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음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디서나 비슷한 면이 있다. 맛도 모양새도 소박하다는 것, 그래서인지 부담이 없다. 마르세이유 롱샹궁전 미술관 옆 식당에서 그런 시골음식을 만났다. 모양새도 맛도 모양도 화려하지 않으나 토속 분위기를 다 잘 살리고 있다. 재료도 낯선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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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가 특별하다. 보라색 소스는 약간 새콤달콤, 비트를 주재료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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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호박죽이다. 달지 않고 자연의 맛을 그대로 살렸다. 인위적인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우리보다 달지 않은 호박이 특징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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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사과가 주요 장식이다. 사과를 꾸미 겸 재료로 사용하여 밥알을 주재료로 한 리조또의 단순한 맛에 변화를 준다. 리조또에 적응할 수 없는 것은 밥알이 설어 있다는 것. 그런데 대부분 항상 그런 걸로 봐서 여기는 이런 음식을 즐기는 거다. 우리는 밥 설었다고 퇴짜 놓을 음식을 즐긴다. 세상은 넓고 입맛도 다양하다. 우리 음식은 우리가, 프랑스 음식은 프랑스 사람이 평가해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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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추장인 줄 알고 감짝놀랐다. 올리브가 주재료다. 약간 젓갈 맛도 나는데 젓갈은 아니고 저장피클 요리를 함께 주재료로 쓴다. 간이 있어 좁쌀밥을 주재료로 한 메인디쉬에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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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마르세이유 본토 음식이란다. 서빙 한 분, 요리사 두 분 세분이 운영하는 작은 동네식당, 요리사분은 음식에 관한 질문에 재료를 보여주면서까지 열심히 설명해준다. 가게 입구에 쌓아놓은 장식 겸 재료를 보여주려는 홍보 겸 재료는 음식에 관한 신뢰를 더 높인다.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알뜰하고 지방 분위기 잘 드러나는 실내장식도 주로 여자손님들이 온존하게 앉아 음식을 먹는 분위기도 여기 성격을 잘 보여준다. 두고두고 생각날 만한 집이다. //
다음은 브야베스 소개다. 맛집이나 맛음식 소개가 아닌 그냥 지방음식 소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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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야베스. 그 전설적인 음식, 브야베쓰를 드디어 먹어본다. 한국음식 매운탕과 비슷한 음식이자 남불음식으로 잘 알려진 브야베쓰.
프랑스 음식 북서부 지역에서는 대부분 테이블에 양념 찾기가 힘들었고, 어떤 식당이나 들어가도 맛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 동네는 아니다.기본으로 소금 후추 정도는 놓여 있다. 그리고 프랑스 음식은 다 맛있다는 전제에 대해 의심하게 만든다. 적어도 브야베쓰는 아니 이 집 음식은 그랬다.
마르세이유 구항구 근처에 있는 관광객이 꼭 들르는 황금상권에 있는 집의 음식이 맛이 없다니. 이집 음식이 잘못된 건가, 브야베쓰가 잘못된 건가.
브야베쓰는 비린내가 국물에서도 생선에서도 가시지 않았고, 간이 생선에 잘 배여들어 있지도 않았다. 국물에서 애써 비린내를 뺀 맛으로만 음미해봐도 맛있는 탕이라고 하기에는 3% 이상이 모자랐다.
탕의 색깔은 카레가 들어갔나? 했는데 카레는 아니었다. 이 지역 향료가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치즈 기운도 느껴지고. 우리에게는 낯선 맛이다. 그러나 향채처럼, 초보자가 도저히 먹지 못하는 그런 향신료는 아니다. 잘 음미해보면 고소한 맛도 바닥에는 있었다. 그러나 맛있는 음식은 결코 아니었다.
마르세이유에서 브야베쓰집을 찾기가 힘든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파리에까지 제대로 진출하지 못한 것은 그런 한계가 아니었을까. 파리는 커녕 이곳 구항구 근처에서도 찾기 힘들었다. 이곳이 본고장인데 말이다. 지역음식으로 알려지고서도 제대로 된 지역음식이 되어 있지 못한 현장을 보는 거 ㄱ같다. 프랑스 음식이라고 다 화려한 건 아니다. 이런 현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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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하여 '진짜 프로방스 아올리', 프로방스 요리를 한번에 두 가지나 먹다니, 음식으로 마르세이유 이해하기다. 소스의 맛이 제대로인지는 문외한이라 말할 수 없다. 단지 내 입에 어떤지만 말할 수 있다. 내 입에는 적어도 편안 음식이 아니었다. 뭔가 누락된 느낌, 느끼한 맛까지 강하고. 게다가 소스만 빼고 모두 조리하지 않고 데쳐서만 나왔다. 소스에서 맛을 내야 하는 것이다. 올리브가 주재료인 아올리, 그리고 나머지는 식재료가 그냥 나온 셈이다.
아마 이런 음식을 태초에 어부들이 먹기 시작했을 거 같다. 바쁘고 요리하기 어렵고, 그래서 소스에 식재료를 찍어 그냥 먹기 시작한 게 그대로 전통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맛없는 브야베쓰와 함께 아올리 요리에 대한 인상에서부터 참으로 많은 상상이 머리를 채웠다. 이것들이 구항구가 초라해진 것과 관계가 없을까. 황금 풍광을 가지고도 음식이 이렇다니, 더구나 남프랑스 유명 휴양도시이자 관광지에서 이런 정도의 음식에 머물다니.
전체적으로 마르세이유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느낌을 강하게 줬다. 도시 전체적인 인상이 뭔가 어지럽고, 뭔가 안정되지 못하고 결락된 느낌. 무슬림의 비중이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라는 사실과 관계 있는 걸까. 거리 곳곳에서 무슬림이나 중동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태반은 되는 거 같았다.
알제리 독립운동에 참여하여 프랑스편에서 싸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 프랑스로 건너와 정착했는데 나라는 버렸으나 종교만은 버리지 않았다는 중동인들.(조동일 저서 참조) 눈앞에 바로 보이는 지중해 바로 건너가 알제리이니 이들이 프랑스 중에서도 이곳에 많이 정착한 것은 당연하다.
무슬림은 일반적으로 아이를 많이 낳고, 종교적 교육 외에 국민 교육에는크게 관심갖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현지 적응력이 떨어져 교육에서도도 취업에서도 경쟁력이 약해지고 그것은 경제력 약화로 이어진다. 거기다 이런 점이 종교적 견고성과 결합하여 끼리끼리 블럭화하면 게토화되기 쉬워진다. 프랑스 내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모습이 그렇다. 2000년대 초기에 일어났던 이민폭동의 배경이다.
그런데 프랑스로 이주한 알제리인들은 상당수가 베르베르인이란다. 베르베르인들은 알제리인 사이에서도 소수민족이라 적응하며 살기 만만치 않아 그것이 프랑스에서의 알제리독립전쟁에서도 프랑스 편에 서게 한 배경이 되었고 그것은 그대로 .마르세이유가 안은 사회적 숙제가 되어 버렸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마르세이유는 상처의 흔적이 노출되는 지역이 되어버렸다. 구항구가 쇠퇴하고 관광객이 줄어드는 밋밋한 도시, 영광은 좁은 골목길로 밀폐되어 버리는, 그래서인지 브야베스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전문점이 문을 열지 않는 그런 음식이 되어 몇 년만에 찾는 사람에게는 시간의 거리만큼 쇠퇴한 도시가 되어버렸다.
음식의 수준은 청중의 수준이다. 청중이 줄어드니 음식도 위축된다. 원래 지중해의 생선이 그리 맛있지는 않은 데다 관객 축소의 유탄은 지방음식 생존 문제가 되어버리고, 그나마 남은 자리는 맥도날드, 영국음식, 이태리 음식, 선술집 등으로 채워져 버렸다. 음식점이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읽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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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장아찌는 좋다. 평소 우리가 자주 접하는 것은 올리브피클인데 여기서는 익힌 올리브, 기름으로 살짝 볶아낸 듯한 올리브를 내왔다. 올리브의 산뜻한 맛을 약간 가라앉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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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은 구항구 바로 앞에 가장 중심가에 있다. 손님이 많지 않았고, 음식도 그만그만. 마르세이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거 같다.
아래는 마르세이유 항구 모습이다. 항구를 중심으로 방사선처럼 뻗은 옛스러운 골목길은 각종 기념품, 음식점, 명품거리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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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과 사진을 통해 남불 여행에 동행합니다. 즐겁고 재밌습니다.
글을 더 정제해서 써야겠네요. 문제가 있어도 이동 중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