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글쓰기 51 ㅡ 놀라운 세상(사소)
모든 것이 자동화 돼가는 세상이다.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서면 집 모니터엔 차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뜨고, 출입구에 들어서면 주민의 정보를 인식하고 엘리베이터가 도착해서 층수를 누르지 않아도 자동으로 데려다준다. 커뮤니티는 전자 인식이 돼 있어서 헬스, 골프, 배드민턴, 탁구, 독서실 문을 저절로 열어준다. 집에 들어서면 전자 기계들은 이름을 부르면 작동이 되기도 하고 비록 봉창 두드리기 단계이긴 하지만 간단한 명령어로 대화도 가능하다.
아직은 정교하지 못해 재밌는 일도 벌어진다. TV를 켜놓았더니 휴대폰이 TV안 목소리를 주인의 음성으로 잘못 인식해서 대화가 시작된다. 휴대폰은 갑자기 "네! 말씀하신 내용을 잘 인식하지 못했어요. 다시 한 번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다. 나는 " 바보야! 너 안 불렀어 " 하고 농을 친다. 휴대폰과 TV와 나의 삼자 대화 풍경이다.
외부에서 업무 중일 때는 집에 냉장고가 열렸는지, 식기 세척기나 세탁기, 건조기가 어떤 작동을 하고 있는지 볼 수도, 제어를 할 수도 있다. 환기 시스템을 자동으로 설정해 놓으면 공기질에 따라 생활 오염과 요리 오염을 측정하고 정화한다. 현관을 나서기 전 집에서 엘베를 불러 놓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자동차도 음성 인식으로 가고자 하는 주소를 말하면 도착지가 설정된다. 차는 제법 든든한 잔소리 꾼이기도 하다. 운전을 하다가 가끔 존다든지 하면 핸들을 똑바로 잡으라고 삑삑! 경고음으로 야단을 치거나 스스로 제동을 걸어준다. 후진을 하다가 장애물이 나타나면 급 제동을, 앞 장애물에도 경고를 하며 스스로 멈춘다. 물론 차선을 애매하게 밟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띠링띠링 잔소리를 해대는 시스템은 한 번도 만난적 없는 시엄마보다 다정하다.
나는 육체를 움직일 힘이 남아있을 때에 하늘을 나는 드론이 상용화되고 관제 시스템이 자동화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래서 꿈에서처럼 건물 옥상에 가볍게 드론을 착륙시키고, 원하면 엘베로 숙소까지 드론을 가지고 들어갈 수도 있었으면 좋겠다. 우주복보다 가벼운 운동복으로 하늘을 날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체온을 조절하고 바람의 충격을 방어해 줄 수 있지만 느낄 수 있게 해주면 더 좋을 것 같다. 느낌은 중요하니까!
앞으로 5년, 이후 더 오래 살게 된다면, 남은 인생의 구 할은 산골이나 바닷가 혹은 강이나 넓은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시골 어디서 그야말로 아날로그로 살고 싶다. 바람과 공기와 하늘과 햇볕을 집에 들이며 하루는, 종일 밭을 매다가 산 그림자가 내려오는 것을 구경하거나, 비 오는 날은 세상이 목욕하는 것을 차 한잔 들고 고요히 바라보고 싶다. 아침 일찍 새들이 수다 떠는 소리에 잠이 깰 것이고 저녁이면 배고프지 않을 만큼만 식사를 하고 별빛이 내려오는 걸 구경하고 싶다.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며 책과 벗하고 지내다가 어느 밤이면 그리운 이에게 무심히 전화를 할 것이다. 보름달이 떴다고.
그렇게 살다가 아무래도 심심할 땐 기계를 빌려 생활의 외도를 즐기고 싶다. 오늘, 드디어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 실행에 성공했다. 스마트키를 여기저기 눌러볼 때는, 차가 움직이기 전까지 미세한 소리에 살짝 겁이 나서 급발진이라도 하는지 흠칫했다. 그런데 부릉부릉 하더니 파랑이가 저 혼자 뒤로 뒷걸음질로 움직이는 거다. 퇴근할 땐 전진을 시켜보면 이 기능을 마저 습득하게 될 것 같다. 마냥 슬퍼하거나 지루해하기엔 놀라운 세상이다!
*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ㅡ 타고 내릴 때 여유 공간이 없을 때 운전자가 먼저 내려 스마트 키를 눌러 차만 전, 후진하는 기능
☆ 글쓰기는 수요일은 꼭 올리고, 다른 날은 순전히 내키는 대로 쓰고 싶다. 수요일만 쓰든지, 아님 월화수목 금토일 날마다 쓸 수도 있다. 글을 쓰며 '나'라는 정교한 기계와 좀 더 친해지며, 연구하고 싶다.
첫댓글 '아날로그 마을'이 휴양지로 각광을 받을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며칠 전에 그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을 실행하고 있는 차 한 대를 구경했습니다. 입이 쩌억~!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3.03.05 06:37
예전에 '유비쿼터스'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내용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현실감이 없었습니다만 이제는 현실이 되었군요. 정말 놀라운 세상입니다!