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여유
지은이:벌마로(김윤식)
며칠간 계속된 찌뿌드듯한 날씨 때문에 한동안 우울함을 견뎌야 했었다. 평소 보다 일찍 잠에서 깬 이유는 창문에 비추는 햇살 때문인가, 오랜만에 화사한 햇살을 베란다 창문으로 한가득 담아놓고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평소 영우의 일상이기도 하지만,,,
그녀의 나이 올해 예순세 살 언제부터인가, 나이 들어감을 피부로 느끼는 시기이지만 오히려 요즘 들어 그녀의 생활에 안정이 찾아드는 느낌 좋은 기분을 즐기고
있다. 무언지 모를 행복감이 조금씩 조금씩 스며오는 듯 하여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릴 때가 많아지고 있다.
지난 세월 돌이켜보면 우여곡절 희로애락도 많았고 때론 극복하기 어려운 시련을
견디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남편과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심한 갈등이 빚어
졌을 땐 심각한 상황에 다다를 정도로 부부사이에 위기도 있었다. 그때마다 영우부부는 슬기롭게 위기를 대처하고 극복하며 지금까지 함께 걸어왔다. 남편도 이제는 모든 욕심 다 내려놓고 남은 인생 후회 없이 잘 살아보자고 했고 앞으로는
그녀를 위해 머슴처럼 살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래 이건 분명 행복이야. 누구는 뭐 별 다르겠어, 이대로 큰 탈 없이 건강하게
살 수 만 있으면 만족해야지,,,’
그녀는 분명 현재의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가끔씩 달리
바꿔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것은 보상심리가 작용할 때인데, 그렇다고 마음속
내재 돼있는 기본바탕이 아주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그녀는 현실의
만족과 보상심리가 마음속에서 충돌하고 있다.
‘아니야 내가 희생하고 노력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 얼 만큼인데, 그거에 비하면
아직은 더 많은 보상이 채워져야 되지 않겠어? 조금은 부족해 금전도 그렇고,,, 또 남편한테도 더 많은 대접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나 정도 되는 여자가 아내로 살아줬는데, 이건 신분상승 한 거잖아,,, 내 남편은 행운아야, 어떻게 나 같은
여자랑 한평생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꿈이나 꿔 봤겠어, 아마 전생에 나라를
구했거나 아니면 커다란 복을 갖고 태어났거나 했을 게 분명해. 내가 누군데 결혼 전까지 부족함이 없이 자란 부잣집 딸이었는데, 처녀 때는 또 얼마나 잘 나가던 여잔데, 내 모습 한번 보려고 길목에서 하루 종일 기다리는 남자들이 줄 서서
있었는데,,, ㅎㅎ!’
‘아차 건조기가 다 돌아갔네, 그냥 두면 옷이 전부 구겨져서 안 되는데...’
잠시 잊고 있던 지난 일들이 생각나서 살짝 미소 지어본다, 덕분에 옷가지 몇 벌이 구겨지고 말았지만 순간 행복했다. 어찌 됐든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 결혼생활
36년 만에 평온한 행복을 느끼고 있는 거다.
인생에서 모든 것이 뜻대로 되고 완벽할 수는 않겠지만, 그녀는 조금 부족한 거는 더 채워지면 좋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상관없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기로 했다.
집 정리를 끝낸 영우가 외출을 하려고 옷을 갈아입는다. 그녀는 요즘 건강을 위해서 여러가지 운동을 취미삼아 즐긴다. 하의는 활동에 편안한 레깅스를 입고 상의는 얇은 셔쓰에 운동복을 걸쳤다. 그리고 집을 나선다.
그녀가 주로 이용하는 체육시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도 하지만, 구청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거의 모든 시설이 갖춰져 있어서 그곳에 가면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그래서 좋다.
먼저 요가를 하고 다음으로 수영장으로 가거나 요가를 건너뛰고 곧바로 헬스장에서 근육을 단련시킨 다음 수영장으로 이동하여 수영을 하거나, 적어도 하루에 두 가지 정도의 운동을 한다.
그녀가 수영복을 입고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은 60이 넘은 나이라고 믿어
지지 않을 만큼 유연하다. 몸매도 탄탄하고 매끈한 피부를 유지하고 있어서 모두들 40대 몸매라고 한다. 그녀가 운동을 매일같이 하는 것은 아니고, 그날그날 컨디션에 맞춰서 운동시간과 운동량을 조절한다. 그녀는 즐겁게 살기 위한 조건으로 건강이 최고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빠지지 않고 체육관을 찾으려고 한다.
그녀가 체육관을 찾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비슷한 연배의 이웃친구들과 만나는 것이다. 수영을 마지막 코스로 끝내고 나면 대략 점심때가 되는데, 약속이나
한 것처럼 체육관 로비의 음료 파는 곳으로 모이게 된다. 그녀들은 커피를 마시며 자연스럽게 수다를 떨게 되고 모두들 이 시간을 즐겁게 생각한다.
그녀들의 대화 내용은 주로 건강, 취미, 자식, 손주, 남편, 그리고 처녀시절 연애이야기도 가끔씩 등장한다.
첫댓글 귀한 글 감사합니다.
드디어 우리 카페가 흥미진진한 다양한 카페가 되었습니다.
소설까지 쓰시고 참 존경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 앞으로 한주에1~2회씩 100회에 걸쳐 연재 하려고 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세요
네, 감사드립니다.
SNS에서 카페가 책 다음으로 체계적이고 오래 보관되는 매체라고 봅니다.
책보다 더 전달력이 많고 편리한 공간입니다.
잘 읽겠습니다.
그렇군요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