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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에서는 다양한 교과에서 학습자 중심 교육과 그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서는 초·중등 교육에서의 읽기와 쓰기 교과, 미술 교과, 음악 교과에서의 학습자 중심 교육사례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읽기와 쓰기 교과
읽기와 쓰기 교과(Literacy education)에서는 학생들이 텍스트를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교과의 목표로 삼는다. 다양한 연구와 사례들이 있지만, 본고에서는 Moffett와 Wagner(1991)의 접근 방식과 테네시 주의 벤튼(Tennessee Benton)의 포크 카운티 고등학교(Polk Country High School)의 쓰기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Moffet와 Wagner는 읽기에 중점을 둔 7가지 학습자 중심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Moffet와 Wagner가 읽기에서의 학습자 중심 교육의 다양한 활동들을 제시하였다면, Faulkner(2010)는 포크 카운티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재직하며 쓰기 수업에서의 학습자 중심 교육을 소개하고 있다. 글쓰기 수업에서 중요한 사항 가운데 하나는 어휘 능력일 것이다. 학생들의 어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포크 카운티 고등학교에서는 Vocabulary Mondays를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의 어휘 능력은 학습자 개개인이 단어들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을 때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매주 월요일 55분간의 수업 시간 동안 Faulkner는 새로운 세 가지의 단어를 깊이 있게 다루며, 다양한 형태로 학생들이 단어를 적용해 보도록 하였다. 다른 종류의 짧은 글 속에서 공통으로 있는 그 주의 단어를 학생들이 발견하고 스스로 그 의미를 유추해보도록 하였다. 그렇게 발견하고 의미를 유추해 낸 단어들을 서로 조를 이루어 학습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도록 하였다. 학생들은 말로 설명하거나, 노래로, 랩으로, 혹은 그림으로 단어의 의미를 표현하였다. 그 후 전체 학생들과 함께 교사는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정의하고 어떻게 그 단어가 사용될 수 있는지 짧은 글을 작성해 보도록 하였다. 한 주의 나머지 요일의 문학 수업 동안 학생들은 자신만의 단어 수첩에 그 주의 단어의 의미를 다시금 정리하는 과제를 수행하였다.
단순히 단어를 암기하는 것을 넘어서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 단어의 의미를 찾아내고 새롭게 배운 단어들을 토대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써보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글쓰기는 이전보다 깊이 있고 생동감이 있으며, 어휘 능력 또한 기존의 암기 형식을 통해 익히는 것보다 풍부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미술 교과
다른 교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술 교과는 학습자가 스스로 학습을 할 수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학습자가 그림을 그리거나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 것 외의 활동들은 즉 미술사나 미술 양식에 관한 수업들은 다른 교과들과 마찬가지로 교사에 의해 지식이 전달되는 형태를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미술 교과 또한 타 교과들처럼 학습자 주도의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Yenawine(1998)은 시각적 사고 학습 (the Visual Thinking Strategies-VTS)의 방식을 통해 미술에서의 학습자 중심 교육을 제안하고 있다.
시각적 사고 학습은 Abigail Housen(1987)이 개발한 것으로 예술 작품을 포함한 시각 자료들을 보며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 작품에 대한 미학적인 접근과 함께 학습자의 비판적인 사고 능력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Yenawine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의 학습자들에게 시각적 사고 학습 교육을 하도록 제안한다. 이 학습자 중심 시각적 사고 접근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양식의 예술 작품들을 감상하게 되는데, 가장 먼저 이미지들을 어떠한 설명이나 토론 없이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미지를 말없이 관찰하며 감상하는 시간을 가진 후, 교사는 학생들에게 “작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어떤 것들을 찾을 수 있니?”라고 질문한 후 학생들이 관찰한 바를 서로 토론하도록 한다. 그다음, 교사는 학생들이 토론하고 찾아낸 것들 가운데 공통점을 찾아 알려주며, 학생들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가 있다면 힌트를 주어 다시 토론을 이어가게 한다.
학생이 주체가 된 이 토론은 보통 15분에서 20분 정도 이루어진다. 이어서 교사는 작품에 관해 좀 더 세밀한 부분과 작품의 의도를 찾아보는 과정으로 넘어가는 질문들을 하며, 주로 “왜?”라는 질문을 던져주어 학생들이 계속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도록 한다. 여기에서 교사의 주된 역할은 학생들이 찾아내는 답들을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작품의 색감, 구성, 구도, 기법 등과 같은 미술의 요소들과 더불어 작가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만들었는지, 비슷한 어떤 작품의 주제와 기법들과 연결될 수 있는지에 관해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맞춰 스스로 주제를 선택하여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것으로 이 수업은 이어진다.
Yenawine은 시각적 사고 학습을 개발한 Housen의 말을 인용하며 시각적 사고 학습은 ‘학습자 중심의 배움’이며 교실을 ‘인간미가 있고(Humanize) 민주적(Democratize)’인 공간이 되게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음악 교과
전통적 형태에서의 음악 수업은 학습자가 일정 수준의 음악 수행 능력을 이룰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목표였다. 음악 교과에서의 학습자 중심 교육의 사례는, 미국 코네티컷 주의 파밍턴(Connecticut Farmington) 공립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파밍턴 교육위원회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의 교육과정 목표로 다섯 가지를 설정하여 실시하고 있다. 1) 비판적 사고와 추론 능력(Critical thinking and Reasoning), 2) 협동과 소통(Collaboration and Communication), 3) 문제 해결 능력(Problem solving), 4) 혁신(Innovation), 5) 자기 주도적 학습(Self-direction)의 다섯 가지 전체 교과 과정의 목표 아래, 음악 교과도 학습자 중심의 교육을 실시함으로 이 목표들에 부합하고자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파밍턴 교육위원회는 음악 교사들의 역할에 관한 방향과 학생들의 학습 참여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목표인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와 추론 능력 향상을 위해서, 교사들은 질문을 통해 무엇이 음악에서의 좋은 연주인가를 학생들 스스로 생각하도록 한다. 그 이후 교사는 학생들이 좋은 연주의 의미에 관해 토론해 보도록 기회를 마련하며, 토론의 결과를 통해 음악수업에서 평가 기준을 학생들이 함께 설정한다. 두 번째 목표인 협동과 소통을 위해서 교사는 몇 개의 그룹을 설정하여 그룹 내에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과 서로의 연주에 관해서 토론할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연주와 다른 학생의 연주에 대한 평가항목을 제안하면, 그 제안들을 기반으로 교사와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서 수업에서의 평가 기준을 설정한다. 세 번째 목표인 음악수업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 향상을 위해서 교사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혁신적인 학습을 위해서 음악 연주의 기술적인 부분을 점차 개선할 수 있도록 학생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 목표인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위해 학생들 자신이 연주할 곡을 스스로 선택하고 합주할 그룹을 결성하도록 하고 있다.
음악 교과에서의 학습자 중심 교육의 평가를 위해서 파밍턴의 공립학교에서는 앞서 언급한 학생들이 스스로 만든 평가 기준, 교사가 만든 평가기준과 함께 교육 행정가들이 제시한 교과 과정에 맞는 평가 항목 모두를 기준으로 하여, 학생들의 성취평가뿐 아니라 교사의 평가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
한국 교육과정에 주는 시사점
우리나라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학습 경험의 질을 개선하여 학생들이 배움을 즐길 수 있는 행복교육을 비전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교육학자 Nel Noddings(2003)는 그녀의 책 ‘행복과 교육(Happiness and Education)’에서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목표는 학습자 스스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학습자가 자신의 가치를 알고 자기 자신에 대해 이해하게 되는 것이 교육의 가장 큰 목표인 것이다. 질문과 토론, 비판적 사고 능력, 자기주도학습이 주된 특성인 학습자 중심 교육을 실시하려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스스로 배움의 의미를 찾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의미 있는 접근이 될 것이다.
학습자 중심 교육이 더욱 성공적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 구조 속에서 단순히 토론 수업의 횟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발휘하고 배움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장기적이고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학습자 중심 교육과정의 평가에 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학습자들이 스스로 제안한 평가 기준을 사용할 수 있는지, 적용한다면 어떻게 그 기준이 교사의 평가 기준, 그리고 학교나 시, 국가 차원에서의 교과 평가 기준과 균형을 맞추어 실시 될 수 있는지 지속적인 연구와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참고 문헌]
Faulkner, J. (2010). Innovative writing instruction: Reducing vocabulary to increase vocabulary: Student
centered vocabulary instruction for writing that makes a difference. The English Journal, 100(1), 113-116.
Hansen, D., & Imse, L. (2016). Student-centered classrooms: Past initiatives. future practices, Music
Educators Journal, 103(2), 20-26.
Housen, A. (1987). Three methods for understanding museum audiences. Museum Studies Journal, 2(4),
41-49.
McCombs, B. L., & Whisler, J. S. (1997). The learner-centered classroom and school: Strategies for in-
creasing student motivation and achievement. The Jossey-Bass Education Series. San Francisco, CA:
Jossey-Bass Inc.
Moffett, J. & Wagner, B. (1991). Student-centered reading activities. The English Journal, 70(6), 70-73.
Noddings, N. (2001). Happiness and education. Cambridge, UK: Cambridge University Press.
Yenawine, P. (1998). Visual art and student-centered discussions. Theory into Practice, 37(4), 314-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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