말과 여가를 보내는 주윗분들을 보면 나이 들어서 텃밭을
가꾸는 일도 만만치 않다.
마라톤으로 다져진 체력이 이곳 생활에서도 적응하는데에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가꿔주는 손길이나 지켜보는 눈길이 없어도
햇살 한 줌에 위로받고 바람 결에 땀을 식히며
계절따라 인생을 배우고 인생 속에 계절을 담아
뿌리가 깊은 들녁의 주인으로 묵묵히 커간다.
'들꽃이 전하는 메세지'중에서/김민수
비록 지금은 기본훈련도 못하고 있지만 "나는 풀코스 100회 완주 마라토너다"라는 자긍심을
잃지 않고, 마음만은 마라톤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얼마나 빨리,얼마나 많이 뛰었다기 보다는 어디에서 누구와 뛰었느냐에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여생은 칠마회와 수원마라톤클럽의 울타리 안에서 안락함과 절제된 찬란함으로
제2의 인생을 살다가 집앞에 흐르는 주천강 강물처럼 운명을 유유히 흘려 보내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코로나펜데믹에서 빨리 벗어나 전국마라톤대회에서 마음껏 뜀박질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싸이의 노래가사를 살짝 페러디 해본다.
"우리 다시 울고 웃고 지지고 볶고 달리고~
그대와 함께 울고 웃으며 달리던 모든 순간이
내게는 봄이야 감동이야"
(2019.9월 블라디보스톡 마라톤에서)
첫댓글 마라톤으로 심장병, 고혈압, 당뇨병을 극복하여 건강이 회복된 것을 축하드리며,
깊은 산 속 주천강 흐르는 물처럼 삶의 여유를 갖고, 이제 멋진 인생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